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yung-joong Yoon
16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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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철학 검색
윤평중 (지은이)나남출판201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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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 한 '경제 무식자'의 자기 반성
윤평중 26. 5.16
원인 모를 기침감기로 지난 3주 집에서 자진 유폐했다. 친구모임에도 나가지 못했다. 찬란한 봄이 창밖으로 지나가는 것을 흘겨 보았을 뿐이다.
집앞산엔 몇달만이다. 이 새벽 전망대에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익숙하다. 이 분들은 아침 6시면 썰물처럼 하산한다. 그리고 더 젊은 분들이 세대교체한다.
아침 산길에서 스쳐지나가는 등산객들도 주식 얘기다. 체력단련장 중년 여성들도 'S전자 내일 또 오른다!'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가히 광풍이다. 하지만 이분들은 나름 '합리적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리라.
유폐돼있는 동안 적지않은 경제자료를 듣고 보았다. 학계와 재야의 고수들 얘기가 많은 도움이 됐다.
나는 무려 시장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시도한 '시장의 철학'(나남출판사)을 쓴 사람이다. 이른바 '시장질서와 민주질서의 변증법'을 규명하려 한 책이다.
현대경제학이 망실해버린 '경세제민의 담론'을 건설해보려 했다. 하지만 책은 초판도 다 나가지 않았다. '출판시장'에서 '패배'한 것이리라. 이후 난 책출판에 신중한 사람이 됐다.
유폐기간중 불현듯 스스로 '탁상공론의 인간'임을 깨달았다. 다 가난했던 60~70년대를 중산층의 삶으로 통과했음에도 난 이른바 '가진 자'들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개발독재시대엔 부정하게 축재한 졸부들도 워낙 많았으니.
옛날일이지만 사춘기 딸아이가 부자들을 폄하하는 걸 보고 움찔했던 적이 있다. 알게 모르게 내게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컸다. 잘못된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이 시절 작은 에피소드 한 가지.
내가 갓 교수가 된 1980년대 후반이었다. 무슨 모임에서 S대 교수들이 '주말 가족과 스키여행 간다'는 얘기를 하는걸 듣던 내가 불쑥 말했다. '국립대 교수 월급으로 그게 가능해요?'
황당해하던 그 분들을 떠올리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참으로 유치찬란한 망언이었다. 스키를 '호화' 취미로 여긴 '우물안 개구리 선비'의 선을 넘는 참견이었다.
골프를 평생 하지않은 것도 내심으론 '이 좁은 땅에서 환경파괴' 운운하는 비판적인 생각이 있어서였다. 그런데 알고보면 이것도 일종의 허위의식일 수 있다. 실상은 내가 여력이 없는데다 운동을 즐기지 않았던 이유가 더 컸을 터이다.
이런 찌질한 얘기를 털어놓는 이유는 그 시절 좌파가 아니었음에도 내 '머리'가 얼마나 수준낮게 反자본적이었는지 돌아보기 위해서다. 난 당시 많은 한국인들처럼 20~30대에 아마 재벌망국론에 포획돼 있었던 것 같다.
내 주위엔 자수성가한 친구들이 많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이룬 친구들이다. 수십년간 경제에 관한 그들의 생생한 얘기를 귓전으로 듣고 그냥 흘려보냈을 뿐이었다.
자수성가한 친구들은 공통점이 있다. 실물경제에 예민하다. 부지런히 경제뉴스를 정독하며 계속 공부한다. 이것저것 돌다리 두드리며 계속 시도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파해준다. 그런데 친구왈, 그런 경제 노하우를 경청해 실행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장이 착취와 소외의 공간임과 동시에 자유와 자생적 창발력, 풍요한 부의 거소임을 '논증'한 시장철학의 저자임에도 난 실물경제엔 철저히 어두웠다.
안정돼있지만 항시 빠듯한 월급쟁이와 연금생활자의 삶이 그 결과다. 물론 노인빈곤이 심각한 우리 사회에서 이런 '안정성'도 아주 귀한 것이고 나름 '축복받은'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부의 본질엔 무수히 많은 땀과 시행착오, 열정과 상상력, 창조력과 욕망이 두루 섞여있다. 사람의 본성과 직결된다. 그리고 실제로 사람들은 실물경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떠받드는 최대 토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와 연계된 주식시장의 경이로운 활황이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 거의 3분의 1이 주식 투자자라는 사실이 정녕 의미심장하다.
이재명 정부의 고공행진엔 대중주의적 정념의 양극화 요인 외에도 경제라는 객관적 토대가 엄존하는 셈이다. 이 정부 '정치의 폭주'에 대한 정당한 지적조차 큰 힘을 얻지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이것도 극소수 반도체산업의 융성으로 인한 착시 현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이 정부가 실행한 상법 개정(주주들에 대한 충실 의무 규정 등)이 막대한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주식시장이 드디어 세계주식시장과 실시간 연동돼는 통로가 열린 것이므로.
얼마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솔한 언행이 야기한 평지풍파를 정부가 수습하려 애쓰는 것도 결국 세계자본과 한국자본의 긴밀한 상호환류를 보여준다. 한국 경제는 그만큼 고도화하고 국제화한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자로 보였던 한 제자가 주식으로 용돈을 번다고 해서 '그건 좌파와 안 어울리지않아?'하고 했던 적이 있었는데 내 생각이 짧았다. 마르크스 본인도 주식 투자를 한적이 있을 뿐 아니라 주식회사를 자본의 사회화를 통한 사회주의로 가는 길일 수 있다고 정당화하기도 했고.
오늘 새벽 산길은 온통 아카시아 꽃길이었다. 난만한 아카시아 향기로 취할 지경이다. 산동네의 위엄이다. 5년전 정년퇴임식에서 '꽃길만 걸으시라!'는 제자들의 축복을 새삼 감사하게 된다. 전망대 의자에 앉아 한달음에 써내려간 '한 경제 무식자'의 반성으로 중요한 깨달음을 안고 내려간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토요일 아침 7시반이 되자 전망대엔 새소리뿐이다.
이제 곧 젊은이들이 몰려오리라.
드디어 하산할 시간이 됐다.
Pony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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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교수님과 같은 세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늘 두가지 질문을 갖고있답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서
자유 경쟁이 정말 모두에게 공정한가?
부의 불평등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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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Pyung-joong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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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박영진 공감합니다.
정말 난해하고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Reply
강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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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진 음 저의 짧은 소견으로는 1. "모두에게" 공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이성이 만들어 놓은 현 체제에서는 권위주의, 전체주의,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국가 자본주의 등등보다 더 공정하다고 봅니다.
2. 부의 불평등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이냐의 문제는 그 공화정, 즉 공동체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컨센스에 의해 결정하는 것이며, 누군가가 나와서 여기까지 허용해야한다는 말도 맞지 않고 신이 나와서 정확한 허용범위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시대에 따라 저울추처럼 불평등이 줄어들기도하고 커지기도 한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의 불평등을 무자르듯(많은 사상가나 이념가들이 원하는 일들) 없앨 수 없고 부의 불평등과 동거하면서 각자 세대가 좀 더 약자를 위해 세심하게 도움을 주는 공동체가 더 현명한 공동체라고 봅니다.
Reply
Hong Shick 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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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께서 영화나 역사에 대하여 쓰신글들을 보면서,
(감히 말씀은 못드렸지만)
저런 섬세함과 논리 ,스마트한 분별력으로 산업과 기업을 분석하며 투자를 하셨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종종 했었습니다.^^
Reply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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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철학 검색
윤평중 (지은이)나남출판201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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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철학자가 쓰는 새 경제학교과서. 논쟁의 철학자.합리적 보수주의자로 평가받는 저자 윤평중은 '시장'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분열의 해결책을 진단한다. 저자는 '시장'을 정치적.경제적인 논쟁과 혼란 속에서도 '재화와 용역을 생산.분배.소비하는' 자체를 넘어 창조적 파괴가 끊임없이 실현되는 자유민주주의 실천의 현장으로 본다.
이를 바탕으로 오늘날 한국 사회 병폐의 치유법을 찾기 위해 정치적.경제적 울타리를 넘나드는 깊이 있는 고찰과 날카로운 비평을 선사한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시장의 철학'은 21세기 한국 사회가 온몸으로 제기한 도전에 정면으로 맞서는 경세제민의 통합 학문으로 구현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데 진보적 접근이 주를 이루는 세태 속에서 흔치 않은 보수적 접근이 돋보인다.
목차
머리말: 왜 지금 여기서 ‘시장의 철학’인가? 5
제1장 시장철학 전사(前史): <허생전>과 <베니스의 상인>
경세제민(經世濟民)의 복원 35
<허생전>과 <베니스의 상인>: 시장과 시민정신 44
조선 문명, 중국, 일본: 신뢰의 사회자본과 법 56
직업윤리는 시민정신의 모태(母胎)다 65
제2장 시장의 정치철학
복지와 경제민주화, 21세기 한국의 시대정신이 되다 79
한계에 이른 한국형 발전국가 90
시장철학이 필요한 까닭은 96
제3장 시장질서의 논리와 동학(動學)
시장과 자유민주주의 107
시장철학의 논리와 동학 111
시장철학의 3가지 테제: 시장질서와 민주질서의 변증법 126
자유시장은 민주주의의 적(敵)이 아니다 136
제4장 시장비판론에 대한 반(反)비판
마르크스는 헤겔을 넘어서지 못했다 145
시장을 거부한 현실사회주의 156
북한의 시장화가 어려운 사상적 이유: 정치가 곧 경제인 북한 164
북한 개혁의 정치경제학: 경제는 곧 정치다 188
제5장 시장질서, 정의론, 법치주의
시장질서와 정의론 207
르상티망과 울혈의 사회 215
공공성이 르상티망과 울혈을 치료한다 222
정의론의 계보학: 아리스토텔레스와 롤스 228
공평ㆍ공정ㆍ정의와 대한민국 헌법의 상호 침투 245
법치주의와 반(反)법치적 대항폭력 250
제6장 대중, 공론장, 시민교육
자유시장과 대중의 출현 265
공화사회를 촉진하는 공론장 280
시민적 주체 형성과 교육의 철학 292
서머힐의 진보교육에 대한 비판적 성찰 296
제7장 사실과 숙의(熟議)의 문화
사실 존중이 숙의와 소통을 가능케 한다 315
담론 원리의 철학적 지도 그리기 319
담론은 권력과 지식의 결합체이다 341
사실과 합리성이 소통과 통합의 근본이다 345
참고문헌 353
찾아보기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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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철학자가 쓰는 새 경제학교과서!
논쟁의 철학자·합리적 보수주의자 윤평중,
‘앵그리사회’ 대한민국의 병폐를 진단한다
논쟁의 철학자·합리적 보수주의자로 평가받는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가 낸《시장의 철학》은 ‘시장’(市場)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분열의 해결책을 진단하는 책이다. 저자는 ‘시장’을 정치적·경제적인 논쟁과 혼란 속에서도 ‘재화와 용역을 생산·분배·소비하는’ 자체를 넘어 창조적 파괴가 끊임없이 실현되는 자유민주주의 실천의 현장으로 본다. 이를 바탕으로 오늘날 한국 사회 병폐의 치유법을 찾기 위해 정치적·경제적 울타리를 넘나드는 깊이 있는 고찰과 날카로운 비평을 선사한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시장의 철학’은 21세기 한국 사회가 온몸으로 제기한 도전에 정면으로 맞서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통합 학문으로 구현된다”고 주장한다.
동·서양 학문을 넘나들며 저자가 찾아낸 ‘시장철학’은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 해결에 유용하다
먼저 이 책은 연암 박지원의〈허생전〉과 셰익스피어의〈베니스의 상인〉에서 시장철학 논쟁에 대한 실마리를 찾는다. 동서양의 모더니즘 학자들을 대비시켜 그들의 작품에서 묘사되는 시장이 단지 경제적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인문학적·사회과학적인 요소로도 해석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그리고 동서양의 학자들(칼 폴라니,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헤겔, 마르크스 등)의 철학적 편린에서 ‘시장’이라는 키워드를 추출해 시장이라는 공간의 철학적 의미를 증명했다.
시장은 경제적 공간을 넘어선 자유·합리·민주의 공간이다
또한 사실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지식 문화가 인간의 소통과 통합을 가능케 하는 강력한 힘이라는 점도 철학적 편린을 통해 논증한다. 즉, 사실과 합리성은 언제든지 경험과 반론에 의해 반증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현재 한국 사회에는 이러한 사실과 합리성이 부족함을 지적하며, 이 역시 한국 사회의 병폐를 치유하는 또 다른 접근법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렇듯, 자유시장이 창출하는 시장은 이 책에서 밝혀진 자유와 공론장, 민주주의와 과학, 사실과 합리성의 문화와 상호 선순환 관계가 실현되는 공간이다. 저자는 시장철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장에는 본질적 문제점과 수많은 약점들이 엄존한다. 하지만 자유시장 없이는 바람직한 ‘현대적 삶’(현대성, 모더니티)도 불가능하다. 세계사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현대 한국 사회에서 이 명제가 가진 의의는 참으로 깊고도 넓다. 결국 이 책은 시장의 문제 설정을 다각적으로 조명함으로써 현대 문명과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우리 스스로를 성찰하며, 성숙하고 자율적인 현대적 삶의 가능성을 숙고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머리말 중에서
한국 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데 진보적 접근이 주를 이루는 세태 속에서 흔치 않은 보수적 접근이 돋보이는 이 책은 양 극단을 거부하고 우리에게 중용과 합리적 실천을 강조한다. 합리적 보수주의의 시각으로 보는 ‘시장’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를 보는 균형적 시각을 만나보자.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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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보수주의자라는 소개의 글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글들이 정제되어 있으면서 느껴지는 사고의 맥락도 뚜렷하다. 단, 자유시장과 민주주의에 대한 현학적인 시도는 좋았지만 되려 철학의 이론적인 한계에 갇히는 느낌이 들기도했다. 이에대한 진보지식인들의 성찰이 담긴 글들도 나왔으면 한다. 구매
김민준 2016-02-13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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