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December 3, 2023

지역화폐에 상상력을 부여할 시간 - 오마이뉴스 2309

지역화폐에 상상력을 부여할 시간 - 오마이뉴스

지역화폐에 상상력을 부여할 시간
23.09.01 
이재환(cshr


▲ 경기도 일부지역의 지역화폐 카드 모습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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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은 1996년 충북 괴산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 이재명 민주당 당 대표가 2010년대에 가장 먼저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지역화폐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중반 이후다.

지자지소(地資地消, 지역의 부는 지역에서 소비)에 입각해 지역 내에서만 쓸 수 있는 돈의 의미를 넘어 복지 수당을 지역화폐로 전달해 복지와 지역 경제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지역화폐 정책 발행은 2015년 경기도 성남시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

이 '성남청년배당'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2018년 경기도지사가 되면서 '청년수당'이란 이름으로 경기도 31개 시·군 모두 시행하게 된다. 지역화폐의 확장성이 정책을 통해 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가장 먼저 시행한 성남시에서는 올해 시의회 조례 개정을 통해 청년수당이 사라지게 됐다.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다.



여하튼 당시 이를 계기로 다양한 지역화폐 정책발행 사업이 확산됐다. 산후조리지원비, 농민기본소득, 교통비 지원 등. 시흥시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30여 개의 정책발행이 있었다.

특히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며 지역화폐를 활용한 정책발행이 정점을 찍었다. 국민 대부분이 지역화폐로 재난지원금을 받으며 지역화폐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고, 지역의 소상공인들은 지역화폐의 경기순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지역화폐 정책발행이 순기능만을 수행했다고 하는 것은 오만일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지역에서만 쓰는 상품권에서 벗어나 지역화폐라는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더 다양한 정책효과를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더 진전한 지역화폐 확장 정책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회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진화 발전한 경우다. 지역화폐 결제가 가능한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과 군산의 '배달의명수', 인천과 부산의 택시앱, 시민건강권 증진과 탄소중립 실천을 도모하며 만보 걷기 포인트를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시흥의 '만보시루', 페트병과 지역화폐를 교환하는 성남과 안양 등 다양한 지역에서 버전업된 지역화폐 정책이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며 지역화폐 성과 평가가 발행량 위주에서 어떤 연계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지로 바뀌는 추세다. 사실 발행량은 해당 지역의 인구, 가맹점 수, 할인예산의 규모에 따라 좌우돼 객관적 지표라고 보기 힘들다.

지역화폐 연계 정책의 확산은 지역화폐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기제이기도 하다. 지역화폐 할인율이 정부 지원의 축소에 따라 지난해 10%에서 올해 상반기 6%로 줄어들고 가맹점 기준도 강화되자 발행량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난 지자체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연계 정책사업이 활발한 지자체들은 발행량이 크게 줄지는 않고 있다. 이미 다양하게 접하는 지역화폐 사용 환경에 익숙한 사용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역화폐 지원 중앙 정부 예산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다양한 지역화폐 활용 연계 정책이 중요한 이유다.

지역화폐 활용 연계 정책은 어쩌면 무궁무진하다. 마치 우리 몸의 혈관을 타고 도는 혈액처럼 지역화폐는 경제·사회의 혈맥을 타고 연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축도 이자도 할 수 없는, 축장과 투기가 아닌 소비만을 위해 존재하는 지역화폐는 즉각적인 경제적 효과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 지역화폐를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라고도 하는데, 연계 정책사업은 지역화폐를 위한 마중물이 되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지역화폐가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대체로 국가 경제 차원의 성과를 말하는 입장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는 당장 부의 집중, 다시 말해 중앙으로만 향하는 소비의 흐름을 조정하는 경제의 지역 균형발전이 시급하다.지역화폐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부의 중앙집중을 막고 지역의 자산이 지역에서 돌게 하기 위함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현장의 목소리만 들어도 지역화폐의 효과와 부가가치 창출 기능에 대해 쉽게 부정하기는 힘들다. 당장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상인들에게 물어보자.

지역화폐가 정치 테이블에서 자칫 길을 잃어 황금알을 낳다 배가 갈라진 거위처럼 되지 않길 바란다. 아마도 역대 경제 활성화 재정정책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을 지역화폐라는 도구를 어떻게 더 잘 쓸 것인가 상상력을 발휘하는 시간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재환님은 인권연대 회원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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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지역화폐, #골목상권, #국가경제, #정책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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