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장 이야기 - 63세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노동 일지 | 우리시대의 논리 27
조정진 (지은이)후마니타스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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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10,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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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지방 소도시에 살면서 공기업 사무직으로 38년간 일하다 퇴직한 60세 노동자가 생계를 위해 시급 노동의 세계에 뛰어들면서 쓰기 시작한 노동일지로 3년간 아파트, 빌딩, 버스터미널을 전전하며 경비원, 주차관리원, 청소부, 배차원으로 살아 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목차
들어가며 7
첫 번째 일터. 버스 회사 임계장이 되다 10
두 번째 일터. 아파트 경비원이 되다 48
세 번째 일터. 빌딩과 아파트를 오가며 132
네 번째 일터. 터미널 보안요원의 일 208
나가며 247
감사의 글 258
책속에서
첫문장
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소위 '늘공'으로 38년간 공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다 2016년, 60세의 나이로 퇴직했다.
P. 8 고용주들은 최저임금이 조금 오르면 업무량은 그대로인데도 인원을 대폭 줄였다. 또 무급 휴게 시간을 계속 늘려 최저임금이 올라도 시급 노동자는 더 받는 것이 없었다. 이것이 시급 노동의 현장이며, 은퇴 후 일터에 뛰어든 단기 비정규직 고령자들의 세상이다. 수십 만에 달하는 노인들이 믿기지 않는 비참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노령 ... 더보기
P. 39 나이 들면 온화한 눈빛으로 살아가고 싶었는데 백발이 되어서도 핏발 선 눈으로 거친 생계를 이어 가게 될 줄은 몰랐다. 문득 터미널을 둘러봤다. 구석구석을 쓸고 있는 등이 굽은 할아버지들과 늦은 오후 영화관으로 출근하는 할머니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터미널만 봐도 인력의 80퍼센트가 비정규직이고 그중 많은 수가 임계장들이었다. 이 고단한 이름은 수많은 은퇴자들이 앞으로 불리게 될 이름이기도 할 것이다. 임계장은 나 혼자가 아니었다. 접기
P. 45 “당신이 아직 세상 물정 모르니까 해주는 말인데, 버스 회사에서 업무상 재해라는 건 교통사고 하나뿐이야. 당신이 회사 버스에 치였어? 아니지? 당신이 한눈팔고 일하다 다친 거지? 그래 놓고 회사에 책임을 떠밀어? 내일부터 출근하지 마.”
P. 86~87 똥을 무서워해서는 청소원 노릇을 못 하듯이 음식물 찌꺼기의 악취를 두려워해서는 경비원 노릇을 못 한다. ...... 잡균과 오물이 묻은 손으로는 밥을 먹을 수 없고, 주민의 심부름도 할 수 없으며, 택배를 다룰 수도 없으니, 하루 평균 손을 씻는 횟수가 서른 번, 어떨 때는 쉰 번이 넘을 때도 있었다. 하루에 몇십 번씩 손을 씻는 이가 경비원 말고 누가 있을까? 우리의 손은 하루 종일 더러운 쓰레기를 만지는 손이지만 그런 이유로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손이라고, 감히 자부한다. 접기
P. 109 실제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2017년 들어 최저임금이 6030원에서 6470원으로 상승했는데, 그 상승분 440원을 주기 싫어서 무급 휴
게 시간을 한 시간 더 늘린 상황이었다. 경비원들이 모이면 웅성웅성 울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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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조정진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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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간 공기업 정규직으로 일하다 2016년 퇴직 후 4년째 시급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버스 회사 배차 계장, 아파트 경비원, 빌딩 주차관리원 겸 경비원을 거쳐 버스터미널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다 쓰러져 해고되었다. 7개월간의 투병 생활 이후 지금은 주상복합건물에서 경비원 겸 청소원으로 일하고 있다.
jajw0408@naver.com
최근작 : <임계장 이야기> … 총 2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후마니타스
출판사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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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공기업에서 30년 넘게 일하다 퇴직한
63세 ‘젊지 않은 노동자’가
퇴직 후 경비로 일하면서 쓴
시급 노동 일지
50대 이상 시급 노동자 5년 새 7배 증가,
노인 경제활동인구 421만 명 시대,
노인 빈곤율 세계 1위 국가의
경비, 청소, 간병 등을 책임지고 있는
노인 노동자의 초상
아파트, 빌딩, 터미널 등에서
우리 곁을 지키며
구부정한 허리를 하고 푸른 작업복을 걸친 채
온갖 궂은일은 도맡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야기
지방 소도시에 살면서 공기업 사무직으로 38년간 일하다 퇴직한 60세 노동자가 생계를 위해 시급 노동의 세계에 뛰어들면서 쓰기 시작한 3년간의 노동일지를 모았다. 저자는 아파트, 빌딩, 버스터미널을 전전하며 경비원, 주차관리원, 청소부, 배차원으로 살면서 겪은 시급 일터들의 팍팍한 현실을 담담히 써내려 감으로써 우리가 외면해 온 노인 노동자의 현실을 전면화한다. 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로 실제 저자가 버스터미널에서 일할 때 주변에서 그를 부르던 이름이다.
1장부터 4장까지 동명고속(가명), 노을아파트(가명), 대형빌딩, 터미널고속(가명)을 거치는 그의 임계장 이력을 따라가다 보면 낮은 곳에서 모두가 기피하는 일을 도맡고 있는 반백의 노동자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검표원, 콜센터 상담원, 편의점 알바생, 미화원 등 그가 거쳐 간 일터들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이 어디까지 와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는 지금도 주상복합 건물에서 경비원 겸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 줄거리
첫 번째 일터. 버스 회사 임계장이 되다
작은 버스 회사의 배차 계장으로 시급 일터에 처음 발을 들인 저자의 좌충우돌 적응기가 펼쳐진다. 25년간 자리를 지켰던 전임자가 바로 해고되는 바람에 인수인계도 받지 못한 채 일을 시작하게 된 저자는 공기업에서의 버스 배차 경험과 경쟁사 베테랑 ‘사부’의 조언에 힘입어 1인 3역을 해내는 데 성공하지만, 결국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탁송 작업을 하다 허리를 다쳐 사흘의 질병휴가를 신청하자 해고되고 만다.
두 번째 일터. 아파트 경비원이 되다
아픈 허리를 끌고 일주일 만에 다시 아파트에 취직한 임계장의 경비원 생활이 펼쳐진다. 30년 넘은 오래된 아파트의 두 개 동 350세대를 담당하는 경비원으로서 각종 쓰레기 분리수거, 주차 관리, 소음 분쟁, 주민들의 갑질, 각종 잡역과 심부름들을 감당하면서도 성실한 노동을 멈추지 않는 저자의 모습이 눈물겹다.
세 번째 일터. 빌딩과 아파트를 오가며
격일제 근무 조건을 이용해 아파트에 이어 고층빌딩까지 투잡을 뛰게 된 저자의 월화수목금금금 24시간 극한 노동기가 펼쳐진다. 고층빌딩에 함께 몸담은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아파트 옆 편의점의 청년 알바생들, 그리고 중등 검정고시에 도전하는 청소부 할머니와의 우정도 감동적이다. 하지만 빌딩에서는 VIP의 갑질로 해고되고, 아파트에서는 자치회장의 심기를 거스른 죄로 결국 재계약에 실패해 또다시 실업자가 되고 만다.
네 번째 일터. 터미널 보안요원의 일
배차 계장으로 있을 때 사귀었던 ‘사부’의 소개로 터미널고속의 보안요원으로 취직한다. 터미널고속이 대기업이었기에 이전보다는 나은 노동환경을 제공해 주리라 큰 기대를 품고 입사하지만, 이런 기대는 처참히 무너져 간다. 공중화장실을 마주보고 있는 지하 숙소에서 공용 침구를 덮고 자야 하는 경비원 16명의 공동생활, 마시는 공기조차 차이가 날 만큼 심각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포괄적 업무 규정에 입각한 더 많은 잡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 저자는 결국 2018년 혹독한 무더위 속에서의 극한 노동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고 만다.
나가며
7개월간의 투병 생활을 거쳐 다시 주상복합 건물의 경비 겸 청소원으로 복귀한 저자가 4년째 임계장으로 지내면서 비로소 알게 된 것들을 전수한다. 최근 경비업법의 실행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도 당사자의 시선에서 따끔한 비판을 가한다. 지금도 그는 소독통을 둘러메고 온몸에 소독약을 뒤집어쓴 채 건물을 지키고 있다. 퇴근길에 마주친 터미널고속의 친구는 코로나19가 유행 중인 지금도 경비 16명이 변함없이 공동 숙소를 쓰며 침구를 같이 쓰고 있는 현실을 전한다. 하지만 둘은 200명이 닭장 같은 사무실을 같이 쓰며 일해야 하는 콜센터 노동자들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위로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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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올해 읽었던 책 중 좋았던 책 적어본다. 단연 코스모스. 책을 사둔지는 몇년이 되었지만 시도할 용기를 내지 못하다가 작년말 최승필 저자의 공부머리 독서법 읽고 학창시절 코스모스 10번 이상 읽었다는, 인생책이라는데 자극 받아 올초 주말에 틈틈이 읽었다. 학창시절 과학 엄청 싫어했고, 지금도 과학책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잘 읽지 못하는데, 와, 과학... 더보기
햇살과함께 2021-12-31 공감 (33)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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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장'은 소수의 사람에게만 해당할까?
'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대다수의 직장은 정년이 있다. 그 정년이 57세부터 65세까지 다양하지만, 65세 정년인 직장은 거의 없다. 대부분 60세가 되면 정년이 되어 직장에서 나와야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지금 우리 사회에서 60세면 편안한 노후생활을 할 수 있는 나이인가? 직장 생활을 30년 넘게 한 사람들이라고 그 다음부터 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을까? 산수를 해보자. 굳이 수학까지 갈 필요도 없으니.
지금 60대들은 결혼을 현재 젊은 세대들보다는 일찍 했을테니 남자로 계산하면 군대 갔다 오고, 가장 빨리 취업을 해도 20세 전후다. 그러니 20세에 취업했다고 하자. 그러면 40년을 근무한 셈이고, 결혼은 25세에 했다고 하자.
그가 곧 아이를 낳았다면 60세가 되었을 때 큰 아이는 35세가 되어 있을테다. 그리고 둘째를 2년 터울로 낳았다고 하면 둘째 나이는 33세.
지금 우리나라에서 35세와 33세는 운이 좋으면 직장을 갖고 부모에게 기대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퇴직을 한 다음에는 온전히 부모는 자신들을 위해서 살 수 있을텐데, 과연 그런가?
여기에 변수가 있다. 부모가 퇴직할 당시 빚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집을 얻기 위해 대부분은 빚을 지니고 있다. 자식들 대학에 보내드라 또다른 빚이 있고. 직장을 그만두는 순간, 신용이 없어져 이 책에서 말하듯이 빚을 갚으라는 독촉에 시달린다. 갚지 않으면 추심 들어온다고 한다. 그러니 그간 모아두었던 적금, 보험을 해지하고 빚을 갚아야 한다.
또 늦게 둔 자식이 있으면 그 자식 학비로 마련해야 한다. 결국 직장에서 정년을 하고 편안한 노후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빚이 없는 사람, 자식들이 모두 자립해서 살고 있는 사람들로 한정된다.
대다수의 부모들은 정년을 하고 나면 살 길이 막막해진다. 그때부터 갚아야 할 빚과 자식들을 부양해야 하는 돈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그들은 다시 직장을 찾아야 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정년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고. 그런 사람들이 많은가? 이 책을 쓴 사람은 공기업에서 37년을 근무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는 제2의 인생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살아가야 했다. 살기 위해서.
이 사람을 보아도 '임계장'은 극소수에 해당하지 않는다. 많은 정년퇴직을 한 사람들에게 해당한다. 그들은 살기 위해서 직장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들을 필요로 하는 직장은 대부분 계약직이고, 하고자 하는 사람이 늘 대기하고 있어서 해고하기도 편한 그런 곳이다.
아파드 경비원, 빌딩 관리인 등등이 바로 그런 곳이다. 많은 정년 퇴직자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고, 또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그러니 '임계장'은 결코 소수가 아니다.
3D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암계장'들이 하는 일은 우리 생활에서 꼭 필요하지만 남들 눈에 띠면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일들이다. 그들은 소위 3D라 불리는 일을 한다. 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일들. 그 노동으로 다른 사람들은 편하게 지낸다.
그러면 고마워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일이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그 책임을 이들에게 묻는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넘어져도 경비원 책임, 자기 차에 흠집이 생겨도 경비원 책임, 쓰레기가 넘쳐도 경비원 책임 등등...
이 책을 읽다보면 이런 아파트 주민들이 있나 싶을 정도다. 그런데 있다. 오죽하면 아파트 입주민의 갑질로 목숨을 끊는 경비원들이 나오겠는가.
그들은 자신들이 편리하게 사는 대가가 바로 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한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이런 일들은 잘하면 표가 안 나고, 못하면 바로 표가 나는, 그래서 지적을 하기 쉽고, 주민들 입장에서는 큰소리 치기 쉬운 일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는 않지만, 정말 선량한 사람들도 많지만, 극소수의 사람이 갑질을 한다해도 그 여파는 상당하다. 사람을 그렇게 대하면 안 되는데, 경비원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그런 아파트라니... 지금은 좀 나아졌으려나? 아니지, 아직도 보이지 않게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이 책에서 저자가 겪은 일을 알게모르게 저지르고 있지 않나.
'공부 안하면 저 사람처럼 된다.' 이게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말이다. 이런 말을 듣고 자란 자식이 어떻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들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서 험한 일을 하는 사람을 존중하겠는가. 그러니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한 존중. 또 자신들이 왜 깨끗하고 편리한 환경에서 지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
전태일의 외침은 여전히
이 책을 읽으면서 '임계장'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지켜라'고 외치며 온몸을 불사른 지 50년이 되었는데도 노동자들의 조건은,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은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 이곳저곳에서 전태일의 외침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아직도 전태일의 소망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아침에 집을 나서서 저녁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은 현실. 그런 현실 속에서도 더욱 힘든 삶을 지니는 '임계장'들. 또 이런 사람들을 자기들끼리 감시하게 만드는 관리자들.
아프면 치료해주지 않고 곧바로 해고하는 그런 직장들. 대기업이라고 들어가도 대기업 직원이 아닌 용역업체 직원으로 들어가게 되는 현실. 일은 대기업이 시키면서도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용역회사에 떠넘기고, 용역회사는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그런 일들이 여전히 비일비재하고 있으니.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그러니 우리 사회는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는 한없이 약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빌딩 관리인이 되었을 때 본부장 차는 지정 주차 구역이 있고, 이를 잘못 알고 다른 차를 주차시켰을 때 난리가 나는 현실.
또한 경비원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경비반장에게 맡기고, 그에게 정년 연장과 근무에서 특권을 부여해 그로 하여금 회사에 충성하게 만드는 그런 노동 관리 실태.
신영복 선생이 그랬던가. 감옥에 있을 때 한여름 더위에는 바로 옆에 있는 감방 동료들이 미워진다고, 어쩔 수 없이 붙어자야 하는 그들에게 한여름 더위는 견딜 수 없는 일인데 그 화살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가기 쉽다고 했다.
경비반장 역시 자신이 살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하겠지만, 자신과 같은 처지의 경비원들을 감시하고 회사에 신고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이는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모습이다. 그리고 이 사회는 그렇게 하기를 강요 아닌 강요를 하고 있다.
이래서는 안된다. 환경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은 조직이 되지 않았고, 또 조직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사회
하지만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은 서로 도울 때도 많다. 휴가를 가기 위해서는 대체 근무자를 구해야 할 때 함께 구해주는 모습이나, 감기에 걸리면 동료에게 옮길까봐 홀로 나가 자는 고속터미널 관리인들.
이런 모습들. 또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친절한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자신의 마음을 담은 물건을 주는 사람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들도 있지만, 그들이 그렇게 하기 전에 먼저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고속터미널의 상무라는 사람, 핀셋으로 이쑤시개까지 주우면서 관리원들에게 보여주는 모습, 자 이 모습이 어떤가?
고속터미널 환경 관리를 관리원들이 하기 힘드니까 도와주는 모습으로 보이는가? 아니, 그 모습을 본 관리소 직원들은 관리원들을 다그친다. 상무님이 왜 저런 일을 해야 하냐고? 이는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는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약자에게 일을 더 시키는 모습이다.
오죽하면 상무는 관리인들이 화단에서 이쑤시개를 찾아 청소하는 관리인들을 보면서도 하지 말라는 소리를 한번도 하지 않았을까. 이는 함께 사는 사회가 아니다.
강자는 약자를 편들어 주어야 한다. 약자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좋은 사회는 약자에게 약하고, 강자에게 강한, 그래서 약자들이 삶을 살아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사회다.
그리고 그런 사회가 우리 모두 함께 살아가는 사회다. 우리도 '임계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임계장'을 우리만큼 존중받아야 할 존재로 여기는 사회가 바로 그런 사회다.
이 책을 참 짠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저녁이 있는 삶이 아직도 없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이 있는 삶. 이를 더 넓게 확장하면 노년이 있는 삶이다. '임계장'들이라고 불리지 않고 '제2, 제3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라고 불릴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가 되어야 젊은이들도 행복하지 않을까 한다.
'임계장'이 젊은이들의 미래가 아니라 '제2의 인생을 사는 사람'이 젊은이들의 미래가 되어야, 그런 사회가 함께 하는 사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함께 살기 위해, 더불어 행복해지기 위해. 내 삶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기 위해서도.
kinye91 2021-09-23 공감 (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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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장 이야기‘
임씨 성을 가진 계장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임계장이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을 가리키지요. 38년간을 공기업에서 근무하고 60세 정년퇴직 후에 비정규직을 전전하면서 경험한 업무일지입니다. 처음에는 버스 회사 배차 및 탁송일을 시작으로 아파트 경비원, 빌딩 경비원, 터미널 보안요원 일을 하게되는데요. 4곳의 직장에서 모두 아파서 그만두게 됩니다. 그렇지요. 아프면 해고됩니다. 아, 빌딩 경비직에서는 본부장 사모님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해고되는군요.
저자가 겪은 일들을 보면 공포가 밀려옵니다. 업무 자체의 어려움보다는 고용주의 태도에서 말이죠. 고용주들은 아파트 경비원, 청소원, 주차 관리원같은 비정규직 사람들은 사람으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고용주들은 저들에게는 그저 시급만 계산해 주면 어떤 혹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지 신경도 쓰지 않는 소모품들이지요.
저자의 업무일지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내가 할 수도 있는 일, 내 부모형제가 할 수 있는 일, 퇴직을 앞둔 많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거던요.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그들의 이야기가 사회를 바꾸는데 일조하길 바랍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이 모순적인 일과 자신이 사람 대접을 받기를 스스로 포기해야만 간신히 버틸 수 있는 근무환경은 사라져야 합니다.
자강 2021-03-29 공감 (2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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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보면서도 알지 못했던 내 주변의 이야기. 매일 보면서도 듣지 못했던 우리 아버지들의 이야기. 이토록 아픈 이야기가 이토록 보편적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꿰뚫는다. 구매
이미란 2020-04-06 공감 (2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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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우리 모두가 외면하고 있었던 노령 비정규직 노동자분들의 고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구매
히드라 2020-05-11 공감 (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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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무겁고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했던 나의 행동이나 말이 다시 생각났다.함께 살고있지만 살아내고있는 무수한 임계장... 뿐만아니라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나누어진 일터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 그게 다시 내가되고 나의 아이들이 만나게될 근로의 현장이라는 가슴아픈현실. 구매
라트라비에타 2020-04-18 공감 (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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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뵙고 마음이 저렸는데, 지금 메인기사가 서울 경비원의 안타까운 사건이네요. 저 사건 잊지 않을 거예요... 수많은 임계장들, 내가 될 수도, 내 가족이기도 한 임계장들.... 계속 관심 가질게요.... 구매
kdfjls 2020-05-11 공감 (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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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계약직인 노인노동자의 삶을 통해서 이사회에 만연한 갑질의 실상을 폭로한다. 비인격적 대우, 비위생적 환경, 장시간 노동이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부수는 과정은 눈물겹고도 끔찍하며 낮고 힘든 자리에서 일하는 이들도 엄연히 존엄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리려는 메시지는 감동적이면서 웅숭깊다 구매
수다맨 2020-06-20 공감 (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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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주들은 최저임금이 조금 오르면 업무량은 그대로인데도 인원을 대폭 줄였다. 또 무급 휴게 시간을 계속 늘려 최저임금이 올라도 시급 노동자는 더 받는 것이 없었다. 이것이 시급 노동의 현장이며, 은퇴 후 일터에 뛰어든 단기 비정규직 고령자들의 세상이다. 수십만에 달하는 노인들이 믿기지 않는 비참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노령 노동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은 전혀 없다. 정부, 입법자 그 누구도 노령 노동자의 이런 현실을 잘 알지 못하며 알려고 하지도 않는 것이다. (8쪽)일흔을 앞둔 고모는 여전히 일을 하신다. 많은 노동력을 요구... + 더보기
자목련 2020-05-25 공감(3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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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계장 이야기/ 조정진 📚 새창으로 보기
⭐ 조정진⭐
38년 공기업. 2016년 퇴사. 버스 회사 배차 계장, 아파트 경비원. 현재 주상복합건물 경비원
"아빠, 저 경비 아저씨, 참 힘들겠네."
아빠가 대답했다.
"응, 많이 힘들 거야.
너도 공부 안 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
그러니 공부 열심히 해야 돼."
p.103
■ 임계장의 뜻은?
임계장이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이란 뜻이다. 임계장은 '고·다·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르기도 쉽고, 다루기도 쉽고, 자르기도 쉽다고 해서 붙은 말이라고 한다. 매연과 미세먼지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 병에 걸리면 '노환'이다 하여 해고당하기도 하고, 24시간 격일제 근무가 많았다고 한다. 최저임금이 조금 오르면 고용주들은 업무량은 그대로 두고 인원을 줄인다. 필자는 노령화 시대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임계장 같은 분은 점점 더 늘어나고 시급 노동자들의 겪고 있는 아픔과 고단함을 밝히고자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 이 책을 읽고 나서...
알라디너인 이웃님의 소개로 책을 읽었다. '임계장'이란 제목에 회사의 계장을 의미하는 줄 알았다. 책을 읽기 전에 저자의 프로필을 보면 선입견이 생겨 그냥 읽는 편이다. 표지를 보니 63세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노동 일지라고 쓰여있었다. 퇴직하신 분의 일기임을 금방 알 수 있었지만 근무환경이 이렇게 열악할 줄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더욱 불편해졌다.
이 책은 2016년 6월 1일부터 2018년 8월 31일까지의 근무 일기이다. 공기업에서 38년간 정규직에서 일한 후 2016년, 60세의 나이에 퇴직하였다. 4번의 직장을 옮겨 다니며 그동안의 일들을 가감 없이 진솔하게 적어 나갔다. 단순 노무직은 장시간의 노동, 비인간적인 대우, 비위생적인 근무환경 속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살아간다는 고발서이기도 하다. 필자는 7개월간 투병 생활 후 지금 주상복합 건물의 경비원 겸 청소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책을 읽고 지난 5월에 입주민의 폭행과 감금 그리고 협박에 못 이겨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이 있었다. 이 외에도 사회 각층에서 '갑질 문화'가 너무 팽배해 있다. 임계장의 이야기가 단지 퇴직한 분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런 사건들이 터지면 느지막이 대책을 내놓는다. 정부의 뒷북행정에 이젠 고개를 흔든다. 제발 땅을 쳐다보며 살았으면 한다. 오늘도 우리 아파트 경비를 서시는 분들이 이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재초 작업에 열을 올리신다. ㅂ카스 한 병 드리면서 "수고 많으세요."라는 인사를 건네야겠다.
임계장님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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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별 2020-07-10 공감(31)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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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장.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이다. '임시', '계약직', '노인장', 세 단어 따로 봐도 우울하기만 한데 심지어 세 단어가 모였다.「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노동 일지」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의 저자는 63세. 처음부터 임시직은 아니었다. 38년간 정규직으로 열심히 일했고 2016년 60세 나이에 퇴직했다. 그에게는 출가한 딸과 대학3학년 아들이 있었는데 이 아들의 진로로 인해 저자의 퇴직후 노후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아들이 대학 졸업후 취업 대신 전문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대학 졸업후 적어도 3년 더 고액의 학비를 조달해야 되는데 퇴직하기 얼마전 딸의 결혼 비용으로 저축해놓은 돈의 상당한 부분을 이미 소비하였고, 퇴직금은 오래 전에 중간 정산을 통해 미리 받아 집 마련하는데 써서 거의 남아 있지 않는 상태이다. 더구나 신용대출 받은 것도 남아있어 은행으로부터 빚독촉까지 받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임시직이든 뭐든 일을 더 해서 수입을 마련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60세 (60세 다음에 노인이라고 굳이 붙이고 싶지 않다. 예전의 60세와는 다른데다가 60세에 노인 소리 듣고 싶어하는 60세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의 퇴직자가 일할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저자는 직업의 귀천을 따져서 구직을 하진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예전의 자기 지위를 염두에 두고 일자리를 찾는다면 더욱더 쉽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임시 계약직 노인장으로서 겨우 찾은 일자리는 다른 말로 '고·다·자'라고 불리는 일인데 고르기도 쉽고, 다루기도 쉽고, 자르기도 쉽다고 해서 붙은 말, 전적으로 고용주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이렇게 찾은 첫번째 일자리는 버스터미널, 고속버스 배차원이었다. 하지만 하는 일은 말처럼 한가지 업무가 아니었다. 펀하게 밥 먹을 사이도 보장 못하는 일정을 따라 바삐 일하다가 화물 운반용 손수레에 몸이 걸려 곤두박질 치는 바람에 부상을 입고 병가를 내려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결국 해고 당하고 만다. 다음 일터는 아파트 경비원. 나의 사촌 오빠도 아들 둘 다 키워 결혼까지 시켜 독립시키고도 지금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고, 평소에 아파트 단지 청소, 화단 정리, 쓰레기 분리수거, 주차 단속 등의 일로 늘 바쁘신 경비원 아저씨들을 보며 경비원 업무로 도대체 몇가지를 시키는 것인가 의문을 가지고 있던 터이므로 더 관심을 갖고 읽은 부분이다. 내가 예상하던 것보다 훨씬 더 열악하고 형편없었다. '늙은 소의 하루'라고 저자가 이름 붙인 경비원의 일과표는 두 페이지에 걸쳐 빼곡했다. 실제로 하는 일은 그 이상이라니, 그야말로 아플 사이도 없이 정신 놓고 몸을 움직여야 겨우 하루치 일과를 마치는 일정이었다. 저자는 결국 여기서 또한번의 부상을 당하게 되고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처방을 받았으나 허락하지 않는 관리사무소의 처우에 주사와 약물 치료로 버티던 중 정작 해고는 다른 이유로 당하게 된다. 아파트 자치회장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다음으로 찾은 일자리는 버스터미널이었는데 처음 일자리와 달리 말은 보안요원이었으나 버스의 하차, 주차, 경비에 이르기 까지 살인적인 일과였고 결국 또 버티다 못해 정신을 잃고 쓰러져 해고당한다. 7개월동안 투병생활을 거쳐 지금은 네번째 임계장으로서 주상복합건물 경비원 겸 청소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네번째가 n번째로 계속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다.
최저 임금 인상, 경비업법 위반 처벌 방침 등의 변화가 있는 듯 보이지만 헛점을 더 많이 안고 있는 변화일 뿐이다. 결국 달라지는 것은 없고 임시직, 비정규직의 설자리만 더 좁히는 결과를 낳고 있다. 결국 아파트 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대다수가 반대를 한다지만 아파트 주민들이 좀 더 부담을 하더라도 개선의 필요성이 분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인간을 대우하지 않고 이렇게 막 부리면 그 결과는 결국 어디로 갈지 모르는바 아닐텐데, 인권이고 뭐고 입으로만 인권일뿐 눈 앞의 이익 추구가 최우선이다.
이분이 이렇게까지 부상 당하고 치료도 제대로 못받는 처우를 감내하며 일을 계속 해야했던 이유중엔 자녀의 진학 문제가 발단이 되었다. 대학까지 졸업시킨 후에도 이렇게 무리를 해가며까지 자식의 진로를 위해 부모는 희생해야 하는지, 그것도 갑갑했다.
한 가지 문제 뒤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겠지만, 그래서 더 문제 해결을 복잡해보이게 한다고 생각하니 도움이 안된다. 최소한 눈을 들어 내 주위를 좀 둘러볼 수 있어야겠다. 내 문제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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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0-10-22 공감(30)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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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고군분투 중이니, 내버려두는 것이 격려하는 것이다 새창으로 보기 구매
오전 중 컴퓨터를 켜면 즐겨찾기 해 둔 블로그를 들른다.
그날 기분에 따라 이리저리 클릭질을 해대는 터라 순서는 뒤바뀔때도 있지만,
빼놓지 않고 찾는 블로그가 '스머프 할배의 만화방'(<=링크)이란 곳이다.
정치적인 견해도 다르고 현 사안에 대해서 얘기하는 목소리도 나와는 많이 달라 동조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빼놓지않고 찾는 이유는 그로부터 삶을 배우기 때문이다.
거창하게...삶의 스승이라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을때,
어떻게 일어나고, 어떻게 하루를 살아내며, 어떻게 잠들지 모르겠을때,
숨 고르기를 배우듯,
삶을 배운다고나 할까.
아파트 경비원인 그의 블로그를 보면서 막 살고 싶다는 의지가 샘솟지는 않고,
적어도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기는 하다.
그리고 이 책 '임계장 이야기'를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내가 모르는 일상들이, 삶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나 한명이 살기 위해서, 내가 의식을 했든 하지않았든 간에.
은연 중에 배경으로 존재하는 일상들이 있고,
나 또한 누군가에겐 그렇게 은연 중에 배경으로 존재할 것이다.
그렇게 어루러져 사는 것일 거다.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인 '임계장'.
이 분도 처음부터 임계장은 아니었고,
38년간 공기업 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하였으며,
서울대 출신이다.
버스 회사 배차 계장, 아파트 경비원, 빌딩 주차관리원 겸 경비원을 거쳐,
버스터미널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다 쓰러져 해고 되었다.
7개월간의 투병생활 이후 지금은 주상복합건물에서 경비원 겸 청소원으로 일하고 있단다.
내가 그의 이력을 옮겨적으며,
'서울대출신'을 적어넣은 이유는,
"아빠, 저 경비 아저씨, 참 힘들겠네."
아빠가 대답했다.
"응, 많이 힘들 거야. 너도 공부 안 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 그러니 공부 열심히 해야 돼."(103쪽)
적어도 공부를 안해서 경비 아저씨가 된 것은 아니란 말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학력이라는 이유로 '임계장' 같은 일을 마다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경계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또 한군데 슬펐던 지점은 여기였다.
눈물을 흩뿌린 이유를 설명하려들면 또 눈물 바람을 할 것 같으니 생략하기로 하고~--;
"이 사람 경비원 되려면 아직 멀어쑨. 그렇게 꽃잎만 쓸다가 다른 일은 언제 하나. 꽃은 말이야, 봉오리로 있을 때 미리 털어 내야 되는 거야. 꽃이 아예 피지를 못 하게 하는 겆;. 그래야 떨어지는 꽃잎이 줄어들거든. 주민들이 보게 되면 민원을 넣게 되니까 새벽 일찍 털어야 해."
ㆍㆍㆍㆍㆍㆍ
"선배님, 세월호 참사가 가슴 아팠던 건 미처 피지 못한 꽃들이 봉오리인 채 져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요? 어찌 보면 꽃잎을 머굼은 봉오리가 활짝 핀 꽃송이보다 더 값지지 않겠어요? 우리 몸이 고단하더라도 꽃잎이 싫다고 봉오리를 쳐내서야 되겠어요?"(181쪽)
어디선가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82~3세가 된다는 얘길 들은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100~120세까지 살 것이라는 말도 들은 것 같다.
60세에 정년 퇴직을 한 사람들은 82~3세 평균수명을 다할때까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운이 좋거나 혹은 (해석하기에 따라) 운이 나빠 100세, 120세까지 라도 살게 되면 또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책과 연관되었을 수도 있고,
아무런 연관이 없을 수도 있는데,
하루에도 열두번도 더 내 마음을 어쩌지 못하겠는 나날들이다.
이곳에 글들을 쓰고,
이웃 서재에 마실을 다니고 했었을 때의 내가 대견하기까지 하다.
이곳에 글을 쓰는 것도,
이웃 서재의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누르고 코멘트를 남기는 것도,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한없이 할일 없이 허허로워 보이겠지만,
나름 내 안의 나와 고군분투 중이다.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격려하는 것이다.
또 다시 명절이다.
조상님 따윈, 조상님의 은덕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고 하고 싶지만,
(조상님이 있다면 그렇게 쉽게 데려갈 이유가 없을테니까,)
누군가는 보름달 보고 소원은 빌어볼 수 있는,
또 누군가는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공식적으로 인정된 기간이니,
내겐 소원이나 희망은 요원하겠고...
주문이라도 외워봐야겠다.
메리 베리 해피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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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20-09-29 공감(28) 댓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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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 모이신 분들 모두 가내 평안하시고 건강하시지요?
사실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겉보기에 전혀 그렇지 못한 사람 같지 않아 보인다고요? 멀쩡하고 건강해 보인다고요? 아니오. 하나도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제가 부러 앞에 선 것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려고요. 그래서 왔어요. 허허. 시작하기 전 글 하나 읽고 가실까요.
처참하게 뭉그러진 환자들을 목격한 그는 죽음에서조차 계층 차이가 존재한다며 한탄했다. 김기태가 내게 말했다.
-세상이 왜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를 건조하게 응시하다 대답했다.
-원래 세상이 이런 건데요.
김기태는 말이 없었다. 지옥 같은 한 해가 앞이 보이지 않는 채로 저물고 있었다.
-골든 아워, 이국종
인용은 골든 아워구요, 오늘 이 책은....그러니까 이 책은 임계장 이야기입니다. 책 제목이 임계장 이야기인데 무슨 말이냐고요? 거기 앉아계신 보라색 티셔츠 입으신 분, 임계장이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임 씨 성을 가진 계장 이야기...네, 아닙니다.
임시 계약직 노인장을 줄여부른 거랍니다. 저는 이런 말을 할 때 '그런 말도 있어요? 처음 듣네요.'라는 반응이 제일 싫어요. 처음 들을 수 있죠. 저도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가 있었어요. 누구나 처음 뭔가를 접할 때는 있으니까요.
그런데 듣고는 저 말이 왜 있는지 생각하느라 '아, 그런 말이 다 있네요'라고 말하는 것과 '나는 그 말을 들을 이유가 없고 알 필요도 없는데 무슨 상관이람?'이라고 생각해서 말하는 것은 느낌이 달라요. 계란도 그래요. 계란,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저는 이 책이 나온 출판사의 다른 책 '웅크린 말들'에서 처음 들었어요. 에스로 시작하는 모 기업의 에어컨 설치 및 수리 기사들이 스스로 부르는 말이에요.
부활하냐고요? 예수 재림이라도 했으면 좋겠네요. 사실은 에어컨을 수리하거나 설치할 때 안전장치도 하고 거드는 사람도 필요한데 그게 없이 외벽에 매달려서 일해야 하거든요. 추락하면 반반이죠. 다치거나 죽거나. 둘 다 이러나저러나 깨져 죽는 건 마찬가지니까 네, 그래서 계란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공기업에서 평생 일하시다가 퇴직 이후 계약직으로 일하는 저자가 쓴 글이에요. 노동의 현장에서 실제 겪은 일을 썼는데..오탈자도 없고 읽기에 깔끔합니다. 제가 발견한 오탈자는 '금세' 하나뿐이었는데 개정판이 나오면 고쳐지리라 믿어요.
그러나 그보다는.....읽는데 제 옆에서 누가 물어봐요. 뭐 읽는데 얼굴을 오만상을 다 찡그리고 있냐고. 그래서 말했죠. 멀쩡한 사람이 똥물 속에서 뒹구는 이야기인데 이게 실화라고. 그 사람은 내가 비유를 하는지 알았나 봐요. 사실 이 책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진짠데.
여러분, 일을 한 번이라도 무엇이라도 해보신 분들. 왜 일하셨어요? 왜 지금은 일하고 계신가요?
버틀란트 러셀이 그랬다지요. 일은 적성에 맞지 않다. 하면 피곤해지는 게 그 증거다. 라고.
그런데 피곤해 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다치고 부러지고 으스러지거나 죽으면 어떨까요? 저는 위에 이국종 교수의 골든 아워를 인용했는데 그분이 강연에서 그러셨어요. 대충 제가 기억하는 대로 옮기자면....'외상센터에서 일하면 대부분 보는 분들이 말 그대로 중증외상을 당해 위급히 실려 오십니다. 그리고 보통은 공사장에서, 마트에서, 길에서 일하다가 오세요. 위험한 일들을 하시니까요. 지금 이것 듣고 계신 분들, 무슨 생각 하세요? 나는 그런 데서 일 안하니까 다행이다? 그런데 어쩌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인데.'
네, 저의 소회를 밝히자면...저는 '그런데 어쩌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인데' 저 부분에서 너무너무 부끄러웠어요. 이 책을 읽다가도 그랬어요.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어서 책을 덮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전혀 평안하지 못하다고 앞서 말씀드린 거에요. 이 책은 읽기가 고통스러워요. 책장이 더디 넘어가는 것도 아닌데, 계속 마음을 추슬러야 읽을 수 있었어요. 이 책이 쉬우셨다면......글쎄요, 거리두기를 상당히 잘 하시는가보다, 이외에도 많은 생각이 들지만 그건 그냥 제 느낌이니까 굳이 이 자리에서 밝히지 않겠습니다.
저는 앞서 일을 왜 하시냐고 물었었죠. 이 말에 대한 답에 저는 계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슬로의 욕구 이론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자아실현은 모든 욕구 충족 이후 최상위 단계 피라미드에 있어요. 많은 임계장들이 사실 젊은 시절의 성실함과 무관하게 생계에 직면해서 일합니다. 아파트 경비 하시는 분들, 청소하시는 분들, 택배나 공공근로 하시는 분들이 젊었을 때 게을러서 당장 나오신 게 아니에요. 지금 코로나 사태로 더 여실히 느끼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당장 경기가 나빠지는 게 아니라 우리의 격차가 벌어진다는 겁니다. 로또나 유튜버 말고는 답이 없다면 그것이 과연 우리가 살 수 있는 곳일까요? 나는 노후자금 벌고 있고 유산도 있다고 말씀하신다면, 네, 사실 제가 그에 입찬소리 할 입장은 아니지요.
단지 저는 우리 사회의 절벽이, 돌부리가 너무 많은데 그에 비해 안전망은 너무 부족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그래도 요즘은 재난기금도 나오고 공공근로도 있고 일자리센터도 있으니 살만하지요.
그런데 여러분, 이건 그럼 어떻게 생각하세요. 의사 부부인데요, 개원을 둘 다 앞두고 서류상 무직 상태였어요. 부인은 아기를 낳았어요. 그래서 복지 혜택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것이 공무집행상 허점을 노린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응당 가야 할 돈이 가야 할 곳으로 간 겁니다. 그러나 세 모녀가 돈이 없어 라면 하나로 몇 끼를 나눠먹다가 미안하다며 동반자살을 했어요. 이들은 방법을 몰랐고 많은 비슷한 사람들이 막상 서류 신청에서 아주 근소하게 자격이 미달되어 지원을 못받아요. 이건 불합리한 거죠. 이런 그림자가 참 많아요. 그리고 임계장의 업무는 그림자투성이다 못해 아주 암흑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행정상의 허점이 아닌 근로계약상의 돌부리가 너무 많아요.
그런데 그것 뿐일까요. 이 책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이분이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실 당시, 음식물 쓰레기통을 수돗가에서 씻는데 뒤에서 누가 호통을 쳤대요. 그리고 이랬답니다.
"어이, 경비! 이 새끼, 너 전에 공기업에 근무했었다며? 거기서 국민 세금을 마구 쓰던 습관을 아직도 못 고쳤군! 주민들 피 같은 돈 들어가는 공동 수돗물을 펑펑 써? 이 새끼, 당장 잘라야 할 놈이네. 네가 버린 수돗물 값은 네 월급에서 까게 해주마. 너 오늘 아주 제대로 걸렸어."
"이거 먹고 기죽지 말고 일 잘해. 내 말만 잘 들으면 오래 일할 수 있게 해줄게."
네에....그렇습니다. 동일 인물이고요, 두번째 말은 나중에 '껍질이 쭈글쭈글하고 일부는 상해 있었던' 사과를 내밀며 한 말이랍니다.
그리고 나중에 다른 일로 민원을 받고 이런 대목이 나와요.
화장실에서 거울을 봤더니 내 눈에 우울함이 잔뜩 서려 있었다. 한참 동안 나를 바라봤다. 지금쯤 그들은 내게 했던 일들을 모두 잊었을 텐데 나 혼자 잊지 못하고 눈물을 쏟고 있었다.
그저, 정직하게 일해서 돈 받고 그 돈으로 생계도 꾸리고 자식들 학교도 보내고...그게 그렇게 큰 바람이 된 세상이 있어요. 저 대목에서 부끄럽지 않다면 그건 저는 방관자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런 태도죠.
구청 직원, 지원센터 관계자, 구의회 의원들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여러분은 고령자가 일하는 모범 사례이십니다. 집에서 따분하게 노는 것보다 일을 하시니 건강에도 좋고 용돈도 벌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좋아 죽겠네요.(웃음) 저는 여기서 다른 나라의 책이 생각났어요. 바버라 애런라이크가 쓴 '노동의 배신'인데 저자는 청소 도우미 일을 합니다. 그런데 저자의 청소 일을 지켜보던 고용자가 한마디를 해요. '이렇게 몸을 움직이시니 운동도 되고 돈도 버시고 참 좋으시겠어요'
전 그 대목을 읽다가 '그렇게 좋으면 네가 하든가' 소리가 절로 나왔는데요, 네, 일이란 건 앞에서 이국종 교수님의 말에서 가져왔듯이, 누군가 언젠가는 해야 하는 겁니다.
단, 제가 이 책을 읽고 생각한 건 하납니다. 누군가 언젠가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기왕이면 기본을 지키고 원칙은 지켜야 하는 거 아니냐고.
간단해요. 휴게시간 정확히 주고, 휴게시간엔 무슨 일이 있어도 쉬게 하고. 방한복 작업도구 지급하고 존대말 하고, 일하다 다치면 치료비 시간 지원해주고요.
워라밸, 주 40시간 근무, 큐오엘, 다 좋아요. 모든 좋은 것들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고 봐왔으니까. 그런데 터미널 고속의 경비원 숙소가요, 공중화장실 앞에 있어요. 잘 때도 무전기 켜고 자야 해요. 그리고 까는 침구 덮는 침구 세 개씩인데 공동으로 쓰는 거고, 세탁 한 번도 안 해서 벌레와 곰팡이와 냄새가 쏟아져요. 거기서 어떻게 자냐고요? 글쎄요. 다들 마스크하고 손 소독 하고 사회적 거리 유지하시는데, 그곳은 아직도 그럴는지......
솔직히 저는 이런 일자리들만 더 늘어나고, 거기에도 지원자가 수두룩 모일 수밖에 없는 세상이 겁나요. 이제 4차 산업혁명이 닥치면 많은 업종이 사라지겠죠. 그럼 사람은 기계보다 못해질거에요. 그럼 어때요, 사람은 이제 더 막 대해도 되는 존재가 될겁니다. 그래서 굳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 책이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게 해달라고, 그저 '어머, 이런 일이 다 있네!'하고 책꽂이에 꽂아놓고 잊어버리지 말라고. 많은 이가 제각각 다양한 곳에서 일하고 있고, 지금 당장 내가 등 따시고 배불러도 영원히 그러란 법 없고요, 그리고 그저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우리가 지금껏 사람 갈아 넣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앞으로도 그러란 법은 없잖습니까? 사람이면 사람답게 살면 좋겠어요. 최소한으로 라도요.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모두 가내 평안하시고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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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ne_Hebuterne 2020-05-23 공감(27)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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