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November 19, 2023

알라딘: 인간의 살림살이 칼 폴라니 The Livelihood of Man (1977년)

알라딘: 인간의 살림살이

인간의 살림살이 
칼 폴라니 (지은이),이병천,나익주 (옮긴이)후마니타스2017-09-25
https://archive.org/details/economicthoughto0000s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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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30,000원 
640쪽 
책소개
<거대한 전환>을 통해 20세기 가장 중요한 정치경제학자이자 경제사가로 우뚝 선 칼 폴라니가 죽기 전에 쓰고 있던 원고들을 그의 오랜 친구이자 공동 연구자였던 해리 피어슨이 취합하고 편집했다. 이 책의 출간을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유족과 피어슨의 이런 노력 덕에 <인간의 살림살이>는 그의 사후 13년 만에 빛을 보았다. “보편적인 경제사”를 출발점으로 삼아 인간의 살림살이 문제를 포괄적으로 재검토하려 한 폴라니의 야심작이다.

이 책에서 폴라니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근시안적인 ‘경제’ 개념을 비판하면서 부족사회와 그리스로마 시기 사회들에서 경제 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자세히 분석한다. 호메로스 시대 문헌들에서부터 현대 인류학자들의 부족사회 연구까지 두루 살피며 호혜와 재분배에 기초를 둔 대안적 경제 조직 형태의 역사를 다시 쓰고자 한 폴라니의 죽을 때까지의 열정의 산물이다.

<인간의 살림살이>는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사회에서 경제의 위치”(1~10장)는 경제주의의 오류를 중심으로, 형식적, 시장 중심적 경제 개념의 문제점과 역사적 한계를 규명하며, 이를 실체적 비시장경제(살림살이 경제)로 재개념화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제2부 “고대 그리스의 교역, 시장, 화폐”(11~17장)는 돈벌이나 부 등을 (그 자체를 목적으로 간주하지 않고) 가정에서는 삶의 수단이며, 폴리스에서는 좋은 삶의 수단으로 간주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을 되살리며, 우애와 호혜성, ‘좋은 삶’이라는 사회적 목표를 중심으로 경제가 사회 속에 착근되어, 사회 전체의 목적을 위해 작동했던 고대 그리스(특히, 아테네)의 사례를 살피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고대 그리스의 사례 외에도, 폴라니는 투른발트, 말리노프스키 등 당대의 인류학적 연구의 성과를 활용해, 서구 시장체제가 출현하기 이전의 오랜 인류 역사에서 그런 제도가 작동했던 다른 종류의 사회적 상황을 보여 주고 있다. 이를 통해, 그는 시장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사람들 간의 ‘교환’이란 것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수요-공급-가격기구라는 규칙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석했다.



목차


칼 폴라니의 생애 / 일로나 두친스카 폴라니
편집자 서문
편집자 서장

서문
서장

제 1 부 사회에서 경제의 위치

A. 개념과 이론
경제주의의 오류
‘경제적’의 두 가지 의미
통합의 형태와 지지 구조


B. 제도
경제적 거래의 출현: 부족사회에서 고대사회로
사회에 착근된 경제
경제적 거래의 출현
고대사회에서 등가
정의, 법, 그리고 자유의 경제적 역할

C. 교환경제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
교역, 화폐, 시장의 삼위일체
서장
교역인과 교역
화폐 물품과 화폐의 용도
시장의 여러 요소들과 기원

제 2 부 고대 그리스에서 교역, 시장, 화폐

서장
헤시오도스의 시대: 부족의 쇠퇴와 농민의 살림살이
지역 시장: 폴리스와 아고라의 정치경제
지역 시장과 대외 교역
곡물 수입의 확보
시장 교역의 성장
화폐, 은행, 그리고 재정
고대의 ‘자본주의’

옮긴이 해제 / 󰡔거대한 전환󰡕에서 󰡔인간의 살림살이󰡕로
경제 문명사와 실체적 비시장경제학의 길
옮긴이 후기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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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 38 “그는 근본적으로 새로웠던 자신의 사상을 열정적으로 설파했고, 막연한 번민과 불확실성에 사로잡혀 있던 수많은 컬럼비아 대학생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들은 대부분 전쟁에서 막 돌아온 귀환병이었으며 아직 불황기의 기억을 안고 있었다. 그들은 마르크스주의 노선의 공허한 교조주의의 환상에서는 깨어났지만, ‘새로운 경제학’과 ‘이데올로기의 종언’으로 돈의 숭배Mammon와 과학의 새로운 결합이 제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복한 외양에 대해 깊은 회의를 품고 있었다. 그 많은 학생들에게 이 허울뿐인 행복 뒤에 숨은 사회의 실상을 새롭게 이해하도록 방향을 제시한 것은 바로 폴라니의 통찰력이었다. 그의 통찰력은 질과 깊이에 있어 근본적으로 달랐다.”(편집자 서장 중에서) 접기
P. 81~82 “인류의 역사 그리고 경제가 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진화론자가 주장하곤 했던 무의식적 성장이나 유기적 연속성을 따르지 않는다. 그런 접근은 필연적으로 오늘날의 이행 단계에서 인간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경제 발전의 일부 국면을 보지 못하게 할 것이다. 왜냐하면 유기적 연속성 신조는 결국 자신의 역사를 형성할 수 있는 인간의 힘을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제도에서 의도적 변화가 맡는 역할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마음과 정신의 힘에 대한 신뢰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접기
P. 294 우리 시대에는 시장경제를 약 3천 년에 걸친 서구 사회 발전의 자연적인 도달점으로 간주하고 싶어 하는 유혹이 엄청나게 강하다. 지역 식량 시장이나 시장 교역과 같은 제도에 대해, 서구적 사고로서는 이를 결국 전 세계를 포섭하기에 이른 근대 경제의 작은 기원으로 보는 이외에 달리 이해할 방도가 없다. 이보다 더 큰 오류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시장 교역 자체 그리고 마침내 출현한 근대의 시장경제는 작은 기원으로부터 성장해 온 과정의 결과가 아니라, 원래 별개이며 독립적인 발전들이 합쳐진 결과였다. 그 발전들은 그것을 형성하는 제도적 요소들의 분석을 떠나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목적론적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교역 및 화폐에 대해 논의했던 것처럼, 제도적이며 조작적인 접근 방법이 가장 적절하다. 접기
P. 370 시장이 민중poulace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장이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 시장 교역과 아고라는 어디까지나 폴리스 내부적인 것이었으며, 그 물리적·정치적 경계에 의해 제한되어 있었다. 아고라는 여전히 지배적이었던 재분배 체제의 작동을 촉진하는 한 가지 장치 이상이 아니었다. 도시가 시민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은 그리스 도시경제의 일관된 원칙이었다. 이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도시는 백방의 노력을 기울였다. 수입 필수품의 공급은 전적으로 공적인 감시 아래 놓여 있었으며, 또한 시민 자신의 생활도 상당한 정도까지 도시국가에 의해 보장되었다. 접기


추천글
이 책은 폴라니의 입장에 대한 가장 완전하고 자세한 설명서일 뿐만 아니라 경제사에 기여한 바도 크다. 그는 현대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의 근시안적 시각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용한 해독제이다.
- 더글러스 노스

경제에 대한 접근법은 다양하지만, 그 누구도 칼 폴라니만큼 흥미로운 이는 없었다. 이 책은 상스러운 시장 심성을 고대로 전가하던 관행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 W. 폴 스트라스만

칼 폴라니의 이미지를 한마디로 일깨워 보자면, ‘스칸달론’[비판의 초석이 되는 걸림돌]Skandalon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일로나 두친스카 폴라니

그는 천재였다. 그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었고, 우리의 마음은 늘 그와 함께 있었다.
- 모리스 코라흐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 한겨레 신문 2017년 10월 8일자



저자 및 역자소개
칼 폴라니 (Karl Polanyi)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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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 빈에서 부르주아 유대인 집안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1908년, 20세기 헝가리 지성사에서 중요한 운동이었던 ‘갈릴레이 서클’의 초대 의장으로 선출되어 활동했다. 1909년에는 대표작 『거대한 전환』(1944)의 사상적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우리 이념의 위기”를 발표했다. 콜로스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함께 군에 입대, 동부전선으로 파견되기도 했다. 전쟁 직후 불안한 헝가리 정세에서 빠져나와 빈으로 망명, 1923년에 평생의 반려자 일로나 두친스카와 결혼했다. 1924년부터 1933년까지 『오스트리아 경제』의 국제 문제 담당 선임 편집자로 일했다. 나치 집권 이후 다시 영국으로 망명했으며, 여기서 영국 자본주의의 실상을 보면서 시장경제의 출현이 가져다준 인류사적 충격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1940년 미국 버몬트의 베닝턴 대학에 자리를 잡아 미국으로 이주했고, 1947년에 다시 캐나다 토론토 근교의 피커링에 정착함과 동시에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일반 경제사를 가르쳤다. 냉전 시기인 1960년 버트런드 러셀, 아인슈타인, 사하로프 등과 『공존』이라는 잡지 창간을 위해 헌신하기도 했으며, 1964년 세상을 떠났다. 저서로 『거대한 전환』(1944), 『초기 제국에서의 교역과 시장』(공저, 1957), 『다호메이 왕국과 노예무역』(1966) 등이 있으며, 『인간의 살림살이』(1977)는 그의 유고집이다. 접기

최근작 :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인간의 살림살이>,<다호메이 왕국과 노예무역> … 총 47종 (모두보기)

이병천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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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마산생(1952)으로 현재 강원대학교 명예교수이며 사회경제개혁을 위한 지식인선언네트워크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사회경제학회 회장,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이사장, 참여사회연구소장, 󰡔시민과 세계󰡕 공동편집인 등을 역임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자본주의 모델󰡕, 󰡔한국경제론의 충돌󰡕,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공저), 󰡔한국자본주의 궤적과 진로󰡕(공저), 󰡔안보개발국가를 넘어 평화복지국가로󰡕(공저), 󰡔개발독재와 박정희 시대󰡕(공저), 󰡔민주정부 10년 무엇을 남겼나󰡕(공저), 󰡔다시 대한민국을 묻는다󰡕(공저), 󰡔경제사상과 전환시대 자본주의󰡕(공저), 󰡔사회경제 민주주의의 경제학󰡕(공저)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현대 한국에 민주적 자본주의의 준거모델은 있는가」, 「한국은 독일모델에서 무엇을 배울까」, 「개발자본주의론 서설」, 「외부경제, 사회적 분업, 산업세계의 다양성」, 「소유, 통제 그리고 자본주의의 다양성」, 「후기폴라니와 경제문명사의 도전」 등이 있다.
그리고 󰡔스티글리츠의 경제학󰡕, 󰡔인간의 살림살이󰡕(칼 폴라니), 󰡔사회적 공통자본󰡕(우자와 히로후미), 󰡔진보의 대안-자본의 민주화와 역량증진정치󰡕(로베르토 웅거) 등을 번역하였다. 접기

최근작 : <동향과 전망 118호 - 2023.여름호>,<다시 촛불이 묻는다>,<한국 자본주의 만들기> … 총 43종 (모두보기)

나익주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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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대학원과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어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담화인지언어학회의 학술지 ≪담화와 인지≫ 편집위원과 한겨레말글연구소의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개념적 은유 이론의 시각에서 한국 사회를 해부한 『은유로 보는 한국 사회』(2020)와 개념적 은유 이론을 소개한 『조지 레이코프』(2017)를 쓰고 『삶으로서의 은유』(공역, 1995/2006), 『몸의 철학』(공역, 2003), 『프레임 전쟁』(2007), 『인지문법』(공역, 2014), 『과학의 은유』(공역, 2020), 『메타포 워즈』(공역, 2022)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접기

최근작 : <은유로 보는 한국 사회>,<[큰글씨책] 조지 레이코프 >,<조지 레이코프> … 총 32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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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당신은 나를 이방인이라 부르네 (표지 5종 중 1종 랜덤)>,<정당과 정당 체계>,<혐오하는 민주주의>등 총 266종
대표분야 : 여성학이론 1위 (브랜드 지수 17,518점), 사회학 일반 1위 (브랜드 지수 66,756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들아?

“그런 사회는 없다.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 갔다. 작은 정부가 답이다. 시장이 너희를 풍요롭게 할 것이다. 결국,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들아!”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화두이자 담론들이다. 압축적 경제성장을 사회 구성의 원리이자, 정치 공동체의 지상 목표로 삼고 살아온 한국 사회에서 이 같은 구호들이 새삼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비단 한국 사회만의 사정도 아니다. 고삐 풀린 시장 경제와 시장 사회를 인류사에서 정상적인 것 또는 어떤 자연적 진화의 산물로 바라보는 생각은 우리 시대의 지배적 통념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구호가 만연한 사회에서 과연 우리의 삶은 나아지고 있을까?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우리의 일자리는 사라져 버리는 것일까?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빈부의 격차는 더욱 커지는 것일까? 오직 자기 조정적 시장만이 우리를 젖과 꿀이 흐르는 저 풍요의 세계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일까?
일찍이, 산업혁명을 겪으며 급변하는 서구 사회의 참혹한 풍경을 지켜보며, 폴라니는 허구적 상품(화)의 원칙에 입각한 자기 조정적 시장경제를 인간의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를 분쇄하는 ‘악마의 맷돌’에 비유한 바 있다. 나아가 폴라니는 이 같은 폭력적 시장의 횡포는 필연적으로 시장의 폭력에 맞서 그 자신을 보호하려는 사회의 반발/운동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주지하듯, 폴라니의 이 같은 분석은 20세기 초반의 대공황 및 이에 따른 자본주의의 위기와 이에 맞서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등장한 국가의 개입 및 복지국가의 성립으로 빛을 발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도 잠시, 오늘날 우리는 신자유주의라는 ‘자본의 반격’을 통해, 또 다시 폴라니가 말한 이중 운동의 흐름이 다시 되돌려진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우리는 이 같은 자본의 반격에 굴복할 것인가? 역사는 그렇게 종언될 것인가?
칼 폴라니는 경제 문명사라는 우회로 우리를 인도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시장경제와 시장 사회를 자명한 것으로, 어떤 자연사적 산물로 간주하는 당대의 좌우 공통의 편견에 대항했다. 그리하여 우리 시대 시장체제를 거시 문명사적 견지에서 상대화, 특수화하면서 자신의 사회경제(사)학의 지평을 새롭게 확장했다. 나아가 이를 통해, 경제를 사회 속으로 재흡수하며, 우리의 삶의 다양한 가치와 방식에 창조적으로 적응케 하기 위해 노력했다. 폴라니의 이 같은 문제의식은, 신자유주의라는 또 다른 악마의 맷돌에 맞서, 우리의 삶과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운동을 준비해야 할 한국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다시 폴라니의 문제의식과 이론적 작업에 다시 한 번 주목해야 할 이유다.


실체적 비시장경제학,
인간의 살림살이를 향하여

칼 폴라니의 유작 󰡔인간의 살림살이󰡕는, 전근대 시기 비시장경제의 형태, 그 진화 및 다양성을 보여 줌으로써 현대 시장 체제를 상대화하고 대안적 비전을 제시하려 한 󰡔거대한 전환󰡕의 문제의식을 계승하고 있다. 이를 위해, 폴라니는 무엇보다, 경제주의의 오류, 다시 말해, 인간의 경제를 그 시장 형태와 동일시하는 경향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특히, 폴라니는 인간 사회에서 경제가 차지하는 위치를 좀 더 현실적으로 조망하기 위해 일반 경제사를 폭넓은 개념적 기초 위에 재건하려 시도하고 있는데, 그 개념적 기초가 바로 󰡔인간의 살림살이󰡕에서 본격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실체적 경제(실체적 비시장경제학, 다시 말해 인간의 살림살이)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폴라니는 주류 시장경제학을 경제의 형식적 의미에 기반을 둔 형식적 경제학이라 규정하고, 이를 실체적 의미에 기반을 둔 실체적 경제학과 대립시켰다. 여기서 형식적 경제학의 체계란 무한한 욕망을 갖고 경쟁적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고립된 ‘경제인’, 기술적 의미 또는 자연적 사실로서의 희소성, 그리고 효율적 선택을 공준으로 삼는다. 즉 시장적 인간과에 입각해 도구적, 공리주의적 가치를 전면적으로 추구하는 경제학이다. 이에 반해 실체적 경제학의 체계는 다면적인 풍부한 욕구를 가지고 사회적 자유와 연대, 정의를 추구하는 ‘사회적 인간’, 문화적․사회적으로 정의되는 희소성, 그리고 공동체 구성원의 생존 욕구를 지속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 물질적 수단을 공급하는 과정을 공준으로 삼는다.
이 같은 공준을 기반으로, 폴라니는 실체적 의미(인간의 살림살이로서)의 경제야말로 인류사에서 보편적인 것이며, 형식적 의미의 경제는 시장경제의 특수한 한 형태일 뿐이라고 역설한다. 다시 말해, 당연히 인간은 먹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긴 하지만, 더 좋은 삶, 더 높은 삶을 추구하는 고귀한 존재이며, 공리주의적인 무한한 욕망이 아니라 다면적이고 사회적인 인간의 욕구(경제적 욕구는 이 같은 다면적이고 사회적인 인간의 욕구 가운데 한 부분에 불과하다)를 충족시킬 수 있는 물질적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좋은 경제, 즉 실체적 경제이자, 인간의 살림살이 경제라고 지적하며, 우리가 진정으로 회복시켜야 할 경제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말하는 경제주의 오류는 인간의 경제를 그 시장 형태와 동일시하는 경향에 있다. 따라서 이 편향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이라는 말의 의미를 근본부터 명확하게 해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것은 말의 모호성을 완전히 제거하고 형식적 의미와 실체적 의미를 별개로 분리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복합적인 개념의 경우처럼 이들을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하나의 용어로 합하면, 그 이중적 의미가 더욱 강화되어 이 오류는 결코 바로잡을 수 없게 된다. - 본문 중에서(113쪽)

우리는 자신에게 친숙한 종種적인 부류의 현상을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현상과 동일시하곤 한다. (이 잘못은 경제적이라는 용어의 근본적인 모호함 때문에 더욱 조장되었을지 모른다. 이 점은 뒤에 다시 언급하겠다.) 어쨌든 이 오류 자체는 명백하다. 인간 욕구의 신체적 측면은 인간 조건의 일부이며, 어떤 사회도 일정한 실체적 경제substantive economy를 갖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다. 반면에 (통상적으로 시장이라 불리는) 공급-수요-가격기구는 구체적인 구조를 가진 비교적 현대의 제도이며, 이 제도는 확립하는 것과 계속 운용하는 것 둘 다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적’이라는 속屬적 개념의 영역을 [종적 개념인] 시장현상으로 제한하는 것은 인간 역사의 가장 많은 부분을 역사의 현장으로부터 제거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 모든 경제적 현상을 포괄하도록 시장 개념을 확대하는 것은 시장현상에 동반되는 독특한 특성을 모든 경제적인 것들에 인위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의 사고는 손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 본문 중에서(88-89쪽)

학자는 이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첫째, 학자는 우리의 개념에 명료성과 정확성을 부여해야 한다. 학자들의 이와 같은 노력에 힘입어 우리는 인간이 활동하는 상황의 실제적 특징에 가장 잘 어울리는 용어로 인간의 살림살이 문제를 정식화할 수 있다. 둘째, 학자는 인간 사회에서 계속 변화하는 경제의 위치와, 과거의 문명이 거대한 전환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던 방식을 연구해, 원리와 정책의 범위를 우리의 의지대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학자의 이론적 과제는 광범위한 제도적·역사적 토대를 바탕으로 인간의 살림살이에 대한 연구를 정립하는 것이다. 연구에 사용할 방법은 사고와 경험의 상호 의존에서 얻는다. 자료의 참조 없이 구성된 용어와 정의는 무의미하며, 우리 시각으로 재조정하지 않는 사실을 단순히 수집하는 것도 쓸모없다. 이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개념적 탐구와 경험적 탐구가 함께 발맞추어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우리의 지속적인 노력을 위해 이 탐구의 여정에는 어떤 지름길도 없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나는 인간의 경제문제에 대한 그런 접근 방식에 기여하고 싶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목적이다. - 본문 중에서(82쪽)



호혜성과 통합의 경제학
󰡔인간의 살림살이󰡕는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사회에서 경제의 위치”(1~10장)는 경제주의의 오류를 중심으로, 형식적, 시장 중심적 경제 개념의 문제점과 역사적 한계를 규명하며, 이를 실체적 비시장경제(살림살이 경제)로 재개념화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제2부 “고대 그리스의 교역, 시장, 화폐”(11~17장)는 돈벌이나 부 등을 (그 자체를 목적으로 간주하지 않고) 가정에서는 삶의 수단이며, 폴리스에서는 좋은 삶의 수단으로 간주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을 되살리며, 우애와 호혜성, ‘좋은 삶’이라는 사회적 목표를 중심으로 경제가 사회 속에 착근되어, 사회 전체의 목적을 위해 작동했던 고대 그리스(특히, 아테네)의 사례를 살피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고대 그리스의 사례 외에도, 폴라니는 투른발트, 말리노프스키 등 당대의 인류학적 연구의 성과를 활용해, 서구 시장체제가 출현하기 이전의 오랜 인류 역사에서 그런 제도가 작동했던 다른 종류의 사회적 상황을 보여 주고 있다. 이를 통해, 그는 시장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사람들 간의 ‘교환’이란 것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수요-공급-가격기구라는 규칙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석했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만한 내용은 오늘날처럼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목적, 호혜성, 통합을 해체하는 맷돌로 작동하는 시장이 아니라, 사회의 통합과 평등을 위해, 나아가 아테네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기여했던, ‘시장’의 다양한 역할과 기제에 대해 폴라니가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관점과 사례의 발굴은, 지속 가능한 참여 민주주의에 걸맞은 시장의 작동 방식과 그것의 지위에 대한 일단의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다.

시장이 민중poulace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장이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 시장 교역과 아고라는 어디까지나 폴리스 내부적인 것이었으며, 그 물리적·정치적 경계에 의해 제한되어 있었다. 아고라는 여전히 지배적이었던 재분배 체제의 작동을 촉진하는 한 가지 장치 이상이 아니었다. 도시가 시민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은 그리스 도시경제의 일관된 원칙이었다. 이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도시는 백방의 노력을 기울였다. 수입 필수품의 공급은 전적으로 공적인 감시 아래 놓여 있었으며, 또한 시민 자신의 생활도 상당한 정도까지 도시국가에 의해 보장되었다. - 본문 중에서(370쪽)

요컨대 그리스적 의미에서 민주주의는 부자의 대중 매수를 막기 위한 물질적 보호 장치를 필요로 했다. 유일하게 효과적인 보장 장치는 배심원 활동이나 민회의 투표, 평의회의 행정 수행 등의 정치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대중을 부자가 부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아테네인의 정신에 따라 얼핏 모순처럼 보이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했다. 식량의 분배는 폴리스가 직접 수행해야 한다는 것과, 관료제의 도입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란 대표자나 관료에 의한 대중의 통치가 아니라 대중에 의한 대중의 자기 통치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대의제나 관료제 역시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겨졌다. 인민주권 사상에 의존하는 모든 근대사상의 원천인 루소도 여전히 이 원리를 굳게 신봉했다. 그런데 어떻게 관료제 없이 국가에 의한 이 분배 방식이 실현될 수가 있었겠는가? 아테네의 경우, 식량 시장이 그 답을 제공해 주었던 것이다. - 본문 중에서(382-383쪽)

말리노프스키Bronislaw Malinowki는 투른발트가 언급한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면밀한 조사를 통해 인간 사회에서 호혜적 상황은 언제나 대칭적 형태의 기초 조직에 입각한다는 사실이 밝혀질 거라고 예측했다. 그는 트로브리안드 섬의 가족제도와 쿨라 교역에 대한 서술을 통해 이 같은 점을 명확히 했다. 이로부터 한 걸음만 내디디면 우리는 호혜를 여러 통합 형태들 가운데 하나로서, 그리고 마찬가지로 대칭성을 여러 지지 구조들 가운데 하나로 일반화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전자의 범주에 재분배와 교환을, 후자의 범주에 중심성과 시장을 추가함으로써 달성되었다. 이런 관찰은 주어진 사회적 조건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왜, 어떻게 개인의 태도가 그렇게 자주 사회적 효과를 발휘하는 데 실패하는지를 밝히는 데 도움을 준다. 대칭적으로 조직된 환경에서만 호혜적 태도는 모종의 중요성을 갖는 경제 제도를 낳을 것이다. 먼저 중앙이 확립되어 있는 곳에서만 개인들의 협력적 태도는 재분배 경제를 낳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목적으로 제도화된 시장이 존재할 때에만 개인의 교역 태도가 공동체의 경제활동을 통합하는 가격을 낳게 될 것이다. - 본문 중에서(144-145쪽)

우리 시대에는 시장경제를 약 3천 년에 걸친 서구 사회 발전의 자연적인 도달점으로 간주하고 싶어 하는 유혹이 엄청나게 강하다. 지역 식량 시장이나 시장 교역과 같은 제도에 대해, 서구적 사고로서는 이를 결국 전 세계를 포섭하기에 이른 근대 경제의 작은 기원으로 보는 이외에 달리 이해할 방도가 없다. 이보다 더 큰 오류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시장 교역 자체 그리고 마침내 출현한 근대의 시장경제는 작은 기원으로부터 성장해 온 과정의 결과가 아니라, 원래 별개이며 독립적인 발전들이 합쳐진 결과였다. 그 발전들은 그것을 형성하는 제도적 요소들의 분석을 떠나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목적론적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교역 및 화폐에 대해 논의했던 것처럼, 제도적이며 조작적인 접근 방법이 가장 적절하다. - 본문 중에서(294쪽)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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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번역 환영합니다.
낮에뜬별 2017-09-29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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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학자 중의 한 명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번역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번역의 질도 꽤 깔끔합니다. 6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글자 크기가 커서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도 않네요.
ktf_ycraah 2017-10-06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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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독서정산

1. 2020년 독서 정산운을 떼기 전 앞선 독서 정산들을 훑어봤다. 17년, 18년, 19년. 그리고 이번이 20년. 벌써 4년째다. 4년째가 되니 이걸 왜 하는 게 좋은지 느껴지지만 전엔 이런 걸 왜 하나 싶었다. 굳이 시간을 써서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몰랐달까. 시작은 막연한 생각과 함께했다. 남들이 쓰는 걸 보고는 나도 '책'을 주제로 뭔가를 적고 싶었고 한 해를 복기하면 머릿속도 정리될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 짬을 내 적어보았다. 개운했다. 막연한 점들로 산개해 있던 한 해가 줄기로 엮여 깔끔해지는 느낌이었다. ... + 더보기
책잡힌사람 2021-01-01 공감 (4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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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살림살이

<거대한 전환>과 함께 칼 폴라니의 주저로 꼽히는 <인간의 살림살이>(후마니타스)가 다시 나왔다. 기억에는 1980년대에 풀빛 출판사에서 두권으로 나왔던 책이다.

폴라니는 다수의 저서와 입문서가 나와 있으므로 관심만 있다면 언제든 읽을 수 있는 저자다. 특히 주저인 <거대한 전환>(길)이 대표적인 ‘폴라니 전도사‘인 홍기빈 소장에 의해 재번역된 이후에 그렇다. 단순화하자면 폴라니 경제학은 자본주의 경제위기에 대한 세가지 해법 가운데 하나다. 케인스와 마르크스, 그리고 폴라니.

책이 나온 김에 12월의 인문특강은 <인간의 살림살이>를 다루려고 한다. 12월의 한주 정도는 폴라니에게 할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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