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rch 30, 2022

연재 | 김유익의 광저우 책갈피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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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의 한국 ② 낯선 땅, 낯선 죽음] "3D가 아니라 4D죠···죽도록 일했으니까요" - 경향신문

[5%의 한국 ② 낯선 땅, 낯선 죽음] "3D가 아니라 4D죠···죽도록 일했으니까요" - 경향신문
5%의 한국 (2) 낯선 땅, 낯선 죽음
"3D가 아니라 4D죠···죽도록 일했으니까요"
김원진 기자
입력 : 2022.03.30 




지난 2월10일 경기 수원시의 화장장에 마련된 필리핀 이주노동자 삼블라세노 제이의 유족 대기실. 제이의 관이 소각로에 들어가자 창문 커튼이 내려졌다. 제이는 1월20일 근무 도중 가슴 통증을 호소한 지 12시간 만에 숨졌다. 사인은 ‘심근경색 의증’이었다. 건강한 몸으로 입국했다가 갑작스럽게 숨지는 이주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김창길 기자
최근 5년(2017~2021년)간 한국에서 숨진 태국 국적 이주민 535명의 사인 중 ‘미상’이 213명(39.8%)으로, 질병사(36.2%)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2020~2021년)간 한국에서 취업비자를 받은 베트남인 사망자 중 3분의 1(14명·33.3%)은 ‘돌연사’로 집계됐다. 올해 1월 한 달간 숨진 필리핀 국적 이주노동자 5명 중 3명의 사인은 갑작스러운 심정지였다.

경향신문이 태국·베트남·몽골 등 3개국의 한국 주재 대사관, 한국 법무부 등을 통해 입수한 국내 체류 외국인 사망 통계를 분석한 결과다. 사인 미상자들은 대부분 취업을 위해 체류 중이었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2017년부터 5년간 선원 비자(E-10)로 들어왔다가 사망한 미얀마·베트남·인도네시아·중국 이주노동자 98명 중 62명(63.3%)이 ‘사인 미상’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의 2017~2020년 외국인 변사 통계에서도 전체 변사자 2259명 중 588명(26%)이 사인 미상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통계를 종합하면 국내에서 체류하다 사망한 외국인 중 3분의 1가량이 원인 모르게 갑자기 죽은 셈이다. 이는 2020년 한국에서 사망한 30만4948명 중 3만1801명의 사인이 ‘원인 미상’(10.4%)으로 분류된 것에 비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신체검사를 거쳐 입국한 건강한 이주노동자가 갑작스럽게 죽는 이유는 뭘까. 경향신문은 25건의 사인 미상 혹은 돌연사 사례를 취재했다. 이 중 21건은 장시간 노동, 열악한 근무환경이 원인으로 추정됐다.



숨진 이주노동자, 3명 중 1명은 ‘원인 모름’
가혹한 노동, 그 끝이 죽음이어도 침묵당하는 이주노동자들

플라스틱 용기 만드는 회사에서
10년간 일한 필리핀 출신 제이
과로사 정황에도 사인 언급 못해


노동부는 근무표 제출 권한 없고
해당국 공관은 ‘외교 문제’ 우려


일용직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숨져도 발견 늦어 규명 어렵고
사업주는 산재 얘기 나오면 ‘냉담’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병원을 찾았다. “아주대로 가야 해요.” 삼블라세노 제이(47)가 회사 동료에게 말했다. 운전대를 잡은 동료는 의아해했다.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한림대 성심병원을 놔두고 아주대병원이라니. 아주대병원은 회사에서 10㎞나 떨어진 터여서 차로 20분은 가야 했다.


제이는 미등록 체류 상태이기에 건강보험이 없었다. 지난 1월 초 대학병원 응급실에 들어간 지 하룻밤 만에 숨진 방글라데시 미등록 이주민에게 1777만원이 청구된 일을 떠올렸을 것이다. 아주대병원은 종교기관과 협약을 맺어 미등록 이주민들을 저렴하게 진료한다.


지난 1월20일, 제이는 아침 출근 직후 가슴에 통증을 느꼈다. 동료들이 눈치챌 정도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병원은 가지 않고 견뎠다. 지인들은 “당일 진료를 예약하기도, 일을 미루기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했다.


응급실에 도착한 동료가 앞장서 입원 수속을 밟았다. 제이도 뒤따라 들어갔다. 통증이 시작된 지 12시간이 지난 때였다. 하지만 병상에 누워보지도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심폐소생술도 소용없었다. 의사는 다음날 오전 1시10분 사망선고를 내렸다. 사인은 ‘심근경색 의증’, 심근경색이 의심된다는 뜻이다.


경향신문은 낯선 땅에서 원인불명의 죽음에 이른 이주민 노동자 25명을 추적했다. 신체 건장한 이들이 한국에 온 지 몇년 만에 망가져 까닭 모르게 스러지는 이유는 뭘까. 가혹한 노동을 용인하고 구조화하는 제도와 관행, 사인을 규명하기 어려운 여건이 이유로 꼽힌다. 한때 내국인이 일하다 다치고 숨지던 작업장을 이어받은 이주노동자들이 위험에 노출된 채 고된 노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필리핀 이주노동자 삼블라세노 제이의 지인들이 지난 2월10일 경기 수원시의 화장장에서 제이의 마지막을 지켜보고 있다. 코로나19로 그의 아내는 입국하지 못했다. 아내는 “오늘 하루 어땠냐고 물으면 제이는 늘 피곤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죽음을 캐묻지 못하는 이유


“갑작스럽게 떠난 이유를 온전하게 알지 못하지만…시크하지만 사려 깊던 마음을 우리는 떠나고 나서 기억하게 됩니다.” 지난 2월10일 오후 3시, 경기 수원시의 한 성당. 제이의 장례미사가 열렸다. 이주민 60여명이 모였다. 추모객들은 “일도, 음악도, 농구도 열심히 했던” 제이의 생전 모습을 영상으로 지켜봤다.


필리핀 선교사 갈랑 존스(56)가 휴대전화에서 화상 회의 앱을 켜 영안실과 화장장, 장례미사가 열린 성당을 차례로 비췄다. 유족과 지인들은 비대면으로 장례식을 지켜봤다. 필리핀에 있던 제이의 부인은 입국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이 나와 임시 입국 비자를 받지 못했다.


유족을 대신해 화장을 치르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병원은 ‘영문’ 사망진단서를 발급했는데 화장장에선 ‘국문’ 사망진단서만 받는다고 했다.


유골 송환 시 필요한 증명서를 요청했더니 ‘장례식장→응급실 원무과→응급실 간호과→상담센터’ 순으로 답변을 떠넘겼다. 제이는 2월28일 필리핀으로 돌아갔다.


제이는 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했다. 회사는 제몫 이상을 해내는 제이를 신임했다. 다른 회사 기계까지 고쳐줄 정도로 숙련이 쌓였다. 그의 아내는 “제이가 보통 오전 7시 출근해 오후 7시까지 근무했다. 오늘 하루 어땠냐고 물으면 늘 피곤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토요일 출근도 잦았다. 오후 9~10시에 퇴근하는 날도 많았다. 고용노동부의 과로 인정 기준(발병 전 12주간 평균 주 60시간 초과 근무)에 비춰보면, ‘과로’와 제이의 사망 간 연관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


회사에 장례처리를 의존해야 하는 처지여서 유족과 대리인은 사인을 캐묻지 못했다. 회사는 장례비용을 전액 부담했고 유골함도 “가장 좋은 걸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회사 지원이 끊길까 과로사 이야기도 꺼낼 수 없었다. 갈랑 존스는 “도의적 책임을 지는 회사는 종종 있지만 산재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분위기가 바뀐다”고 했다.


이국 땅에서 황망한 죽음을 접한 유족은 “이미 다 지난 일”이라며 부검 없이 시신 인계를 요구하기도 한다. 방글라데시 이주민 커뮤니티를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부검 없이 장례가 치러진 이주노동자 3명의 돌연사를 확인했다. 각각 경기도의 가구 공장, 원단 공장, 플라스틱 공장 기숙사에서 숨졌다. 20대 1명, 30대 2명이었다. 평소 건장했던 이들이 잠자다 숨진 사례들이다. 사인은 알 수 없었다.



죽음에 침묵하는 이들


죽음 이후를 챙기는 것은 주로 이주민 커뮤니티다. 페이스북이나 텔레그램에는 발견 당시의 주검 사진이 흑백처리돼 올라온다. 사진에 ‘R.I.P’(Rest In Peace·고이 잠들기를)가 워터마크처럼 찍혀 있다. 이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사망을 알리며 모금을 진행한다.


캄보디아에서 온 싸으(28·가명)는 지난해 2월4일 비닐하우스 안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숙소에서 자다가 숨졌다. 그는 경기 여주시 버섯농장에서 일했다. 싸으의 페이스북에는 사망하기 한 달 전 함박눈을 맞으며 즐거워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지인들은 “건강에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하루 9시간 일하고, 한 달에 이틀 쉬었다. 일이 없을 땐 다른 농장으로 보내졌다. 그곳에선 하루 10시간씩 일했다. 손에 쥔 돈은 한 달에 130만~140만원.


사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농장주는 언급을 꺼렸다. 지난해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중 12명의 죽음이 ‘사인 미상’으로 처리됐다. 2020년에는 19명의 사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주한 베트남 자선 봉사단(이하 봉사단)은 지난해 1월부터 이달까지 숨진 베트남 이주노동자 9명의 장례를 치렀다. 6명이 사인 미상이었다. 최근에는 르엉(36·가명)의 시신을 본국으로 보냈다. 르엉은 지난 2월3일 경기 광주시의 공장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입김이 서릴 정도”로 실내가 추웠다. 시신 옆에는 먹다 남은 베트남식 고기 요리가 차갑게 굳어 있었다. 봉사단은 “평소 난방이 제대로 가동됐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국에 있는 해당국 공관은 외교 문제로 번질까 조심스러워한다. 경향신문이 26개국의 주한 대사관에 공문을 보내 사망통계를 요청했으나 4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대사관들은 “개인정보여서 밝히기 어렵다”거나 “본국 외교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며 응하지 않았다. 고용허가제 쿼터도 걸림돌이다. 섹알 마문 이주노조 부위원장은 “한국 정부에 항의했다가 쿼터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한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스리랑카, 필리핀 등 16개국 이주노동자의 입국을 허가한다. 지난해 쿼터는 5만2000명으로, 쿼터 안에서 나라별 인원이 정해진다. 이주민들도 자국의 일자리가 줄어들까봐 문제제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주민 지원단체들은 주로 사고 산업재해를 다루느라 원인 미상의 죽음까지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다. 이주단체 활동가들은 “돌연사를 접하더라도 깊게 들여다보지 못한다”고 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2021년 전체 중대재해 분석 결과’를 보면, 2021년 670건의 중대재해 중 이주노동자 비율은 11%가 넘었다. 국내 임금 노동자 중 이주노동자 비율이 약 4%이니 이주노동자의 산재 비율은 내국인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사업주의 ‘비협조’도 난관이다. 김이찬 ‘지구인의 정류장’ 소장은 “돌연사는 사업주가 딱 막아서면 접근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산재 심사에서 과로사로 인정받으려면 사망 전 근무시간 확인이 중요하다. 하지만 농어촌이나 소규모 사업장은 노동시간을 꼼꼼하게 기록하지 않는다. 노동부 근로감독관은 근무표 제출을 강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 각국 대사관에서 요구해도 “근무기록을 제출하지 않고 버티는 업체가 많다”(정해명 노무법인 상상 노무사)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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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바깥의 죽음


몽골인 벌어르마(47)는 지난해 8월7일 한국을 찾았다. 동생 둘거(35·가명)가 갑작스럽게 숨진 이유를 직접 밝혀내려 입국했다. 한국에 있는 먼 친척, 통역사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둘거는 지난해 6월8일, 몽골에 있는 조카와 마지막 영상통화를 한 뒤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지난해 6월29일 오전 10시7분쯤 충북 음성 혁신도시 외곽의 한 원룸에서 그의 시신을 찾아냈다. 주변에 카센터와 편의점 하나뿐인 외진 동네였다. 사체검안서에는 ‘부패상태 있음’ ‘구더기 활동 있음’이라고 쓰여 있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죽음은 발견도 더디다. 일용직 일자리를 옮겨다니는 경우가 많아 며칠 얼굴을 비치지 않아도 챙겨줄 동료가 없는 탓이다. 방치된 시신은 부패한다. 사인이 ‘미상’으로 남겨질 가능성 또한 커진다.


하루 12시간 근무…“3D가 아니라 4D죠, 죽도록 일했으니까요”

‘고용허가제’ 기간 제한에 발목
한국인 기피 일, 장시간 혹사
‘주 60시간 근로’ 내국인의 2배


뇌경색 판정받은 필리핀 마그노
일하다 쓰러진 뒤 반신불수 돼


“근골격계 질환, 산재 접근 안 돼”
작년 질병 산재 신청 이주노동자
전체 신청자의 1.5%에 불과해



둘거는 인력사무소의 소개를 받아 비닐하우스 조립하는 일을 해왔다. 부검 결과는 ‘사인 미상’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패로 인해 외상이나 질병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유족이 곁에 없으니 죽음의 원인, 보상의 실마리가 될 유품도 관리되지 않는다. 둘거는 가족과 통화할 때마다 임금이 체불됐다고 호소했다. 장례 과정에서 둘거의 근무일지가 담긴 수첩이 사라졌다. 임금체불 정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였다. 벌어르마는 이달 초 1200만원가량의 임금체불 의혹을 조사해달라며 죽은 동생 대신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다.


비자를 받았더라도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에서 일하다 몸이 상하는 이들 또한 적지 않다. 지난 2월7일 오후 8시30분쯤 까오(29·가명)가 퇴근해 집으로 돌아왔다. 생후 3개월 된 아이와 인사를 나누고 쓰러지듯 잠들었다.


베트남에서 온 까오는 지난해 숙련기능인력비자를 취득해 전남의 한 공장에 다녔다. 이날까지 24일간 주말 없이 하루 12시간씩 일했다. 최소 주당 84시간이다. 주야간을 일주일씩 번갈아가며 일한 탓에 생체리듬도 깨졌다.


다음날 오전 4시20분, 아내가 잠에서 깬 아이를 달래다 ‘켁켁’ 소리를 들었다. 까오가 가쁜 숨을 내쉬었다.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깨어나지 못했다.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인은 ‘불명’이다.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과로의 흔적은 임금명세서에도 선명했다. 까오의 지난해 연말 급여지급명세서에는 주간연장수당 9일, 야간연장수당과 심야수당이 각각 12일씩 붙었다. 여기에 100만원이 넘는 ‘생산력 증진수당’이 추가됐다. 추가 노동시간을 감추려 사업주가 생산력 증진수당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시간 단축이 제도화됐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장시간 노동 구조에 갇혀 있다. 이주노동자 중 주 60시간 일하는 비율(29.8%)은 내국인(14.7%)에 비해 2배가 넘는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주노동자 건강불평등 보고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이나 농어촌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다. 상시근무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은 주 52시간, 연장근로제한 등에서 예외가 적용된다. 한 작업장에서 50명 넘게 일하지만 ‘5인 미만’ 하청회사로 쪼개는 편법도 동원된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지난해 1월 내놓은 ‘한국 이주노동자 실태와 고용허가제의 현황’을 보면, 직원이 ‘10~29명’인 근무지가 35.8%로 가장 많았고 ‘5~9명’(22.2%), ‘4명 이하’(13.1%) 순이었다. 까오가 머문 지역에선 4곳 중 1곳(24.7%)이 5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필리핀 이주노동자 마그노(왼쪽)가 지난 19일 경기 포천시의 숙소에서 부인과 사진촬영에 응했다. 마그노는 폐플라스틱 공장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해왔다. 2020년 일하다 쓰러진 뒤 뇌경색으로 왼쪽 몸을 절반만 쓸 수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슬로 데스’의 경로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이주노동자는 건강을 입증해야 한다. 신체검사는 물론 악력·배근력 측정까지 받는다. 평균 연령은 2020년 기준으로 27.8세, 별로 아프지 않을 나이다. ‘튼튼한 몸’으로 입국했지만 귀국이 다가올수록 그들의 몸은 망가져간다. 미국의 의료 인류학자인 세스 홈스는 이주노동자의 건강 악화를 ‘슬로 데스(Slow death·서서히 죽어간다)’로 정의했다.


마그노(42)는 8년 전 필리핀에서 왔다. 경기 포천시의 폐플라스틱 공장에서 줄곧 일했다. 이주노동자 4명이 함께 일했다. 평일에는 하루 12시간 노동했다. 토요일 근무도 많았고, 한 달 꼬박 일할 때도 있었다. 평균 근무시간이 주당 70시간을 넘었다. 사장은 미등록 신분인 마그노에게 급여명세서 없이 월급을 줬다.


“3D(Difficult·Dirty·Dangerous,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가 아니라 4D예요. 죽도록(Deadly) 일했으니까요.” 마그노가 말했다. 매일 폐플라스틱 5t을 삽으로 퍼나르고 저어 녹였다. 겨울에는 폐플라스틱이 딱딱해져 힘이 더 든다. “폐플라스틱을 녹일 때 나오는 증기를 마셨더니 눈에까지 염증이 나타나더라고요.” 공업용 마스크도 없이 일했다. 공장에 딸린 기숙사에서 밥먹을 땐 “플라스틱 씹는 맛이 났다”. 2020년 12월19일 오전, 폐플라스틱을 옮기다 쓰러진 뒤 다리를 움직이지 못했다. 뇌경색이 왔다. 현재 왼쪽 몸을 50%만 쓸 수 있다. 지난해 2월 산재 신청을 했지만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필리핀 이주노동자 마그노가 지난 19일 경기 포천시의 숙소에서 방문객을 위해 커피를 타고 있다. 그는 뇌경색이 발병한 뒤 거동이 불편하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이주민의 ‘질병 산재’는 통계에 잘 잡히지 않는다. 아프지 않아서가 아니다. 권동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노무사는 “과로사나 근골격계 질환은 정보 부족 등으로 산재에 접근 자체가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루 6시간 넘게 쪼그려 앉은 채 반복 작업을 하다가 몸을 다치고도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귀국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주민의 낮은 질병 산재 접근성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질병 산재 신청을 한 이주노동자는 371명으로 전체 신청자(2만4500명)의 1.5%였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13명뿐이었다. 지난 5년간(2017~2021년) 과로사로 산재를 신청한 외국인은 연평균 27명에 불과했다.



지난달 27일 경기 의정부시 녹양동 성당 구내 이주노동자 지원센터를 찾은 마그노가 아내의 부축을 받아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아픈 몸’은 누구의 책임인가


일부 한국 주재 공관이나 사업주들은 이주민의 돌연사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곤 한다. “값싼 소주와 삼겹살을 먹고 퇴근한 뒤에도 게임을 하느라 쉬지 못한 탓”이라는 식이다. 장시간 노동도 “돈 벌 욕심에 스스로 몸을 축낸 까닭”이라고 한다. 연교차가 심한 기후도 돌연사의 원인으로 꼽는다. 이들이 가혹한 초과노동으로 내몰리는 구조는 주목받지 못한다.


이주노동자의 ‘낯선 죽음’은 ‘노동 구조’와 관련이 크다. 고용허가제는 과로 노동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면 4년10개월씩 두 번, 최장 9년8개월 일한다. 체류 기간이 제한된 만큼 있는 동안 최대한 벌려는 욕구가 작동한다.


섹알 마문 부위원장은 “사업주 눈치도 봐야 하고 기간 제한이 있으니 있을 때만큼은 죽도록 달린다”고 말했다. 지난 2월13일 충북 음성의 전자부품 공장에 다니다 숨진 후세인(33·가명)은 ‘주 100시간’ 일했다. 일과 시간에 13시간 근무하고, 퇴근 이후에는 빵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사업주의 부당 노동행위가 발생해도 사업장 변경은 극히 제한적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영세 사업장은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장기간 확보해야 한다”며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제한 조항이 합리적이라고 결정했다.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 이주노동자가 참고 견뎌야 한다는 결론”(정진아 법률사무소 생명 변호사)이었다.


등록 이주노동자마저 꺼리는 저임금·장시간 사업장은 제도 바깥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채운다. 불안정한 신분 탓에 사업주가 무리한 요구를 해도 저항하기 어렵다. 급여가 적으니 퇴근 이후나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한다. 멀쩡한 몸이라도 상하기 쉽다. 코로나19로 일손이 부족해지자 이주민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이 다소 올라갔지만, 일도 그만큼 더 힘들어졌다. 사람이 부족하니 5일 걸리던 일을 3~4일에 끝내려는 농장이나 사업장이 늘었다.
노동조건이 나쁜 사업장들은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노력 대신 ‘노동 피라미드’의 밑바닥에 있는 이주노동자를 갈아넣는 방식으로 버틴다. 사업주들은 “일할 사람이 없다”며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을 묵인해줄 것을 공공연히 요청하고, 당국도 이를 묵인한다. 지난해 7월에는 택배 상하차 업무에 이주민들의 고용을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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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가 ‘질 낮은 일자리’를 메우는 것일 뿐,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구조가 아니다. “과거 내국인이 다치고 죽어가던 일자리를 이주노동자가 채우고 있는 셈”(이보은 웅상노동인권연대 활동가)이다. 농장에서 일하기로 하고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이 작업장을 이탈해 조건이 나은 제조업 공장 등으로 옮겨가는 사례들은 이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내는 장면이다.


“가끔씩 기숙사에서 울어요.” 하산(28·가명)이 말했다. “기계도 고장나면 수리하는데 사람은 고장나도 고쳐주질 않아요.” 하산은 전북의 한 석재공장에서 일한다. 20㎏이 넘는 돌덩이를 하루 1000개 이상 손으로 나르는 고된 작업이다. 짐대(팰릿)와 지게차 사이를 오가며 무릎·허리를 구부렸다 폈다를 종일 반복한다. 관절이 욱신거리면 파스로 버틴다. 야근에 주말근무까지 하니 병원 갈 틈이 없다. “이곳의 이주노동자 70~80%가 일자리를 옮기고 싶어한다”(김호철 성요셉 노동자의집 사무국장). 이주노동자들이 비운 자리는 다른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채운다.


■기획취재팀 배문규·김원진·최민지(스포트라이트부) 이두리(스포츠부)

Tuesday, March 29, 2022

[북앤북 콘서트] 2022년, 중국 사회는 어디로 가는가? – 동북아시아 센터

[북앤북 콘서트] 2022년, 중국 사회는 어디로 가는가? – 동북아시아 센터

[북앤북 콘서트] 2022년, 중국 사회는 어디로 가는가?

Published by editor on 2022년 3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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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최근 중국 사회의 변동을 바라보는 이해와 인식은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 변곡점에 도달해가는 것 같습니다. 중국 사회가 갖는 매력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문화갈등이 빈번하고 반중 정서가 높아지면서 중국에 대한 이야기만 나와도 알러지적 반응이 상당합니다. 미디어와 온라인을 통해서 보여지는 중국의 이미지는 이해불가능하고 소통불가능한 모습만은 더욱 재생산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현재 한국 사회를 포함한 전세계는 중국 사회를 온전히 이해하는 ‘차이나 리터러시'(China Literacy)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중국 공산당과 국가의 엘리트 정치에 대한 관심과 실용·실리주의적 접근뿐만 아니라, 한국 및 세계와 연동하는 관점에서 중국의 복합적인 변화를 종합적·체계적으로 이해하고 한국적 시각의 재정립을 되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동북아시아센터는 최근 중국 사회의 복합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여섯 권의 책의 저자·번역자와 관련 연구자들을 모시고 북앤북 콘서트를 개최합니다. 중국 사회와 중국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와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중국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를 심도깊게 논의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국가와 공산당으로만 환원되지 않는 중국 사회의 복합성을 이해하고 상호 참조와 성찰의 계기를 마련하는데 기여해보고자 합니다.

저역서 목록

박민희. 2021. 『중국 딜레마: 위대함과 위태로움 사이에서, 시진핑 시대 열전』. 한겨레출판사.
조문영·류연미·김수아·이응철·유빙·양승훈·채석진·김기호·우자한·한선영·문경연·펑진니·이보고. 2021. 『문턱의 청년들: 한국과 중국, 마주침의 현장』. 책과함께.
백원담 엮음, 장정아·천신싱·베리 사우트먼·옌하이롱·백지운·샹뱌오·천광싱·웡익모 지음, 연광석·박석진 옮김. 2021. 『중국과 비(非)중국 그리고 인터 차이나: 타이완과 홍콩 다시보기』. 진인진.
훙호펑 지음, 하남석 옮김. 2021. 『차이나 붐: 왜 중국은 세계를 지배할 수 없는가』. 글항아리.
제니 챈·마크 셀던·푼 응아이 지음, 정규식·윤종석·하남석·홍명교 옮김. 2021. 『아이폰을 위해 죽다: 애플, 폭스콘, 그리고 중국 노동자의 삶』. 나름북스.
홍명교. 2021.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 베이징에서 마주친 젊은 저항자들』. 빨간소금.



2022년 2월 4일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2022년, 중국사회는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동북아시아센터가 주최한 북앤북 콘서트가 열렸다. 『문턱의 청년들: 한국과 중국, 마주침의 현장』, 『아이폰을 위해 죽다』,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 베이징에서 마주친 젊은 저항자들』, 『중국과 비중국 그리고 인터 차이나: 타이완과 홍콩 다시보기』, 『차이나 붐: 왜 중국은 세계를 지배할 수 없는가』, 『중국 딜레마』 등 6권의 저역서를 중심이 되었다. 총 8명의 연구자, 언론인, 활동가들은 시진핑 시대의 중국, 코로나 시대의 중국, 중국식 자본주의 모델, 한국과 중국의 사회운동, 홍콩의 저항, 마지막으로 ‘국가’라는 이름에 담기지 않는 청년들을 주제로 심도 있는 발표를 제공하고 서로의 연구, 그리고 앞으로의 중국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위대함과 위태로움 사이”에 선 중국이 처한 딜레마에 대해, 한겨레신문 박민희 기자는 2007~2013년 ‘기로에 서 있던 중국’을 취재했던 경험과 2013년 이후 중국의 변화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시도로 『중국 딜레마』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저자는 ‘혐중, 반중, 친중’을 넘어 중국이 이른바 ‘사회주의적 자본주의’라는 길을 택한 의도에 대해 생각해보고, 중국과 중국인들을 단순히 ‘권력과 돈에 영합하는 단일한 목소리’로 획일화 하는 대신 그들에게서 억압, 감시, 발전, 저항과 변화의 가능성을 사유해볼 것을 제안한다. 비약적 경제발전과 노동자들의 잇다른 자살, 인민의 효과적 동원과 또 다른 ‘문혁’에의 두려움, ‘하나의 중국’과 위구르, 홍콩 등의 저항 등 분명 갈림길에 서있는 중국을 다시 읽어내려는 저자의 진중함이 엿보였다.

이미 『포스트 코로나 사회』, 『중국의 코로나19 대응과 신지식』을 공저한 바 있는 박철현 교수는 코로나 전후 중국 사회의 ‘스마트’ 관리와 그것이 가진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미 2000년대 초부터 ‘격자망화 관리’를 시작해온 중국은 코로나 이후 거의 모든 인민의 건강정보를 수집, 분석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격자망화 방역관리 플랫폼’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혁개방 이후 광동지방을 시작으로 국가주도의 ‘사회관리’가 아닌 민간주도 사회참여인 ‘사회치리’의 가능성이 꿈틀대고 있던 가운데, 국가가 모든 개인의 건강/방역정보를 수집하는 코로나19의 대응은 사회치리의 후퇴와 사회관리의 전면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사유할 필요가 있다.

한성대학교 박우 교수는 최근 중국이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빅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사회 건설 사업에서 ‘시민성’의 가능성을 훑었다. 토지, 노동, 자본, 기술 등에 이어 데이터가 새로운 ‘생산수단’으로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가운데, 그렇다면 데이터는 사(私)적 소유인가 사(社)적 소유인가? 정부가 수집한 데이터를 민간에서 사용할 때, 민간이 수집한 데이터를 국가가 사용할 때 소유권의 문제는 어떻게 되는가? 나아가, 데이터를 통해 창출된 부는 기존의 사회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될 것인지 오히려 증폭시키는 기제가 될지, 개인 단위에서는 수집, 관리가 힘든 빅데이터를 두고 국가, 기업과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는 개인이 등장할 수 있을까? 앞으로 디지털 사회의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할 중국에 박우 교수가 묻는 ‘디지털 시민성’은 시의성이 분명하다.

번역된 제목은 『차이나 붐: 왜 중국은 세계를 지배할 수 없는가』지만 원제는 『중국의 자본주의적 발전의 역사: 농민들 등쳐서 월스트리트 배불리기』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미국식 자본주의의 대항마로 급부상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일찍이 ‘중국몽’을 심어주는 등 그야말로 ‘기대주’가 되었다. 그러나 저자 훙호펑에 따르면 중국은 다른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과 차이가 없으며, 세계적 경제 모순을 해결할 실마리가 아니라 오히려 그 토대다. 역자가 고백하는 이 책의 아쉬움은 2016년에 처음 출간된 만큼 트럼프 집권 이후 미중 패권갈등의 얘기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미중 패권갈등이 그 어느때보다도 최고조에 다다른 지금, 그 이후의 날카로운 비판을 보고 싶다면 얼른 역자인 서울시립대학교 하남석 교수에게 메일을 보내보자.

앞선 저역자들이 다뤘던 중국식 자본주의 모델의 맹점에 대해, 『아이폰을 위해 죽다』는 선전 폭스콘 노동자들의 연쇄자살과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공역자인 성공회대학교 정규식 교수는 폭스콘은 애플로 대표되는 초국적 자본주의 기업들의 생산공장을 맡으며 중국의 농민공들을 순식간에 끌어들이고 몸집을 키웠지만, 공장의 노동자들은 그들이 손에 쥐고 조립하는 하나의 ‘부품’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나사 하나 떨어진다고 누군가 관심을 주지 않듯, 폭스콘 공장의 노동자들이 뛰어내려도 쉽사리 관심을 끌 수 없다. 중국 정부는 공동부유를 외치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쇠처럼 차가운 공장에 더 이상 남아있을 수도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이들에게서 연대와 저항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찾기 위해, 플랫폼C의 운동가이자 활동가인 『한ㆍ중 민중운동 국제연대의 (불)가능성』의 저자 홍명교는 중국을 찾았다. 오랜 기간 한국에서 노동운동에 참여하고 다양한 캠페인을 벌여온 저자는, 생산의 외주화로 인한 노동운동의 한계를 몸으로 느낀 후 세계의 생산공장, 중국을 찾기로 다짐했다. 그는 중국 노동운동가들을 직접 만나고, 현장과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한ㆍ중 민중운동 연대의 (불)가능성 조건을 사유했다. 당장은 반중정서의 고조화, 식민지시기와 냉전시기의 각기 다른 경험들, 한국 노동운동이 국제연대에 눈을 돌리지 않는 현실 등으로 인해 불가능성의 조건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결국 자본주의적 질서 아래 노동자들의 저항과 쟁투는 그 본질상 같으며, 자본주의 기업들, GVC 등은 세계를 무대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 만큼 노동자들의 연대도 이제는 무대를 확장해야 할 듯하다.

홍콩은 여전히 뜨겁다. 하지만 앞으로 홍콩에서의 연구와 조사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제 저항은 전면에 나서기보다 ‘지하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비중국 그리고 인터 차이나: 타이완과 홍콩 다시보기』의 공저자인 인천대학교 장정아 교수는 한국과 대만, 홍콩, 영국의 필자들이 인터-차이나, 더 나아가 인터-아시아적 시야에서 중국과 홍콩의 모순을 중층적으로 드러내고, 대만-홍콩의 문제를 아시아 권역적 견지에서 재맥락화하고자 시도했다. 저자들은 시민권, 민주정치, 지도부 없는 저항의 한계 등을 묻는 가운데 ‘로컬 커뮤니티에서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즉, 국민국가에 대항하는 ‘홍콩성’을 본질화하기보다, 국민국가에 쉽게 포섭되지 않는 지역’들’의 연대 가능성과 그 의미, 그리고 홍콩을 포함한 각 지역들의 의미를 새롭게 물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중국’을 물었을 때, 오성홍기와 넓은 대륙, 공산당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만 그 속에서 몸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중국 ‘사람들’을 그려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연세대학교 조문영 교수의 문제의식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우리가 중국을 ‘그런’ 방식으로 떠올리는 것은 당연하다거나 우연적이기보다, 해명되어야 할 하나의 ‘사건’이다. 중국과 관려해 떠오르는 많은 이미지들 가운데, 우리는 무엇과 연결되고 무엇과 연결되지 않을 것인가? 이미 『민간중국』의 기획과 공저를 통해 중국 ‘(인)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저자는 『문턱의 청년들: 한국과 중국, 마주침의 현장』에서 ‘분노’, ‘이대남/이대녀’, ‘혐오’, ‘페미니즘’등의 주제를 통해 한국과 중국이 상상되던 기존의 방식을 새롭게 배치하고 ‘마주침’을 통해 중국을 단순히 관망하는 시선에서 벗어나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되기를 제안한다. “2022년, 중국사회는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질문은 “(중국과) 우리를 어디로 가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다름 아니다.

글 | 김종훈(동북아시아센터 연구보조원)

중국 후지식청년시대 공공지식인의 등장 – 다른백년

중국 후지식청년시대 공공지식인의 등장 – 다른백년



기획칼럼
김유익의 [중국 신향촌건설]
중국 후지식청년시대 공공지식인의 등장

서평: 광저우 책갈피(3)김유익 2021.07.01 0 COMMENTS


블링컨이 양제츠를 바라보며 전세계에 선언했다. “차이나는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악당이야.” 그런 속보이는 연기가 아니라, 진솔하게 덩치 큰 오랜 이웃에게 묻고 싶다. 새로운 ‘중화문명’은 어떻게 홍콩과 신장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가 ? 한·중 양국 간에 중화주의를 넘어선 공정한 관계 맺기가 가능할까?방법으로서의 자기 – 샹뱌오와의 대화

한때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학자들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던 ‘공공지식인’이라 불리던 일군의 학자들이 중국에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젊은 시절 하방을 경험한 ‘지식청년세대’로 불린다. 시진핑도 이들 세대에 속한다. 대표격인 신좌파 지식인 왕후이汪暉는 “중국사회주의와 근대성 문제”를 한국의 창비에서 중국보다 2년 먼저 발표했다. 굴기한 대국의 자의식이 커지는만큼 옛 친구들에 대한 관심은 줄어든 탓인지, 아니면 자국내 검열의 강화탓인지, 지식인들의 왕래가 드물어졌다. 우선 중국내 목소리가 작아진 것을 보면 후자의 이유가 더 큰 것 같다. 이제 대화의 상대가 사라진 것일까?

중국의 스타문화인 쉬즐유엔이 후지식청년세대를 대표할 새로운 공공지식인으로 샹뱌오를 불러냈다. 2019년 자신이 진행하는 인터뷰 프로그램 ‘13야오十三邀’에 초청한 것이 우선 세간의 화제가 됐다. 동시에 기획된 대담집이 작년에 출간된 <방법으로서의 자기>이다.

“13야오 샹뱌오 인터뷰 동영상”

https://v.qq.com/x/cover/mzc00200c5sxk4p/o3026pze76s.html

제목으로부터 아시아의 근대성을 선구적으로 규명하고자 노력했던 일본의 루쉰연구자 다케우치 요시미의 <방법으로서의 아시아>에서 시작하는 일련의 책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 책은 매우 평이한 언어로 기술돼 있다. 학부 2학년부터 6년간 작성한 민족지를 기초로한 석사논문 <경계를 넘나드는 커뮤니티 – 베이징‘저쟝촌’의 생활사>가 단박에 중국인문학의 고전이 돼, 베이징 대학의 천재로 불리던 현 옥스포드대학 인류학과 교수 샹뱌오는 대중과 소통할 때 난해한 현대 서구이론을 직접 사용하는 것을 꺼린다.

이 책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향신鄉紳‘의 관점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주어진 교조적 논리가 아니라 자기의 부근에 존재하는 문제에 개입해, 생활의 맛이 우러나는 언어로 독립적인 서사를 만든다. 그로부터 출발해 세계에 대한 비젼을 그려낸다. 글로 쓰는 대신 대담 방식을 사용한 것도, 이렇게 명료해진 개념만이 자신의 목소리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샹뱌오의 석사논문이 유명해진 것은 관점의 전환때문만은 아니다. 샹뱌오가 6년간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직접 개입하며, 세심히 기록하고 분석한 것은, 철옹성처럼 보이는 중국의 국가 시스템의 구멍을 비집고, 중국의 유동하는 ‘민간’이 만들어낸 역동성있는 소사회였기 때문이다. ‘민간의 자치와 결집‘이라는 근사한 명제만으로는 담기 부족한 날것의 생명력이 느껴지는데다, 전통적 인간관계에서 진화한 것이라는 ‘희망’이 보인다. 하지만, 몇년전 출간된 개정증보판에 추가된 서문에는 중국 사회의 규범화, 제도화가 이미 근대적 위생의 관념으로 이 미생물적 사회를 정리해버렸다는 암울한 보고가 추가돼 있다. 이것은 국가와 자본의 동학의 결과이지만, 목적론적으로 해석하기 보다는 근대화의 귀결로 보는 것이 더 공정할듯 하다. 전가의 보도처럼 신자유주의나 전체주의의 유령을 소환할 때마다, 모든 서사의 디테일이 사라지고, 비극적 허무주의 아니면 공허한 혁명의 구호만이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담집 어찌보면 산만해 보이는데다 구멍이 뻥뚫려 있다. 80년대 중국 전역은 개혁개방의 ‘문화열’로 온 나라가 들떠있었다. 80년대 후반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그렇게 술회하는 그의 대학생활은 92년 시작되는 캠퍼스 생활에 앞선 일년간의 병영 군사훈련으로 이어지는데, 중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홍콩문제도 입질이 오기에 낚싯대를 당기니 빈바늘만 딸려온다. 책에 인용된 과거의 글들을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보고 나서야 무릎을 쳤다. ‘Occupy Central 센트럴 점령’당시 홍콩을 근거리에서 관찰하던 그는 중국내의 음모론적 관점을 비판하고, 천안문사태의 후과가 홍콩사태의 한 원인이 됐음을 밝히는 동시에, 두 체제의 복잡하고 모순적인 중층적 역사를 근거로, 홍콩시민들의 급진적 요구도 자제를 당부한다.

“홍콩 대중운동의 민주화 요구와 정당정치”

http://platformc.kr/2019/09/%ed%99%8d%ec%bd%a9-%eb%8c%80%ec%a4%91%ec%9a%b4%eb%8f%99%ec%9d%98-%eb%af%bc%ec%a3%bc%ed%99%94-%ec%9a%94%ea%b5%ac%ec%99%80-%ec%a0%95%eb%8b%b9%ec%a0%95%ec%b9%98/

비록 그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연구대상인 동시에 스스로 유동하는 경계인인 그의 자리가 지금은 꽉 막혀버린 중국의 안팎을 연결할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둔다. 정치경제학과 문사철에 기반한 하나의 대서사에 익숙하던 선배들과 달리, 인류학자인 그는 생활속의 수많은 작은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묘사하는 것에서 출발할 것을 제안하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탈출구 없는 초경쟁사회가 된 중국에서, 그는 개인과 국가만 존재하는 가운데 중간이 되는 사회 ‘부근’이 사라진 것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인식한다. 이것을 우리 식으로 풀자면 곁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는 마을공동체이고, 조선의 선비에 해당하는 향신은 마을의 어른이다. 동아시아 인류학자들의 관점이 모이는 지점에서 다시 대화가 재개될 것이다.



*이 글의 축약본이 경향신문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경향신문의 허락을 얻어, 다른백년에도 옮깁니다.



김유익

FEATURED
김유익
방법으로서의 자기
샹뱌오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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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익


和&同 青春草堂대표. 부지런히 쏘다니며 주로 다른 언어, 문화, 생활방식을 가진 이들을 짝지어주는 중매쟁이 역할을 하며 살고 있는 아저씨. 중국 광저우의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오래된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데 젊은이들이 함께 공부, 노동, 놀이를 통해서 어울릴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한다. 여생의 모토는 “시시한일을 즐겁게 오래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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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익의 광저우 책갈피
탈출구 없는 초경쟁사회가 된 중국…사라진 공동체·멘토를 불러내다
김유익 재중문화교류활동가
입력 : 2021.04.30

경계인이 본 중국의 민주화


샹뱌오
<방법으로서의 자기 - 샹뱌오와의 대화>

블링컨이 양제츠를 바라보며 엄숙하게 선언했다. “차이나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이야.” 그런 속보이는 연기 대신 진솔하게 덩치 큰 오랜 이웃에게 묻고 싶다. 새로운 ‘중화문명’은 어떻게 홍콩과 신장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가? 한·중 양국 간에 중화주의를 넘어선 공정한 관계 맺기가 가능할까?



한때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학자들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던 ‘공공지식인’이라 불린 학자들이 중국에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젊은 시절 하방을 경험한 ‘지식청년세대’로 불린다. 대표 격인 신좌파 지식인 왕후이는 <중국사회주의와 근대성 문제>를 창비에서 중국보다 2년 먼저 발표했다. 대국의 자의식이 커진 탓인지, 아니면 검열 강화 탓인지 소식이 뜸해졌다. 이제 대화 상대가 사라진 것일까?


중국의 스타문화인 쉬즐유엔이 후지식청년세대를 대표할 새로운 공공지식인으로 샹뱌오를 불러냈다. 2019년 자신의 인터뷰 프로그램 <13야오>에 초청한 것이 화제였다. 동시에 기획한 대담집이 작년에 출간된 <방법으로서의 자기>다.


일본의 루쉰 연구자 다케우치 요시미의 <방법으로서의 아시아>에서 시작하는 일련의 책들을 연상할 것이다. 그가 학부 2학년부터 6년간 작성한 베이징대 석사 논문 <베이징 ‘저장촌’의 생활사>는 중국 인문학의 고전이 됐다. 지금은 옥스퍼드에 있는 샹뱌오는 대중과 소통할 때 난해한 현대 서구 이론을 사용하는 것을 꺼린다. 이 책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라 할 향신(鄕紳)의 관점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자기 부근 문제에 대해 외부에서 주어진 논리가 아니라 생활의 맛이 우러나는 언어로 독립적인 서사를 만든다. 그로부터 출발해 세계에 대한 비전을 그려낸다.


그런데 대담집은 어찌 보면 산만한 데다 구멍이 뻥 뚫려 있다. 1980년대 중국은 개혁·개방의 ‘문화열’로 들떠 있었다. 1980년대 후반 고등학교 시절의 훈훈한 술회로부터 건너온 그의 대학 생활은 1991년 캠퍼스의 서늘한 분위기로 이어지는데, 중간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홍콩 문제도 입질이 오기에 낚싯대를 당기니 빈 바늘만 달려 나온다. 인용된 과거 글들을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보고 나서야 무릎을 쳤다. 2014년 센트럴 점령 당시 홍콩을 근거리에서 관찰했던 그는 중국 내 음모론적 관점을 비판하고, 톈안먼 사태의 후과가 홍콩 사태의 한 원인이 됐음을 밝히는 동시에, 두 체제의 복잡하고 모순적인 중층적 구조를 근거로, 홍콩 시민들의 급진적 요구도 자제를 당부한다.




비록 그의 바람은 꺾였지만, 유동하는 경계인인 그의 자리가 꽉 막혀버린 중국 안팎의 지식계를 연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거대 서사에 익숙하던 선배들과 달리, 인류학자인 그는 생활 속 작은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묘사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 탈출구 없는 초경쟁 사회가 된 중국에서, 그는 개인과 국가, 대자본만 존재하고, 중간이 되는 사회, 즉 ‘부근’이 사라진 것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한다. 우리식으로 풀자면 곁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는 마을공동체이고, 조선의 선비에 해당하는 향신은 마을의 어른이다. 동아시아 인류학자들의 관점이 모이는 곳에서 대화가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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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비중국 그리고 인터 차이나 - 타이완과 홍콩 다시보기 |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중국 쟁점 기획 계열 2
백원담,장정아,천신싱,베리 사우트먼,옌하이룽,백지운,샹뱌오,천광싱,웡익모 (지은이),연광석,박석진 (옮긴이)진인진2021-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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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320쪽
152*223mm (A5신)
448g
ISBN : 9788963474670

주제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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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사회과학 > 정치학/외교학/행정학 > 각국정치사정/정치사 > 중국


시리즈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중국 쟁점 기획 계열 (총 2권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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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와 1949 - 21세기 한·중‘역사다시쓰기’와‘다른 세계’
중국과 비중국 그리고 인터 차이나 - 타이완과 홍콩 다시보기


책소개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중국 쟁점 기획 계열 2권. 중국, 타이완, 홍콩 양안삼지의 현안을 인터차이나의 시각으로 새롭게 분석하고 소개한 평론서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백원담 소장이 책임편집을 맡았고, 우리나라, 타이완, 홍콩의 연구자와 활동가 9명이 작성하고 참여한 논설문 7편과 대담 2건이 수록되어 있는 연구서다.

2014년 홍콩에서 발생한 우산혁명과 타이완의 해바라기 운동으로부터 2019년 홍콩 범죄인 송환법 반대투쟁을 거쳐 2021년 국가안전법 제정까지 이르는 기간 중국대륙과 홍콩, 타이완에서 진행된 정치적 사회의 변동 양상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인터 차이나라는 다중적이고 통합적인 시각으로 해석했다.


목차


머리말 새로운 동행(同行)을 위하여 백원담 5
제1부 중국과 비(非)중국과 인터 차이나: 타이완과 홍콩 다시보기 29
제1장 '이 폐허를 응시하라':
홍콩 우산혁명과 그 이후의 갈등이 드러낸 것 장정아 31
제2장 타이완 정부의 '비중국 요인' 조절과
양대국 사이의 '신남향 정책' 천신싱/연광석 73
제3장 홍콩 본토파와 '메뚜기론':
신세기의 우익 포퓰리즘 베리 사우트먼·옌하이롱/연광석 97
제4장 탈냉전의 사상과제로서 일국양제 백지운 145
제5장 홍콩을 직면하다: 대중운동의 민주화 요구와 정당정치 샹뱌오/박석진 163
제6장 모든 것이 정치다: 2019년 홍콩 시위의 기억과 유산 장정아 205
제7장 불가능의 자리가 품은 가능성: 국가안전법 이후의 홍콩 장정아 229
제2부 대담 253
제8장 타이완과 홍콩 그리고 사상의 일대일로 백원담·천광싱 255
제9장 홍콩은 우리 한복판에도 있다 백원담·웡익모 307
출처 347


책속에서



이 책은 홍콩과 대만이라는 경계지역의 역사적 존립과 현실적 전개를 그곳에서 살아가는 대다 수 홍콩인과 대만인의 입지에서 접근해보고자 하였다. 아울러 역사적 아시아와 동시대의 아시 아를 살아가는 지역민의 입지에서도 위 문제에 접속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식민 과 냉전, 전지구화에 규정받아온 아시아적 살이의 부침 속에 역... 더보기



저자 및 역자소개
백원담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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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교 인문자율융합학부·국제문화연구학과 교수, 동아시아연구소장, 중국 상해대학문화연구학계 해외교수, 『황해문화』·『人間思想』 편집위원. 컬럼비아대학·청화대학 방문학자. 한국냉전학회·한국문화연구학회 회장 역임, 현재 한국 인문한국협의회 회장. 논저로는 『1919와 1949-21세기 한중 ‘역사 다시 쓰기’와 ‘다른 세계’』(2021), 『열전 속 냉전, 냉전 속 열전』(2017), 『신중국과 한국전쟁』(2013), 『냉전아시아의 문화풍경 Ⅰ·Ⅱ』(2008·2009), 『동아시아 문화선택 한류』(2005), 「공정성 담론과 지구적... 더보기


최근작 : <뉴 노멀을 넘어>,<1919와 1949>,<중국과 비중국 그리고 인터 차이나> … 총 15종 (모두보기)

장정아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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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국가와 국경의 의미에 관심을 가지고 중국 본토와 홍콩을 오가며 연구하고 있다. 공저서로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in Contemporary China》, 《여성연구자, 선을 넘다》, 《경독(耕讀): 중국 촌락의 쇠퇴와 재건》, 《도시로 읽는 현대중국 2》 등이 있다.


최근작 : <중국과 비중국 그리고 인터 차이나>,<민간중국>,<여성 연구자, 선을 넘다> … 총 9종 (모두보기)

천신싱 (陳信行)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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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세신(世新)대학 사회발전연구소 교수. 주요논저로는 『科技. 醫療與社會』, 『看見不潔之物:工業社會中知識權威的文化實作』, 『工人開基祖:台社勞工研究讀本』, 「全球化時代的國家、市民社會與跨國階級政治──從台灣支援中美洲工人運動的兩個案例談起」, 「My Wild Lily: A Self-Criticism from a Participant in the March 1990 Student Movement」 등이 있다.


최근작 : <중국과 비중국 그리고 인터 차이나>

베리 사우트먼 (Barry Sautman)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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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과기대학 사회과학부(Hong Ko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객좌교수, 정치학자, 변호사. 중국과 아프리카 사이의 정치, 경제, 사회적 관계 및 중국의 에스닉 정치에 관해 연구함. 주요연구로는 「Ethnic Policies: China vs US and India」, 「Self-Representation and Ethnic Minority Rights in China, in Asian Ethnicity」 등이 있다.


최근작 : <중국과 비중국 그리고 인터 차이나>

옌하이룽 (嚴海蓉)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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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공대학 응용사회학과 부교수. 사회주의와 포스트-사회주의, 도시-농촌 관계, 중국-아프리카 관계 등을 연구. 최근 저작으로 『“中国在非洲”:话语与实践』(2016, 공저) New Masters, New Servants: Migration, Development, and Women Workers in China(2008) 등이 있다.


최근작 : <중국과 비중국 그리고 인터 차이나>

백지운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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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중어중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近代性 담론을 통한 梁啓超 啓蒙思想 재고찰」(2003)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게이오대학, 베이징 칭화대학, 대만 둥하이대학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조교수이다. 『창작과비평』, 『역사비평』, 『人間思想』, 『文化硏究』, Inter-Asia Cultural Studies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아시아 탈/냉전의 관점에서 평화연구의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저작으로 「혁명원조에서 특구건설로: 시아누크빌을 통해 본 아시아 냉전의 역설」(2020), ... 더보기


최근작 : <한반도 평화번영론의 새구상>,<몽골의 체제전환과 동북아 평화지정학>,<1919와 1949> … 총 19종 (모두보기)

샹뱌오 (项飚)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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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중국 저장(浙江) 원저우(温州)에서 태어났다. 1995년에 베이징대학 사회학 과를 졸업하고 1998년에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에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사회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국 옥스퍼드대학 사회인류학 교수 및 독일 막스 플랑크 사회인류학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跨越边界的社区』(三联书店, 2000. 영문판은 2005년 Brill Academic Publisher에서 출판)(2018년 ‘중국사회 학고전’ 중 한 권으로 선정), Global “Body Shopping”(Princeto... 더보기


최근작 : <중국과 비중국 그리고 인터 차이나>

천광싱 (陳光興)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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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쟈오퉁대학(交通大學) 사회와 문화연구소 교수. 아시아태평양/문화연구실 담당자. 『대만사회연구계간 臺灣社會硏究季刊』 편집위원, Inter-Asia Cultural Stud¬ies: Movements와 『인간사상(人間思想)』의 공동 주간. 타이완 신주 칭화대학(新竹 靑華大學)에서 20년 동안 강의했으며 UC버클리, 한국 연세대, 베이징 칭화대학, 싱가 포르국립대학, 상하이대학, 링난대학 방문교수 역임. 주요 저서 『去帝國:作爲方法的亞洲』, Asia as method: towards Deimperialization, 『제국의 눈』... 더보기


최근작 : <중국과 비중국 그리고 인터 차이나>,<반일과 동아시아>,<동아시아의 비판적 지성 - 전6권> … 총 4종 (모두보기)

웡익모 (黃弈武)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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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民間人權陣線 Civil Human Rights Front 전(前) 부의장(vice convener)


최근작 : <중국과 비중국 그리고 인터 차이나>

연광석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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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대만 국립교통대학 사회문화연구소에서 ‘박현채 사상의 현대적 의의’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콜롬비아대학 인류학과 방문학자, 북한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대만 국립교통대학 국제문화연구센터 연구원,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사상의 분단》, 번역서로 《모택동 시대와 포스트 모택동 시대》, 《민주 수업》, 공역으로 《중국 신노동자의 형성》 등이 있다.


최근작 : <사상의 분단>,<전리군과의 대화> … 총 10종 (모두보기)

박석진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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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칭화대(?華大) 역사학과 박사과정




출판사 제공
책소개
중국, 타이완, 홍콩 양안삼지(兩岸三地)의 현안을 인터차이나의 시각으로 새롭게 분석하고 소개한 평론서 『중국과 비(非)중국 그리고 인터 차이나 – 타이완과 홍콩 다시보기』가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중국 쟁점 기획 계열 2권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백원담 소장이 책임편집을 맡았고, 우리나라, 타이완, 홍콩의 연구자와 활동가 9명이 작성하고 참여한 논설문 7편과 대담 2건이 수록되어 있는 연구서로서, 2014년 홍콩에서 발생한 우산혁명과 타이완의 해바라기 운동으로부터 2019년 홍콩 범죄인 송환법 반대투쟁을 거쳐 2021년 국가안전법 제정까지 이르는 기간 중국대륙과 홍콩, 타이완에서 진행된 정치적 사회의 변동 양상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인터 차이나라는 다중적이고 통합적인 시각으로 해석했습니다.
『중국과 비(非)중국 그리고 인터 차이나 – 타이완과 홍콩 다시보기』는 논설문과 대담기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논설문 7편과 대담 2건을 2개의 부(部)로 구분해서 수록했습니다.
1부 ‘중국과 비(非)중국 그리고 인터 차이나 – 타이완과 홍콩 다시보기’는 2014년 우산혁명과 해바라기운동 이후 진행된 홍콩과 타이완의 정치 사회적 변화를 소개하고 분석한 7건의 논설문입니다.
1장 「‘이 폐허를 응시하라’: 홍콩우산혁명과 그 이후의 갈등이 드러낸 것」는 인천대학교 장정아 교수의 글로서 2014년 발생한 우산혁명을 저자가 직접 현장에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생생하고 생동감있게 소개합니다. 우산혁명에서 피어난 공동체와 유토피아를 주목하면서도 그 덕목들이 훼손된 지점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고 이 지점을 새로운 희망의 실마리로 간주합니다. 이 글은 2016년 작성된 것으로 2021년 작성된 7장 보론으로 홍콩민주화에 대한 설명을 보충합니다.
2장 「타이완정부의 ‘비중국 요인’조절과 양대훅 사이의 ‘신남향 정책’」은 대만자본주의 전개의 역사궤적을 밝히는 가운데 중국공산당과 국민당의 정치경제적 관계가 대만에서 야기한 새로운 계급분화와 국족문제 또한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대만 민진당 정부의 신남향정책이 갖는 준제국인종주의 문제를 온전히 드러냅니다. 타이완 세신대학 사회발전연구소 천신싱 교수가 집필했습니다.
옌하이룽 홍콩이공대학 응용사회학과 부교수와 베리 사우트먼 홍콩과기대학 사회과학부 객좌 교수가 공동작성한 3장 「홍콩본토파와 ‘메뚜기론’: 신세기의 우익 포퓰리즘」은 메뚜기 이미지의 양산과 소비로 표출되는 반중국 정서를 소개하고 이에 내재된 홍콩신분 정체성 문제를 식민현대성과 냉전승리라는 요소로 분석합니다. 이러한 심리기제는 신세기 우익포퓰리즘의 세계적 연동관계에 있음을 생생하게 해명하고 있습니다.
백지운 서울대학교 평화통일연구소 인문한국 교수의 「탈냉전의 사상과제로서 일국양제」는 중국의 대표적 저항 지식인 왕후이 칭화대학 교수가 정리한 대만 해바라기 운동에 대한 논의에 대한 분석과 쟁론을 통해 대만과 홍콩의 문제에 대한 원만하고 올바른 해결 여부가 중국이 다음세기 세계질서를 주도할 강국으로 발전하는 관건임을 밝힙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향바오 교수의 5장 「홍콩을 직면하다: 대중운동의 민주화 요구와 정당정치」은 홍콩 우산혁명에 대한 분석으로서 기존의 홍콩시민운동이 주도해 온 중환점령과 2014년 우산혁명의 차이를 드러냅니다. 기존의 홍콩시민운동이 일국양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데 반해, 우산혁명은 홍콩정부를 향한 민주화 운동과 정당정치로 확산된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글은 홍콩사태를 1989년 중국 천안문사태와 2014년 대만 해바라기 운동과의 연계 속에서 파악합니다.
6장 「모든 것이 정치다: 2019년 홍콩 시위의 기억과 유산」는 정정아 교수의 글로서, 홍콩 범죄인송환법 반대투쟁의 생생한 실상을 소개하고, 그것이 갖는 의미와 한계기점들을 정치문제로 제기합니다.
7장 「불가능의 자리가 품은 가능성: 국가안전법 이후의 홍콩」은 1장의 보론 형식으로 2021년에 새롭게 집필되었는데, 국가보안법 통과 이후 홍콩의 근경을 펼쳐보이며 제도뿐만이 아닌 일상의 변화가 초래된 상황을 상세하게 소개합니다.
2부는 인터차이나 변혁의 현장 중심에 있었던 타이완의 원로 연구자와 홍콩의 젊은 활동가와 이루어진 대담 2건으로 구성되엇습니다.
8장 「타이완과 홍콩 그리고 사상의 일대일로」는 이 책의 책임편집자인 백원담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장이 4회에 걸쳐 타이완 자오퉁대학 사회와문화연구소 천광싱(陳光興) 교수와 함께 진행한 대담입니다. 천광싱 교수는아시아 사상문화기획의 총괄자로서 대만과 홍콩의 문제를 역사적 범주에서 바라보고 민족구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아시아 권역적인 견지에서 재맥락화할 것을 요구합니다. 해바라기운동과 우산운동의 실패원인은 담론이 아닌 실질적인 ‘식민’상태의 연속성에서 기인하며 민족국가의 틀속에서 단절된 역사서술이 아닌 양안삼지(兩岸三地)가 상호 내제적 관계속에서 수립한 새로운 역사서술을 제합니다. 또한 자본운동에 댛나 보다 능동적인 개입차원에서 제국주의적 경쟁에 복속하는 분할정치가 아닌 아시아의통일/독립이라는 입장을 바탕으로 대륙을 단위로 하는 정치상상을 주문합니다.
9장 「홍콩은 우리 한복판에도 있다」는 홍콩 백원담 소장이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陳線) 웡익모 부의장과 진행한 대담입니다. 웡 부의장은 우산운동의 단순한 지지에서 우연한 계기에 전격적으로 운동에 뛰어들어 중심적인 활동가로 변모한 경우인데, 이러한 자신의 변화와 함게 홍콩사태의 변화추이와 투쟁 목적, 다중대표성과 정치화 경로, 투쟁의 전망 등에 대한 생생한 의견을 표출합니다. 일국양제의 원칙이 홍콩의 경우에는 양제에 비해 일국의 가치가 더 강조되는 상황이나 ‘민주’보다는 ‘자유’만을 허용한 영국 통치유산에 대한 평가 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며, 홍콩 송환법반대투쟁의 목표인 보통선거와 홍콩자치실현을 둘러싼 위기감 등이 언급됩니다.

『중국과 비(非)중국 그리고 인터 차이나 – 타이완과 홍콩 다시보기』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인문학 사업 및 인문한국 사업 등의 연구과제 수행과 계간 『황해문화』 지면 게재를 통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온 중국 쟁점 기획의 일환으로 출간되었으며, 같은 기획의 1권으로 『1919와 1949 - 21세기 한.중 ‘역사다시쓰기’와 ‘다른세계’』가 있습니다.

중국, 타이완, 홍콩 양안삼지 문제를 전지구적 차원과 함께 동아시아 지역의 맥락에서 분석하고 이해하는 틀을 제공한 ‘인터차이나’ 방법론을 바탕으로 진행해 온 중국 쟁점 기획 시리즈는 중미 갈등이 첨예해지는 현재 시점에서 한반도의 운명을 슬기롭게 개척하기 위한 모색에 중요한 쟁점을 제기할 것입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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