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anuary 25, 2026

손민석 책을 냈으면 책을 읽고 비판글을 쓰든지 하면 되는데

 손민석

책을 냈으면 책을 읽고 비판글을 쓰든지 하면 되는데 책 내용에 관해서는 전혀 얘기를 안 하고 계속 이상한 딴지들만 건다. 나한테 자꾸 본인들이 아는 걸 가르치려고 한다. 읽고 나서 그래도 늦지 않다. 내가 직접 검증해보라고, 일일이 손아프게 다 인용문도 쳐서 옮겨놨다. 그럼 읽고 말하면 된다. 본인들이 보고 이 부분의 해석은 잘못했다, 손민석이 이 부분은 논리전개에 있어 오류가 있다, 개념의 사용이 엄밀하지 못하다 이렇게 얘기를 해야 나도 내 글을 확인하고 그에 기초해 자기수정을 통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지 않나? 그런 게 비평/비판의 역할이다.
가라타니 고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가 사용하는 비평/비판에 관한 정의는 좋아한다. 비평/비판이란 자신의 근거를 묻는 과정이다. 나는 <자본 이전의 세계>라는 책을 통해 내 나름의 이론체계를 세웠다. 그 이론체계의 근거를 계속해서 캐묻고 그래야 한다. 내 해석이 맞는지를 끊임없이 되묻고 또 되묻는다. 이제 독자들과 함께 해보자는 거다. 내가 읽고 이해한 마르크스는 기존의 자타칭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제시한 마르크스상(像)과는 정말 엄청나게 상이하다. 여러 사람들을 모아놓고 수업을 반복했지만 다들 처음 듣는 얘기라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왜 이 얘기를 안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예를 들어 구글에 "본원적 소유"라고 치면 1980년대 서적 외에는 내 얘기밖에 없다. 40여년 가까이 나 외에 아무도 말을 안해놨다. 왠지 모르겠다.
그러면 내 해석이 완전히 틀렸든지 기존의 연구사의 해석이 어떤 요인에 의해 잘못된 해석을 계속 하고 있었든지 둘 중 하나다. 본인들이 읽고 검증하면 된다. 나는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줬다. 읽으면 된다. 읽고 검증해달라. 책 팔아주기 싫으면 도서관에 신청해서 읽어보라. 읽고 이런 부분은 해석이 잘못되었다. 비평/비판해라. 책을 갖고 마음껏 해라. 그래야 나도 배울 것 아닌가? 나도 좀 배워보자.
출판사도 그렇고 몇몇 선생님들도 그렇고 이 책이 상당히 어렵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 안한다. 처음에 주어진 개념들이 낯설어서,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그것만 지나면 술술 읽힌다. 이 책은 말 그대로 한 개의 표와 한 개의 그림을 이해하면 끝난다. 명료함이 책의 '킥'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드는데, 어쨌거나 명료하다. 이제 읽고 말하면 된다. 나는 다 써놨다. 정말 오랫동안 참아왔다. 서문의 마지막 문장이 다음 글이다.
“나는 말했노라. 그리하여 내 영혼을 구했노라.(Dixi et salvavi animam meam.)"
Lewis Lee
이번 사태를 보면서 문득 선생님의 옛 글이 생각났습니다. (링크: https://www.facebook.com/sonminseog.23629/posts/pfbid02zV1rrF1eSrSFnQ3vRiLTXBEgjsj3mjnxYVpB6hUS67KVB9Y7Ys1ipnyQa5YqkqqZl) 주어진 텍스트의 절대성을 인정하고 해석해야 한다는 말씀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도시 빈민은 그런 의지를 불태우기 쉽지 않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사건이 참담한 이유는 직업적 지식인이 스스로의 역할을 방기했기 때문입니다. 듣지 않은 강의와 읽지 않은 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잠깐은 통할지 몰라도 딛고 있는 토대를 허물어 버리는 행동입니다. 저같은 무지한 사람도 명징한 언어로 말하는 법을 모를 뿐, 이러한 세태를 충분히 감각하고 있습니다. 비록 공학도로서 선생님의 저서는 소화하기 쉽지 않은 책이지만 괴테의 다음 문장을 되새기며 읽어보려 합니다.
"Den lieb' ich, der Unmögliches begehrt."
Author
손민석
Lewis Lee 이리 생각하신다는 점만으로도 이미 훌륭하시지 않나 합니다. 겸양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지요. 훌륭하십니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같은 분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적었습니다. 많은 질정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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