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ugust 30, 2022

[전영기의 과유불급]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기 - 시사저널

[전영기의 과유불급]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기 - 시사저널

[전영기의 과유불급]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기
전영기 편집인 (chunyg@sisajournal.com)
승인 2022.08.29 

종교든 이념이든 환각이든 사람의 주인 행세를 하며 삶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것들을 주의해야 한다. ‘탈핵 이념’도 그중 하나다. 극단적인 교조화나 상업화로 흐르면서 사람들의 전반적인 삶의 조건을 파괴한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 ‘탈핵 국가’를 선언해 멀쩡하게 굴러가던 원자력발전소들을 멈춰 세웠다. 지금은 기후변화 시대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가장 깨끗한 에너지로 조명받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때 원전은 영문도 모른 채 악마로 낙인찍혔다.



‘탈원전 시대’ 5년, 한전 영업이익 年 5조에서 -30조원으로

문재인 정부의 교조적이거나 상업적인 탈원전 세력들은 없는 공포를 만들어냈다. 작은 문제 가능성을 크게 부풀리곤 했다. 탈원전 하나에 모든 에너지 정책들을 종속시켰다. 사람을 위한 환경이 아니라 환경이 사람을 종 부리듯 했다. 교리가 지배하던 중세의 어둠 같았다. 결산해 보니 2017년 한국전력은 영업이익이 4조9000억원이었는데 2022년엔 영업손실 30조원(예상)으로 수지가 악화됐다. 정권이 원전 몇 기를 가동 중단시켰더니 5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한전의 적자는 국민들에게 공평하게 전가된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부담감이 더 크다. 국민들은 가만히 앉아있다 전에 없던 전기료 인상을 맞게 됐다.

정책 이슈인 탈원전은 삶의 질을 높이는 인간 조건 가운데 하나로 다뤘어야 했다. 민생을 살펴 속도를 조절하며 펼쳐야 했다. 전임 정부는 탈원전을 무슨 사이비 종교처럼 섬겼다. 절대 선 앞에 사람들의 기본적인 생활이 어느 정도 희생되는 건 어쩔 수 없다는 태도였다. 동남해안을 따라 형성됐던 원전 중소기업 생태계는 오래전에 붕괴됐다.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라는 부제로 철학 작가 노정태에 의해 번역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원제 Apocalypse Never)이란 책이 있다. 저자 마이클 셀런버거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 환경 종말론은 일종의 세속종교가 되었다. 신도들에게 사랑 없는 공포, 구원 없는 죄책감을 설파하며 문명을 증오하는 비인간적인 신흥종교가 되었다.” 셀렌버거는 환경보호는 인류의 번영과 함께 달성되는 ‘환경 휴머니즘’으로 나아가야 하며 ‘환경 종말론’은 곤란하다고 했다. 환경 휴머니즘은 환경을 위한 환경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환경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셀렌버거가 대표적인 신흥종교로 꼽은 환경 종말론이 ‘탈핵 이념’이다.
2022년 7월25일(현지시간) 독일 링엔에 있는 엠슬란트 원자력발전소의 냉각탑에서 수증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독일 정치권은 연말까지 가동을 중단할 예정인 엠슬란트와 네카르베스트하임 2호, 이자르 2호 등 남은 원전 3기에 대한 가동 연장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EPA 연합

환경운동, 신흥종교 흉내 말고 인간에 봉사해야

탈핵 이념의 세계 사령부 역할을 하던 독일의 민심도 크게 바뀌고 있다. 숄츠 총리는 올해 말 폐기가 예고된 독일의 마지막 3기의 원전에 대해 최근 “가동 연장이 타당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숄츠는 탈원전을 주요 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는 사회민주당 출신 총리이기에 발언의 파장은 컸다. 총리의 변신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에 대해 민심의 거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독일 여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급속도로 변했다. “독일 국민의 4분의 3이 원전 수명 연장에 찬성하고 있다. 새로운 원전을 건설해야 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41%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3년 전 조사에서 3%만 신규 원전 건설에 찬성한다고 답한 것과 대비하면 놀라운 변화”(독일 슈피겔지 8월12일자)라는 것이다. 탈원전 신흥종교가 설치던 한국과 탈핵 본향인 독일에서 기류 변화가 가리키는 방향은 명백하다. 환경을 위한 환경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환경으로, 환경 종말론에서 환경 휴머니즘으로 문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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