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16, 2022

백승종 | 오늘의 동양과 서양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20+) 백승종 | Facebook:
오늘의 동양과 서양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세상을 끌고 가는 특별한 정신이 있다. 우리는 이 정신을 ‘시민 정신’이라 부른다. “서양의 시민의식 시작에 신사가 있다면 동양, 그중에서 조선에는 선비가 있었”다. ‘신사’와 ‘선비’가 사회의 윤리적, 도덕적 기준 계층이었던 셈이다. 《신사와 선비》 (백승종, 사우, 2018)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들의 길을 알아보는 책이다. 저자가 서문에 밝힌 대로 “신사와 선비는 기득권층의 대명사였다. 그들 가운데는 재벌과 권력을 앞세워 무소불위 세력을 행사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신사와 선비는 동서양의 지배층으로 온갖 비리와 부정으로 세상을 망가뜨리기도 하였으나, 세상이 신사 또는 선비라 부른 크고 작은 벼슬아치들이 세상의 모범이 되기에 족한 때가 많았다.”
3부의 구성 중 1부는 신사의 역사다. 중세 기사도를 계승한 신사도가 근대 서구 시민의 교양으로 발전한 과정을 살핀다. 신사의 가치관과 태도가 서구사회의 중요한 발전 동력이었기 때문이다. 2부는 조선조 멸망과 함께 쇠락한 조선 선비의 길을 더듬는다. 선비들은 도덕적 가치를 중히 여기는 독특한 식자층이었다. 마지막 3부에서 저자 백승종은 선비정신과 선비문화가 한국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동서양의 역사를 조망하며, 우리가 나갈 길을 모색한다. 어제의 역사가 첩첩한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스테리한 내일을 살아낼 어떤 결정적인 혜안을 주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역사 속에서 "섬광처럼 반짝이는 지혜의 보석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제는 히스토리(history), 내일은 미스테리(mystery), 오늘은 선물(present)이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살아낸 어제는 이미 역사가 되었고 살아내야 할 내일은 알 수 없어 미스테리하다는 이야기이리라. 내일을 살아야 할 우리가 어제의 일,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미스테리한 내일을 살아가기 위한 좌표 확인일 것이다. 저자 백승종은 역사든 한 시대를 지배하는 어떤 현상이든 문화적 전통은 지속적으로도 단속적으로도 나타난다고 말한다. 중세 기사도에서 출발해 서구사회에 천년 시민 정신으로 뿌리내린 신사도에 비해 선비정신은 조선의 멸망으로 맥이 끊겼으나 오늘날 부활할 기미가 보인다고 진단한다.
우리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산업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었지만 잃은 것 또한 적지 않았다. 선진 기계문명인 서양 것은 비판 없이 숭배 답습했다. 고리타분하고 후진적이라며 우리 것은 일고의 고민도 없이 배척했다. 그러나 보라 오늘날 우리 한국의 위상을, 정치적인 것은 아니겠으나 경제적·문화적 위상은 가히 세계가 부러워하지 않은가. K-반도체, K-컬처, K-방역 등 이미 세계의 기준이 되었거나 기준이 되어가고 있는 것들이 많다. 우리 내면의 선비정신을 깨워야 하겠다. 깐깐함과 고집불통은 선비정신이 아니다. 시대와 사회를 끌고 가는 것은 군왕이 아니라 그 시대에 깃든 시민 정신이다.
이 글은 쓴 분은 안성덕 시인이고요. <전북일보>(2022. 4. 14)에 실린 것인데요. 안성덕 시인은 전북 정읍 출생으로, 지난 2009년 전북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습니다. 시집으로는 <몸붓>, <달달한 쓴맛> 등이 있으며, 디카에세이로는 <손톱 끝 꽃달이 지기 전에>가 있지요. 아름다운 시어와 구수한 말씨로 한국인의 정서를 오롯이 담아내는 시인입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

If You Don’t Know Who Ken Griffin Is, You Should | The Nation

If You Don’t Know Who Ken Griffin Is, You Should | The Nation Economy / October 10, 2024 If You Don’t Know Who Ken Griffin Is, You Should 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