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pril 28, 2024

[계급과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계급사회" ···시민은 계급의 존재를 느낀다 - 경향신문

[계급과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계급사회" ···시민은 계급의 존재를 느낀다 - 경향신문


계급과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계급사회" ···시민은 계급의 존재를 느낀다
2016.11.22 10:12
최민지 기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기획은 불평등, 노동 탄압, 특권 세습, 권력 독점, 법치 실종, 부정부패, 대의제 한계 등‘민주공화국’의 부재와 위기를 7회에 걸쳐 진단합니다. 웹·모바일 특집페이지에 지면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싣습니다. 취재팀이 지난 8~9월 만난 노동자, 장애인, 활동가, 지식인 등 100여명의 육성을 르포와 인터뷰로 올립니다. 특집 페이지는 시대를 진단하는 아카이브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특집페이지 바로가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완벽한 평등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골프장에서 일하는 이민석씨(31·가명)는 한국사회에 엄연히 ‘계급’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골프장 손님들을 응대하면서 든 생각이라고 했다. “(골프장에서) 매일 사람들을 많게는 300명, 적게는 100명까지 응대를 해요. 그런데 그 손님들은 하루에 돈 몇 십 만원씩 그냥 쓸 수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하루에 40만~60만원 되는 돈을 아무렇지 않게 결제해버리죠. 자본주의에선 모두가 평등할 수는 없잖아요. 돈이 곧 권력이 되고 신분이 되는 것처럼 어쨌든 (대한민국은) 계급사회 같아요. 돈이 곧 계급이니까요.”



■ 대한민국은 ‘계급사회’



김상민 디자인기자

지난해 등장한 이른바 ‘수저계급론’은 시민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수저 색깔을 자각하게 한 모양이다. 경향신문이 만난 40여명의 시민 중 적지 않은 수가 스스로의 ‘수저 색깔’을 이야기했다.


취업준비생 송주용씨(27)는 “나는 흙수저”라고 말했다. “한국 국민을 돈이 가장 많은 사람부터 낮은 사람까지 세워놨을 때 가난한 축에 들어갈 거에요. 남들은 쉽게 혹은 큰 제약 없이 도전할 수 있는 배움의 기회나 취업의 기회에서 경제적 부담 느끼거든요. 대학등록금 외 생활비라든지 문화생활 영위 위한 문화비라든지, 교통비랑 식비를 충당하는 데 있어서 학업 외 경제적 활동하지 않으면 충당하기 어려워요.”


부모님께 손 벌리기 어려운 형편이다보니 송씨는 온갖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섭렵했다. “정말 많은 일을 했어요. 백화점 옷가게 점원, 식품코너에서 고구마 팔기, 기숙사 근로장학생, 초등학교 돌봄교실 보조교사,도서관 사서 보조, 보일러 수리공 시다(보조)도 했고요. 지금은 남부지검 알바를 뛰고 있어요. 군대 있을 때와 학생회 준비를 하던 겨울 시즌 한 번을 빼고는 거의 모든 방학과 학기 중에 아르바이트를 했죠”




송씨는 “우리나라는 누구나 똑같이 배우고 도전하고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결여됐다. 금수저이기 때문에 더 쉽게 도전하고 더 큰 꿈을 꾼다”며 수저 색깔에 따라 꿈의 크기도 달라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년째 한 정당의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송씨는 ‘흙수저’로서의 삶도 정치 참여의 동기가 됐다고 말했다. “같이 사회를 바꿈으로서 흙수저로서의 삶이 금수저의 삶과 다르지 않도록 하고 싶어요. 혹은 나의 노력이 흙수저를 벗어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역동적인 사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원생 김태진씨(28)는 ‘금수저’인 친구들의 생활을 보면 “마치 다른 나라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격차를 느끼게 하는 것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방학 때 학기 끝나고 물어보면 흙수저인 애들은 대부분 알바했다고 해요. 알바를 했거나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를 했거나. 근데 집이 여유로운 애들은 방학이라고 외국 나갔다왔더라고요. 그럴 때 삶의 격차가 느껴지죠.”


김씨는 공부를 할 때에도, 친구들을 만날 때에도 수저 색깔의 차이를 느낀다. “대학원에서는 노트북을 갖고 다니면서 필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저는 평소에 노트북에 관심 많아서 노트북을 보면 가격이 딱 보이거든요. 근데 컴퓨터가 좋을수록 필기가 잘 되는 경우도 있어요. 태블릿 PC같은 경우 강의 들으면서 검색이 계속 되니까 그걸 이용해서 수업을 들으면 이해가 더 빨리 되는 경우도 많고요. 술자리도 그래요. 씀씀이가 달라요. 가끔 한번씩 무리해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돈이 4만~5만원씩 훅훅 빠져나가는데 금수저들한테는 그게 자연스럽게 보이더라고요. 나는 이 돈이 빠지면 며칠을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데 금수저 친구들에게는 쉽게 꺼내는 돈인거죠. 그런 걸 보면 솔직히 어울리기 어렵다는 생각도 들고요. 사실 금수저 노는 곳과 흙수저 노는 곳이 다르다고 봐야죠. 우리가 파라솔에서 술을 먹는다면 금수저는 신사동 가로수길에 와인을 마시러 다닌다거나. 가끔 가다 신사동 가면 마치 다른 나라처럼 느껴져요.”



지난 2월 서울역에서 가칭 ‘흙수저당’소속 청년들이 청년일자리 문제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서성일 기자

수저 색깔, 즉 경제력 차이에 의한 격차가 종국에는 민주공화국의 위기를 불러온다는 지적도 있다. 대학생 김영진씨(25·가명)는 “점점 벌어지는 (소득) 격차가 민주공화국의 위기”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과거급제해서 사다리 위로 올라가는 것에만 관심있어요, 이무기가 용 되는것에만 관심 있다는 거에요. 소득 불평등 해소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요. 변호사나 검사가 주위에 한 명도 없는 사람들이 사법고시를 지지해요. 이 사람들은 아직 변호사가 되면 월 천만원을 벌고 영감님 소리 들으면서 산다고 생각하는 거죠. 변호사·검사는 특권층이 아니라 그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일 뿐인데도요. 만약 우리나라가 계급사회가 아니고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이라면 이런 생각은 안 하지 않을까요?”



■ 헬조선과 노오력


‘헬조선 담론’과 ‘노오력’을 언급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에 다니는 이상목씨(24)는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는 한정되어 있다고 느낀다”며 한숨을 쉬었다. 소위 ‘학벌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있는 그도 능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점차 옅어진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양극화·빈부격차에 대한 동의와 별개로 헬조선 담론에 대한 의견은 나뉘었다. 골프장에서 일하며 한국 사회가 계급사회라고 느꼈다는 이현석씨도 헬조선 담론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헬조선 헬조선 하는데 내가 봤을 땐 아닌 것 같아요. 자기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지금 제도도 잘 갖춰져 있고 또 갖추려고 하고도 있고. 다만 사람들은 그 대상이 자기가 아니고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다보니 그런 말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난 충분히 자기 노력 여부에 따라서 가능성이 있는 사회라고 생각해. ”라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지준성씨는(56·가명) “청년들이 우리나라를 지옥이라고 표현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헬조선이라는 표현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자유롭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물론 나도 불만이 없지 않아요. 불만 있는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두고 헬조선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고 생각도 합니다. 국회의원이나 권력 있는 사람이 야비한 수를 써서 자기 자네들을 취업시킨다거나 하는 걸 보면 청년들이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죠.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나이 많은 층보다는 젊은 층에서 헬조선 담론이 나오는 것습니다.”


고위공무원인 정해국씨(55·가명)또한 양극화와 청년실업의 심각성은 인정하면서도 헬조선 담론에는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각종 비상식적인 사건들은 아마도 양극화에서 오는 불만이 아닐까 생각해요. 아무래도 경제적인 이유가 많겠죠. 양극화가 심화되니까 부를 가진 사람이 세습을 하면서 계속 부를 가져가잖아요. 근데 우리가 어떻게 해요? 자기는 노력 하지도 않으면서 가진 자에 대한 불만이 있다던가 하면 어떻게 하냐고요. 노력한다고 해서 바뀌는 부분도 아닌데. 지금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고 법적으로 (재산권이) 보장되다 보니까 우리가 갈취를 할 수도 없잖아요. 그게 불만이라고 해서 늘 불평불만만 하고 갈 수 없는 노릇이라고. 언제까지 불평불만 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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