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원탁회의 개최 : 네이버 블로그
현장초점
협동조합 원탁회의 개최
워커쿱연합회
2015. 12. 4.
[협동담론]
‘협동의 원탁회의’ 드디어 열리다
도우누리, 아름다운사람들, 우진교통, 한국택시협동조합, 해피브릿지 공동합의문 채택
협동조합 원탁회의가 지난 11월 18일 서울동부여성발전센터에서 개최되었다. 협동담론 주최로 열린 원탁회의에는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와 아름다운사람들 식품협동조합연합,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주), 한국택시협동조합, 해피브릿지협동조합 등(가나다순) 5개 협동조합 대표단들이 참여했고, 그 외 몬드라곤대학 마틴교수와 대안노동자연합회 관계자들이 옵저버로 함께 했다.
원탁회의에 참석한 협동조합기업가들은 각 조합의 사업내용과 미션‧비전‧가치, 조직체계, 매출액 등 사업현황을 공유하고, 조합운영상의 어려움과 발전전망을 함께 나누었다. 이를 토대로 대표단들은 조합간 연대협력의 원칙을 상호 확인하고 먼저 조합원교육에서부터 구체적 협력방안을 모색하기로 하는 공동합의문을 채택했다.
협동조합 원탁회의에 참석한 아름다운사람들 안민재 사업대표, 해피브릿지 송인창 대표, 도우누리 민동세 대표,
우진교통 김재수 대표, 쿱택시 김수혁 사업본부장(왼쪽부터)은 공동합의문을 채택했다.
“우리는 모두 협동조합기업가”
원탁회의 진행은 <협동담론>을 이끌고 있는 박강태 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 이사가 맡았다.
박 이사는 “협동담론은 우리사회에 건강하고 건실한 협동조합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이러한 건실한 협동조합들이 중심이 되어 협동조합운동에 새로운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까 해서 간담회를 제안했는데, 이 제안을 흔쾌히 동의해주셔서 이 자리가 성사되었다”고 말했다.
참석조합 중 도우누리와 한국택시협동조합, 해피브릿지는 각각 민동세 대표, 김수혁 사업본부장, 송인창 대표가 참석했다. 아름다운사람들은 안민재 사업대표와 김용한 대표자회의의장이 함께 했고, 가장 먼 청주에서 달려온 우진교통은 김재수 대표와 홍순국 노조위원장을 포함, 가장 많은 인원수인 4명이 함께하여 눈길을 끌었다.
협동조합명칭의 가나다순으로 도우누리 민동세 대표가 제일 먼저 자기소개에 나섰다. 그는 “여기 근처에 우리 협동조합 사무실이 있다”며 “우리 동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말했다. 민 대표는 간담회 끝난 후 저녁식사 장소에서도 ‘우리동네’를 강조하며 식사비용을 전액부담하고 나섰다.
우진교통 김재수 대표는 “저희들만 공식협동조합이 아니고 협동조합을 지향하고 있는 ‘협동조합형’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해피브릿지 송인창 대표는 “우진교통은 법적인 지위만 협동조합이 아니지만 협동조합이 맞고요. 저희는 법적인 지위만 협동조합이고, 실제는 협동조합이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송 대표는 “내년부터는 우진교통을 자주 가서 많이 배워야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모인 협동조합기업가들은 서로 초면인 경우가 많았지만, 친밀하고 활기찬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기업대표단의 첫 모임 같지 않게 웃음보따리가 자주 터지고 격의 없는 리액션이 이어졌다. 각자도생의 길을 가던 대표들은 같은 길 위의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다. 협동조합기업가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었고 사업구상을 자세히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 간담회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되었다.
마틴 교수, “협동조합간 협동은 필수”
몬드라곤대학의 마틴교수는 격려사를 통해 “이와 같은 미팅들은 한국의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섹터의 개발을 도모해나가는데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틴교수는 “서울에서 2년 살았다”며 그 동안 지켜봐 온 우리 협동조합운동의 현실을 진단하고 조언을 내놓았다.
그는 “2013년 새로운 협동조합법이 발효되어 이제 자리잡아가는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 섹터에 너무도 많은 조직들이 관여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조직들 간에 협동이나 협조가 부족함을 알 수 있었다. 저는 가끔 협동조합 또는 사회적경제 비즈니스보다 많은 지원조직이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한국인은 경쟁과 자본지향적인 사고방식이 강하고 인식면에서도 너무 자본주의적”이라며 “협동조합섹터는 보다 협력적이며 개인주의적이지 않으며 하나의 팀을 지향하고 사람을 지향하는 섹터”라고 지적했다.
마틴 교수는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 섹터의 생태계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참여자가 명료하고 확고한 역할을 가지고 분명한 목표를 가지는 한국협동조합생태계를 꿈꾸면 좋겠다. 또한 모든 비즈니스가 협동조합 원칙들을 실행하는 생태계, 협동조합들에게 협동조합간 협동의 원칙이 실행되는 생태계를 꿈꾸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몬드라곤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그 생태계 형성의 구체적 방안으로 ‘몬드라곤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협동조합간협동 원칙 덕분에 몬드라곤이 강력한 협동조합 모델로 선 것”이라며 “몬드라곤은 스스로 거대한 협동조합기업으로 개발될 수 있었고 기금, 프로젝트, 사람들을 통합한 몬드라곤 내부 협동조합들 간의 협동을 통해 적합한 생태계를 찾을 수 있었으며, 위기에 직면해서 보다 바람직한 방법으로 보다 강해지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틴 교수는 특히, “여러분 모두 몬드라곤 모델을 학습하기를 권하고 싶고, 아직 학습할 기회가 없었다면 제가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도우누리, “2015년은 협동조합스러운 사회적협동조합 원년”
2005년부터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해오던 도우누리는 2010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고, 2013년 협동조합법 시행이후 인가 1호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필요한 돌봄서비스를 공급하겠다는 조합원 270여명이 함께 뭉쳤다. 현재의 사업조직으로는 재가서비스 늘푸른돌봄센터와 서울시시설을 위탁받아 운영중인 시립중량노인전문요양원, 광진아동청소년발달센터가 있다.
민동세 대표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회복지 기관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시작했기 때문에. 서비스공급을 통한 일자리 제공과 고용유지를 위한 사업이 중요한 미션”이라고 협동조합을 소개했다.
민 대표는 지난 2014년을 회고하면서, “사회적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인정받은 후에도 법인격만 협동조합으로 바뀌었을 뿐, 하던 일에 계속해서 매몰된 경향이 있었다”며 “우리가 과연 협동조합인지, 내부 평가가 있었던 한해”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2015년 올해는 “사무국을 별도로 분화시키고 조합원관리와 운영면에서 협동조합스럽게 활동하는 것에 대해 본격적인 고민을 시작한 해”라고 평가했다.
민 대표는 “그런 고민을 통해 간담회에 참석했지만 업종과 활동영역이 다르고 특히 사회적협동조합만의 비영리성이 있어 어떻게 교류, 연대해야 할지 더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젊었을 때 연대가 목적이라고 배웠다”며 “이제 협동조합 사업을 하면서 연대를 이야기를 하는게 좀 쑥스럽기도 하지만 좋은 기회인 것 같다”고 의지를 보였다.
민 대표는 특히 노조위원장과 함께 참석한 우진교통에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 그는 “요양원인 서울시시설을 수탁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요양원에는 민주노총 공공노조연맹 돌봄노조 분회가 구성돼있다”며 “우리는 분회장님과 함께 나오지 못했는데, 이런 자리에 같이 참석하시는 우진교통이 정말 부럽고 우진교통에서 많이 배워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 대표의 발언시간 중에는 즉석 세무상담 및 토론도 이루어져 좌중의 흥미를 돋우었다.
민 대표는 “협동조합 전환 후 이익을 남겨서 법정적립금을 쌓는 새로운 실험을 해보았다”며 “하지만 기본법만 제정됐을 뿐 국회가 관련법으로 뒷받침해주지 않아서 법정적립금 항목으로는 세무 회계를 정리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흑자행진을 지속하는 기업인 해피브릿지의 송인창 대표가 “기본법상으로는 잉여금의 30%를 의무적으로 적립하라고 돼있잖아요?”라며 각별한 흥미를 보였다.
이에 대해 민 대표는 “법정적립금은 세전에 비용을 인정해주는 거여서 쓰지 않았어도 세금을 내지 않아야 하는데,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근거법규가 없다”며 “다만 중소기업지원법에 의하면 중소기업사내유보금지원제도가 있어서 그 제도를 이용하여 법정적립금을 쌓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 대표에 따르면 기본법상 법정적립금제도나 중소기업지원법상의 사내유보금지원제도는 현실적으로 내용이 똑같다고 한다. 단 하나 차이는 유보금은 적립금과는 달리 5년 내에 이를 다 써야 한다는 것이다. 민 대표는 이를 통해 법제도의 완비를 촉구하고 후배 협동조합의 길을 닦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아름다운사람들, “협동조합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름다운사람들 식품협동조합연합 안민재대표는 이중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연합 사업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운영조합 이사장도 겸하고 있다. 친환경식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아름다운사람들은 15개의 지역 단위조합과 온라인쇼핑몰을 배후에서 지원하는 운영조합으로 이뤄져있고 조합원 규모는 150여 명에 이른다.
지난 7월 창립총회 후 쇼핑몰 운영이 시작단계에 있는 상황이라서 안민재 대표의 설명은 사업개요와 조직구조에 집중됐다.
안 대표는 “직원협동조합이고 조합원은 있는데, 현재 급여를 받아가는 상근자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친환경식품업계의 한살림, 아이쿱 등 생협의 성장사를 보면 수많은 활동가들이 기초를 닦아서 지금에 이르렀는데, 마찬가지로 생협 활동가들과 같은 주체 집단이 지금 짜여져가고 있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반면 한 살림 아이쿱은 소비자가 주체가 되는 소비자생협인데, 아름다운사람들은 판매자가 주체가 되는 판매유통직원협동조합이라는 점에 큰 차이가 있다.
안 대표는 “지역 단위조합이 온라인매장을 운영해서 자기 사업을 하는 구조”라며 “자기 판매 기반을 확대해서 사업을 벌여서 자기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사업현황 중 자산항목을 설명하면서 아름다운사람들 식품협동조합연합 사업에 참여하고 향후 협업관계를 지향하는 생산, 판매 기업들을 소개했다.
그는 “친환경판매사업을 만들고 구축하고 실제로 직원들을 고용해서 체계적으로 벌여나가려면 많은 비용이 소요되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 참여 사업자들의 협력과 지원으로 최대한 초기비용을 안들이게 기획을 했다”고 말했다.
이 식품협동조합에서 사업자들의 역할과 지위는 무엇일까. 안 대표는 “사업자복합형으로 관여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회원으로 참여할 뿐 그 형식이 아직 확정적인 것은 아닌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참여 사업자들이 직원협동조합을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취지에 흔쾌히 공감을 하고 직원협동조합을 인큐베이팅하는 취지로 참여했다”며 “이런 기업들의 참여로 초기비용 부담과 체계적인 조직구조 없이도 사업을 런칭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직 ‘연합회’가 아닌 ‘식품협동조합연합’인 이유에 대해서 참석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안 대표는 “아직 연합회가 아닌 이유는 연합회 인가를 안 받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연합회로 짜지 않은 근본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연합체제는 여러 가지 사업아이템을 상정한 큰 그림으로 가는 과정의 산물이라고 밝혔다. 안 대표는 “현재 벌이고 있는 사업중심으로 연합회를 짜버리면 조직이 굳어져버릴 위험성이 있다”며 “협동조합간 협력을 염두에 두면서 현대적이고 비즈니스가 잘되는 가장 합리적인 모델의 협력체계가 나오기 전까지 연합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진교통, “협동조합을 지향하는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 김재수 대표는 먼저 회사이름을 조목조목 검토하면서 기업정체성을 설명했다.
“이름이 협동조합형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입니다. 더구나 뒤에 주식회사까지 붙였습니다.”
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협동조합형’이란 우진교통이 협동조합의 제반 핵심적요소들을 갖추고 있고 그 가치와 목적도 지향하고 있으며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는 뜻이다.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이란 내부운영에 있어서 철저한 직접민주주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주식회사’ 꼬리표가 붙은 것은 전신인 사기업체가 부도나고 노동자들이 파업하고 인수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법적 형식을 그대로 취했기 때문이다.
우진교통은 3년 전에 협동조합 전환을 시도했다가 물러난 경험이 있다. 이에 대해 김재수 대표는 “핵심적 이유는 약 40억원 정도의 자본잠식으로 표현되는 재무제표에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자본잠식상태의 기업은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할 수 없게 되어있다. 노동조합이 회계서류가 엉망인 상태에서 사업체를 인수하면서 부채가 얼만지도 정확히 모르고 인수한 것이 화근이었다. 처음에는 150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됐던 채무규모가 자꾸 불어나 200억원 정도로 밝혀진 것이다.
그는 앞으로 전환의 걸림돌인 재무제표상의 법적요건을 충족하는데 7,8년을 두고 천천히 가는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평균 15억~20억 적자기업이 저희가 인수하면서 곧바로 흑자로 돌아서는 성과를 냈습니다만, 재무제표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CNG값 하락으로 10억 흑자를 예상하고 있지만 그 흑자를 빚 갚는것보다는 조합원들의 행복과 복지, 임금인상, 재투자에 우선적으로 쓸 생각입니다.”
조합원의 행복을 희생하면서까지 협동조합전환 속도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우진교통의 조직도를 통해 노동의 가치에 충실한 우진교통의 기업운영원리를 설명했다.
“우진교통조직도가 무척 복잡합니다만 기본은 모든 것이 자치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조직도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요.”
경영자치와 노동자치로 대별되는 우진교통의 자치경영은 노동의 제반계획과 통제와 성과의 분배가 철저히 자치에 입각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한다. 인사위원회, 공동복지위원회를 비롯한 모든 부문 위원회는 현장노동과 사무관리노동부문이 6:4 혹은 3:7 구조로 결합돼 운영된다. 현장에서 노동하는 이들의 역동성과 사무관리하는 이들의 전문성을 결합하되, 전문성을 앞세워 자주관리정신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취지다.
우진교통은 자주관리기업으로서 노사의 개념을 벗어나 같은 노동자들끼리의 역할분담의 논리로 조직을 운영한다. 이것이 노조위원장과 대표가 청주에서부터 같은 차를 타고 이번 간담회에 함께 참석할 수 있는 배경이다.
일반기업의 이사회역할을 하는 자주관리위원회 구성원들은 한달에 한 번 열리는 회의가 끝난 후에는 각자의 일터로 돌아간다. 대표를 제외한 306명 구성원들이 모두가 조합원이다. 노동조합위원장도 특별한 고임금이나 특권을 누리고 있지 않다. 그래서 참여와 협력의 조직운용이 가능해졌다.
김 대표는 “자주관리기업 내에서 역할분담이 가져오는 갈등과 이에 대한 해결이 노사개념-자본과 노동의 대립으로 해석되는 부분이 초기에 있었어요. 그러면서 불행한 사태도 있었는데, 그러한 과정을 통해 이러한 조직도가 마련되었죠.”
자치에 입각한 조직운영원리가 안착되면서, 2008년 이후로는 이견과 갈등은 있지만 조직적 갈등으로 비화되는 일은 없어졌다고 한다.
우진교통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 교육이다. 해마다 전체구성원 308명이 1박2일 여행을 가게 되는데, 일인당 10만원의 경비가 지급된다. 그런데, 이런 여행계획도 자주관리위원회의 결정이 안내려지면 대표가 업무지시를 할 수 없다. 100만원 이상 소요되는 사업은 반드시 자주관리위원회를 거쳐야 되는 규정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러다보니까 의사결정 속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회사전체로서는 만족도가 높아지고 조직적 리더쉽과 펠로우쉽이 수평으로 되는 협동조합적 문화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간담회 준비서류에 협동조합간 공동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항으로 조합원의 교육사업과 미래지향적인 금융사업체를 마련하기 위한 재정사업을 적어왔다. 그는 “지금까지는 누구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었고, 앞가림하느라 오직 앞만 보고 왔다”며 “그러다 요새 옆을 바라볼 여유가 생겨서 오늘 이 곳 간담회에 왔는데, 저희들이 굉장히 큰 에너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택시협동조합, “가동률 95%로 생산성 극대화”
김수혁 사업본부장은 박계동 이사장을 대신해 한국택시협동조합 대표해 참석했다. 협동조합의 사업본부장이라고 하면 일반기업에서 보통 ‘전무’라고 불리는 직책을 말한다. 김 본부장은 박계동 이사장과 오랜 친구 사이라고 밝혔다.
그는 “박 이사장과 함께 남은 인생 뭐할까 생각하다가 협동조합을 만들어보자는 데에 의기가 투합됐다”며 “돌봄, 양로원, 장례식장, 도시농업, 이곳저곳을 돌아보다, 박 이사장이 택시를 한 경험도 있어서 택시협동조합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국택시협동조합 설립 이전에도 김 본부장은 박 이사장과 함께 협동조합을 만드는 협동조합을 사회적 협동조합 형식으로 만들어 2013년 7월 승인을 얻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1년 여에 걸쳐 택시업계를 조사해보면서 신용불량자와 막장인생을 받아주는 업종이 택시라는 것을 알았다”며 “매물로 나온 택시회사를 둘러보는 과정에서 업계를 더 이해하게 되고 택시협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택시 84대를 보유하고 있는 인천의 어느 택시회사를 사러갔을 때 본 풍경은 충격이었다고 한다. 김 본부장은 택시회사 사무실을 나와 위층의 기사 휴게실을 가보았다. 몇 평 안되는 비좁은 공간에 구식 텔레비전 한 대가 의자 몇 개와 함께 덩그라니 있었다. 휴게실 한켠 칸막이 너머로는 화장실이 보였는데, 70년대 시골 버스정류장 변소를 방불케했다. 암모니아로 누렇게 찌든 구식변기에서 냄새가 흘러나오고, 천장에는 삼십촉짜리 전구 하나.
“내가 의협심이 좀 있어서, 이거 안되겠다 싶더라고요. 무언가 해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법원으로부터 경매가 나온 서울지역 택시가 있어서 집중적으로 택시업계를 공부했다. “남들은 사양산업이라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거 블루오션이 되겠다 싶었어. 그래서 72대를 일단 사놓고, 그때부터 조합원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김 본부장은 조합원을 몇 명 모을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서울시에 자료요청을 했다. 업계 평균으로 차 한 대당 1.2명이 고용되고 있다는 수치가 나왔다.
김본부장은 차 한 대에 2.4명을 고용하여, 한달에 26일 근무하는 형태로 가동률을 95%로 높여야겠다고 생각했다. 95% 가동률이면 택시운전을 하는 것만으로 먹고 사는 목표가 달성될 수 있는 것으로 본 것이다. 그리하여 나온 숫자가 170명의 조합원과 조합원 일인당 출자금 2500만원. 하지만 서울시는 절대 95% 가동률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2015년 6월말 법원으로부터 택시회사를 인수하여 7월 14일 서울시청앞에서 발대식을 열었다.
서울시조례가 택시색깔을 이미 규정해놓고 있어 노란색 도색은 불가능하다는 서울시와 싸워서 노란색 협동조합택시 색깔을 따냈다. 김 본부장은 “처음부터 노란색으로 배수진을 친 것”이라고 말했다. 눈에 띄는 색깔로 차별화해놓고, 승차거부, 음주운전, 차내 흡연 등 여러 가지 잘못된 운전문화를 바꿀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에 관심이 많은 서울시는 택시마다 칩을 꽂아 데이터를 수집했다. 가동률이 첫달은 전체 회사택시 227개 중 89등, 그다음달인 8월은 45등, 9월달 되니까 1등, 그러다 10월에는 월등한 1등을 기록했다. 그리하여 11월 15일까지의 데이터를 기초로 계산한 결과 11월 가동률은 94.7%를 예상하게 됐다.
“택시협동조합을 만들어달라고 순천에서 올라온 양반이 우리회사를 찾으러왔다가 돌아가버렸어요. 택시가 하나도 안보이니까 이게 택시회사가 아닌 줄 알고.”
다른 회사와는 달리 한국택시협동조합 차고지에는 택시가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가동률 95%에 임박한 결과, 임금은 수직상승해서 이번 달 최고 수령액은 440만원을 기록했다. 생산성이 높아지자 닷새 일하고 하루 쉬는 걸로 배차표를 바꾸었다. 내년에는 연차도 허용하고, 그 다음 해에는 주 5일근무를 시행할 예정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바로 세금 문제이다.
“벌어오는 족족 급여로 준 결과, 이번 달 전체 벌어온 돈이 56%가 급여로 나갔지. 이익의 30%이상이 급여로 나가면 사회적기업이 될 수있는 필요조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내년 1월달에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해서 세금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요.”
또 하나 더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조합원들의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힘든 민원과 요구가 날이 갈수록 급증하는 것이다.
“협동조합이라서 그런지 요구가 많잖아요. 조합원들에게 있는 욕구나 많은 분쟁을 협동조합방식으로 어떻게 해결해낼수 있는지, 배우고 싶어요.”
협동조합택시사업에서 파생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은 무궁무진했다.
“내년에 우리조합원 200명 되면 주택조합을 만들어야겠어요. 조합원들 집소유비율이 1.5%밖에 안됩니다.”
이렇게 시작된 김 본부장의 사업구상 이야기는 택시랜드사업, 휘트니스센터, 렌트카사업, 택시학교 등으로 즐겁게 이어져나갔다.
해피브릿지, “조합원의 인식과 폭이 조합을 결정한다”
해피브릿지는 1997년 외식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주식회사로 출발하여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하였다.
2013년 협동조합전환 이후 임기 3년의 1기 이사장으로 선출된 송인창 대표는 1기 목표를 협동조합으로 혁신하는 것에 두고 사업과 운영측면으로 나누어 고민했다고 말했다.
“기존 주식회사 17년의 경험을 어떻게 협동조합으로 혁신할 것인가. 어떻게 사업을 협동조합방식으로 혁신하고 피라미드구조형 조직을 자치조직으로 만들어 운영할 것인지 고민했습니다.”
송대표는 ‘사업혁신은 한국택시협동조합이 한 수위, 운영혁신은 우진교통이 한 수 위’라고 해피브릿지의 경험을 평가했다. 그는 해피브릿지 경험을 토대로 협동조합 운영혁신의 과제상황을 두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조합원들의 권한과 책임이 밸런스가 맞아야 하는데, 권한의 성장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둘째 조직내 그룹별 갈등, 특히 창업을 주도한 경영선배와 경영후배사이의 세대간 갈등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운영혁신에 있어서 일정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했다. 그 예로 조합원의 협동조합에 대한 의식전환, 조합원들 합의를 통한 급여시스템 결정, 경영선배들과의 합의를 통해 거버넌스 구조를 바꾸어낸 점을 들었다.
“예전에 전환을 앞두고 직원들이 모두 협동조합 하면 망한다고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망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없고 어떻게 하면 내 방식의 협동조합을 할 것인가로 의식이 전환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급여제와 거버넌스구조의 변화에 대해서 송 대표는 정교한 시스템이나 구조 자체의 질에 포커스를 두지 않고, 합의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낸 과정에 주목했다.
“급여제나 거버넌스의 퀄러티가 떨어졌을 수도 있지만, 합의된 거고 스스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더 발전했다고 평가해야 합니다. 전체 조합원의 인식의 깊이와 폭이 조합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송 대표는 사업혁신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외식산업의 치열한 경쟁환경을 먼저 들었다.
“저희는 쿱택시가 부럽고 우진교통이 부럽습니다. 저희는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한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하거든요. 식당노동은 쿱택시나 버스 못지 않게 힘든데다, 식당이 망하면 집안이 망하거든요.”
그는 품격있는 노동을 하면서 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노동자협동조합의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비즈니스 협업구조에 고민이 많았고, 협동조합간 협동의 필요성을 주창한 몬드라곤을 한국에 소개한 것도 그런 고민의 산물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업혁신과 운영혁신의 과제를 이해하는 사람이 조직내 100명 중에 다섯명도 채 안된다는 데에 송 대표의 더 큰 고민이 있다.
“그 다섯명조차도 몬드라곤에서 사람을 불러서 교육하고, 일년 동안 몬드라곤에 3주를 연수 보내도 다시 한국으로 오면 제자리로 돌아와요. 나 중심의 사고, 우리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는 작업을 아직도 하고 있는 거고요.”
송 대표는 이러한 혁신과정은 해피브릿지 자체내에서의 교육만으로 되는게 아니고 협동조합들이 서로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변화는 회의를 통해서 나타나는게 아니라, 눈으로 보여주는 과정을 통해서 성,취된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협업을 통한 비즈니스성과가 났을 때 플랫폼개념의 비즈니스에코시스템, 생태계, 이런 형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조합간 공동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항으로 “‘사람과 돈’이라는 우진교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노동자협동조합 조합원의 책임과 권한은 생협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먼저 지적했다. 이러한 노동자협동조합의 공동원리에 기반하여 조합원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 자영업은 자영업대로 택시는 택시대로 가는 기능적인 교육이 아니라 원리통합 교육을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 문제에 관해서는 공통의 과제인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공제회부터 시작해서 차츰 사업펀드쪽으로 확장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협동조합 상호교류의 물꼬를 튼 원탁회의
원탁회의는 첫 만남부터 구체적으로 조합원수와 직원수, 출자금규모뿐만 아니라 사업의 구체적 결과물인 재무제표, 매출액, 당기순이익, 자산규모까지도 공유하고 사업의 고민을 함께 한 자리였다. 또한 각 조합의 현황을 공유하는데서 한발짝 더 나아가 협동조합원리를 조직내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방안과 협동조합 간으로 확장하는데에 이르기까지 논의가 확대되었다.
원탁회의에 참석한 조합대표들은 이를 통해 협동조합간 협동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추상적이나마 공동 교육연수프로그램과 연대협력방안을 증진해나아갈 것을 내용으로 하는 기본합의에 도달했다.
협동조합 대표들은 다른 협동조합의 사례를 확인하고, 앞서 나간 협동조합의 선진 노동문화와 경험들을 서로 나누고 배우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지난 11월 30일 한국택시협동조합이 조합원교육시간에 우진교통 대표단을 초청하여 경험담을 공유한 것은 특기할만한 움직임이라고 하겠다.
드디어 협동조합간 협동의 물꼬가 트인 것이다.
지난 11월 30일 한국택시협동조합은 조합원교육시간에 우진교통 대표단을 초청해 경험담을 들었다.
글. 박정미(협동담론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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