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선이 경제의 목표라면 어떨까?
기자명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입력 20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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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칼럼=이영환]
이 동영상의 연사 크리스티안 펠버(Christian Felber)는 작가이자 경제학자로 활동하면서 2010년 소수의 지인들과 함께 오스트리아에서 공동선 경제(economy for the common good) 운동을 시작했다.
공동선(common good)은 오래된 개념으로서 정치학과 철학의 주요 논쟁 대상이었다. 간단히 말해 공동선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정신적∙ 물질적인 모든 것을 말한다. 공동선은 도덕적, 윤리적 가치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예컨대 공원이나 도서관, 나아가 공중보건도 공동선에 해당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해 공동선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와 같이 공동선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바람직한 모든 것을 지칭하므로 공동선에 근거한 경제 시스템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공동선 경제와는 정반대의 가치를 강요하는 경제 시스템으로 전락했다는 것이 펠버의 주장이다. 그는 시장적 가치와 도덕적 가치의 충돌로 인해 우리 모두 혼란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기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동선 경제를 통해 윤리적인 시장경제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몇 년 전 하버드대학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대중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공동선이 잠깐 사회적 담론의 대상이 되었으나 곧 잊혀지고 말았다. 실제로 구글 검색을 해보면 한국 사회에서는 공동선에 관한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펠버가 추진하고 있는 공동선 경제 운동이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40여 개 나라에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지를 받게 된 배경으로는 이들 나라에서 협동조합(cooperative)이 활발하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협동조합의 정신을 확장한 것이 바로 공동선 경제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펠버는 이 동영상에서 현재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목표(goal)와 수단(means)이 전도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컨대 돈은 수단이 되어야 하지만 지금은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기업의 이윤, 국민경제의 GDP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전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제 시스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물었더니 오스트리아에서는 70% 이상의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답했으며, 독일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더 높은 비율의 사람들이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2011년 미국에서 벌어진 “점령 운동”이나 스페인에서 일어난 “인디그나도스 운동"은 기존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드러낸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인해 별다른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펠버가 제시하는 공동선 경제와 주권 민주주의(sovereign democracy) 개념은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구하는 대안으로서 사회적 담론의 대상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경험한 이후에도 기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주류 경제학자들을 비롯해 대다수의 정치인과 관료들은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식으로 변명해왔다. 이에 대해 펠버는 대안은 분명 존재한다면서 공동선 경제를 제창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공동선 경제는 큰 맥락에서 보면 GDP 대신 공동선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것은 이미 헌법에 반영된 가치이므로 전혀 모순이 없다고 말한다. 만약 현재와 같이 정부는 GDP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기업은 이윤에만 초점을 맞추고, 투자자는 수익률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대로 헌법 정신을 지키려면 이런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정부, 기업, 그리고 투자자와 소비자 모두 최대한 공동선을 달성한다는 관점에서 경제 활동을 조직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것은 추상적인 모호한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행 가능한 목표임을 강조한다.
이런 취지에서 펠버가 강조하는 것이 공동선 대차대조표(common good balance sheet)다.
이것은 기존의 재무적 대차대조표 대신 기업이 공동선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평가한 후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전통을 확립하고 널리 보급한다면 기업을 중심으로 공동선 경제 운동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생각은 저서 『Change Everything』에 잘 정리되어 있다. 이어서 펠버는 이 동영상에서 주권 민주주의의 정신을 바탕으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주권 민주주의 게임(Sovereign Democracy Game)”이라고 명한 게임을 통해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있는 불평등의 한계를 설정하는 문제에 대한 여론을 수렴한 후 그 결과를 헌법에 반영할 것을 제안한다.
그가 제안하는 공동선 경제는 모두를 위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진정한 민주주의 원리를 실현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은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할 시점이다.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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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공동선 경제' 자본주의 위기 극복 대안될까
입력2020-10-15
[책꽂이]'공동선 경제' 자본주의 위기 극복 대안될까
입력2020-10-15
박준호 기자
■모든 것이 바뀐다
크리스티안 펠버 지음, 이영환 옮김, 앵글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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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계기로 ‘불평등’ 담론이 국제적으로 대두된 지 여러 해가 흘렀지만 논쟁의 열기는 좀체 식지 않는다.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비 상태를 경험하면서 오히려 불평등 이슈가 더 불거지는 분위기다. 현 자본주의 시스템이 위기에 빠졌으며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 크리스티안 펠버는 저서 ‘모든 것이 바뀐다’에서 현 상황의 대안으로 ‘공동선 경제’ 체제를 제안한다. 인간의 존엄, 연대와 사회정의, 생태적 지속가능성, 투명성과 공동 결정 등을 핵심 요소로 하는 공동선을 중심으로 시장경제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동선 경제 체제는 완전히 윤리적 시장경제이면서 진정한 자유시장 경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성과는 기존의 재무적 대차대조표 대신 새롭게 정의하는 ‘공동선 대차대조표’로 측정하고, 공동선의 관점에서 돈과 재산의 의미를 새롭게 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기존 경제 질서를 거스르는 파격적 내용이지만 독일에서는 아마존에서 경제 분야 최장기 스테디셀러에 오르는 등 반향을 일으켰다.
책에서 내세우는 각종 주장 중 상속에 대한 부분이 가장 눈에 띈다. 펠버는 민주적으로 결정한 최고액까지만 상속권을 인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자산을 ‘공적 세대기금’에 귀속해 다음 세대 구성원에게 ‘민주적 지참금’ 형태로 동등하게 분배하자고 제안한다. 기업의 경영권 승계에서도 이런 원칙을 적용하자고 덧붙였다. 출생에 따라 상속을 결정하는 원칙에 제한을 가하면서도 상속권을 완전히 폐기하지 말자는 얘기다. 피케티가 최근작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제안한 청년 기본자산제와 비슷하다.
책의 후반부는 공동선 경제 원칙의 실천 사례들과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소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공동선 경제의 요소를 지키면서도 성공을 거둔 기업들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또 공동선 경제의 인프라를 개발하기 위한 세계적 움직임을 조명하며 실현 가능성이 있는 체제임을 역설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지나친 의무가 아닌가’ ‘경쟁은 인간의 본성 아닌가’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등 책을 읽으며 들었을 법한 의문들에 대해 저자가 나름의 논리를 들어 설득을 시도한다. 다만 역자인 이영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펠버의 아이디어를 우리가 그대로 수용할 필요는 없다. 시스템에 대한 공개적 논의 자체가 공동선의 함양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납득이 가능할지는 독자에 달렸다. 1만8,000원.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Z953FC0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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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바뀐다
크리스티안 펠버 지음, 이영환 옮김, 앵글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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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계기로 ‘불평등’ 담론이 국제적으로 대두된 지 여러 해가 흘렀지만 논쟁의 열기는 좀체 식지 않는다.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비 상태를 경험하면서 오히려 불평등 이슈가 더 불거지는 분위기다. 현 자본주의 시스템이 위기에 빠졌으며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 크리스티안 펠버는 저서 ‘모든 것이 바뀐다’에서 현 상황의 대안으로 ‘공동선 경제’ 체제를 제안한다. 인간의 존엄, 연대와 사회정의, 생태적 지속가능성, 투명성과 공동 결정 등을 핵심 요소로 하는 공동선을 중심으로 시장경제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동선 경제 체제는 완전히 윤리적 시장경제이면서 진정한 자유시장 경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성과는 기존의 재무적 대차대조표 대신 새롭게 정의하는 ‘공동선 대차대조표’로 측정하고, 공동선의 관점에서 돈과 재산의 의미를 새롭게 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기존 경제 질서를 거스르는 파격적 내용이지만 독일에서는 아마존에서 경제 분야 최장기 스테디셀러에 오르는 등 반향을 일으켰다.
책에서 내세우는 각종 주장 중 상속에 대한 부분이 가장 눈에 띈다. 펠버는 민주적으로 결정한 최고액까지만 상속권을 인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자산을 ‘공적 세대기금’에 귀속해 다음 세대 구성원에게 ‘민주적 지참금’ 형태로 동등하게 분배하자고 제안한다. 기업의 경영권 승계에서도 이런 원칙을 적용하자고 덧붙였다. 출생에 따라 상속을 결정하는 원칙에 제한을 가하면서도 상속권을 완전히 폐기하지 말자는 얘기다. 피케티가 최근작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제안한 청년 기본자산제와 비슷하다.
책의 후반부는 공동선 경제 원칙의 실천 사례들과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소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공동선 경제의 요소를 지키면서도 성공을 거둔 기업들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또 공동선 경제의 인프라를 개발하기 위한 세계적 움직임을 조명하며 실현 가능성이 있는 체제임을 역설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지나친 의무가 아닌가’ ‘경쟁은 인간의 본성 아닌가’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등 책을 읽으며 들었을 법한 의문들에 대해 저자가 나름의 논리를 들어 설득을 시도한다. 다만 역자인 이영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펠버의 아이디어를 우리가 그대로 수용할 필요는 없다. 시스템에 대한 공개적 논의 자체가 공동선의 함양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납득이 가능할지는 독자에 달렸다. 1만8,000원.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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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Z953FC0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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