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석 | Facebook: 여러모로 답답한 책이다. 마르크스주의자로서의 내 관심사는 다른 무엇보다도 마르크스와 헤겔을 다루는 4장에 있는데 본격적인 논의의 첫 부분부터 나를 실망케 했다.
윤평중은 "정치국가의 발전 형태 속에서 인간은 ... 스스로를 공동존재로 간주하는 정치적 공동체에서의 삶과, 사적 개인으로서 행위하면서 자신이나 타인을 수단으로 격하시키고 낯선 힘의 포로가 되어버리는 시민사회 속의 삶이라는 이중적 형태로 분열"된다는 마르크스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마르크스가 "정치적 공동체가 공동존재를 창출하는 데 비해 시민사회는 사적 개인을 낳는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공동체를 긍정적으로, 그리고 시민사회를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한다고 주장한다.
명백하게 오독이다. 나는 윤평중이 이후에 본인이 인용한 구절들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이런 오독을 했는지 한편으로 이해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이해가 되는 건 그가 특정한 학술적, 정치적 의도를 갖고 텍스트를 독해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오독에 이르게 됐다는 점이다. 그는 마르크스가 헤겔의 시민사회론이 지니고 있는 복합적인 측면, 즉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적 이해를 초월해 보편이해의 차원으로 도약할 수 있는, 그래서 헤겔의 체계 내부에서 시민사회에서 국가로의 이행이 가능해지는 지점을 놓쳤다고 비판한다. 시민사회=시장경제가 지닌 이런 문명화 작용을 마르크스가 무시하고 정치편향적인 인식을 지닌 것이 후에 경제에 대한 정치의 우위가 관철되는 국가사회주의적 폐해로 이어졌다는 그의 논지의 일관성을 위해서 마르크스 자체가 시민사회보다 정치사회=근대국가를 중시했다는 주장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미 그가 인용하고 있는 지점에서 나타나듯이 마르크스는 "정치적 공동체에서의 삶과 ... 시민사회 속의 삶이라는 이중적 형태", '모두'를 지양하고자 시도했다. 다시 말해서 마르크스는 둘 중 어느 하나를 긍정하는 게 아니라 둘 모두를 비판한다. 특히 그는 <유태인 문제>에서 정치적 공동체에서의 삶이 사실상 천상의 왕국과 같은 허망한 것이라 조소한다. 마르크스는 근대인의 삶이 두 차원으로 분열되어 있다는 헤겔의 통찰에 공감하면서도 대의제를 통해 이 두 분열된 차원의 삶이 통합될 수 있다는 그의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의 <헤겔법철학비판>은 분열돼 있는 근대인의 삶이 대의제를 통해 통합될 수 있다는 헤겔의 언술이 사실상 국가의 (시민)사회에 대한 전제적 지배를 정당화하고 있다며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근대국가에 대한 매서운 비판을 어떻게 그것을 긍정하는 것으로 독해할 수 있는지 나로서는 의문이다.
윤평중은 의도적으로 마르크스가 헤겔을 극복하지 못했다며 마르크스가 헤겔의 시민사회론이 지니는 복합적 성격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데 기묘하게도 그는 여기서 헤겔이 <법철학>에서 전개한 시민사회와 근대국가의 논리적 매개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시장경제의 문명화 테제에 종속시켜버린다. 이것은 실상 마르크스가 헤겔에게 가했던 가장 파괴적인 비판에 대한 반비판을 회피하는 것인데 사실 내가 마르크스의 <헤겔법철학비판>이라는 책 자체에 갖고 있는 가장 큰 불만점은 왜 헤겔 <법철학>의 '국가장'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는가 하는 점이다. 마르크스는 시민사회의 마지막 부분에서 '시민사회에서 근대국가로의 이행'이 논리적으로 얼마나 빈약한지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굳이 이 부분을 비판하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헤겔법철학비판> 초고 자체가 앞부분이 보관미숙으로 약간 소실된 상태라 어쩔 수 없었을지 모르겠으나 헤겔의 <법철학>에서 가장 논리적으로 조잡한 지점이 바로 그 부분이라는 점에서 윤평중이 정말로 헤겔을 옹호하고 싶었더라면, 그리고 자신의 논지를 지키고 싶었다면 그 지점을 본격적으로 다뤘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헤겔의 <법철학>에서 시민사회에서 국가로의 이행의 계기는 시민사회 내부의 계급적 대립이 경찰 - 행정의 필요성을 산출한다는 점과 함께 직업단체로의 조직의 형성이 시민사회 내부에서의 경제적 생활뿐만 아니라 앞서 지적한 경찰 - 행정과의 관련 속에서 사적 이해를 초월한 보편성으로의 도약의 계기를 가져온다는 점에 기초하고 있다. 사적 개인들이 직업단체로 조직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어느정도 공동적 존재로 스스로를 정체화한다는 점에서 국가, 정치의 계기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겠으나 사실 그러한 사적 이해자들의 공동규범의 필요성 등의 욕구가 반드시 근대국가의 형태로 귀결될 필연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째서 '사적 자치'의 형태가 아닌, 하필이면 중앙집권적인 근대국가의 형태를 지녀야 하는가? 이것은 법치의 문제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인데 인치(人治), 군주의 자의적 통치에 대한 반대가 반드시 법치(法治)로 귀속될 필연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의성에 반대되는 규범이 반드시 법의 형태를 지닐 필연성을 갖기 위해서는 다른 논리적 기반이 필요하다. 정치적 공간의 필요성이 생겼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근대국가의 형태로 귀속될 필요성 또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마르크스가 <헤겔법철학비판> 내내 행하는 비판의 핵심도 결국에는 시민사회와 근대국가 간의 필연적 관계를 헤겔이 제대로 논증하지 않는 바람에 시민사회에 대한 근대국가의 전제적 지배가 정당화되어버린다는 것인데 윤평중은 반대로 마르크스가 시민사회의 계몽적 성격, 정치적 성격을 무시하고 시민사회를 경제적 차원으로만 이해한다고 비판한다. 그가 리영희에게 가했던 시장맹(盲)이라는 비판의 보다 본원적 버전이다. 마르크스주의와 그 영향을 받은 많은 이들이 시장맹이라는 그의 급진적인(?) 비판은 내게는 사실상 마르크스(주의)의 논지를 반대로 이해했기에 나온 마르크스맹(盲)의 엇나간 비판으로 보인다.
윤평중이 '시장의 철학'을 완성하고 싶었다면 이 지점을 제대로 논증했어야 하는데 그는 이 문제를 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 간의 상관관계의 문제로 치환한 뒤에 둘 간에 어느정도 경향적인 얽힘이 존재한다는 식으로 논의를 피해간다. 그 치환 자체가 오류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권위주의적 정체 속에서도 충분히 경제적 자유가 번성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한다면, 예컨대 박정희 - 전두환 체제나 현대 중국공산당의 지배나, 그의 주장은 반대로 그만큼 빈약한 정치사회=근대국가와 시민사회 간의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증거에 지나지 않는다. 마르크스의 비판의 근거를 제공해주면서도 왜 마르크스를 극복했다고 생각할까? 게다가 하이에크, 프리드먼 등의 논자들은 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 간의 필연적 연결관계, 경제적 자유의 확대가 정치적 자유의 확대로 이어진다는 단계론적 이해방식을 스스로 철회하거나 회의를 보이기도 했다.
근대국가의 전제적 지배를 맹렬하게 비판했던 마르크스의 논리가 국가의 전제적 지배를 정당화하는데 사용되는 역사적 모순을 여기서 굳이 해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마르크스를 반反시장론자로 규정하고 그를 비판하는 윤평중조차도 그의 논의를 정반대로 이해하는 역사적 모순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여러모로 아쉬운 지점이 많은 비판이다. 책 자체는 나는 한번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윤평중이 엥겔스의 <영국노동자계급의 상태>의 영어판 서문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그는 거기서 자신의 시장경제의 문명화 테제의 본원적 형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엥겔스는 자신이 살아온 시대동안의 독일의 경제개발을 회고하며 낮은 발전단계의 시장경제가 지닌 추잡한 도덕률이 어떻게 자본주의의 발전 속에서 신뢰성, 약속 등이 기본적 법칙이 되는, 도덕률의 고도화 속에서 사라지게 되었는지를 다루고 있다. '자본주의의 문명화 작용'이라는 테제 자체가 레닌의 테제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저자의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마르크스주의자는 없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5 comments
Kunwoo Kim뒤르켐이 "철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사람이 자기가 원하는 것만 생각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시장에 철학이 있다기 보다는 시장에 관한 철학을 시도한 책으로 보이지만, 말씀을 따라가보니 시장에 대해 뒤르켐이 지적한 것 같은 철학적 사고를 했나봅니다. 말씀하신 헤겔-맑스의 관계가 지극히 타당하면서도 그런 맥락에서 말하는 것은 이제 다 지나가버렸고, 역사의 진리를 모두 확인했다고 간주해버려서 어떤 이론적인 부채의식없이 넘어가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헤겔이나 맑스가 뭐라고 말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장의 힘이 더 크고 중요하다... 이런 판단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더라도 그런 기대와 전망을 철학하기 위해서라도 여전히 국가-사회의 대당개념 속에서 생각해야하는 것이 결정적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여전히 헤겔-맑스의 구도에 대한 깊은 탐구가 필요하고 제로섬의 관계로 파악하지 않아야 할텐데 거기까지 못 가는 것 같습니다. 승자의 여유로라도 헤겔의 [법철학]이나 맑스의 [헤겔법철학비판]을 깊게 읽어도 되련만... 아무튼 흥미로운 책 소개 감사합니다.
손민석저도 윤평중 선생님처럼 마르크스가 헤겔을 지양했다, 극복했다는 기존의 서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ㅎㅎ 말씀하신대로 제로섬 관계가 아닌 보완적 관계로 보아야 한다고 봐요. 헤겔이 정치사적, 문화사적 관점이라면 마르크스는 그 기반을 제공한 경제사적 관점이랄까요. 물론 비중의 차이를 둘 수는 있겠습니다만 한쪽의 편을 드는 바람에 아쉬운 해석들이 많이 보이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Kunwoo Kim손민석 네, 저는 윤평중 선생님의 책을 오래전에 푸코에 관한 책으로 본 것이 전부이지만, 푸코라면 시장을 어떻게 읽어낼지를 염두에 두고 보는지에 대한 설명도 기대해보게 되는데, 책을 보지 않고 아무말이나 하는 것 같아서... 후쿠야마 테제에 대해 비판하지만 그 자장 안에서 담론을 구성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19세기를 살고 있고, 그렇게 여전히 헤겔의 시대를 살고 있는가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좋게 보는게 아니라, 좋게 보지 않을 수 없는 생각과 글을 써주시니 그렇게 따라가게 되는 것 뿐이에요.^^
손민석Kunwoo Kim 푸코의 입장에서 시장을 어떻게 읽어낼지도 참 재밌는 주제 같습니다. 갑자기 푸코 공부를 하고 싶어지는 기분이 드네요 하하. 저 또한 아직 헤겔의 시대 속에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ㅎㅎ
시장의 철학
윤평중 (지은이)나남출판2016-02-05
책소개
철학자가 쓰는 새 경제학교과서. 논쟁의 철학자.합리적 보수주의자로 평가받는 저자 윤평중은 '시장'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분열의 해결책을 진단한다. 저자는 '시장'을 정치적.경제적인 논쟁과 혼란 속에서도 '재화와 용역을 생산.분배.소비하는' 자체를 넘어 창조적 파괴가 끊임없이 실현되는 자유민주주의 실천의 현장으로 본다.
이를 바탕으로 오늘날 한국 사회 병폐의 치유법을 찾기 위해 정치적.경제적 울타리를 넘나드는 깊이 있는 고찰과 날카로운 비평을 선사한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시장의 철학'은 21세기 한국 사회가 온몸으로 제기한 도전에 정면으로 맞서는 경세제민의 통합 학문으로 구현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데 진보적 접근이 주를 이루는 세태 속에서 흔치 않은 보수적 접근이 돋보인다.
목차
머리말: 왜 지금 여기서 ‘시장의 철학’인가? 5
제1장 시장철학 전사(前史): <허생전>과 <베니스의 상인>
경세제민(經世濟民)의 복원 35
<허생전>과 <베니스의 상인>: 시장과 시민정신 44
조선 문명, 중국, 일본: 신뢰의 사회자본과 법 56
직업윤리는 시민정신의 모태(母胎)다 65
제2장 시장의 정치철학
복지와 경제민주화, 21세기 한국의 시대정신이 되다 79
한계에 이른 한국형 발전국가 90
시장철학이 필요한 까닭은 96
제3장 시장질서의 논리와 동학(動學)
시장과 자유민주주의 107
시장철학의 논리와 동학 111
시장철학의 3가지 테제: 시장질서와 민주질서의 변증법 126
자유시장은 민주주의의 적(敵)이 아니다 136
제4장 시장비판론에 대한 반(反)비판
마르크스는 헤겔을 넘어서지 못했다 145
시장을 거부한 현실사회주의 156
북한의 시장화가 어려운 사상적 이유: 정치가 곧 경제인 북한 164
북한 개혁의 정치경제학: 경제는 곧 정치다 188
제5장 시장질서, 정의론, 법치주의
시장질서와 정의론 207
르상티망과 울혈의 사회 215
공공성이 르상티망과 울혈을 치료한다 222
정의론의 계보학: 아리스토텔레스와 롤스 228
공평ㆍ공정ㆍ정의와 대한민국 헌법의 상호 침투 245
법치주의와 반(反)법치적 대항폭력 250
제6장 대중, 공론장, 시민교육
자유시장과 대중의 출현 265
공화사회를 촉진하는 공론장 280
시민적 주체 형성과 교육의 철학 292
서머힐의 진보교육에 대한 비판적 성찰 296
제7장 사실과 숙의(熟議)의 문화
사실 존중이 숙의와 소통을 가능케 한다 315
담론 원리의 철학적 지도 그리기 319
담론은 권력과 지식의 결합체이다 341
사실과 합리성이 소통과 통합의 근본이다 345
참고문헌 353
찾아보기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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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윤평중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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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생. 미국 남일리노이 주립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신대학교 대학원장 및 학술원장 역임. 캘리포니아 대학교(버클리) 역사학과 방문학자, 미시간 주립대학교 철학과 객원교수, 뉴저지 럿거스 대학교 정치학과 풀브라이트 학자로 연구. 2012년 이후 현재까지 조선일보에 ‘윤평중 칼럼’을 쓰고 있고 2014년 이후 지금까지 KBS 객원해설위원. 현재 한신대학교 철학과 교수. 저서로 『푸코와 하버마스를 넘어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철학과 포스트마르크스주의』 『담론이론의 사회철학』 『논쟁과 담론』 『극단의 시대에 중심잡기』 『윤평중 사회평론집』 『급진자유주의 정치철학』 『시장의 철학』 『국가의 철학』 등이 있고, 공저로는 『주체개념의 비판』 『니체가 뒤흔든 철학 100년』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와 포퓰리즘』 『공정과 정의사회』 『신일철, 그의 철학과 삶』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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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새로운 모색>,<자유와 21세기적 문제군>,<촛불 너머의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 총 27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철학자가 쓰는 새 경제학교과서!
논쟁의 철학자·합리적 보수주의자 윤평중,
‘앵그리사회’ 대한민국의 병폐를 진단한다
논쟁의 철학자·합리적 보수주의자로 평가받는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가 낸《시장의 철학》은 ‘시장’(市場)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분열의 해결책을 진단하는 책이다. 저자는 ‘시장’을 정치적·경제적인 논쟁과 혼란 속에서도 ‘재화와 용역을 생산·분배·소비하는’ 자체를 넘어 창조적 파괴가 끊임없이 실현되는 자유민주주의 실천의 현장으로 본다. 이를 바탕으로 오늘날 한국 사회 병폐의 치유법을 찾기 위해 정치적·경제적 울타리를 넘나드는 깊이 있는 고찰과 날카로운 비평을 선사한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시장의 철학’은 21세기 한국 사회가 온몸으로 제기한 도전에 정면으로 맞서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통합 학문으로 구현된다”고 주장한다.
동·서양 학문을 넘나들며 저자가 찾아낸 ‘시장철학’은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 해결에 유용하다
먼저 이 책은 연암 박지원의〈허생전〉과 셰익스피어의〈베니스의 상인〉에서 시장철학 논쟁에 대한 실마리를 찾는다. 동서양의 모더니즘 학자들을 대비시켜 그들의 작품에서 묘사되는 시장이 단지 경제적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인문학적·사회과학적인 요소로도 해석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그리고 동서양의 학자들(칼 폴라니,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헤겔, 마르크스 등)의 철학적 편린에서 ‘시장’이라는 키워드를 추출해 시장이라는 공간의 철학적 의미를 증명했다.
시장은 경제적 공간을 넘어선 자유·합리·민주의 공간이다
또한 사실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지식 문화가 인간의 소통과 통합을 가능케 하는 강력한 힘이라는 점도 철학적 편린을 통해 논증한다. 즉, 사실과 합리성은 언제든지 경험과 반론에 의해 반증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현재 한국 사회에는 이러한 사실과 합리성이 부족함을 지적하며, 이 역시 한국 사회의 병폐를 치유하는 또 다른 접근법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렇듯, 자유시장이 창출하는 시장은 이 책에서 밝혀진 자유와 공론장, 민주주의와 과학, 사실과 합리성의 문화와 상호 선순환 관계가 실현되는 공간이다. 저자는 시장철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장에는 본질적 문제점과 수많은 약점들이 엄존한다. 하지만 자유시장 없이는 바람직한 ‘현대적 삶’(현대성, 모더니티)도 불가능하다. 세계사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현대 한국 사회에서 이 명제가 가진 의의는 참으로 깊고도 넓다. 결국 이 책은 시장의 문제 설정을 다각적으로 조명함으로써 현대 문명과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우리 스스로를 성찰하며, 성숙하고 자율적인 현대적 삶의 가능성을 숙고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머리말 중에서
한국 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데 진보적 접근이 주를 이루는 세태 속에서 흔치 않은 보수적 접근이 돋보이는 이 책은 양 극단을 거부하고 우리에게 중용과 합리적 실천을 강조한다. 합리적 보수주의의 시각으로 보는 ‘시장’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를 보는 균형적 시각을 만나보자.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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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마니아가 남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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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보수주의자라는 소개의 글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글들이 정제되어 있으면서 느껴지는 사고의 맥락도 뚜렷하다. 단, 자유시장과 민주주의에 대한 현학적인 시도는 좋았지만 되려 철학의 이론적인 한계에 갇히는 느낌이 들기도했다. 이에대한 진보지식인들의 성찰이 담긴 글들도 나왔으면 한다.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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