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pril 7, 2022

알라딘: [전자책] 당신이 몰랐던 K- ‘진짜 선진국’ 대한민국을 위한 박노자의 불편한 제안 박노자 2022

알라딘: [전자책] 당신이 몰랐던 K


[eBook] 당신이 몰랐던 K - ‘진짜 선진국’ 대한민국을 위한 박노자의 불편한 제안 
박노자 (지은이)한겨레출판2022-01-25 

종이책 페이지수 240쪽

책소개

넷플릭스 세계 1위를 차지한 〈오징어 게임〉과 〈지옥〉으로 대표되는 K-콘텐츠, BTS와 블랙핑크 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K-팝,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K-방역…. 이렇듯 K는 이미 선진국이 된 한국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경계인의 시선으로 한국의 모순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해부해온 박노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잘 모르거나 알면서도 외면했던 K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한다.

그가 말하는 K의 진짜 모습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국 사회가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기도 하다. 반페미니즘으로 대표되는 혐오의 일상화, 대선 후보의 ‘주 120시간’ 발언이 보여주는 구시대적인 노동관, 중국의 부상 속에서도 여전히 미국에 치우친 외교 정책 등등 그는 한국 사회의 주요 문제를 예리하게 지적하고, 소득만 높은 ‘유사 선진국’에서 개인이 행복한 ‘진짜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목차
서문-K, 지극히 ‘선진적’인 사막

1장 과거-돌아오는 망령들
다시 돌아온 저주, 가난
1930년대가 돌아온다
이순신을 교과서에서 빼야 하는 이유
지식인은, 이미 죽었다
양심수는 왜 석방되지 않는가
노래를 불렀다가 죄인이 되는 나라
노르웨이의 적색당, K의 이석기

2장 위계-‘높으신 분’ 없는 세상을 위하여
‘높으신 분’ 없는 세상을 위하여
K와 1949년의 마오쩌둥
‘온건’한 밀레니얼과 현대판 ‘평민’
학벌 사회에는 없는 것
K에는 없는 것
병리가 되어버린 K형 팬덤 정치 문화
죽음의 정치학
‘따라잡기’의 종말

3장 혐오-나는 혐오한다, 고로 존재한다
K, 인간이 ‘벌레’가 된 나라
K의 혐오정치: 반여성, 반중국, 반난민
대공황과 ‘외국인 혐오’ 바이러스
‘동포’들을 차별하는 나라

4장 노동-일이라는 식민지
‘삶’이 식민화되는 곳
프레카리아트 혁명의 시대?
당신에게 밟히지 않을 권리
직장 회식, 복종의 의례
“한국에선 가능한 일인가”라는 질문
‘한류’라는 이름의 착취 공장

5장 세계-‘아래로부터’의 세계화를 위하여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를 위하여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그때 그 ‘운동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신민족주의 파도, 세계를 삼키다
‘그들’이 언젠가 ‘우리’처럼 될 거란 착각
일본의 극우를 정말로 이기려면
‘혐중’을 넘어: 균형 잡힌 중국관을 위해서

6장 미래-사라져야 할 것들, 와야 할 것들
코로나가 무너뜨린 신화들
‘취소’된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팽’ 당하는 신자유주의와 K
K, ‘예외적’ 민주화를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로
2020년, 어떤 시대의 종말

접기
책속에서
P. 11
한국이라는 국가는 월북하려는 사람을 사살해 죽일 순 있지만, 영양실조에 걸려 천천히 죽어가는 극빈층은 그다지 잘 살리지 못한다. … 매일 평균 약 38명이 자살하는 것과 더불어 매일 1명씩 영양실조 사망자가 발생하는 곳이 바로 신생 선진국인 대한민국이다.
P. 11~12
‘나라’가 아무리 부강해져도 ‘개인’은 계속 마음이 병들어간다. 자본과 국가의 ‘성장’ 대가를, 부단한 생존 게임 속으로 빨려 들어가 종종 ‘자살’을 생각할 만큼 힘들어 하는, 그러나 그러면서도 서로의 아픔을 잘 어루만지지도 못하는 이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개인들이 치르고 있는 것이다. 시작도 끝도 없는 폐쇄 회로를 달리는 듯한 ... 더보기
P. 38
아이들의 생각을 폭력적 남성성 쪽으로 이끄는 학교교육이나 〈진짜 사나이〉 같은 프로그램 및 일부 사극 등 대중문화에서 보이는 군사주의적 선전에 대해 한국 사회가 스스로 성찰했으면 좋겠다.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든 을지문덕, 강감찬, 이순신이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 세대가 정말로 보고 배워야 하는 남성성의 적합한 아이콘인가? 그보다는 ‘아군’이 반세기 전에 베트남에서 저지른 양민 학살과 성범죄에 대해 아이들에게 사실대로 가르치는 편이 비군사적·비폭력적 세계관의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학생들에게 군복을 입히고 각종 병영 체험, 극기 훈련을 시키는 것은 결국 군사적 폭력을 합리화하게 만들 수 있는 야만적 행위가 아닌가?  접기
P. 87
그들은 한마디로 남한에서의 삶에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이었다. 고난의 행군이 끝난 뒤인 그 시절에 들어온 대부분의 탈북자들과 달리 그들은 경제적으로 고생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북한 사투리가 들리기만 하면 이상한 시선으로 응시하고,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만 하면 위험하고 이질적인 분자 취급을 하는 배제의 분위기에 깊은 상처를 받은 그들은 더는 남한 생활을 견디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 결국 그들은 머지않아 탈북에 이어 탈남까지 감행해 한 서방국가에 정착하게 됐다. 나중에 전해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혈통이나 민족 차원에서 아무런 인연도 없는 그쪽에서 그들은 오히려 남한에 비해 훨씬 더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접기
P. 112
한국에 갈 때마다 새롭게 등장한 신조어들을 듣게 되면 아연실색하여 어찌할 줄 모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휴거(휴먼시아, 즉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은 임대주택에서 사는 거지)’ ‘빌거(빌라에서 사는 거지)’ ‘임거(임대아파트에서 사는 거지)’ ‘월거지(월셋집에서 사는 거지)’ ‘전거지(전셋집에서 사는 거지)’ ‘엘사(LH, 즉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은 주택에서 사는 사람)’ ‘이백충(한 달에 200만 원 이하의 소득으로 사는 벌레 같은 사람)’ 등등. 이와 같은 끔찍한 차별주의적인 표현들이 초·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최근에 몇 번이나 한국에서 체류하면서 직접 보고 들었다. 자가 주택이 없고 소득이 적은 사람을 ‘거지’나 심지어 ‘벌레’에 비유하면서 습관적으로 멸시하는 것을, 아이들이 이제 어린 시절부터 자신도 모르게 배우고 익히며 내면화하는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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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Vladimir Tikhonov)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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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나 자랐고, 본명은 ‘블라디미르 티호노프’다. 2001년 귀화하여 한국인이 되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 조선학과를 졸업한 후 모스크바 대학교에서 고대 가야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다.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칼럼들을 묶은 『당신들의 대한민국』으로 주목받았으며, 『주식회사 대한민국』 『비굴의 시대』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 등은 이 연장선상의 저작이다. 『거꾸로 보는 고대사』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우승열패의 신화』 등을 통... 더보기
최근작 : <팬데믹 시대에 경계를 바라보다>,<당신이 몰랐던 K>,<조선 사회주의자 열전> … 총 93종 (모두보기)
인터뷰 : 이중의 타자, 박노자 교수와의 e-만남 - 2002.07.31



출판사 제공 책소개


‘유사 선진국’에서 ‘진짜 선진국’으로 도약할
K를 위한 조언
K-방역 말고 BTS 말고 ‘진짜’ K를 말하다

넷플릭스 세계 1위를 차지한 〈오징어 게임〉과 〈지옥〉으로 대표되는 K-콘텐츠, BTS와 블랙핑크 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K-팝,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K-방역…. 이렇듯 K는 이미 선진국이 된 한국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경계인의 시선으로 한국의 모순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해부해온 박노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잘 모르거나 알면서도 외면했던 K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한다.
그가 말하는 K의 진짜 모습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국 사회가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기도 하다. 반페미니즘으로 대표되는 혐오의 일상화, 대선 후보의 ‘주 120시간’ 발언이 보여주는 구시대적인 노동관, 중국의 부상 속에서도 여전히 미국에 치우친 외교 정책 등등 그는 한국 사회의 주요 문제를 예리하게 지적하고, 소득만 높은 ‘유사 선진국’에서 개인이 행복한 ‘진짜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선진국’과 중세 사이의 어딘가,
낯설고도 혐오스러운 K

2021년 7월 2일, 유엔무역개발회의는 만장일치로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이 선진국으로 ‘공인’받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한국이 나라는 부강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병들어가는 곳, 황폐해진 마음을 견디다 못해 매일 평균 38명이 자살하는 ‘사막’이라고 비판한다.
1장 〈과거-돌아오는 망령들〉은 ‘선진국’ 한국이 이미 극복했다고 믿었던 빈곤 같은 문제가 귀환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굶주림이나 영양 부족 같은 전통적인 빈곤은 크게 개선됐지만, 자기만의 시간을 누릴 수 없는 ‘시간 빈곤’,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없는 ‘관계 빈곤’에 시달리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2020년 기준으로 연간 노동시간이 1,908시간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687시간)보다 221시간이나 더 일하는, 세계 최악의 초장기 근로 사회 중 하나다. 또한 업무 스트레스, 육아 등으로 37.9퍼센트의 성인이 ‘섹스리스’가 됐고, 미혼 남녀는 10명 중 3~4명만 이성교제를 하는 ‘관계 빈곤’ 사회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에 대해 ‘자본이 우리에게 빼앗은 삶의 행복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2장 〈위계-‘높으신 분’ 없는 세상을 위하여〉에서는 중세의 군주나 봉건영주를 연상케 하는 한국 사회의 엄격한 권위주의를 비판한다. 교수가 학생들을 거느리고 시찰할 때, 학생들에게 모든 실무를 맡기고 자신은 명령만 내리는 모습이 마치 “농장주가 농노들을 데리고 다니는 광경”과 닮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학벌 또한 일종의 신분제로 작동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자녀처럼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 학력을 부모의 힘으로 얻는 ‘2세 사회 귀족’들”과 현대판 ‘평민’ 자녀들이 걷는 삶의 궤도가 태생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3장 〈혐오-나는 혐오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정서인 ‘혐오’를 다룬다. ‘빌거(빌라에서 사는 거지)’ ‘이백충(한 달에 200만 원 이하의 소득으로 사는 벌레 같은 사람)’ ‘난민충(벌레 같은 난민)’ ‘맘충(벌레 같은 행동을 하는 아기엄마)’ 같은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에서는 빈민‧여성‧난민 등에 대한 노골적인 멸시와 차별이 일상화됐다. 저자는 이를 두고 한국은 “인간이 벌레가 된 나라”라고 규정한다. 이 같은 혐오는 내부를 넘어 외부의 타자로도 향하는데, ‘착짱죽짱(착한 짱개는 죽은 짱개다)’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맹렬한 중국 혐오가 대표적이다.

삶과 지식의 ‘식민화’를 딛고
‘진짜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4장 〈노동-일이라는 식민지〉는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식민화하고, 심지어는 삶 자체를 앗아가는 노동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2015년 광주에서 한 학교의 야간 당직 기사가 과로사했는데, 그는 내리 73시간(!)을 일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와 같은 학교 야간 당직 기사들은 1년에 무려 6,000시간 정도를 일하는데, 이는 1960년대 말 평화시장에서 미싱을 돌리던 여공의 평균 노동시간보다 더 긴 시간이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를 누비는 ‘자랑스러운 K-콘텐츠’를 만드는 드라마 촬영팀, 개발자들도 밥 먹듯이 야근을 한다. 이처럼 말 그대로 ‘살인적인’ 노동은 개인이 자신을 돌볼 시간과 여력을 빼앗아간다.

5장 〈세계-‘아래로부터’의 세계화를 위하여〉는 ‘몸은 아시아에 있지만, 머리는 미국과 유럽에 있는’ 한국의 실상을 분석한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알아도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바진(巴金, 1904~2005)은 모르는 한국의 교양인들을 보면 알 수 있듯, 한국의 교육과 미디어가 말하는 세계는 사실상 미국과 유럽이다. 제국주의 열강이었던 미국과 유럽을 ‘보편’으로 여기는 왜곡된 인식 속에서 한국보다 가난한 아시아 나라들은 ‘서구화’된 한국이 ‘개발’해줘야 하거나 경제적으로 이용해도 되는 대상으로 전락한다. 이러한 아류 식민주의 속에서 유럽의 이슬람 혐오가 한국에 ‘직수입’되고, 예멘 난민 등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와 반감을 낳는다.

6장 〈미래-사라져야 할 것들, 와야 할 것들〉은 한국이 ‘진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앞서 다뤘던 여러 문제는 한국 사회가 총체적인 위기를 맞이했고, 새로운 대전환을 준비해야 한다는 증거다.
저자는 특히 신자유주의의 붕괴와 기후 위기에 맞서 ‘한국식 생태형 복지국가’ 건설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비정규직 정규직화‧무상 고등교육‧무상 의료‧공공의료기관 병상 확충부터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도시 농업 장려, 기후난민 폭증에 대비한 이민정책 검토 등 다양하고도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K에 필요한 새로운 ‘상식’

하지만 한국 사회의 여러 모순과 부조리를 타파하는 일은 제도 개혁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오늘날의 한국을 ‘불행한 선진국’으로 만든 것은 사회구조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타자에 대한 관심과 존중, 그리고 나와 남을 이어주는 소속감”의 고갈에 있다. ‘성장’만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각자도생,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나를 지지하고 내 존엄성을 인정해주는 타자, 나에게 존재감을 부여해주는 집단은 사라졌고, 이들의 부재는 개개인이 고통을 버틸 힘을 빼앗아버렸다.
저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사회의 에토스(ethos), 즉 이 사회의 상식과 통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을 ‘능력’ 위주로만 평가하여 그 개인에게 ‘급’을 매기고, ‘경제성장’을 최고의 사회적 가치로 여기는 의식은, 결코 ‘행복’을 가져다줄 수 없다.”
따라서 타인을 잠재적 적이나 내가 살려면 밟아야 할 존재로 여겨온 기존의 ‘상식’에서 벗어나 “‘능력’의 유무나 위치 고하를 떠나 만인이 그 존엄성을 존중받을 권리를 갖는다는 점, 그리고 사회의 목표는 성장이 아닌 인간과 생태계의 총체적 생존이라는 점”이 새로운 ‘상식’으로 자리 잡을 때야 비로소 K가 ‘진짜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이 책은 역설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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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분포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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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박노자가 본 한국 사회. 누구나 느끼고 있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고발한다  구매
shuita 2022-01-17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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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감추고 싶은, 드러나 있었지만 외면한, 아니면 기존 언론 등에서 논하지 않아 정말 모르고 있었던 이야기를 국외 이방인이 밝혀준다...모두가 읽고 느껴보았으면 하는 사실..  구매
cdh1118 2022-03-07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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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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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선으로 보는 K 이야기 새창으로 보기
2000년대 초반에 송영 작가가 쓴 <발로자를 위하여>란 소설이 기억난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여행을 가, 현지 가이드를 하던 한국어에 능한 러시아 청년을 만나 나눈 교감에 대한 얘기다. 그 청년의 이름이 ‘발로자’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발로자가 청년 박노자 교수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발로자는 블라디미르의 애칭이고 블라디미르는 박노자 교수의 본명이다.

소설 속에서 청년 발로자는 관광객들이 러시아 슬라브 문화의 정통성을 교회 건물 등으로 유명한 모스크바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자. 얼굴을 붉혀가며 반박한다. 죽은 건물, 졸부들의 천국 대신 비판적 지식인의 요람이었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보라고 얘기하며. 문화의 정통성을 건축물의 양식에서 찾지 말고 사람들의 삶을 이끄는 정신에서 보라는 그의 항변은 꽤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한국인 여성과 약혼했다는 이유로 대학교 은사로부터 배척당하는 장면도 놀라웠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시 밖으로 나갈 녀석’으로 이해되면서 배척된 이야기다. 러시아 같은 다민족 사회에서, 그것도 대학에서 한국 여성과 결혼을 약속했다고 그런 일을 겪다니. 놀라웠다. 그리고 지금이나 젊을 때나 경계인으로서의 삶을 살았구나 느끼게 됐다.

소설에 대한 얘길 길게 한 이유는 이번 박노자 교수의 신간 <당신이 몰랐던 K>에서 그가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배고팠던 시절,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하며 서울대 안경환 교수를 만난 장면을 얘기해서다. 개인적으론 <발로자>가 소환됐고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그의 논리적 주장들엔 사실 삶의 이야기가 함께 한다. 그래서 매우 논쟁적인 주장들조차 공감의 힘을 얻는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에서 공개적으로 ‘이순신을 교과서에서 빼라’고 주장하는 이가 그 말고 누가 있을까?
박노자 교수는 유대계 러시아인이다. 그리고 어렸을 땐 뚱뚱한 편이었나 보다. 그게 박노자 교수가 밝힌 스스로가 왕따를 당했던 이유다. ‘계집애 같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던 얘기라고 한다. 그리고 박교수는 당시 러시아 학교에 만연하던 ‘멋진 군인’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각종 전쟁의 명장과 대첩이 가르쳐지던 학교에서 ‘싸움질 못하는 남자’는 모욕의 대상이 된 게 아닐까란 추정이다.
그래서 그는 <진짜 사나이> 같은 프로그램의 군사주의적 선전이 싫다. 대한민국의 미래 세대에게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든 이순신을 계속 배워야 할 아이콘으로 둘 거냐고 묻는다. ‘다르게 생기고 돈 없고 싸움을 못한다 하더라도 약자가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어깨를 펴고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더 나은 나라가 아니냐고 물으면서. 이게 박노자 교수가 K팝, K방역으로 우쭐해하는 우리에게 진짜 K가 뭐냐고 묻는 이유일 것이다.
항구에서 새로운 음악이 발달하는 모습을 보며 흥미롭게 생각한 적이 있다. 뉴올리언스의 재즈가 그랬고 포르투갈의 파두도 마찬 가지다. 무역이 이뤄지고 교류가 늘고, 그렇게 문화의 접변이 이뤄지는 곳에서 새로움이 창조된다. 어쩌면 러시아 출신의 한국인 박노자의 시선도 그런 면에서 문제를 보는 새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노르웨이 청년들도 K팝에 심취했나 보다. 그들을 만난 이야기도 흥미롭다. 대부분 젊은 여성들인데 이들은 요새 자본이 만든 K팝이 서태지의 저항성을 잃었다며 아쉬워한다. 그리고 아이돌로 소비되는 여성의 이미지가 부자연스럽다고 갸우뚱한다. 그러다가 아이돌의 연애 금지가 계약조건이 되는 현실에 개탄하더니 연예 산업의 비정규직 문제로까지 이야기를 이어진다. 세계인의 공감을 얻는 K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구나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렇게 경계인으로 전하는 그의 문제의식과 고민은 가끔은 나의 상상력의 한계도 무너뜨렸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저출생 문제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2067년에 이르면 한국 총인구의 46.5%가 65세 이상의 노인’이 될 거라고들 한다. 그래서 나온 대책은 거칠게 말해 아이를 낳으면 돈을 주거나 양육을 보조하는 인프라 구축에 쏠리곤 한다. 한 걸음 더 떼 봐도 양성평등을 위한 고민 정도일까?
반면 박노자 교수의 대안은 지금 독일이 하고 있는 것처럼 ‘대대적인 이민 수용’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신이 한국에 기여하고 나면 멀지 않은 미래에 영주권이나 국적을 얻을 거라는 희망’을 주는 방식으로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한국인들도 그런 이민자나 그들의 문화에 대한 존중, 수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여성 이민자들에게 김치 담그기를 가르치는 동화 정책만으론 한계를 갖기 때문이다. 다름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나라, 그래야 국가 존립이 가능할지도 모르는 나라, 그게 <당신이 몰랐던 K> 중 또 하나의 모습이다.
혹자는 박노자 교수의 글이 매번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인용 사례만 달리해 반복하고 있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의 생각은 조금씩 조금씩 현실 속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진짜 선진국 대한민국을 위한 박노자 교수의 불편한 제안이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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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마안 2022-01-15 공감(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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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K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이지만 경계에서 늘 냉철하게 한국의 현실을 짚어온 박노자 교수가 한국이 진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과거, 위계, 혐오, 노동, 세계, 미래 등 여섯 개의 장을 통해 불편하지만 알아야 할 진실들 조목조목 짚어가며 허울 뿐인 선진국이 아닌 자국민이 행복을 위한 길을 선택해야함을 조언한다.  

한국은 양극화 속의 빈곤, 노인 빈곤, 노동시장의 이원화와 '불안 노동' 증가, 노동시장 진입 실패자 증가 등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저자는 사회구조적인 원인을 개인으로 한정하여 이유를 살펴보면 그 원인을 타자와의 관계라고 짚는다. 인간이 고통과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갈 힘을 주는 심리적 요소가 타자와의 관심, 존중, 소속감이라고 한다면,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인 신자유주의적 사회에서 공감능력은 오히려 '약점'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공감과 연대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각종 '혐오'다.  




타인을 존중하려면 '동등'이 기본 이념이 되어야 하는데, 위계가 기본 이념인 사회에서 존중은 실현하기 어렵다. 존중이 부재한 관심은 관음증에 불과하고, 어떻게든 이겨야만 하는 살인적인 경쟁에서 소속감 역시 따라올 턱이 없다. 우리는 현재 가난, 즉 결핍에 시달린다. 가난은 물질의 부족을 함의하지만 1차적 욕구의 결핌 외에도 '시간 빈곤', '관계 빈곤' 등 2차적 욕구의 가난에 시달린다.  




사회 어디에서도 '나'를 책임져줄 조직체가 없다면 취약한 한 개인이 사회에서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까. 물론 이러한 일이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해서 '남들도 다 그래'라는 핑계로 방치한다면 국가도,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도 덩치만 비대해진 빈 수레가 될 터다.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개인들'이라는 문구가 목에 턱 걸리는 느낌이 든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사회 제도 개혁은 물론이며, 더불어 사회 구성원의 의식 전환과 통념이 바뀌어야 한다. 




저자는 주요 열강국이 자행하는 '제재'를 들어 타자를 강제로 쫓아내거나 '우리'와 동화시키려는 국가의 폭력에 대해 언급한다. 그런데 이러한 양상의 폭력은 국가와 민족 간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규모의 범위를 넓히든 좁히든 칼자루를 손에 쥔 제재 폭력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선진국'은 일상이 비폭력화되어 안정적이며 복지가 가능한 바람직한 사회를 의미하는가, 아니면 돈이 많고 소수자들을 언제든지 박해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회를 의미하는가. 복지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톨레랑스'다. 민족, 종교, 문화적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존중을 뜻한다. 소수 의견을 표현할 자유, 다양성이 박해당하지 않을 권리가 보장된 사회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이 그토록 모델로 삼는 그 거대한 나라는 과연 선진국일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비폭력화가 이루어지자면 사회, 특히 직장의 탈군사화와 사회 전반의 평등화, 사회적 관게들의 대등화 등이 필요하다. 대학 평준화를 통한 학벌 카스트 제도의 타파가 필요하고, 노동자들의 경영 참여를 통한 기업의 민주화부터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심각하다. 알면서도 하지 않고 있기에.  







차별과 따돌림, 노동자와 지식인의 사회 계급 분화, 양심수, 여전히 존재하는 국가보안법, 경직된 위계성, 사회적 신분 세습, 학벌주의, 소외계층의 죽음, 살인적인 노동 시간, 혐오정치와 배제, 착취, 내부의 오리엔탈리즘, 기후 변화에 따른 식량 자급률과 이민 증가, 신자유주의의 후퇴, 한국의 미래 예측과 제시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으면서도 근본적으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수많은 폭력들과 개선점에 대해 얘기한다. 저자는 코로나 사태를 거쳐 한 시대가 종말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한국이 미국식 신자유주의 모델을 완전히 벗어나 한국식 생태형 복지국가 모델 전환의 장기적 비전을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자국민의 안정과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가끔 이 분의 저서를 놓고 한국에서 살지 않는 (민족 정서가 결여된) 귀화한 한국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고, 일단 한국에서 세금내고 살면서 책을 내라고 비난하는 독자들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타자화해서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기 어렵다. 특히 '우리'라는 소속된 집단은 '나'와 동일시 되기에 '한국'을 비판하는 것은 '나'를 비판하는 것 같아 그 내용이 맞든 틀리든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귀담아 들어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원래 입에 쓴 약이 몸에는 좋은 법이라고, '우리' 어르신들이 말씀하지 않았는가.
♤ 하니포터 2기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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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창 2022-01-23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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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K 새창으로 보기
"자만은 늘 위험하다. 그리고 과거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미래예측까지도 그르칠 위험성이 있다."

책을 펼치기 전까지 박노자 작가님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닐꺼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작가는 소련의 레닌그라드(현재 상트페데르부르크)에서 태어나 본명은 블라디미르 티호노프로 2001년 귀화했다고 한다.

박노자작가님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작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검색의 힘을 빌었다. 소설이나 에세이가 아닌 개인적 주장이나 정치, 경제적 견해에 대한 글을 읽을 때에는 그 문제에 대해 알고있는 지식이나 신념이 명확하지 않는 이상 책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체로 비판을 하는데 있어서 치우쳐 있는 사관이나 정치적 신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그의 모든 주장이 옳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타인의 주장이나 의견을 듣는다고 여기고 그 의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거나 적어도 그것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에 있어서 작가의 K(korea)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고 모두 옳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정치적, 경제적 문제에 무관심한 내가 반박할 수 있는 근거를 될 수 없다는 무지함이 사실은 더 불편하게 다가왔다. 원론적인 문제만이 눈에 들어왔지만 어쩌면 존재하고 있는 현실임에는 분명하니 책을 읽으며 관심을 가지게 되고 한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된것은 분명하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세계의 많은 것들이 무너졌다. 우리보다 선진국이라고 믿었던 세계의 다른나라가 신자유주의의 시대를 거치며 공공성을 크게 약화시켜 위기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으며 공공의료의 부재와 정부의 무책임과 함께 인명 경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기본소득 지원등 국가주도의 재분배 정책이 불가피해짐으로 '시장'의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개인을 능력 위주로만 평가하여 그 개인에게 '급'을 매기고, 경제성장을 최고의 사회적 가치로 여기는 의식은 결코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없다. 우리가 단순히 부강한 나라만이 아닌 행복한 나라를 원한다면 능력의 유무나 위치 고하에 따라 만인이 그 존엄성을 존중받을 권리를 갖는다는 점, 그리고 사회의 목표는 성장이 아닌 인간과 생태계의 생존이라는 점부터 상식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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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adlunarena 2022-01-15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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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K, 그러니까 알아야 할 K 새창으로 보기
박노자의 글을 꾸준히 읽은 지 꽤 오래 되었다. 그의 글을 읽으며 드는 감정은 늘 질투심이다. 뭐야, 한국에 대한 관심과 비판의식은 한국의 진보보다 진보적이고 한국의 노동계급보다 계급적이잖아. 레드컴플렉스도 없잖아. 자본친화적 경향에서 자유롭잖아. 게다 한국말도 나보다 잘하는 거 같네. 아우씨...부러울 수밖에 없다. 내면의 검열관 없이 한국사회에 대해 말할 수 있다니.


나도 그처럼 눈치 안보고 과격하게 말하고 싶다.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은가. 익명을 기반으로 사회적 약자만 족처대는 더러운 키보드 권력들, 치졸한 좆우월주의자들, 넘사벽 국가권력이나 경찰권력들, 그 다양한 권력이 연합해 내 머리 속의 검열관 왕좌에 또아리를 틀고 있다. 적절하게 겁줘서 하고 싶은 말을 삼키게 하려고.


그는 노동귀족이라는 말에 담긴 신자유주의의 노동계급갈라치기 전략(39쪽)이나, 어느 진보연하는 학자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못했던 이석기 전 의원의 징역 상황(59쪽)에 대해서도 거리낌없이 말할 수 있다. 심지어 이순신 장군도 깐다. 그토록 한국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라니...그 자유로 그는 우리는 알고 싶지도 않은, 관심도 없는, 국뽕이나 차올라서 언급하는 K들 속에서 <당신이 몰랐던 K>를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정체성 역시 부러움의 대상이다. <당신이 몰랐던 K> 책날개에 쓰인 약력을 보면 그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아니라 소련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났다. 소련에서 조선사를 전공했고 고대 가야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에 귀화하여 한국인이 되었고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대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이런 여러 층위의 복합적인 정체성이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각을 가지게 했을까? 한국에 오래 살았다고 해서 한국인이 되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다. 특히 오래 살았던 나라에 애정을 갖는 것이나 그 나라 말을 잘 쓰는 것, 그 나라의 사회정치적 상황에 비판의식을 갖는 것 등은 또 다른 문제다. 미국이나 유럽 출신 백인들은 한국에 산 지 10년이 넘어도 한국말을 잘 배우려 하지 않는다. 한국인들과 친해지면 한국인 역시 영어로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한다. 베트남에서 산다해도 베트남어를 배우려하지 않는 한국인처럼. 언어는 권력이고 입만 열면 그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들이 피지배자의 언어를 배울 이유는 없을 테니까.


그래서 또 놀란다. 그는 권력자의 언어에서도 자유롭다. 스스로 억압과 차별이 어떤 것인지 오랫동안 사유해왔고 한국의 보수를 극우주의자들이라고 단칼에 말할 수 있다. 누구든 이번 대선을 '현상을 유지하려는 자와 상황을 악화시키려는 자들의 대립'으로 생각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는 공중파 라디오 방송에서 그걸 아무 거리낌 없이 말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을지문덕, 강감찬, 이순신을 통해 남성의 폭력적 경향을 문제삼을 수 있다. 한국남성이 그랬다면 감히 위대한 장군들을 문제시한 결과로 대찬 욕을 먹어야 했을 것이고, 한국여성이 그랬다면 온라인에서 뼈도 못추리게 혐오의 난도질을 당했을 것이다.


그가 장군들까지 소환해서 비판하려 한 논지는 이 책에서 제일 좋았다. 솔직하고 따뜻하기까지 하다. 그 역시 중학교 시절 왕따 피해를 겪었는데, 그의 생각은 인간의 본능에 가 닿고 가해자를 사회적으로 이해하기까지 한다.


나는 아동기에 폭력을 당하면서 계속 그 원인들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기도 했다. 대타적 폭력 충동이 인간 본성에 내재한 일부분이라는 생각을 나는 처음부터 일축했다. 나를 포함한 여러 폭력 피해자들도 분명히 가해자들과 같은 인간인데 왜 타자에게 폭력을 가하고 싶은 충동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가? 이 의문으로부터 나는 폭력이 '모든 인간들의 본능'이라기보다는 어떤 특정 상황에서 발현된다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가해자들의 가정환경과 함께 나는 가해자들이 나를 향해 내뱉는 말들도 하나하나 분석하곤 했다.

36~37쪽.



날카로운 비판과 분석에 이어진 인간중심적인 따뜻한 그의 견해에 무장해제되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전쟁이 신분계급사회를 변화시켰다는 부르스커밍스의 주장에서 더 나아가 한국사회를 차별, 배제, 혐오의 도가니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의 역할을 한 학벌사회까지 비판하는 대목에서는 절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수 세기 동안 굳어진 반상, 양천의 차별 구도가 한국전쟁과 이농, 도시화 과정이라는 외부적 쇼크 속에서만 해체될 수 있었듯이, 학벌 사회도 어떤 외부적 쇼크 없이는 스스로 해체되지 않는다.(85쪽)'는 얘기에 어찌 수긍하지 않을 수 있으리. 궁금한 것도 있다. 얼마나 한국어를 공부해야 반상, 양천이란 말을 글 속에 저리 자연스럽게 쓸 수 있을까. 심지어 그는 <맨발의 청춘>이란 영화까지 알고 있다. (109쪽)


박원순 시장 사건도 역시 자기검열 과정 없이 쓰면서 '우리는 여전히 '여혐'이 남성의 특권이 강하게 작동하는 페니스 패권의 퇴보적인 사회에서 살고 있다. (92쪽)'고 한다. 이쯤되면 그의 귀화 신분까지 부러워지기도 한다. 노르웨이와 러시아 상황을 비교해 혐오, 돈 선망, 비정규직의 처지, 표현의 자유, 장시간 노동을 비교한 점들도 흥미로워 놓칠 수 없다. 특히 '그 어느 희생자도 잊지 않고 모든 죽음에 평등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변혁의 원동력(100쪽)'이라는데, 평등의 의미를 부여하는 대상에 '죽음'까지 고려한 점은 더욱 박노자다웠다. 그다운 시선이 드러난 글 중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176쪽)' 은 글 전체를 인용한다 해도 과하지 않다.


계급, 젠더, 인종을 넘너들며 펼치는 한국사회의 다양한 모습들을 까발리면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재분배를 통한 평등한 사회구조 구축에 대한 강조를 잊지 않는 박노자같은 지식인은 그저 소중하다. 소련 사회주의에 대한 경험, 노르웨이라는 선진국에서의 생활, 한국에 대한 사유가 겹쳐지며 쏟아낸 그의 뜨거우면서도 차가운 주장에 깊이 감동하며, 그같은 한국인이 있어 K에게는 또 얼마나 다행인지 존경과 감사를 넙죽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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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일 2022-01-25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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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K



예전 한겨레21 칼럼부터 작년에 읽은 <미아로 산다는 것> 까지 꾸준히 챙겨읽는 박노자 교수의 신간이다. 이번엔 K-OO 국뽕, 선진국 대한민국에 심취해있는 우리에게 던지는 경고이자 일종의 제안을 담은 책이다.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의 어두운 이면을 들춰내는 날카로운 지적들이 섬칫했지만 결코 우리고 몰랐던 얘기가 아니었음을 직감했다. 이미 일상 속에서도 찝찝하게 미뤄두고 있는 얘기들이었고 모른척 외면했던 진실이었다. 



그리고 이런 진실을 까발리는데 머물지 않고 진짜 선진국 대한민국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함께 이렇게 바꿔보자는 박노자의 제안들이 있어 의미밌는 시간이었다. 



책의 구성은 타자에 대한 관심과 존중, 나와 남을 이어주는 소속감의 고갈과 성장만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각자도생,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나를 지지하고 내 존엄성을 인정해주는 타자, 나에게 존재감을 부여해주는 집단의 부재, 이로 인한 개개인이 고통에 대한 수십개의 길지 않은 칼럼 형식의 글들이 엮여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개인을 능력 위주로만 평가하여 그 개인에게 급을 매기고, 경제성장을 최고의 사회적 가치로 여기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몸서리가 쳐진다. 그렇다고 비관론에만 빠지는 우울한 책이 아니었던건 각 챕터의 글에 마지막 문단은 항상 희망의 불씨를 발견할 수 있게 마무리 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의 목표는 성장이 아닌 인간과 생태계의 총체적 생존이라는 명쾌한 대목은 나한테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데올로기가 될 것 같다. 

그외에도 한국이 이미 극복했다고 믿었던 빈곤 같은 문제가 귀환하고 있는 현실과 중세의 군주나 봉건영주를 연상케 하는 한국 사회의 엄격한 권위주의, ‘빌거(빌라에서 사는 거지)’ ‘이백충(한 달에 200만 원 이하의 소득으로 사는 벌레 같은 사람)’ ‘난민충(벌레 같은 난민)’ ‘맘충(벌레 같은 행동을 하는 아기엄마)’ 같은 노골적인 멸시와 차별, 노동 현실에 대한 읽을거리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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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ussy 2022-01-17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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