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백영경,백재중,최원영,윤정원,이지은,김창엽 (지은이)창비2020-12-29
전자책정가
11,200원
종이책 페이지수 280쪽,
책소개
K-방역의 성공에 가려진 한국형 의료체계의 민낯을 밝힌다
돈이 압도해버린 한국 의료는 사람중심 의료로 변할 수 있을까
의료 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전사회적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소위 선진국이라는 국가들에서 그동안 공공의료를 축소해온 결과로 벌어진 참상을 목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거기다 지난여름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정부의 공공의대 도입 방침에 반대하면서 벌어진 전공의 파업 사태는 의료 공공성의 문제를 한국사회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하지만 의료 공공성 문제는 여전히 추상적이거나 감정적인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을 뿐 시민들에게 구체적인 의제로서 다가가지 못하고 있으며, 정치권에서 주도하는 정책과 사업이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채 결국 자본의 논리를 따라갈 가능성도 높다. 한편 정부에서는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선언적으로만 내세울 뿐 관련 예산을 전혀 확보하지 않고 있고, K-방역의 성공을 내세우며 비대면 의료 시범사업의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다. 살아 있고, 아프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첨단기술 활용을 중심으로 의료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는 시장논리가 압도해버린 한국 의료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시민들이 이 모순을 역사적·구조적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성찰하게끔 기획되었다. 돌봄과 커먼즈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백영경을 비롯해 의료현장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온 전문가들이 재벌자본의 의료시장 장악, K-방역과 인권, 의사파업, 의료 사각지대, 낙인화된 질병 등 핵심 쟁점을 파고들며 한국사회에서 다른 의료가 과연 가능할지 타진하고, 우리가 원하는 의료의 모습을 사려 깊게 전망한다.
시장형 민간의료는 어떻게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는가
디지털 의료 등 첨단기술에 가린 의료 불평등의 현실
현대사회에서 사람은 의료서비스에 기대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오늘날 사람들은 대부분 병원에서 태어나며, 아플 때는 물론이거니와 예방접종이나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며, 죽을 때도 병원에서 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는 전문가의 영역으로 생각해 몸이나 질병, 병원을 둘러싼 의료서비스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대부분 사람들이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진위를 알 수 없는 각종 건강정보가 범람하는 데 비해 정작 의료서비스의 질을 결정하는 정책이나 구조 차원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 정보가 부족하고 관련 담론이 활성화되어 있지도 않다. 이 책은 3분 진료, 과잉진료, 양극화된 의료서비스 등 시민들이 의료현장에서 느끼는 모순과 불만은 어디에서부터 비롯하는 것인지 그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자 정부, 시민사회, 의료 전문가, 재벌자본 등 다양한 주체의 개입을 통해 형성되어온 한국 의료의 독특한 지형을 탐사한다.
1장 「의료민영화는 건강을 위협한다」에서는 호흡기내과 전문의이자 신천연합병원장인 백재중과 공공성이 취약한 한국 의료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들여다본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미군정을 지나면서 자유방임형 의료가 정착하게 된 과정부터 2000년대 삼성, 현대 등 재벌자본이 의료영역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이르기까지 의료민영화의 흐름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살펴본다. 흔히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의 영향이라고 분석해왔던 의료민영화 현상을 그 이전부터 다양한 주체가 개입해 형성해온 복합적 결과로 파악하고, 오늘날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디지털의료와 원격의료 역시 의료민영화의 흐름임을 구체적 근거와 함께 비판적으로 파헤친다.
5장 「사람중심 의료를 향해」에서는 건강 불평등, 건강정의를 꾸준히 연구해온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김창엽과 의료보험제도를 통해 구축되어온 시장형 의료체계의 특징과 한계를 짚는다. 한국의 의료정책 중 가장 만족도가 높은 제도로 평가받고 있는 전국민 의료보험이 실은 박정희정권 당시 국가 통치기술의 일환으로 활용되었다고 분석하며, 공적 자본이 민간 공급자를 위한 경제적인 토대가 되어왔음을 폭로한다. 김창엽은 고령화나 지역 위축이 심화되면서 현재의 시장형 시스템과 건강보험의 공적 재정이 더이상 지속될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경고하는데, 한편으로는 이러한 위기 상황이 곧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하며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어려움에 응답하는 ‘사람중심’ 시각을 되살려야 함을 강조한다.
목차
책을 펴내며 다른 의료란 무엇인가
1장 의료민영화는 건강을 위협한다 _대담 백재중
2장 병원의 존재 의미를 묻다 _대담 최원영
3장 여성과 소수자를 위한 현장의 의료 _대담 윤정원
4장 사람답게 아프고 늙어간다는 것 _대담 이지은
5장 사람중심 의료를 향해 _대담 김창엽
저자 및 역자소개
백영경 (지은이)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사학과 석사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대학원 인류학과 석사 및 박사
현재 :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저서 :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2020, 공저), 『프랑켄슈타인의 일상-생명공학시대의 건강과 의료』(2008, 공저), 『여성운동 새로 쓰기』(2008, 공저) 외 다수
최근작 : <인간과 사회 (워크북 포함)>,<[큰글자도서]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큰글자도서]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의 길 > … 총 27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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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중 (지은이)
내과 전문의. 국립중앙의료원, 녹색병원 등에서 일했으며 지금은 신천연합병원 병원장으로 있다. 차별과 혐오가 없는 건강한 세상을 꿈꾸며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인권의학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의료 공공성 회복 운동과 가난한 나라의 보건의료 현실에 관심을 갖고 연구 및 지원 활동을 해왔다. 지은 책으로 『자유가 치료다』『의료 협동조합을 그리다』『삼성과 의료민영화』『여기 우리가 있다』 등이 있다.
최근작 : <[큰글자도서]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여기 우리가 있다> … 총 9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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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지은이)
서울대병원 간호사. 2016년부터 병원 성과급제도 도입이나 간호사 인력 문제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앞장서 내며 간호·의료업계의 문제를 공론화해왔다. 간호사 태움문화 논란 이후로 간호사 노동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의료계 종사자를 대표하는 등 노동자이자 여성이자 의료인으로서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최근작 : <[큰글자도서]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 총 3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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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원 (지은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산부인과 전문의를 수료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이며,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기획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 진료와 성소수자 진료, 낙태죄 폐지 등 여성주의 의료와 여성 건강권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냈으며, 2018 양성평등주간 여성가족부장관상을 수상했다. 함께 지은 책으로는 『우리가 만드는 피임사전』 『의사가 말하는 의사』 『배틀그라운드』 『불편할 준비』 등이 있다.
최근작 : <소녀×몸 교과서>,<[큰글자도서]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 총 17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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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지은이)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시간이 몸에 남기는 흔적을 지울 수 있다는 생명과학기술의 약속에 관해 공부하던 중, 노화와 질병에 대한 불안을 직면해야겠다는 생각에 ‘치매’를 포함한 노인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과학기술과 의료의 인류학을 공부하며 아픈 몸으로 사는 삶, 혹은 아픈 사람을 돌보는 삶이 살아볼 만한 것이 될 수 있는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함께 지은 책으로 『새벽 세시의 몸들에게』가 있다.
최근작 : <[큰글자도서]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 총 5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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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지은이)
의학과 건강정책을 공부하고 현재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민간독립연구소(사단법인)인 ‘시민건강연구소’의 이사장과 소장으로도 일한다. 건강보장, 건강권, 건강 불평등과 건강정의, 건강체제개혁 등이 주요 연구 분야이며, 최근에는 ‘비판건강연구’에 관심을 두고 가능성을 모색하는 중이다. 최근 펴낸 책으로는 『건강보장의 이론』(2018, 개정판), 『건강정책의 이해』(2016, 역서), 『한국의 건강 불평등』(2015, 편저),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2015, 공저), 『건강할 권리』(2013), 『무상 의... 더보기
최근작 : <건강의 공공성과 공공보건의료>,<[큰글자도서]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 총 34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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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국사회에서 의사라는 직업은 어떤 위치에 있나
의료 인력을 둘러싼 논쟁, 그 해법을 찾는다
2020년 의사파업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정책에 의료계가 반발하며 시작했다. 전공의들이 앞장서고 의대생들이 유학과 국시 거부 방식으로 참여했으며, 개원의들도 젊은 의사들의 파업을 지지, 응원하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파업은 집단이기주의 및 엘리트주의로 비춰지면서 전국민적인 반감을 샀고,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 영역에서도 전공의들이 철수하면서 여론이 악화되었다. 의사파업은 단순히 의대 정원 확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의사 양성과정 전체와 연결해 고민해야 하고, 더 나아가 한국사회에서 의사라는 직업은 어떻게 자리매김되어야 하는가, 의료 인력은 과연 공공재인가라는 물음과 연결될 수 있어야 의사를 둘러싼 엘리트주의, 전문가주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2장 「병원의 존재 의미를 묻다」에서 서울대병원 간호사 최원영은 의사파업과 관련한 언론의 반응이 의사를 향한 일면적인 비난이었던 것에 반하여 국가 정책의 실효성, 직업인으로서 의사들이 느끼는 불안감, 의료인을 향한 시민사회의 편견 등을 두루 짚으며 의사파업 사태를 종합적인 시선으로 짚는다. 특히 의료인 역시 우리 사회의 직업인이자 노동자라는 것을 강조하며 의료현장의 높은 노동강도를 중환자실 간호사로서의 체험에 근거해 생생한 목소리로 비판한다. 의료를 둘러싼 문제를 노동의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것이 단지 의료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을 넘어 환자들의 생명과 존엄과 직결된 문제라는 것임을 설득력 있게 설파한다.
공공과 민간, 의료와 돌봄, 다양한 소수자를 포괄하는 커먼즈를 찾아서
이 책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는 의료를 하나의 커먼즈(commons, 공동영역)로 본다. 의료란 국가와 시장에만 맡겨둘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시민과 지역이 함께 주체가 되지 않는 한 저절로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 공공성은 단지 공공병원의 병상을 확보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시민사회의 강화 혹은 사회 전반의 공공성 강화라는 차원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공동체의 필요에 반응하고 움직일 수 있는 시민들의 존재, 위기 상황에 응답하여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아울러 조직하고 동원할 수 있는 거버넌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정치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공공과 민간, 전문의료와 돌봄, 다양한 소수자를 포괄하는 커먼즈의 존재 없이 의료는 공공재가 될 수 없다.
3장 「여성과 소수자를 위한 현장의 의료」에서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 윤정원은 가부장적인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구성된 의료시스템 속에서 철저히 소외되어왔던 소수자들의 현실을 논하며 정상과 비정상을 판가름하는 의학지식 자체의 가부장성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또한 성과 재생산 건강이 기존의 의료체계 속에서 필수의료가 아닌 부차적인 의료로 다루어져왔음을 지적하고, 성과 재생산 건강은 단지 의료 문제가 아니라 가족/노동/교육 등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모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구체적인 현장 경험을 통해 여성 노동자의 산업재해 문제, 여성 청소년이 처한 현실과 성교육의 문제 등을 뼈아프게 진단하는 한편 소수자를 살피는 여성주의 의료가 의료계 전체를 근원적으로 뒤바꾸는 동력이 되고 있음도 발견한다.
4장 「사람답게 아프고 늙어간다는 것」에서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이지은은 의료는 단지 전문가들의 영역이 아니며 노화/질병과 관련되어 돌봄을 수행하고 있는 일반인들의 경험과 지식 역시 전문성으로 인정받아야 할 필요를 강조한다. 특히 비정상적인 삶에 대한 우리의 공포가 결국 노화와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키운다고 설파하면서, 치매 등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의 구조를 근원적으로 성찰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돌봄의 위기, 돌봄의 공백이라는 문제제기가 활성화되었지만 여전히 돌봄은 서비스의 일종으로 다루어지고 있고, 그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시장을 매개로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돌봄의 사회화는 단지 요양시설의 증가와 요양보호사 확충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돌봄과 의존을 중심으로 시민성을 새롭게 고민할 때, 고통이 외면당하지 않고 좋은 삶과 죽음을 향한 공동의 삶이 확장될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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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형식이라 잘 읽혔고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읽으시는 데에 부담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중환자실 전담의사로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의료에 대한 다양한 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그 중 한 부분을 보여주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은나무 2021-01-15 공감 (0) 댓글 (0)
마이리뷰
병원에서 태어나고 사는 내내 의료를 소비하다 병원에서 죽는 우리들 새창으로 보기
다 알고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사실 모르기 때문에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중요한 사안들이 있다. 이때 단편적인 지식 정보가 아니라 총체적으로 살펴보고 판단해보는 기회를 주는 독서는 특히 귀중한 계기가 된다. 더구나 주제가 지극히 현실적이며 작금의 생과 사를 다루는 시의성이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매일이 불안하고 내일도 불안한 시절에, 그래서 계획과 정책과 실행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한 때에 도움이 되는 책이 출간되어 심신의 불안과 체증이 다소 해소되는 듯했다.
목차만 봐서는 분야별 의료 전문가들과의 대담 내용이 다 인가 싶지만, 아주 기본적인 팩트부터 현장 상황, 정책, 선입견과 세계관에 이르는 통합적인 구상을 담고 있다. 결론과 대답이 자신의 의견과 모두 일치하지 않더라도 그 여정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배웠다는 생각이 선명하게 들었다.
병원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 있나요?
아주 간단하고 평범한 사실이라 미처 그 경험을 대한민국 의료현실까지 확장해서 생각해보지 못했다. 병원에서 태어나고 사는 내내 의료를 소비하다 병원에서 죽는 우리들. 그래서 물어야 하는 질문,
한국 의료는 사람을 중심으로 행해지고 있습니까?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재벌자본의 의료시장 장악, 의사파업, 여성과 소수자를 위한 현장의 의료, K-방역과 인권, 의료 사각지대, 낙인화된 질병 등의 핵심 내용들이다. 뭔가 억울하고 이상하게도 이렇게까지 정확히 아는 것이 없었나 싶은 기분이 자주 들었다. 읽다 멈추다를 반복하고 생각과 호흡을 천천히 하며 책을 읽다 보니 두서 없이 기억나는 것들이 있다.
코로나 확진자수가 0을 기록할 때도 있었던 여름 한 때 JTBC의 <차이나는 클라스>라는 프로를 시청하게 되었다. 임상 의학이 아니라 예방 의학 전문가이자 국립암센터에 근무하는 기모란 교수의 답변으로 진행되었다. 역학 조사, 공공 의료에 대한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듣는 기회였다. 지방의 병원 부족과 특히 그에 따른 산모와 신생아 사망률 증가라는 결과에 비추어 서울에는 카페보다 병원이 많다는 통계청 자료는 놀라웠다.
아무래도 AC(After Corona) 시절을 살며 새롭게 만들어야할 의료 체계는 보건 의료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리고 판데믹이 언제든 가능한 국경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시대에 큰 질병과 감염병은 최대한 사전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예방책을 예상하지 않으면 손 쓸 도리가 없어질 것이다. 이제 의료는 복지가 아니라 안보의 영역에 들어선 듯하다. 어쩌면 코로나 판데믹을 거치며 존망을 위협 당하는 국가가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명목상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라는 중국의 의료가 거의 민영화되었다는 사실도 코로나를 겪으며 처음 알게 되었다. 인구 1200만 명이 사는 우한시에서 코로나 확산 시기에 환자를 받은 병원은 단 3개, 나머지는 다 영리병원, 즉 민간병원이었다고 한다. 전 국민 건강보험이 없을뿐더러 국가가 의료문제를 포기한 상태라는 의견도 들었다. 끔찍하다.
대한민국이 공공성이 튼튼하고 강한 국가라 생각해본 적은 없다. 안타깝게도 내 생각만이 아니라 현실도 그러하다. 공공의료시설 비율 OECD 국가 평균은 73%, 의료 불평들이 심각한 미국은 27%, 일본은 22%, 한국은 10%이고, 서울은 시립, 국립 병원이 4%이다. 대전, 광주, 울산은 광역시임에도 공공병원이 없다. 민간 병원의 년 수익은 보통 1조이며, 병상은 3000개 정도이다. 즉, 병상 하나에 3억 이상을 벌어야 한다. 그러니 평소에 활용할 수 없는 음압병상을 만들어 두고 1년에 3억씩 손해를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병상 부족이 연일 보도되지만 병상이 환자를 고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의료진이 더 필요한데 감염내과를 제대로 갖춘 공공병원이 없으니 인력을 배치할 수가 없다. 의사에 비해 수련과정이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개원할 수 있는 치과와 한의사 배출 인원이 늘고 있고, 2022년에는 치과전문의가 1만 명에 이를 것이라 한다. 꼭 필요한 치료분야이긴 하지만, 현재 판데믹을 헤쳐 나갈 의료진 모집 분야에서 제외되는 직군이 치과의사와 한의사이기도 하다.
공공의료와 보건의료에 필수적인 공공의료병원과 중앙감염전문병원, 국립의약학계열전공의료진들의 증축과 증원이 시급해 보이는 형편이라 실제적인 관심과 고민과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쉽지 않을 난제임에는 분명하다. 가족 친지들 중에 분야가 다른 의료진들이 세 명인데, 모두가 타당한 이유로 의견이 다르다. 그리고 충분한 예산이 있다고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그리고 한국 사회를 한 차례 뒤흔든 지난여름 의사파업. 정부의 공공의대 도입 방침에 반대해서 벌어진 전공의 파업 사태로 의료 공공성의 문제가 한국사회의 표면으로 떠올랐다. 나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자료를 뒤져봐도 한국의 의료 공공성 문제는 당위의 수준에서 더 이상 전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추상적이고 감정적인 욕설들이 가장 눈에 띈다. 정부의 정책과 사업은 시민들 의견과도 의료진 의견과도 다른 노골적인 의료산업의 거대한 육성으로 향한 듯하고 예산도 공감도 없이 첨단기술 논의들만 꽤 진지하게 제시하고 있다. 관련 예산 확보도 없는 듯하니, 결국에는 손 털고 거대 민간 자본에 맡기겠다는 작정인가 싶기도 하다.
재난이 불평등하게 작용하는 인권의 문제이듯, 질병 역시 늘 불평등하게 작용하는 영역이었다. 건강과 의료는 유전자와 세포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 직장, 사회, 국가 안에서의 사람들 간의 관계의 모습들이 연계된 주제이며, 오늘날은 기후재앙, 환경 정의의 문제로 영역을 확장해야 전체적인 모습이 비로소 완성되는 분야이다. 그런 줄 몰랐다고 할 분들이 없을 듯해 쓰고 나니 민망하지만 어쨌든.
의료 문제의 가장 큰 근원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지식 차이가 현저하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커피는 맛없으면 사람들이 안 가서 그 가게는 자연히 문을 닫게 되지만 병원은 공급자가 수요자를 창출할 수 있어요. MRI사진 보면서 의사가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면 누가 그걸 거절할 수 있을까요. 최원영
양약도 기본적으로 70킬로그램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으니까요. 더 다양하고 구체적인 몸무게 가이드가 나와야 합니다. 윤정원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민간의 역할, 우리가 바라는 의료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 공공병원이라는 하드웨어에 치중하기 쉬운 논의를 비판적으로 살피며 결국은 인력이 중요하다는 사실 강조, 놓치기 쉬운 소수자와 여성을 위한 의료의 영역, 좁은 의미의 의료라는 틀 깨기, 그간의 공공의료 논의와 정책 방향을 비판적으로 검토 - 구체적인 내용들을 살펴보시면 정말 중요한 정보와 주장들이 많으니 꼭 읽어 보시기 바란다.
질병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있고, 스스로도 그러한 낙인을 내면화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아픔을 숨기고 살아갑니다. 이지은
돌봄이......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에 필요한 삶의 필수 요소라고 이해해야 합니다. 필요한 모든 사람이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정의로운 상태일 것입니다. 김창엽
특히 하나마나한 얘기들만 주구장창 언론에서 반복되는 이유를 속 시원히 짚어주는 대목이 가장 마음에 든다. 추상적인 차원의 공공성은 동의하기 쉽고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은 껄끄러운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대담 형식은 더욱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주제를 다루는 느낌을 주었고 분명 따라 이해하기 더 쉬운 장점이 있었다.
어느 문제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지만, 특히나 의료 문제는 한쪽 끝을 잡아당기니 한국 사회 전체의 모든 묵은 문제들이 끝없이 딸려 나오는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들이었다. 아무 보탬도 안 되면서 쓸데없는 유포되는 저속한 정보들에 휘둘리지 말고 좀 더 진지하고 구체적인 태도를 갖추는데 - 적어도 내게는 - 무척 유용한 길잡이가 된 책이다. 대부분 그렇듯이 잘 될까 염려 가득하고 복잡한 심정이지만 읽기 전보단 훨씬 더 객관적인 불안의 내용을 갖게 되었다. 감사한 일이다.
poiesis 2021-01-03 공감(7)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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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새창으로 보기
코로나 19 시대를 맞아서 의료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습니다. 공공의료의 부재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는제 피부로 느끼게 되었고, 한 사회가 의료의 효율성이나 경비 절감만을 목적으로 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해외 사례도 많이 알려져 공공의료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17-)
2000년도 의사파업은 의약분업 시행에 반대하는 개원의들의 휴업으로 시작되어 전공의들이 본격적으로 파업에 참여하면서 수개월동안 계속됩니다. 의약분업이 의료계에 미칠 경제적 손실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추동력이었습니다. (-48-)
결국 여성은 계속 증명해야 하는 거예요.저는 이 '증명'이란 단어가 상징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의사에게 증명을 해야 하고,성폭력 상담소에 증명을 해야 하고, 쉼터에 들어가려고 해도, 산재 인정을 받으려고 끊임없이 증명을 요구받습니다. (-143-)
커먼즈라고 하면 국가와 시장을 넘어선 공동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공의룔르 이야기할 때,'공공'의 한자를 따져보면 영어의 'public'과 달라서 하나는 국가를 의미하는 공(公)이고 다른 하나는 공동체를 의미하는 공(共)입니다. (-263-)
2020년 홍준표 국회의원은 국민의 정서에 위배되는 말을 하게 된다. 그는 대구에 감염병연구센털르 짓자고 한 것이며,공공의료 강화와 공공병원 신축을 언론을 통해 흘렸다. 사실 그가 한 말은 틀린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가 경남도지사 재임 시절 2013년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원흉이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반감을 불러오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음압병동이 있었던 진주의료원을 쓸수 없게 되었고,주변 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2020년 대한민국에서 10퍼센트를 차지하는 공공의료의 부재를 국민 스스로 피부로 느끼게 된 것이다.경제적인 논리가 국민의 생명과 바굴 수 없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공감대를 얻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들을 보면,대한민국의료 현실을 보면 한심스러울 때가 있다.공공의료보다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의료의 민간화를 추진해왔던 정치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2020년 청도 대남병원의 코로나 확진자 급증을 보면서, 공공의료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즉 국민의 혈세를 잡아먹는 공공의료가,코로나 19로 인해 새로운 변곡점으로 작용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실제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으 대화를 들여다 본다면, 대한민국 의료의 현실을 국민스스로 피부로 와닿게 되었으며,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바뀌면서,대한민국 의료의 방향성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우리의 생로병사를 결정하는 의료의 현주소, 미국의 공공의료와 한국의 공공의료를 비교할 때, 한국의 공공의료는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걸 알 수 있으며.앞으로 공공의료원에 적자가 예상되더라도, 이번 코로나 19 펜데믹으로 인해,공공의료 강화의 명분이 만들어 지게 된다. 즉 코로나 19 팬데믹은 바이오산업의 확산과 가능성을 국민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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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도리 2021-02-03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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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의료이야기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잘 모르는 분야라 쉽게 읽힐까 했는데 대화를 통한 대담을 기록했기에 이해가 잘 됐다.
저저와 5명의 각 분야의 전문가와 인터뷰를 한 형식인데 그 자리에 내가 함께 해 둘의 대화를 듣고 있는 건가 착각이 들 정도 였다.
최근 코로나 확진 수가 급증하고 그에 대한 #동선공개 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구'까지만 공개를 하고 있다.
시민들은 많은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동'까지만이라도 공개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나 역시 좀 더 공개를 해준다면 미리 검사를 받고 격리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으니까.
하지만 이 책에선 동선공개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개인정보공개에 대해 민감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우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초창기 코로나가 창궐했을 때 동선공개를 생각해보면 정말 자세했다.
일산에서 강남까지, 그리고 성형외과 등.
조심하면 될 일이었으나 사람들은 동선을 보고 상황을 유추하기 시작했다.
이건 명백히 개인 사생활에 대한 침범이 맞다.
많은 시간이 흐른 건 아니지만 바로 작년에, 전국민의 공분을 샀던 #의료파업 이 있었다.
그 파업으로 인해 응급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자도 생겼다.
나는 공공병원이 많아져야 할 것 같다. 의료진의 수를 늘리고 지방병원에 대한 지원도 늘려야만 지방으로 이동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
이 책을 보니 단순히 돈 때문에 의사들이 지방에 가지 않는게 아니었다. 전공의들이 할 일을, 그리고 간호사의 도움 없이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 돈을 받고 지방에서 일하면서 경력을 쌓는 것보단 돈은 그보다 적더라도 서울에서, 빅5 병원에서 경력을 쌓겠다는 것이다. 이해가 간다.
#의료사고 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이대목동병원에서 일어난 신생아 사망사건. 그 당시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떠들다가 쏙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 역시 이 병원에 한 번 갔다가 두 번 다시 가지 않고 있다.
당시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이었기 때문에 50일 된 둘째를 데리고 검사를 하러 갔다가 아이를 잃을 뻔 했다.
링거를 잘못 꽂은 간호사의 실수, 다른 검사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액의 검사를 먼저 권한 후 항의를 하자 아이에게 무리가 되지 않는 검사로 바꾼 의료진. 이들의 합작품으로 작디작은 아이 몸에서 피가 흘러 병실 바닥이 흥건했다. 오열을 하며 울었던 난 그 장면을 정말 잊을 수 없다.
#치매 에 관련된 내용도 언급이 되는데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블로거가 있다.
바로 #스머프할배 님. 이 책을 읽고 이웃을 맺었다.
블로그의 글을 읽는데 먼저 간 이의 슬픔이 글 곳곳에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주치의제도 에 대해서도 나온다.
동네 병원에서 진료를 빠르게 받고 원격진료도 가능한, 어쩌면 지금 현실에 맞는 진료방법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대학병원, 즉 3차병원 이용이 어려울 수도 있게 되니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모든 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인가를 따지는 각 병원의 현실이기도 하고.
한 권의 책을 통해 현재 의료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훑어본 것 같다.
재미있었다. 정말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었다.
무조건 험담만 했던 의료진들의 노고를 알게 되었고 웃음없이, 대꾸없이 일하던 간호사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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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책방 2021-01-02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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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새창으로 보기
의료보험의 현실.
병원의 의료기기 대부분이 엄청난 고가여서 렌트를 해도 그 비용을 회수하기란 쉽지 않다고 들었어요. 최첨단 검사장비와 우수한 의료진이 있는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건 당연한데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에선 더많은 환자들이 의료혜택을 받기위한 해답을 제시해줄 수 있을지 기대되었습니다
이 책에선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역사와 현재까지 발생한 장단점을 잘 알려줍니다. 의료보험이 시작되고 여러차례 변화를 거쳐 의료기관을 단계별로 나눠 진료를 받게 했어요.
반드시 누려야할 권리인 필수의료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부터 어떤 의료에 우선순위를 두냐와 병원의 과잉진료 등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의 대형병원은 수익성을 위해 장례식장 같은 부대시설을 운영하고 낮은 수가로 인한 손실을 메우려면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있으나 환자들을 수익의 대상으로 본다는 비판도 많아요. p.97
2008년부터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도 실시하고 있어요. 1-5등급에 따라 서비스 급여한도와 수가가 달라집니다.
과거에 망령, 노망이라 부르고 노인이면 당연히 겪는 노화현상으로 여기던 치매가 뇌 질환임이 밝혀졌어요. 젊은 사람은 암을 무서워하고 나이 드신 분들은 치매를 더 무서워합니다.p.186-7
코로나19 사태에 정부는 분명히 경고했으니 개인은 지켜야 하고 지시를 따르지 않아 문제가 생기면 개인의 책임이라는 태도를 취합니다. 정부가 K-방역의 성공을 설명하면서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해요. 정부가 내세우는 건 3T(진단TEST 추적TRACING 치료TREATMENT)+1P(시민참여 PARTICIPATION)이고 민주적이지 않은 민간 참여 모델인데 올드노멀로 돌아가는 것에 가깝다는 주장입니다.
국가차원에서 이뤄지는 정책이 공공병원이 하나도 없는 광주나 대전과 지역에는 와닿지 않는다고 해요. 사람중심의 관점에서 보면 검사비와 치료비가 정부 민간병원과 회사 모두 재정적으로 공공시스템이라는 뒷배가 있어서 가능했답니다. p. 265
대담식으로 정리된 내용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적절한 답을 던져줍니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이 필수적이고 많은 도움이 되지만 재정적,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직 보완해야할 점이 많다고 생각되네요. 부디 의료진, 환자, 가족의 의견이 모두 반영되는 최선의 방향으로 빠른 시일내에 개선되길 바랍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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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파스 2021-01-29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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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료의 커먼즈
누군가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라고 하고, 다른 누군가는 '이것이 무엇인가...'라고 했을 의사 국가시험 응시 거부 사태.
시기적절한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정말 궁금했다. 의료를 하나의 커먼즈(commons, 공동 영역)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인가.
1977년 의료보험 제도가 시작되고 1989년에 전 국민 의료보험으로 확대되면서 대한민국의 의료 서비스는 전 세계인들이 롤 모델로 삼고 싶어 하는 모범이 되었다. 유래를 찾기 힘들지만 그 출발이 가히 순수하지는 않았다. 정치적 의도에서 시작된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이제는 노골적인 손이 되었지만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 그 영향력이 우리의 생명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골적인 손에 대한 비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좀 더 자세히 살피고 알려주고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 책이다.
한국 의료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장밋빛 희망이나 현실성 없는 비난이 난무할 뿐, 차분하게 현장을 듣어보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논의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저자는 내과 전문의 백재중, 서울대병원 간호사 최원영, 산부인과 전문의 윤정원, 문화인류학과 교수 이지은,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김창엽과 나눈 대담을 기록했다.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려면 의료재정의 공공화, 병원들의 공공성 확충, 지역사회 돌봄 시스템 구축 등을 밀접하게 연결하면서 추진해가야 합니다.
백재중
부서별로 똑 떼어서 별도로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함께 굴러가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마치 우리의 삶이 복합적인 것처럼 의료도 그랬다. 왜냐하면 인간은 의료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밀접하지 않다면.... 삶의 질이 매우 낮아질 것이 뻔하니까.
의료 문제의 가장 큰 근원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지식 차이가 현저하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커피는 맛없으면 사람들이 안 가서 그 가게는 자연히 문을 닫게 되지만 병원은 공급자가 수요자를 창출할 수 있어요.
MRI 사진 보면서 의사가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면 누가 그걸 거절할 수 있을까요.
최원영
'공급자가 수요자를 창출할 수 있다.'라는 문장이 주는 폭력성이 대단했다. 마치 누군가가 잔혹하게 나를 때리는 느낌이었다. 물론 모든 의사가 그런 건 아니라는 전제를 하지만 일부 의사의 전횡은 수요자인 우리를 쥐고 흔들기에 충분했다.
양약도 기본적으로 70킬로그램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으니까요. 더 다양하고 구체적인 몸무게 가이드가 나와야 합니다.
윤정원
아... 이 생각을 왜 못했지? 권장하는 약의 용량은 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는... 대부분의 기준은 70킬로그램인 성인 남성이라는 걸 알면서도 몰랐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용법과 용량이 있었다. 성인 여성은...?
윤정원은 우리나라에서 여성과 트랜스젠더... 상대적 약자에게 행해지는 의료적 차별이 자행되고 있다. 나는 성인 여성임에도 모르고 있었다. 왜?
아직까지 특별하게 병원에 갈 일이 없었다. 아니다. 있었다. 큰 아이를 낳을 때 대형 산부인과에 입원해 있다가 응급수술을 하기 위해 구급차에 실려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워낙 위급했고, 산부인과끼리 트랜스퍼가 잘 되어서 전혀 몰랐던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인식부터 살펴봐야 할 부분이고, 많은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주류를 기준으로 세워진 의료적 판단의 기준 때문에 여성을 포함한 약자들은 '내가 약자임'을 계속 증명해야 한다. 피해를 입었다고 증명해야 하고, 아프다고 내보여야 하고, 배려가 필요하다고 까발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질병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있고, 스스로도 그러한 낙인을 내면화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아픔을 숨기고 살아갑니다.
자신의 질병을 드러내는 것이 자기한테 흠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혹은 상대가 자신을 대하는 방식이 변할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이 흔히 있는 것 같습니다.
이지은
한국 사회는 돈이 많으면 많은 대로 지나친 연명치료를 하고, 없으면 없기 때문에 아무 준비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돈의 유무를 떠나가지는 공통점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 어색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스스로의 마지막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특히 가족과 함께 연명치료를 어떻게 할 것인지, 죽음에 대해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충분히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는 문장에 고개를 들고 눈을 감고 생각해 봤다. 나의 부모님과 이런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었던가...
엄마는 수목장을 해달라고 하셨고, 아빠는 절대로 싫다고 하셨다. 두 분이 말다툼을 하실 것 같아 그냥 거기서 일단락했다. 여러 대안을 가지고 부모님과 대화를 다시 시도해야 할 것 같다.
돌봄이 미성년과 노인, 장애인을 위한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에 필요한 삶의 필수 요소라고 이해해야 합니다. 필요한 모든 사람이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정의로운 상태일 것입니다.
김창엽
이러니 돌봄과 의료는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국가적 위기 속에서 곪아 터진 의료계 안팎의 충돌을 오히려 기회로 삼는 것이 좋겠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읽다 보니 어느새 책의 마지막이었다. 과연 한국 의료는 커먼즈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인가! 희망적이기는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영리와 비영리의 어중간한 줄타기 속에서 의사라는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되어 버린... 수요자의 선택권은 무시당하는 의료분야.
하지만 지금, 여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한다면 답이 나온다고 했다.
https://blog.naver.com/cau9910/222185570478
*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읽고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lana 2020-12-26 공감(0) 댓글(0)
Thanks to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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