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12, 2026

한국자본주의의 위기 - 마르크스주의적 국제 비교 분석 | 김덕민 외 |2025

한국자본주의의 위기 | 경상국립대학교 SSK 연구단 연구총서 5 | 김덕민 외 | 알라딘


한국자본주의의 위기 - 마르크스주의적 국제 비교 분석 | 경상국립대학교 SSK 연구단 연구총서 5
김덕민,박노자,정구현,김현강,한상원,김미경,정성진,안잔 차크라바티 (지은이)진인진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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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국자본주의의 위기: 마르크스주의적 국제 비교 분석』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심화되는 위기를 마르크스주의의 시각으로 조망하는 본격 학술서이다. 김덕민, 박노자 등 국내외 학자들이 집필에 참여한 이 책은, 2024년의 12.3 내란사태를 기점으로 드러난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과 위기를 구조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마르크스경제학의 현대적 의의를 재조명한다.

경상국립대학교 SSK 연구단의 장기적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이 책은, 세계적 자본주의의 위기 현상과 한국 사회의 정치·경제 구조를 비교 분석하며, 단지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대안 사회와 실천적 전망을 함께 모색한다. 마르크스주의를 배제하려는 학계 현실에 맞서, 그것이 여전히 유효한 분석틀이자 실천의 자원임을 논증하는 이 책은 학술 연구자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미래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목차

머리말 3

1부 자본주의의 역사적 경향들: 국제비교분석 19
제1장 장기 침체: 미국경제와 한국경제 비교 / 김덕민 21
제2장 마르크스 경제지표로 살펴본 1990년대 이후 한미일 경제 / 정구현 61
제3장 두-계급 구조: 미국과 한국 / 김덕민 81

2부 사회, 노동, 투쟁 99
제4장 디지털 자본주의와 디지털 노동 / 김현강 101
제5장 한국 사회와 극우주의: 연결된 쟁점들 / 한상원 137
제6장 초국적 연대로서의 5.18민주화운동: 윤한봉과 재미한인사회 / 김미경 151

3부 한국자본주의의 역사 199
제7장 한국에서 자본의 원시 축적, 1876-1960 / 정성진, 차크라바티 201


책속에서


경상국립대 SSK 연구단은 마르크스주의의 시각을 기초로 한국사회의 위기를 다각도에서 진단하고 대응책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우리는 마르크스주의 관점이 세계와 한국사회의 위기들을 연구할 수 있는 주요 관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여러 해 걸친연구를 진행해왔으며, 이 성과를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책세미나를 진행하고 있고, 시민사회 및 사회운동단체, 그리고 광범위한 학술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해 애써왔다. 마르크스주의는 우리 사회를 자본주의 생산양식에 기반한 사회로 묘사하고 있으며, 이 사회가 본질적으로 이윤율의 저하와 불평등의 심화 등 위기로의 경향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우리가 살고 있는 위기의 시대를 연구하고 분석하는 데 마르크스주의를 우회할 수 있는 길은 그리 많지 않다. 12.3 내란사태 이후 우리 사회의 위기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더 활발해질 것이고, 마르크스주의는 이에 기여할 것이다.
〈머리말〉 중에서-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김덕민 (지은이)


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부 조교수. 제라르 뒤메닐과 도미니크 레비의 《관리자본주의》, 《거대한 분기》, 《신자유주의의 위기》, 《현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번역하였고 《마르크스를 읽자》, 《대안마르크스주의》, 《아담의 오류》 등을 번역하였다. 대표 논문으로 〈The Stochastic Model of Technical Change and Profit Rates: Korean Economy〉(Review of Radical Political Economics, 2023)가 있다.

최근작 : <한국자본주의의 위기>,<동아시아 포스트자본주의 대안: 평가와 전망>,<포스트자본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의 혁신> … 총 16종 (모두보기)

박노자 (Vladimir Tikhonov)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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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오슬로대학 교수. 1973년 소련의 레닌그라드(오늘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습니다. 대학 때 조선사(한국사)를 전공하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평생 한국 고대사를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1991년, 한-소 수교 영향으로 평양 김일성대학 대신 서울 고려대학교로 언어 실습 유학을 왔습니다. 가야 준국가들의 정치와 외교에 관해 박사 학위 논문을 썼습니다.
소련에서 학위를 받은 후 서울로 돌아와 교육계에서 3년간 외국인 노동자로 생활했습니다. 혹독했지만 한국 생활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평생 한국에... 더보기

최근작 : <[큰글자도서] 야만 시대의 귀환>,<야만 시대의 귀환>,<붉은 시대> … 총 110종 (모두보기)
인터뷰 : 이중의 타자, 박노자 교수와의 e-만남 - 2002.07.31

정구현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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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박사이며, 현재는 경상국립대학교 SSK 연구단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마르크스의 경제지표로 한국 경제를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다른 번역서로는 [마르크스의 주변부 연구](공역, 2020)가 있다.

최근작 : <한국자본주의의 위기>,<동아시아 자본주의> … 총 6종 (모두보기)

김현강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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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셀도르프 대학의 페터 베렌스 예술대학 디자인 철학 및 미학 교수이다.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독문학을 공부한 후 뒤셀도르프 및 본 대학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연구했다. 2004년 본 대학교 독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14년 본 대학교 철학과에서 교수자격논문을 취득했다. 2006‐015년 본 대학교 철학과에서 강의했다. 미학, 모더니즘 철학, 현대철학, 매체철학 및 디자인 이론에 대한 다수의 저작물이 있다.

최근작 : <한국자본주의의 위기>,<동아시아 포스트자본주의 대안: 평가와 전망>,<포스트자본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의 혁신> … 총 10종 (모두보기)

한상원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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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학교 철학과에서 마르크스의 물신주의와 이데올로기 개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독일 베를린훔볼트대학교에서 아도르노의 정치철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 『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데모스의 민주주의』, 『정치적 독자들』이 있다. 역서로는 『공동체의 이론들』, 『아도르노, 사유의 모티브들』, 『역사와 자유의식: 헤겔과 맑스의 자유의 변증법』이 있다. 비판이론과 현대사회·정치철학을 주로 연구한다. 충북대학교 철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최근작 : <한국자본주의의 위기>,<비판적 사고>,<동아시아 포스트자본주의 대안: 평가와 전망> … 총 23종 (모두보기)

김미경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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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강사

최근작 : <한국자본주의의 위기> … 총 3종 (모두보기)

정성진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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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생. 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부 연구석좌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사회경제학회장과 《마르크스주의 연구》 창간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마르크스와 한국 경제』 『마르크스와 트로츠키』 『마르크스와 세계경제』 『21세기 마르크스 경제학』 등이 있으며, 주요 공저로는 Marxist Perspectives on South Korea in the Global Economy, Varieties of Alternative Economic Systems, 『세계화와 자본축적 체제의 ... 더보기

최근작 : <한국자본주의의 위기>,<동아시아 포스트자본주의 대안: 평가와 전망>,<동아시아 포스트자본주의 대안: 평가와 전망> … 총 47종 (모두보기)

안잔 차크라바티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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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커타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작 : <한국자본주의의 위기>,<동아시아 포스트자본주의 대안: 평가와 전망>,<포스트자본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의 혁신> … 총 5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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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본주의의 위기 - 마르크스주의적 국제 비교 분석>에 대한 요약과 평론입니다.

<도서 요약>

<한국자본주의의 위기 - 마르크스주의적 국제 비교 분석>(김덕민 외 지음, 2025)은 동아시아 및 한국 자본주의의 동학을 비판적으로 연구해 온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 연구자들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단일 국가의 특수성에 가두지 않고 세계 자본주의의 축적 체제 및 국제 비교의 틀 속에서 엄밀하게 해부한 저작이다.

책의 출발점은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저성장의 고착화, 생산성 둔화, 양극화, 급격한 인구 재생산 위기가 단순한 정책 실패나 일시적 경기 변동의 결과가 아니라는 문제의식이다. 저자들은 주류 경제학의 통화·재정 정책 처방이나 개혁주의적 소득주도성장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마르크스의 자본 축적론,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 법칙, 금융화 이론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의 물적 토대를 미국, 일본, 서유럽 등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실증적 비교를 통해 추적한다.

책의 핵심 논의와 구성은 다음과 같은 축으로 전개된다.

<이윤율의 장기 추이와 자본 축적의 한계> 저자들은 한국 제조업과 국민경제 전체의 마르크스주의적 이윤율 지표를 장기 시계열(1970년대 이후부터 최근까지)로 산출하고 이를 주요 선진국들의 추이와 대조한다. 압축 성장기 한국 자본주의의 높은 이윤율을 견인했던 노동 착취율의 상승과 기술 도입 효과가 점차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에 부딪혀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음을 실증한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투자 둔화와 장기 정체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공통으로 겪은 이윤율 저하 압력이 한국적 조건 속에서 압축적으로 발현된 결과임을 보여준다.

<금융화와 불균등 발전의 국제 비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진적으로 진행된 한국 경제의 금융화 현상을 미국식 주주가치 모델 및 영미권·유럽의 금융화 경로와 비교 분석한다. 실물 부문의 투자 부진 속에서 잉여가치가 생산적 영역으로 환류되지 못하고 부동산 거품, 가계부채 누적, 금융 투기로 쏠리는 기형적 축적 구조를 규명한다. 특히 자산 불평등의 심화와 가계의 금융 취약성이 대외 충격에 취약한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뇌관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비교 통계를 통해 입증한다.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화와 사회 재생산의 파탄> 글로벌 가치사슬 속에서 한국 대기업들이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비용 절감 전략을 하청업체와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에게 전가해 온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이로 인한 극단적인 임금 격차와 노동의 파편화는 가계의 생존 기반을 파괴했으며, 여성 노동에 전가된 무보수 돌봄 노동의 한계와 맞물려 세계 최악 수준의 초저출산이라는 총체적 사회 재생산 위기로 귀결되었음을 선진 복지 자본주의 모델과의 비교를 통해 폭로한다.

<세계체제 속 한국 자본주의와 미래의 분기점> 미·중 패권 경쟁,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보호무역주의 강화라는 지정학적 소용돌이 속에서 수출 주도형 모델의 한계를 진단한다. 국가주의적 산업정책이나 재벌 중심의 지원책으로는 이러한 다중 위기를 돌파할 수 없으며, 자본 축적의 논리를 노동 중심성과 생태적 지속가능성으로 전환하는 근본적 체제 변혁이 요구된다고 결론짓는다.

<평론: '한국적 특수성'의 미신을 걷어내고 자본의 법칙을 직시하다>

<한국자본주의의 위기 - 마르크스주의적 국제 비교 분석>은 한국 사회의 위기를 진단하는 담론 지형에서 흔히 발견되는 '국가주의적 예외주의'를 날카롭게 격파하는 학술적 성취를 보여준다.

오랫동안 보수 진영은 규제와 노동조합을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해 왔고, 자유주의 및 개혁 진영은 재벌의 불공정성과 분배 실패만을 탓해 왔다. 그러나 본서는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비판과 정밀한 국제 실증 데이터를 결합하여, 오늘날 한국이 겪는 정체와 불안정이 자본주의 생산양식 고유의 법칙인 '이윤율의 동학'과 '자본의 과잉 축적'에서 기인함을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특히 이 저작이 지닌 최고의 강점은 <국제 비교>라는 방법론적 엄밀함이다. 한국 경제의 이윤율 저하, 금융화, 노동 유연화를 고립된 현상으로 보지 않고, 20세기 후반 이후 세계 자본주의 전반이 겪은 구조적 전환의 맥락 속에 배치함으로써 현상의 본질을 선명하게 부각한다. 또한 부동산 거품과 극단적 저출산 문제를 단순한 인구학적 재앙이나 주거 정책의 미비로 협소하게 다루지 않고, 자본이 노동력의 재생산 비용을 회피하며 미래의 잠재력을 잠식해 들어간 자본 축적의 내적 모순으로 포착한 시각은 대단히 통찰력 있다.

물론 본서가 남긴 과제 역시 뚜렷하다. 첫째, 마르크스주의 범주(가치, 잉여가치, 불변자본, 가변자본 등)를 현실의 국민계정 및 기업 통계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학파 간에 발생하는 통계적 쟁점과 방법론적 논쟁에 대해 일반 독자나 비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을 설득할 만큼의 직관적 다리를 놓는 데는 다소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둘째, 위기에 대한 실증적 분석의 정치함에 비해, 이를 타개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치적 주체 형성이나 실천적 대안 전략은 여전히 선언적이거나 추상적인 연대의 강조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강력한 국가주의와 관료적 관성이 여전히 지배적인 동아시아적 환경에서 노동 계급이 어떻게 헤게모니를 쥐고 실질적 변혁을 이끌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경로는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맹목적인 애국주의적 성장 환상과 시장 만능주의의 미망에서 벗어나, 한국 자본주의가 마주한 거대한 절벽의 실체를 객관적 지표와 비판적 이론으로 응시하게 만든다. 체제의 징후가 아닌 본질적 병인을 규명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에게 중대한 준거점을 제공하는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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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본주의의 위기: 마르크스주의적 국제 비교 분석> — 1,000단어 요약·평론

김덕민·박노자 엮음, 정구현·김현강·한상원·김미경·정성진·안잔 차크라바티 공저, 진인진, 2025

<한국자본주의의 위기>는 경상국립대학교 SSK 연구단 연구총서 제5권으로, 앞서 나온 <동아시아 자본주의>, <동아시아 마르크스주의>, <포스트자본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의 혁신>, <동아시아 포스트자본주의 대안>의 연구를 한국사회에 집중시켜 결산하는 성격이 강한 책이다. 2025년 6월 출간되었으며 3부 7장, 약 292쪽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이 던지는 중심 질문은 단순하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자본주의 국가인데, 왜 경제·사회·정치의 위기는 오히려 깊어지고 있는가?” 저자들의 대답은 한국사회의 여러 위기를 개별적인 정책 실패나 특정 정부의 잘못으로 분리해서 볼 수 없으며, 자본주의적 축적체제 자체의 장기적 변화를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1. 12·3에서 시작하지만 12·3만을 설명하는 책은 아니다

머리말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를 ‘12·3 내란사태’라고 규정하면서, 이것이 한국사회의 누적된 위기를 극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본다. 그러나 책의 목적은 그 사건 자체를 정치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사건을 경제적 정체, 불평등, 계급분화, 디지털 자본주의, 극우주의, 민주주의 위기가 한꺼번에 표면으로 올라온 계기로 읽는다. 연구단은 마르크스주의가 이윤율 저하와 불평등 같은 자본주의의 구조적 경향을 분석하는 데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자신들이 말하는 마르크스주의는 폐쇄된 정통주의가 아니라 다른 사회과학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해온 ‘수천 개의 마르크스주의’에 가깝다고 밝힌다.

따라서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은 한국사회의 ‘위기’를 경기침체와 동일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기는 저성장, 임금정체, 계급분화와 동시에 민주주의, 극우주의, 디지털 노동, 역사적으로 형성된 자본축적구조까지 포괄한다.

2. 장기침체―문제는 생산성이 낮아서 임금이 낮은 것뿐인가

1부 <자본주의의 역사적 경향들: 국제비교분석>은 이 책에서 가장 경제학적인 부분이다.

김덕민의 제1장 <장기 침체: 미국경제와 한국경제 비교>는 ‘secular stagnation(장기침체)’과 ‘new normal(뉴노멀)’ 논의를 미국과 한국에 적용한다. 주류경제학에서는 흔히 생산성 향상이 둔화되기 때문에 성장률과 임금이 낮아졌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김덕민은 인과관계를 반대로도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금이 장기간 억제되면 기업이 노동절약적 혁신과 생산성 향상에 투자할 유인이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한국의 ‘저임금―저생산성’ 부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생산성이 낮아서 임금이 낮은 것만이 아니라, 낮은 임금을 계속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이 생산성 향상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는 악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노동시장 유연화, 구조조정, 기업퇴출만으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처방은 오히려 경제의 이중구조와 임금정체를 강화할 수 있다. 저자는 한국경제가 직면한 핵심 문제 중 하나를 ‘구조적인 임금 저성장 경제’로 본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주장이다. 한국의 경제문제를 흔히 “노동생산성이 낮다 → 임금을 올릴 수 없다”는 순서로 설명하지만, 이 책은 “임금을 억제하는 경제구조 →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도 지체된다”는 역방향의 인과관계를 함께 보자고 제안한다.

3. 한·미·일을 이윤율로 비교하다

정구현의 제2장은 마르크스 경제학의 핵심 개념인 이윤율, 잉여가치율, 자본의 가치구성 등을 실제 통계로 측정하여 1990년대 이후 한국·미국·일본을 비교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한국의 이윤율이 세 나라 가운데 가장 뚜렷한 장기 하락 경향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특히 1994~98년 외환위기 전후와 2007년 이후 세계금융위기 시기에 하락이 두드러진다. 저자는 이를 단순히 금융시장의 사고로 해석하지 않고 자본축적과 이윤율이라는 장기 변화 속에 위치시킨다. 한국에서 자본의 가치구성 상승, 즉 노동에 비해 기계·설비 등 생산수단의 비중이 커지는 과정은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이윤율을 압박할 수 있다.

여기서 1997년 IMF 위기를 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외환보유액 부족이나 재벌의 과잉차입이라는 표면적 원인만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진행되던 한국 자본주의 축적구조의 수익성 문제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덕민의 제3장 <두-계급 구조: 미국과 한국>은 소득분포 데이터를 통해 신자유주의 시대에 경제가 상위 고소득층과 대다수 소득계층으로 분화되는 현상을 분석한다. ‘중산층 사회’라는 이미지와 달리 소득분포 자체에서 서로 다른 운동법칙을 가진 두 집단이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이는 불평등을 단순히 “부자가 조금 더 많이 번다”는 정도가 아니라 서로 다른 경제세계가 형성되는 계급적 분리로 해석하려는 시도다.

4. 공장에서 플랫폼으로―디지털 시대에도 계급은 사라지지 않는다

2부에서는 시선이 경제통계에서 일상사회로 이동한다.

김현강의 <디지털 자본주의와 디지털 노동>은 정보사회가 자본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사회라는 낙관론을 비판한다. 디지털 기술은 자본주의를 폐기한 것이 아니라 자본축적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직한다. 특히 구글, 아마존, 배달·운송 플랫폼 같은 기업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 자체를 통해 ‘시장’을 조직한다. 이런 의미에서 디지털 자본주의는 소수 기업이 “시장 자체를 장악하는” 자본주의이다.

노동 역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데이터 가공 노동, 콘텐츠 생산, 심지어 SNS 이용자의 무급 활동까지 새로운 노동가치 논쟁을 만들어낸다. 알고리즘은 상사가 직접 명령하지 않아도 노동자의 행동, 평점, 시간, 보수를 통제한다. 자유롭게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노동과 휴식의 경계가 사라지고 통제는 더욱 비가시화된다.

이 장은 특히 “AI와 디지털화가 노동을 해방하는가?”라는 오늘의 질문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다.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지 않으며 어떤 소유·권력관계 속에 놓여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5. 경제위기에서 극우와 민주주의 위기로

한상원의 제5장 <한국 사회와 극우주의>는 이 책이 경제결정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12·3 이후 부정선거 음모론, 극우 유튜브, 혐중 담론, 반지성주의가 서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극우 정치문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분석한다. 특히 SNS 알고리즘과 수익구조가 더 과격한 콘텐츠와 확증편향을 보상하는 구조에 주목한다.

여기서 혐오는 중요하다. 경제적·사회적 불만이 실제 원인인 구조적 불평등을 향하지 않고 중국인, 조선족, 이주민, 정치적 반대자를 희생양으로 삼게 되면 민주주의적 동료시민의 관계 자체가 파괴된다. 마르크스주의적 계급분석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권위주의·반지성주의 비판이 만나는 부분이다.

다만 바로 여기서 책의 약점도 보인다. 앞 장들의 이윤율·임금정체·계급분화와 극우주의의 발생 사이에 실제로 어떤 인과적 연결이 존재하는지 충분히 입증되지는 않는다. 경제위기가 반드시 극우화를 낳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제도, 종교, 냉전 반공주의, 세대와 젠더 갈등 같은 중간 변수를 더 깊이 다룰 필요가 있다.

6. 5·18을 ‘초국적 연대’의 역사로 다시 읽다

김미경의 제6장은 다소 뜻밖이지만 흥미롭다. 5·18을 광주와 한국 국내의 민주화운동으로만 보지 않고 미국의 재미한인사회에서 어떤 기억과 운동을 만들어냈는지를 추적한다.

특히 1981년 미국으로 밀항한 윤한봉과 한청련·한겨레·민족학교 등의 활동을 통해 5·18 기억이 해외 한인의 정치적 각성과 조직화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재미동포에게 광주는 한국 민주주의뿐 아니라 미국의 한반도정책을 재검토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저자는 이를 ‘트랜스내셔널 광주’, 즉 국경을 넘는 기억과 연대의 형성으로 읽는다.

이 장은 자본주의 분석과 직접 연결되지는 않지만 책 전체가 지향하는 ‘대안’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위기에 대한 대응은 국가 내부의 제도개혁만 아니라 국경을 넘는 시민의 조직과 연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7. 가장 도발적인 장―한국 자본주의는 언제 만들어졌는가

내가 보기에 이 책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글은 정성진·안잔 차크라바티의 마지막 장 <한국에서 자본의 원시 축적, 1876-1960>이다.

두 저자는 마르크스의 ‘원시축적’을 자본주의가 시작되기 전 한 번만 일어나는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생산자가 생산수단으로부터 분리되고, 자본과 임금노동 관계가 만들어지며, 국가폭력과 국제적 자본 이동이 개입하는 과정은 자본주의 안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고 본다.

그 결과 한국의 원시축적을 일곱 계기로 구분한다. ① 19세기의 자본주의 맹아, ② 1910~18년 토지조사사업, ③ 일제하 일본자본의 유입, ④ 해방 후 귀속재산의 접수와 불하, ⑤ 농지개혁, ⑥ 한국전쟁, ⑦ 미국 원조이다.

이 해석이 흥미로운 이유는 <식민지근대화론 대 수탈론>이라는 익숙한 양자택일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일제의 투자와 산업화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서 식민지배가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며, 수탈이 있었다고 해서 자본주의적 관계의 형성이 없었다고 할 필요도 없다. 식민지배 자체가 폭력적·제국주의적인 자본축적의 한 형태였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가 최근 살펴본 신복룡, 함재봉, 동학과 식민지근대화 논쟁을 이해할 때도 상당히 중요한 제3의 관점이다.

종합평론

<한국자본주의의 위기>의 가장 큰 장점은 오늘의 한국을 ‘경제는 성공했지만 정치가 잘못되었다’거나 반대로 ‘정치는 민주화됐지만 경제가 문제다’라고 분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기침체 → 임금정체 → 계급분화 → 디지털 노동 → 극우주의 → 민주주의 → 역사적 자본축적을 하나의 넓은 문제영역 안에 놓는다.

다만 그것이 동시에 약점이다. 일곱 장은 수준 높은 독립 연구들이지만 하나의 통일된 ‘한국자본주의 위기론’을 완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윤율 저하와 유튜브 극우주의, 윤한봉의 해외 민주화운동, 1910년대 토지조사사업 사이를 연결해주는 중간 이론이 충분하지 않다. ‘위기’라는 말이 지나치게 넓어질 위험도 있다.

또한 한국 자본주의의 현재 위기를 논하면서 부동산과 가계부채, 재벌 소유구조, 초저출산과 돌봄이라는 사회재생산 위기, 수도권 집중 같은 문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이 연구총서 다섯 권 가운데 이 책은 아마 가장 ‘한국의 지금’에 가까운 책이다. 앞선 <동아시아 자본주의>가 “동아시아의 경제기적을 어떻게 다시 볼 것인가”를 물었고, <동아시아 마르크스주의>가 “마르크스주의 자체를 어떻게 갱신할 것인가”를 물었다면, 이 책은 그 두 질문을 한국에 적용한다.

결국 책의 핵심 명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는 갑자기 찾아온 위기가 아니라, 한국 자본주의가 성공해온 바로 그 축적방식 속에서 오랫동안 만들어진 위기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에 동의하는 독자에게만 의미 있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한강의 기적’ 이후 한국사회가 왜 저성장·불평등·혐오·극우화·저출산과 민주주의 불안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가를 역사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특히 마지막의 <1876~1960년 원시축적>론은 한국 근현대사를 ‘수탈인가 근대화인가’라는 오래된 이분법에서 벗어나 다시 읽을 수 있는 매우 도전적인 논의를 제시한다.

제가 이 연구총서에서 지금까지 보신 책들을 연결한다면, 다음에는 <경상국립대 SSK 연구총서 5권 전체의 논지와 마르크스주의적 한국·동아시아 해석의 특징과 한계>를 한 번에 정리해 보는 것이 가장 유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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