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0도 견디며 나왔지만 또 허탕… “올해 한 번도 일 못 나갔어요”
전수한 기자입력 2024. 1. 23.
■ 새벽 인력시장 가보니…
300여명중 200명 다시 집으로
“일 줄어든게 아니라 아예 없다”
오늘은 일이 있을까… 서울 지역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떨어진 23일 오전 5시쯤 ‘인력 시장’으로 통하는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이 300여 명의 일용직 근로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건설 경기 한파’로 이들 중 200여 명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백동현 기자
“올해 들어 단 한 번도 일을 못 나갔습니다. 두 달째 집세가 밀려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인력시장에서는 무조건 오는 순서대로 일을 나가는 게 상도의인데, 4시부터 나와 있었는데도 못 불려갔네요. 일이 계속 끊겨서 업체에서 쉬라는 연락만 받고 있습니다.”
서울 지역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를 기록한 역대급 한파가 닥친 23일 오전 5시쯤 양천구 신정네거리역 인력시장은 이른 새벽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분주했다. 두꺼운 외투와 모자 등으로 ‘완전 무장’한 일용직 노동자들이 쉼터 비닐 천막 안에서 추위를 피하며 일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30년 넘게 철근공을 해왔다는 신영태(65) 씨는 “‘일이 줄어들었다’ 수준이 아니라 아예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토로했다.
건설 경기 침체로 인력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인력시장 인부들의 주일터였던 대규모 아파트 단지 공사가 씨가 마르고, 전세사기 이슈로 중소규모 빌라 건축 현장마저 찾아보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인부들은 “역대 최악의 불경기”라고 입을 모았다.
인력시장에서 흔히 연출되던 “미장 5명, 철근 3명 타세요” 하는 운전사의 외침과 함께 인부들이 우르르 승합차에 올라타는 모습도 이젠 옛 풍경이 됐다. 일감 자체가 전멸에 가까운 상황이다 보니 미리 업체와 약속을 해둔 일부만이 조를 꾸려 직접 현장으로 이동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게 인부들의 설명이다. 몇 년 전쯤만 해도 많게는 300명 넘게 모였다던 쉼터에는 이날 20여 명이 모였다. 자신을 써줄 업체를 구하지 못했는데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작정 기다리거나 낙심한 채 돌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남구로역 인력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오전 4시 30분부터 300여 명이 몰린 이곳에서는 1시간이 지나자 100여 명만 일터로 떠났다. 남은 200명은 한숨을 쉬며 집으로 향하거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근처를 서성일 뿐이었다. 이날 최모(62) 씨는 “오늘 일이 있다는 연락을 받아 나왔는데도 결국 허탕을 쳤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건설 경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75.5로, 기준선인 100을 한참 밑돌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건설업 종사자 32만여 명이 타 업종으로 이직했는데, 그중 94%가 건설사 경영 악화 등에 빠른 비자발적 퇴직이었다.
전수한·노지운·김린아 기자
“올해 들어 단 한 번도 일을 못 나갔습니다. 두 달째 집세가 밀려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인력시장에서는 무조건 오는 순서대로 일을 나가는 게 상도의인데, 4시부터 나와 있었는데도 못 불려갔네요. 일이 계속 끊겨서 업체에서 쉬라는 연락만 받고 있습니다.”
서울 지역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를 기록한 역대급 한파가 닥친 23일 오전 5시쯤 양천구 신정네거리역 인력시장은 이른 새벽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분주했다. 두꺼운 외투와 모자 등으로 ‘완전 무장’한 일용직 노동자들이 쉼터 비닐 천막 안에서 추위를 피하며 일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30년 넘게 철근공을 해왔다는 신영태(65) 씨는 “‘일이 줄어들었다’ 수준이 아니라 아예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토로했다.
건설 경기 침체로 인력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인력시장 인부들의 주일터였던 대규모 아파트 단지 공사가 씨가 마르고, 전세사기 이슈로 중소규모 빌라 건축 현장마저 찾아보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인부들은 “역대 최악의 불경기”라고 입을 모았다.
인력시장에서 흔히 연출되던 “미장 5명, 철근 3명 타세요” 하는 운전사의 외침과 함께 인부들이 우르르 승합차에 올라타는 모습도 이젠 옛 풍경이 됐다. 일감 자체가 전멸에 가까운 상황이다 보니 미리 업체와 약속을 해둔 일부만이 조를 꾸려 직접 현장으로 이동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게 인부들의 설명이다. 몇 년 전쯤만 해도 많게는 300명 넘게 모였다던 쉼터에는 이날 20여 명이 모였다. 자신을 써줄 업체를 구하지 못했는데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작정 기다리거나 낙심한 채 돌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남구로역 인력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오전 4시 30분부터 300여 명이 몰린 이곳에서는 1시간이 지나자 100여 명만 일터로 떠났다. 남은 200명은 한숨을 쉬며 집으로 향하거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근처를 서성일 뿐이었다. 이날 최모(62) 씨는 “오늘 일이 있다는 연락을 받아 나왔는데도 결국 허탕을 쳤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건설 경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75.5로, 기준선인 100을 한참 밑돌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건설업 종사자 32만여 명이 타 업종으로 이직했는데, 그중 94%가 건설사 경영 악화 등에 빠른 비자발적 퇴직이었다.
전수한·노지운·김린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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