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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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유교자본제국가다
요새 정치판을 보니 한국은 #유교자본제국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2017년에 출판된 #한국은_하나의_철학이다 (오구라기조, 조성환 옮김, 도서출판모시는사람들, 2017)를 다시 읽는 까닭이다. 이 책은 한국인의 일상적 의식을 유교 관점에서 탁월하게 짚어내고 있다.
유교는 봉건이념이 결코 아니다. 아시아에서 에도막부의 일본을 뺀다면 봉건제는 아주 약하다. 유교는 천명의 직분과 그 해석권을 가진 군자들의 정치이념이다. 계급정치이념이 아니라 엘리트정치이념이다. 지금 시대에 적용하기에도 훌륭하다.
싱가폴은 대표적인 유교국가고 군자공동체다. 군자란 능력주의 엘리트와 같은 말이다. 유교는 문중이라는 종법제와 과거제를 통한 관료제라는 두 기둥을 통해 성립한다. 이 두 기둥은 세계10대 경제국 한국을 지금 시대에도 그대로 관철한다.
민주국가에서 관료는 정책결정권을 가질 수 없다. 각급 자치조직이 가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과거제인 고시를 통한 관료가 가지고 있다. 의회와 정당이 있다고 하지만 한 이념의 노론, 소론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정치를 이루는 근간은 종법제의 다른 이름인 재벌, 학벌, 지벌들의 짬뽕이다. 재벌, 학벌, 지벌들이 만든 군자공동체다. 빠들은 이 군자들을 맹렬히 추종함으로서 종법제를 완성한다. 빠들이 계급적 이익과 가치를 대변한다고 말한다면 한국정당은 유럽처럼 계급대중정당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대노동자 도시라는 울산이 막강한 민노총의 금속노조 본산임에도 불구하고 수구노론당인 국힘당을 지지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집강소와 광주라는 위대한 코뮌사회 경험을 가진 호남에서 자본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을 보면 몰계급적인 종법성을 보인다.
비단 이뿐인가. 한국의 거대 정당인 국힘당과 민주당은 계급이념도 사회이념도 없는 지배세력의 노론, 소론에 지나지 않는다. 두 당의 정치를 부르주아지든, 프롤레타리아든, 쁘띠부르주아지든 계급적 이념으로, 또는 좌우 모두에 폭 넓게 걸쳐있는 페미니즘과 생태주의로 분석해도 도대체 이해불가다.
조선은 유교의 갈래인 성리학에 기반한 입헌군주제 (봉건이 아닌)군현국가였다.
동학혁명은 천명의 직분이라는 유교의 종법제, 신분제를 상놈들의 집강소 정치를 통해 1차로 타파했다. 1894년 동학혁명기의 집강소체제는 유교국가도 아니고, 부르주아지근대국가도 아니다. 그것은 형편 없는 속류진보의 시대개념으로 파악할 수 없는 사건이다. 근대국민국가, 진보라는 유럽식민사관을 가지고 바라볼 일이 아니다. 집강소는 인류사에 유래가 없는 새로운 정치체제였다. 일하는 민중들의 지역자주관리연합체였다. 전라감영의 호남대도소는 지역자치체들의 연합행정체였지 중앙이 아니다.
종법제 타파의 2차는 한국전쟁이다. 겉으로는 남북전쟁이지만 속으로는 양반과 상놈의 전쟁이었다. 그러나 그렇다하여 오백 년 내면화된 유교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성리학적 신분제의 타파는 자본제적 조국근대화의 바탕으로 작용했지만 유교적 질서는 계급질서를 압도하고 있다. 가부장적인 충효의 애국주의와 민족주의, 위계적인 조직 문화, 함께 한 학이시습지의 의리(양아치들의 의리보다 더 위험하다), 쌀집 아재는 참가할 수 없는 군자들의 각종 위원회, 상놈의 임대와 양반의 분양아파트, 강남과 강북, 오죽하면 '강남좌파'라는 말까지 있다.
북의 "위대한 수령동지" 또한 천명의 담지자인 군주이고, 조선노동당은 군주를 세습하는 군주의 자식인 군자공동체다.
여전히 대통령은 천명의 담지자로서 존재한다. 좌든 우든 특정정치이데올로기가 극단화하면 파시즘이라고 부른다. 말하기 좋게 한국의 '빠'를 파시즘이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빠"들은 몰계급적인 문중일 뿐이다. 그러니 이들이 '노무현' 같은 상징의 제사를 열심히 지내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이 아니다.
김용옥은 서구근대를 폭파해서 2,500년 된 공자의 시간을 한달음에 꿰고자 한다. 그가 동학을 빌려 말하는 '개벽'은 '민본의 군자공동체'다. 그는 유교국가의 성립을 간절히 원한다. 그가 새만금 개발 반대농성을 하고, 농산어촌개벽대행진을 해도 그것은 for the people로서 군자의 어진 정치인 인(仁)이지 by the people은 아니다.
도올은 이런 관점에서 즉 개신유학의 관점에서 동학을 하고 있다. 이 점과 관련해서는 #다시개벽 5호 2021, 겨울호 "문명전환 시대 동학의 답은 무엇인가"라는 강목수의 글에 자세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은 제국의 형이상학인 노자를 열심히 읽어 도올의 군주지학을 완성해야 하는 것이다.
전환 즉 개벽의 주체가 민중, 계급인지, 지구(기후위기와 6차대멸종)인지,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의 원동력이라는 실리콘벨리 과학기술(아주 조잡한 생산력설)인지, 지역과 생명(계급적 생명인지, 생명적 계급인지, 생명 그 자체인지)인지, 이성을 대체한 감성과 영성인지 아직 강목수는 불혹도 아닌 미혹이다.
내 나이 60, 동학의 강은 깊고 넓은데 강목수는 손바닥도 못 가리는 나뭇잎 배 위에서 물구름(수운)의 바닷달(해월)을 망연히 바라보며 동짓달 만경들의 눈보라를 지치는 전녹두를 가슴에 방아로 찧고 있다.
8 comments
양재석
다시개벽의
강목수님의 글을 보면서
어려운 부분들이
하나씩 보입니다.!
· Reply · 8 h
강주영
양재석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Reply · 8 h
최고원
원평집강소 문화공간이
어서 완성되면 좋겠습니다.
이웃들과 강목수님을 모시고
함께 나눌 이야기에 대해
미리 상상해봅니다.
^^
· Reply · 7 h
박상용
역시 어떤사상이든 논리는 재미도 없고 어렵네요.무문도통이 좋아요.
· Reply · 7 h
이미경
국힘의 에리트집단과 자본주의 집단은 이해되지만 후보의 태도와 말투는 봉건주의에 입각해 보이네요.
· Reply · 7 h
송경규
문화와 관습의 DNA는 쉽게
변하지도 바뀌기도 어려운거지요
각개인및 단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옷을 선택하여 입듯이
골라 입고
무작정 맹종하며
그 문중으로 들어가 공과에 따라
자기 이익을 취하는 것 이지요
그래서 빠들이 생기고 그틀이
현대 문중이되어 종법이라는 문중의
법을 지키는 적장자라 자임하려 하겠지요
.
아! 3월이 되면 또다시
빠들의 승전가와, 또 다른 빠들의 저항의 깃발이
봄햇살을 가릴진데
누가 잘못된 종법을
이를 잘못이라 이르고
물꼬를 돌릴 수 있을지?
진정 국민과 국가의 바른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을
가리는 자들이 온통이니 ...
3월까지는
입다물고 있어야하는
늙은이로 남아 있어겠지
어짜피 기후및 6차대멸종은
우리의 정치체 변화보다 빠르게
우리의 삶의 가치 변화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 Reply · 5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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