동아시아 자본주의 - 마르크스주의적 접근 |
책소개
계급분석을 중심으로 한 마르크스주의적 동아시아 자본주의 연구방법론 구축과 동아시아 역사와 현실에 대한 적용을 시도한 1부와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가 작성한 1부 1장 ‘동아시아 관료국가의 형성과 그 특성’은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계급적 분석의 핵심개념으로
머리말
1부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계급적 분석
제1장 동아시아 관료국가의 형성과 그 특성 / 박노자
제2장 중화인민공화국에서의 전환과 발전: 봉건제와 자본주의, 사회주의 / 안잔 차크라바티·사요네 마줌다르
제3장 동아시아 자본주의론의 평가와 과제 / 정성진
제4장 동아시아 자본주의를 마주하기: “글로벌공장”에서 “노동의 대륙”으로 / 장대업
2부 한국의 자본축적, 여성노동, 민주주의
제5장 한국경제의 기술과 분배(제조업, 1970-2019) / 김덕민
제6장 자본순환, 이윤율, 금융화: 1980-2018년 한국의 사례 / 정구현
제7장 21세기 한국 자본주의와 여성 노동 / 권정임
제8장 위기의 한국 민주주의: 탈진실 정치와 민주적 집단지성 / 한상원
저자 및 역자소개
박노자 (Vladimir Tikhonov)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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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오슬로대학 교수. 1973년 소련의 레닌그라드(오늘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습니다. 대학 때 조선사(한국사)를 전공하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평생 한국 고대사를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1991년, 한-소 수교 영향으로 평양 김일성대학 대신 서울 고려대학교로 언어 실습 유학을 왔습니다. 가야 준국가들의 정치와 외교에 관해 박사 학위 논문을 썼습니다.
소련에서 학위를 받은 후 서울로 돌아와 교육계에서 3년간 외국인 노동자로 생활했습니다. 혹독했지만 한국 생활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평생 한국에... 더보기
최근작 : <[큰글자도서] 야만 시대의 귀환>,<야만 시대의 귀환>,<붉은 시대> … 총 110종 (모두보기)
인터뷰 : 이중의 타자, 박노자 교수와의 e-만남 - 2002.07.31
안잔 차크라바티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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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커타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작 : <한국자본주의의 위기>,<동아시아 포스트자본주의 대안: 평가와 전망>,<포스트자본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의 혁신> … 총 5종 (모두보기)
사요네 마줌다르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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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키 서벵골주립대 경제학과 조교수
최근작 : <동아시아 포스트자본주의 대안: 평가와 전망>,<동아시아 마르크스주의>,<동아시아 자본주의> … 총 3종 (모두보기)
정성진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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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생. 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부 연구석좌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사회경제학회장과 《마르크스주의 연구》 창간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마르크스와 한국 경제』 『마르크스와 트로츠키』 『마르크스와 세계경제』 『21세기 마르크스 경제학』 등이 있으며, 주요 공저로는 Marxist Perspectives on South Korea in the Global Economy, Varieties of Alternative Economic Systems, 『세계화와 자본축적 체제의 ... 더보기
최근작 : <한국자본주의의 위기>,<동아시아 포스트자본주의 대안: 평가와 전망>,<동아시아 포스트자본주의 대안: 평가와 전망> … 총 47종 (모두보기)
장대업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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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글로벌한국학과 교수. 주요 논저로 “East Asia: A Slippery Floor for the Left”(2015), “The global economic crisis and East Asian labour migration: a crisis of migration or struggles of labour?”(2015), “Labour and Developmental State: A Critique of the Developmental State Theory of Labour”(2013), “Capitalist Deve... 더보기
최근작 : <동아시아 포스트자본주의 대안: 평가와 전망>,<포스트자본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의 혁신>,<동아시아 마르크스주의> … 총 5종 (모두보기)
김덕민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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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부 조교수. 제라르 뒤메닐과 도미니크 레비의 《관리자본주의》, 《거대한 분기》, 《신자유주의의 위기》, 《현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번역하였고 《마르크스를 읽자》, 《대안마르크스주의》, 《아담의 오류》 등을 번역하였다. 대표 논문으로 〈The Stochastic Model of Technical Change and Profit Rates: Korean Economy〉(Review of Radical Political Economics, 2023)가 있다.
최근작 : <한국자본주의의 위기>,<동아시아 포스트자본주의 대안: 평가와 전망>,<포스트자본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의 혁신> … 총 16종 (모두보기)
정구현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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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박사이며, 현재는 경상국립대학교 SSK 연구단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마르크스의 경제지표로 한국 경제를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다른 번역서로는 [마르크스의 주변부 연구](공역,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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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임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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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경상국립대 SSK연구단 선임연구원
전) 베를린 자유대학교 철학박사, 한신대학교 연구교수.
-논문
「기본소득과 젠더 정의」(2013)
「정의로운 민주주의」(공저)
「판 빠레이스의 공유주의와 기본소득 재구성」(공저) 외 다수.
-저서
『기본소득운동의 세계적 현황과 전망』(박종철출판사, 공저,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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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원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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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학교 철학과에서 마르크스의 물신주의와 이데올로기 개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독일 베를린훔볼트대학교에서 아도르노의 정치철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 『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데모스의 민주주의』, 『정치적 독자들』이 있다. 역서로는 『공동체의 이론들』, 『아도르노, 사유의 모티브들』, 『역사와 자유의식: 헤겔과 맑스의 자유의 변증법』이 있다. 비판이론과 현대사회·정치철학을 주로 연구한다. 충북대학교 철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최근작 : <한국자본주의의 위기>,<비판적 사고>,<동아시아 포스트자본주의 대안: 평가와 전망> … 총 23종 (모두보기)
정성진 (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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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생. 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부 연구석좌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사회경제학회장과 《마르크스주의 연구》 창간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마르크스와 한국 경제』 『마르크스와 트로츠키』 『마르크스와 세계경제』 『21세기 마르크스 경제학』 등이 있으며, 주요 공저로는 Marxist Perspectives on South Korea in the Global Economy, Varieties of Alternative Economic Systems, 『세계화와 자본축적 체제의 ... 더보기
최근작 : <한국자본주의의 위기>,<동아시아 포스트자본주의 대안: 평가와 전망>,<동아시아 포스트자본주의 대안: 평가와 전망> … 총 47종 (모두보기)
김미경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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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강사
최근작 : <한국자본주의의 위기> … 총 3종 (모두보기)
김민정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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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연구자모임(준) 회원
김종현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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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연구자모임(준) 회원
출판사 제공 책소개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총체적˙복합적 위기에 대해 마르크스주의 방법론의 적용을 제안하는 연구서 『동아시아 자본주의-마르크스주의적 접근』이 경상국립대학교 SSK연구단 연구총서 1권으로 발간되었습니다.
2차세계대전 이후 한·중·일 동아시아 나라들의 경제적 발전은 주류이론이나 진보적 대안에 있어서 모두 모범적인 사례였으나, 20세기 말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1997년 한국의 IMF 위기, 2008년 이후 중국의 저성장 전환 등은 초고속 성장 이후 경제위기와 불평등이 극심하고,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고령화, 저출산 등 사회 자체의 재생산이 불투명해지는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위기에 대해서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이나 비주류 국가주의는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 실패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론적 위기는 소비에트 체제 붕괴 이후 폐기된 마르크스주의적 방법론을 재조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배경으로 ‘포스트자본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의 혁신: 글로벌 맥락에서 동아시아의 미래’ 연구과제가 기획되었고, 그 1차년도 연구성과를 단행본으로 묶은 결과가 『동아시아 자본주의-마르크스주의적 접근』입니다. 같은 사업의 2차년도 연구성과는 『동아시아 마르크스주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제목으로 동시에 발간되었습니다.
『동아시아 자본주의-마르크스주의적 접근』은 계급분석을 중심으로 한 마르크스주의적 동아시아 자본주의 연구방법론 구축과 동아시아 역사와 현실에 대한 적용을 시도한 1부와 한국의 자본축적과 여성노동 및 민주주의 문제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을 제안한 2부로 구성됩니다.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가 작성한 1부 1장 ‘동아시아 관료국가의 형성과 그 특성’은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계급적 분석의 핵심개념으로 중세 중국에서 발달한 과거제도를 기반으로 한 ‘관료제도’로 설정할 것을 제안합니다.
인도 캘커타 대학 안잔 차크라바티 교수와 타키 서벵골주립대학 사요네 마줌다르 교수가 작성한 1부 2장 ‘중화인민공화국에서의 전환과 발전: 봉건제와 자본주의, 사회주의’는 전후 중국사회의 변환을 기존의 통설과는 다르게 1978년 개혁개방 시기를 중심으로 그 이전을 국가봉건제로 설정하고 그 이후는 국가자본주의로 이행했음을 계급분석에 입각하여 주장합니다.
1부 3장은 이 책의 책임 편집을 맡은 정성진 경상대학 연구석좌교수가 작성한 ‘동아시아 자본주의론의 마르크스주의적 접근: 평가와 과제’입니다. 동아시아자본주의분석의 주요 연구방법론이었던 마르크스주의적 국가자본주의가 소련 붕괴 이후 폐기되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국가자본주의론’으로 복원되고 있는 양상을 소개합니다.
장대업 서강대교수가 작성한 1부 4장 ‘동아시아 자본주의를 마주하기: ‘글로벌공장’에서 ‘노동의 대륙’으로’는 세계자본주의체제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동아시아가 담당했던 ‘성장’의 역할 이면에 무시되어 왔던 노동계급의 양적 질적 변화에 주목할 것을 제안하여 새로운 동아시아자본주의론 연구방법론의 전망을 열었습니다.
김덕민 경상대 교수의 2부 1장’ 한국경제의 기술과 분배(제조업, 1970-2019)’는 이윤율 계산과 결정요인 분석을 중심으로 한국경제에서 자본축적과 기술 및 분배 문제를 검토합니다. 2010년 이후 한국 자본주의가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이윤율 저하 데이터를 통해서 입증했습니다.
정구헌 경상대 SSK연구단 연구원이 작성한 2부 2장 ‘자본순환, 이윤율, 금융화: 1980-2018년 한국의 사례’에서는 자본순환 과정을 구성하는 생산지체와 유통지체 기간이 이윤율에 미치는 상관관계를 추적하여 1980~2018년 시기 한국자본주의의 전개과정에서 드러난 양상들을 분석했습니다.
권정임 경상대 SSK연구단 연구원의 2부 3장 ‘21세기 한국자본주의와 여성 노동’은 젠더화된 사회적 재생산과 젠더 불평등 구조의 상관관계를 기반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합니다.
2부 4장 ‘위기의 한국 민주주의: 탈진실 정치와 민주적 집단지성’은 한상원 충북대 교수의 논문입니다. 한국정치에서 선동와 진영론으로 극심해지고 있는 ‘반지성주의’의 문제를 한국자본주의체제 위기의 징후로 진단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민주적 공공성의 회복을 제안합니다.
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로 노출되고 있는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총체적 위기에 대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는 ‘마지막 비상구’로 마르크스적 방법론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 입각해서 새로운 마르크스주의적 접근으로 동아시아 자본주의 연구의 전망을 제시했다는 것이 『동아시아 자본주의-마르크스주의적 접근』이 가지는 의의일 것입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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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3국은 대표적인 관료국가이다. 한국은 천여 년이 지나서도 과거제인 고시나 그에 준하는 인사제도를 운용하며 국가 관리를 한다. 지구 생명체의 신분 질서가 화석으로 남아 인류학으로 연구되니 참 놀랍다. 마르크스주의의 잣대를 동아시아에 갇다대고 인간학인 자본주의를 탈탈 턴다.
청아한아이다 2025-11-22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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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동아시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 [동아시아 자본주의] / [동아시아 마르크스주의], 박노자/정성진 외 경상대 SSK연구단 연구총서, 2023.
"21세기 들어 '국가자본주의'가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귀환했다... '국가자본주의'의 귀환, 즉 '신국가자본주의'가 대두하게 된 주된 계기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위기 국면에서 드러난 '자유시장'과 '신자유주의'의 실패이다... '신국가자본주의론'은 기존의 '국가자본주의론'과 달리 국가분석을 사회계급 권력분석과 분리한다...
오늘날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모순과 위기를 해명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신국가자본주의론'이 환기한 고전 마르크스주의 시각의 '국가자본주의론'을 업데이트하여 동아시아의 새로운 조건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 [동아시아 자본주의], <3장.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평가와 과제>, 정성진, 2023.
1.
'국가사회주의'가 무엇입니까?
1학년 후배가 대뜸 물었다.
그것도 모르느냐,
그는 그렇게 반문하고는 학생회실을 박차고 나왔다.
학회 세미나 시간이 끝난 후였던가.
현대철학반 1,2학년 여럿이 모여 잡답하던 중 어느 1학년 여자후배가 던진 질문에 2학년 학회장이었던 그는 황급히 자리를 떴고, 아무도 모르게 도서관으로 향했다.
'국가사회주의'가 뭔지 모르는 게 아니었으나,
고작 2학년이었음에도 명색이 '학회장'이었으므로,
그래도 정확히 설명해야 하는데,
갑자기 그는 자신이 없어졌다.
그래서 본인도 모르게 화를 버럭 내고는 몰래 도서관 가서 관련 문헌을 찾아보고 정확히 정리해본 후 다음날 조용히 그 후배를 불러 설명할 생각이었지만, 아마도 학생회실에 벙쪄서 남겨진 동료와 후배 학회원들은 자고로 '철학' 학회장이란 자가 그것도 몰라서 내뺐다고 생각할 거였다.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이다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 그는 부끄러워졌다.
비겁한 변명이 아니라,
'철학' 학회장이 '국가사회주의'를 몰라서 그랬던 건 진짜로 아니었다.
질문을 받자마자 갑자기 '국가자본주의'가 동시에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2.
"오랜 관료주의적 질서의 근본적인 힘은 '능력'을 바탕으로 한 임용관행과 함께 제국의 질서회복에 기여하게 되었다... 탈귀족주의와 '능력' 중심적 관직 임용은 중세 중국 역사의 진화에 매우 중심적인 요소들이었다... 객관적인 등용, 고과의 기준은 공공성, 공익 같은 관념들을 공고화시키고 공적인 기관으로서의 정부의 위상을 정립시키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당대 유럽에서 정부의 권력이 특정 귀족가문의 사적소유로 인식되었던 것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것이었다. 좀더 긴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국가의 이미지는 '공적인 영역'이라는 현대적 개념의 전조였다...
다양한 형태의 '능력주의'를 포함한 '관료제도'에 기반한 국가경영의 장기적인 지속성은 서구가 보다 일찍 달성한 자본주의의 축적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따라잡는 일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동아시아 자본주의], <1장. 동아시아 관료국가의 형성과 그 특성>, 박노자, 2023.
경상대학교 '한국사회과학연구단(SSK)'에서 2023년에 중국과 한국 및 일본 등 동아시아의 체제를 마르크스주의적으로 분석한 '연구총서'를 냈다.
우리 사회 저명한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자인 SSK연구단장 정성진 교수가 엮은 이 총서는 박노자와 인도 및 일본의 마르크스주의자들, 한국의 학자들이 국가와 자본주의, 신자유주의와 노동,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테마를 가지고 동아시아 정치경제체제를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연구총서의 첫째 권은 [동아시아 자본주의]다.
'중국식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을 피해갈 수 없다. 인도의 마르크스주의자 안잔 차크라바티와 사요네 마줌다르는 <2장. 중화인민공화국에서의 전환과 발전~>에서 중국 체제를 분석한 후 이를 '국가자본주의'로 규정한다.
겉으로는 '사회주의'지만 결국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적극 편입한 자본주의 체제 중 하나에 불과하며 국가권력이 노동계급 착취의 주체로서 잉여가치를 전유하는 전형적인 '국가자본주의'라는 것이다.
동아시아식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나 북한 모두 마크스주의적 관점에서는 '사회주의'일 수가 없다.
'사회주의'는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계급이 창출된 노동가치를 전유해야 한다. 어떤 식이든 '착취'로 돌아가는 체제는 '사회주의'일 수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는 20세기 중후반 신흥공업국으로서 일본과 한국, 대만 등의 나라들도 동일한 모델이다. 즉, '경제 발전'을 이룬 동아시아 나라들 대부분이 '국가자본주의'인 것인데, 정성진 교수는 <3장. 동아시아 자본주의론의 평가와 과제>에서 이들의 진화단계를 1) '국가자본주의' - 2) '발전국가' - 3) '포스트 발전국가' - 4) '신국가자본주의'로 구분한다.
최초로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부터 1961년까지의 냉전 초기 아직 마르크스주의적 사회 분석과 '종속이론'이 지배적이었던 시절 국가 주도의 산업과 기업 육성을 통해 국가 자체가 자본축적의 주체가 되었던, 현재의 중국과 같은 '국가자본주의' 단계에서 시작한다. '국유화'를 중심으로 제3세계의 '국가자본주의'는 '비자본주의적 발전'으로 규정되기도 했다.
다음으로 '발전국가'는 국가의 금융업 지배를 통해 국가권력의 자본주의 개발계획이 적극 수립되고 집행되던 경쟁적 냉전시대의 모델이다. 소련을 중심으로 했던 당시의 공산국가들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아시아의 이 '발전국가'는 1997년 IMF 세계금융지배 체제로 인해 해체된다.
20세기 말 새로운 세계체제론과 함께 동아시아에 등장한 '포스트 발전국가'는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발전국가'의 말기적 현상으로 자본주의 계급모순과 불평등이 심화된 단계다. '후기'로 번역되곤 하는 '포스트~(post~)'는 보통 연속을 의미하면서도 이탈을 내포하는 '~이후'를 뜻하기도 하는데, '발전국가 이후'로서의 '포스트 발전국가' 체제는 알다시피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함께 휘말리게 된다.
자본주의는 살아남기 위해 '국가자본주의'를 다시금 소환한다. 자본축적의 무한자유를 보장하되 또 다시 국가권력의 강력한 통제가 필요해진 것이다. 이를 정성진 교수는 '신국가자본주의'라 말한다. '국가자본주의'처럼 국가권력과 독점자본의 결합만으로는 부족하다. '국유화'를 무덤에서 살려낼 엄두는 내지 못하지만 21세기의 국가권력은 자본 일체의 무한확장과 축적 일체를 규율하고 통제하며 총괄한다. 이 강력한 '신국가'는 필요하다면 민주주의와 인권의 수호자도 자처한다. 그러면서 자본주의 체제의 기본모순인 계급투쟁을 철저히 은폐한다. 계급투쟁을 노골화시켰던 '국가자본주의'의 현대화된 형태로서 손색이 없다. 세련된 21세기 '신국가자본주의'에서 계급투쟁을 말하면 왠지 촌스럽게 여지기도 한다. 계급간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음에도 말이다.
한편, '신국가자본주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효율적 방역체계로도 나타난다.
물론 이러한 동아시아 국가권력의 목표는 자본주의 세계체제로의 완전한 편입이며, '국가자본주의'의 완성이다.
연구총서는 21세기 '신국가자본주의'는 20세기 '국가자본주의'를 다시금 소환함으로써, 마르크스주의 계급투쟁론의 부활 또한 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하며동아시아의 미래 대안으로 진화되어야 한다고 진단한다.
자본주의 불평등 체제에서 계급투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1장. 동아시아 관료국가의 형성과 그 특성>이라는 박노자 교수의 글은 이 동아시아 '국가자본주의론'의 기본배경을 의미심장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동아시아 '국가자본주의'의 비약적이고 효율적인 발전과 성장의 정치적 배경으로 동아시아의 오래된 '관료주의'를 전제한다.
중국의 고대 한나라에서는 효렴과 천거 등의 추천 형태였고 수당시대를 거치며 발전한 과거시험을 통해 선발된 동아시아의 사대부 또는 신사계층 관료들은 경학이든 논술이든 국가경영의 '능력'을 인정받은 자들로서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갱신을 통해 국가의 안정적 경영을 이룬 자들이었다. 세습귀족들만의 사유물이었던 서양의 국가들과 달리 동아시아 '관료제'의 '능력주의'와 '효율성'은 비록 왕조국가의 시대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가권력의 '공공성'을 오래전부터 공고히 다졌고, 현대에 이르러 동아시아 '국가자본주의'의 발전을 담보하는 정치문화적 배경이 되어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관점에서는 '사회주의'를 표방한 중국 조차도 '국가자본주의'다.
경제발전은 물론 세계체제 편입과는 거리가 먼 북한의 세습봉건왕조는 아예 연구대상도 못되지만, 마르크스주의자가 보기에는 파시즘이나 나치즘이 표방했던 '국가사회주의' 조차도 못되지 않을까 싶다.
3.
"식민지는 주로 원자재 공급지의 역할과 식민종주국의 공산품 판매를 위한 시장의 역할을 강제로 강요받았다는 논리... 동시에, 식민지 착취의 메커니즘을 통해 발생한 '초과이윤'은 '선진국'에서 고임금 노동자계층('노동귀족')이 '혁명' 대신에 '개혁'을 지향하도록 매수하기 위해 그들에게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하는데 사용되었다. 레닌의 '제국주의' 이론은 식민주의를 주변부의 자원과 시장에 대한 통제와 제국주의 국가 내부의 결속과 연결시켰고 바로 이것이 마르크스주의의 발전에 레닌이 공헌한 매우 큰 부분이다. 레닌의 이런 이론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월러스타인이 '세계체제론'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되었고, 실제로 '세계체제'라는 용어는 레닌의 주요 논문들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다...
상당히 잦은 정책변화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이론적 근거는 일반적으로 동일했는데 물품의 시장, 자원공급원, 값싼 노동력의 창고로서의 악착같은 식민지 착취는 세계 제국주의 체제의 핵심적인 요소로 간주되었다."
- [동아시아 마르크스주의], <1장. 조선적 특색을 가진 마르크스주의>, 박노자, 2023.
연구총서의 두번째 권은 [동아시아 마르크스주의]다.
앞서 동아시아 주요국들을 '국가자본주의'로 규정한 박노자 교수와 한국 및 인도와 일본 등지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동아시아의 마르크스주의 사상을 '과거-현재-미래'로 나누어 분석한다.
박노자 교수는 <1장. 조선적 특색을 가진 마르크스주의~>에서 식민지 조선 시기 소련 등지에서 조국을 분석했던 '디아스포라(망명)'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조선 체제 분석이 얼마나 정교했으면서도 현실적이었는지 문헌연구를 토대로 소개한다. 1916년 [제국주의론]으로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불균등발전론'을 이론화한 레닌의 사상에 입각했던 이들의 마르크스주의적 체제 분석은 해방조선의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이후 남북한의 학자들과 지식인들은 명시하지는 않았다 해도 식민지 시대 조선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연구에 의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해방 후 남북한 양측에서 공히 이 조선인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잊혀졌다. 남한은 반공 이데올로기의 성지가 되었고, 북한의 스탈린주의 또한 이들 조선식 '디아스포라' 마르크스주의를 숙청했다.
동아시아 마르크스주의 '과거'를 거쳐 '현재'는 또 어쩔 수 없이 중국이다.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결국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편입된, 더 나아가 동아시아를 '세계의 공장(글로벌 공장)'이자 '노동의 대륙'으로, 대다수 동아시아 노동계급을 거대한 세계체제 피착취의 대상으로 노골화시키는 '국가자본주의' 또는 '신국가자본주의'가 [동아시아 마르크스주의]의 '현재'인 것이다. 연구논문은 길고 복잡하지만, 결국 동아시아 '국가자본주의'에 관한 분석이다.
연구총서는 '동아시아 자본주의'적 모순을 타파하는 '미래' 대안으로 세계체제에 종속적으로 편입되는 '세계의 공장(글로벌 공장)'을 벗어나, 불안정/비정규 노동과 인종혐오를 넘어서는 반제국주의적 노동계급 투쟁의 집단적 행위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동아시아 자본주의], <4장>).
그 외, '신자유주의' 이야기는 다소 진부하다. 다만, 1980년대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는 '신보수주의'에 불과하며, '신자유주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보기에 불완전노동과 복지축소로 변질된 '새로운 케인스주의'까지도 포괄할 정도로 유연하고 총체적이라는 점을 기억할만 하다. '신자유주의'는 어떤 사상이나 이념이라기 보다는 지금의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일본 마르크스주의는 그 전통과 명성에도 불구하고 신세대 마르크스주의자 사이토 고헤이의 [인류세의 자본론]에서 강조하는 '기후위기' 시대의 마르크스주의의 역할과 자연철학적 '물질대사'로까지 자본의 물신성을 밀어붙이려던 [자본론] 1권 이후의 노년의 마르크스에 대한 재조명 정도로 주목해보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도 사이토 고헤이 정도로 연구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4.
대학 2학년의 어수룩한 철학 '학회장'이었던 그는 마르크스주의자를 자처했었지만,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국가사회주의'를 설명하기 전에 '국가자본주의'를 먼저 꺼내야 한다는 걸 몰랐다.
후배들 앞에서 완벽하고 싶었던 스물한살의 철학 학회장은 당시 동료후배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결국 '국가사회주의'와 '국가자본주의'를 몰라서 자리를 피한 거였다.
그렇다면,
동아시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결국,
'신자유주의'처럼 또다시 진부한 얘기 같지만,
'국가사회주의'와 '국가자본주의'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동아시아 체제는,
우파 자유주의자가 보면 '국가사회주의'일 수도,
좌파 사회주의자의 눈에는 '국가자본주의'일 수도.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
1. [동아시아 자본주의 - 마르크스주의적 접근], 박노자/정성진 외 경상대 SSK연구단 연구총서, <진인진>, 2023.
2. [동아시아 마르크스주의 - 과거,현재,미래], 박노자/정성진 외 경상대 SSK연구단 연구총서, <진인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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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trice1007 2023-07-29 공감(1) 댓글(0)
『동아시아 자본주의』를 읽다.^^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역사를 분석한 연구서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계급적 분석. 2부는 한국의 자본축적, 여성노동, 민주주의다. 박노자는 동아시아 관료국가의 형성과 특성, 정성진은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평가와 과제에 대해 논한다. 이밖에 한국의 자본축적 및 자본주의에 대한 많은 논문이 실려있다.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흐름과 전개과정을 알 수 있는 책이다.
namgo2416 2024-03-29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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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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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자본주의 - 마르크스주의적 접근>에 대한 요약과 평론입니다.
<도서 요약>
<동아시아 자본주의 - 마르크스주의적 접근>(정성진 엮음, 박노자 외 지음, 진인진, 2023)은 경상국립대학교 SSK 연구단이 기획한 연구총서다
책의 머리말에 따르면 동아시아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한국의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저성장(뉴 노멀) 진입을 거치며 성장 신화가 완전히 붕괴했다
필자들은 이러한 위기 앞에서 기존의 주류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론은 물론, 대안으로 여겨졌던 비주류 발전국가론마저 설명력을 잃고 무능함을 드러냈다고 비판한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제1부: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계급적 분석>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역사적 형성과 구조를 분석하는 이론적 방법론을 다룬다
제1장(박노자): 중세 중국의 과거제도에 뿌리를 둔 '관료제도'를 핵심 개념으로 제시하며, 동아시아 자본주의 축적을 주도해 온 관료국가의 성격과 계급적 본질을 추적한다
. 제2장(안잔 차크라바티, 사요네 마줌다르): 중화인민공화국의 역사적 변천을 봉건제, 자본주의, 사회주의의 복합적 이행 과정 속에서 고찰한다
. 제3장(정성진): 기존의 동아시아 자본주의 담론들을 총체적으로 비판하고,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이 지녀야 할 과제를 정립한다
. 제4장(장대업): '세계의 공장'으로 기능해 온 동아시아를 자본의 시각이 아닌 노동의 시각에서 조명하여, 착취와 저항이 교차하는 "노동의 대륙"으로 재규정한다
.
<제2부: 한국의 자본축적, 여성노동, 민주주의>
한국 자본주의가 겪고 있는 구조적 위기를 구체적 실증 지표와 사회적 쟁점으로 세분화하여 분석한다
제5장(김덕민): 1970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제조업의 기술 변화와 분배 구조를 실증적으로 추적한다
. 제6장(정구현): 1980년대 이후 한국 경제에서 나타난 자본순환과 이윤율의 추이, 그리고 금융화 현상을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틀로 실증한다
. 제7장(권정임): 신자유주의 축적 체제 아래에서 심화된 21세기 한국 여성 노동의 불안정성과 젠더화된 재생산 위기를 분석한다
. 제8장(한상원): 탈진실 정치와 권위주의적 퇴행에 직면한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비판하고, 이에 맞설 민주적 집단지성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
<평론: '기적'의 신화를 걷어낸 자리에 선 비판적 리얼리즘>
<동아시아 자본주의 - 마르크스주의적 접근>은 주류 경제학과 민족주의적 국가발전론이 오랜 기간 왜곡해 온 동아시아 발전 서사를 밑바닥부터 뒤흔드는 중요한 학술적 시도다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성취는 동아시아 모델을 신화화하지 않고 착취와 억압의 축적 체제로 환원해 읽어낸 점에 있다. 주류 경제학이 시장의 자유를 찬양하고, 제도주의나 발전국가론이 관료와 국가의 효율적 조정을 미화할 때, 필자들은 그 이면에 은폐된 노동에 대한 가혹한 수탈과 관료적 억압 기제를 직시한다
또한 2부의 실증적 연구들은 교조주의에 빠지지 않은 채 한국 사회의 물적 토대를 엄밀하게 파헤친다
다만 학술적 한계와 과제도 공존한다.
첫째, 마르크스주의 내 다양한 조류(구조주의적 마르크스주의, 가치형태론, 자율주의 등)의 시각차가 한 권 안에 병치되면서 동아시아 자본주의를 규정하는 통일된 이론적 합의점이나 일관된 체계화는 다소 느슨하다.
둘째, 위기에 대한 진단과 폭로는 날카롭지만, '탈자본주의적 대안'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은 여전히 원론적 구호나 추상적 연대의 강조에 머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저작은 '아시아적 가치'나 '국가 주도형 성장 모델'이라는 환상이 파산한 현시점에서
<동아시아 자본주의: 마르크스주의적 접근> 1,000단어 요약·평론
※ 올려주신 PDF는 책 전체가 아니라 <머리말 일부·책 소개·목차> 2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아래 글은 각 장의 세부 논증을 재구성한 것이 아니라, 이 자료에서 확인되는 책의 문제의식·구성·방법론을 중심으로 한 요약과 평론입니다.
1. ‘동아시아의 기적’ 이후를 묻는 책
<동아시아 자본주의: 마르크스주의적 접근>의 출발점은 한때 세계경제의 모범으로 칭송받았던 ‘동아시아의 기적’이 더 이상 기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20세기 후반 일본, 한국, 중국의 고도성장은 서로 다른 이론적 진영에서 각기 유리한 증거로 활용되었다. 주류경제학은 이를 시장경제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사례로 받아들였고, 반대로 상당수 비주류 경제학자들은 일본·한국·중국에서 나타난 국가 개입과 발전국가 모델을 신자유주의에 대한 진보적 대안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 책의 머리말에 따르면 이러한 낙관론은 차례차례 흔들렸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한국의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세계금융위기, 중국의 고속성장에서 ‘뉴 노멀’로의 전환이 이어지면서 ‘동아시아의 기적’이라는 이야기는 설득력을 잃었다. 오늘날 동아시아는 오히려 저성장과 불평등, 사회적 양극화,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와 저출산, 사회재생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기후위기와 생태위기, 감염병까지 겹치면서 문제는 단순한 경기침체의 차원을 넘어선다.
저자들이 보기에 문제는 기존 동아시아 자본주의론이 이러한 ‘총체적·복합적 위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발전국가론처럼 시장과 국가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것만으로는 노동, 계급, 착취, 축적, 사회재생산을 함께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이 책은 한때 1991년 소련 붕괴와 함께 역사적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여겨졌던 마르크스주의를 다시 불러낸다.
흥미로운 표현은 마르크스주의를 동아시아 자본주의에 대한 ‘마지막 비상구’로 제시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주의란 단순히 ‘국가가 시장보다 중요하다’거나 ‘노동자를 더 보호해야 한다’는 정책론이 아니다. 시장과 국가를 모두 넘어 자본의 축적 과정과 계급 관계 자체를 분석 단위로 삼는 방법론이다.
2. 핵심 개념은 ‘시장 대 국가’가 아니라 ‘계급과 자본축적’이다
책의 가장 중요한 이론적 전환은 동아시아 경제를 시장경제와 국가주도경제 중 어느 쪽인가라는 질문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
그동안 일본·한국·대만·중국의 경제발전을 설명할 때 흔히 제기된 질문은 “국가가 시장을 얼마나 잘 통제했는가”였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적 접근은 한 단계 더 내려가 “누가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는가”, “노동과 자본 사이에서 잉여가 어떻게 생산되고 배분되는가”, “축적 과정에서 어떤 계급관계가 형성되는가”를 묻는다.
이런 관점에서는 발전국가가 반드시 자본주의의 대안이 아니다. 강력한 국가가 자본축적을 촉진하고 노동을 규율하며 특정 자본집단을 육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한국·중국의 국가개입이 신자유주의와 달랐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을 ‘진보적 모델’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기본 문제의식이다.
책 소개 자체가 “계급분석을 중심으로 한 마르크스주의적 동아시아 자본주의 연구방법론의 구축”을 목표로 제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동아시아 전체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구체적 현실로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계급적 분석>에서는 비교적 긴 역사와 넓은 지역을 다룬다. 박노자의 제1장 <동아시아 관료국가의 형성과 그 특성>은 현대 자본주의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동아시아 국가의 역사적 형성 자체를 계급적 관점에서 검토한다. 제2장은 중화인민공화국의 발전을 봉건제·자본주의·사회주의라는 문제틀을 통해 분석한다. 제3장은 기존 동아시아 자본주의론을 평가하고, 제4장은 동아시아를 단순한 ‘글로벌 공장’이 아니라 ‘노동의 대륙’으로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글로벌 공장에서 노동의 대륙으로’라는 표현은 이 책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서구의 시각에서 동아시아는 오랫동안 값싼 노동력과 수출 제조업을 제공하는 ‘세계의 공장’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렇게 보면 삼성, 도요타, 폭스콘, 중국 제조업의 국제경쟁력은 보이지만 그 생산을 가능하게 한 수억 명의 노동자는 배경으로 사라진다. 저자들은 시선을 생산의 결과에서 생산관계로 이동시키려는 것이다.
2부 <한국의 자본축적, 여성노동, 민주주의>는 보다 구체적이다. 제5장은 1970~2019년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술과 분배를 다루고, 제6장은 1980~2018년 한국경제의 자본순환·이윤율·금융화를 분석한다. 이어 제7장은 21세기 한국 자본주의와 여성노동을, 제8장은 탈진실 정치와 민주적 집단지성이라는 관점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다룬다.
따라서 이 책은 ‘경제’만을 다룬 경제학 책이라기보다 자본축적 → 노동 → 젠더 → 민주주의를 하나의 구조 안에서 읽으려는 사회과학적 프로젝트에 가깝다.
4.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장점
첫째, ‘동아시아의 성공’을 성공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의 세계적 기업, 중국의 제조업 성장, 일본의 기술력을 이야기하는 것과 그 사회에서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GDP와 수출은 성장하면서도 노동시간, 주거, 교육비, 고용불안, 출산과 돌봄의 부담 때문에 생활세계는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 마르크스주의는 이 모순을 ‘성공했는데 왜 불행한가’라는 도덕적 질문이 아니라 자본축적의 구조적 결과로 설명하려 한다.
둘째, 저출산과 고령화를 단순한 ‘인구문제’가 아니라 사회재생산의 위기로 연결하려는 시각이 중요하다. 사람이 태어나고, 양육되고, 교육받고, 노동력을 유지하며, 노년에 돌봄을 받는 전 과정은 경제 밖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의 극단적인 저출산은 자본주의의 눈부신 성공과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그 성공방식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는 문제제기다.
셋째, 여성노동과 민주주의를 자본주의 분석 안에 포함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가 공장노동과 생산관계에 지나치게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젠더와 정치적 집단지성까지 논의를 확장하려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이다.
5. 그러나 ‘마르크스주의가 마지막 비상구’라는 표현에는 경계가 필요하다
책의 문제의식에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지만, 마르크스주의를 ‘마지막 비상구’로 규정하는 데에는 위험도 있다.
동아시아를 계급과 축적만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일본·중국의 현대 자본주의는 식민주의, 제국주의, 전쟁, 냉전,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질서, 민족주의, 국가관료제와 깊숙하게 얽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재벌체제와 수출주도형 산업화는 자본과 노동의 관계만이 아니라 한국전쟁 이후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와 일본과의 경제관계 없이는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동아시아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명칭으로 묶기에는 중국·한국·일본의 차이가 너무 크다. 중국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 민주화 이후의 한국, 장기적인 의회정치와 대기업 체제를 가진 일본을 동일한 이론적 틀에 넣을 경우 각 사회의 역사적 특수성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
목차만 놓고 보면 또 하나의 불균형도 보인다. 머리말에서는 기후위기와 생태위기를 오늘날 자본주의 위기의 핵심으로 지적하지만, 실제 목차에는 생태·기후 문제를 전담하는 장이 없다. 사회재생산 위기 역시 여성노동 문제와 긴밀히 결합시킬 수 있지만 독립적인 분석주제로 충분히 확장되는지는 전체 책을 보아야 판단할 수 있다.
6. 종합평론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공헌은 ‘동아시아 자본주의는 왜 성공했는가’라는 익숙한 질문을 “그 성공은 누구의 희생과 어떤 계급관계 위에서 이루어졌으며, 그 성공 자체가 오늘날 어떤 위기를 만들어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꾸는 데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일본·중국을 둘러싼 논쟁은 시장인가 국가인가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에서 더 절박한 문제는 삼성과 현대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가보다 왜 세계적으로 부유한 나라에서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노인빈곤이 높으며, 여성의 돌봄 부담이 심하고, 노동시장이 극단적으로 분절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마르크스주의는 19세기 이론을 그대로 되풀이하려는 시도라기보다 ‘경제적 성공이라는 외피 아래 존재하는 사회관계’를 다시 보자는 제안으로 읽는 것이 가장 생산적이다.
다만 마르크스주의가 동아시아를 설명하는 유일한 열쇠라고 보기보다는, 발전국가론·식민주의 연구·냉전사·젠더 연구·생태정치경제학과 결합할 때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특히 동아시아의 자본주의적 발전은 식민지 지배, 전쟁, 분단, 냉전, 미국과 일본이라는 국제적 조건을 떼어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결국 이 책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간단하다.
“동아시아 자본주의는 성공했는가?”
저자들의 대답은 “경제성장만을 기준으로 하면 그렇지만, 사회 전체의 재생산과 인간의 삶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그 성공 자체를 다시 물어야 한다”는 쪽에 가깝다.
바로 이 질문 때문에 <동아시아 자본주의: 마르크스주의적 접근>은 단순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책이라기보다, ‘동아시아의 기적’ 이후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한 사회의 성공과 실패를 판단해야 하는가를 묻는 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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