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전자책] 쌀, 재난, 국가[eBook] 쌀, 재난, 국가
이철승 (지은이)
문학과지성사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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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세대> 이철승, 불평등의 기원 추적"
불평등에 대한 수치, 르포, 고발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철승 교수는 이번 책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적 불평등을 분석한다. 그가 주요 분석틀로 택한 것은 '쌀'이다. 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연결이지만 그가 차근차근 이어내는 관계를 읽을수록 점점 몰입하게 된다.
그는 한국적 불평등의 구조와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벼농사 체제로부터 빚어진 것으로 파악한다. 이 긴 거리 사이에 그는 밀 농사와 벼농사의 근본적인 차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벼농사 체제에서의 인간관계, 재난을 대비하는 국가의 형태 등에 대한 설명을 채워 넣는다. 탄탄한 논리의 받침 위에서 그는 현재의 세상에 과거의 룰이 더 이상 맞지 않는다고 말하며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까지 나아간다.
전작 <불평등의 세대>로 불평등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 이철승 교수는 이번 책으로 더 넓고 입체적인 해석을 이어간다. 3부작 '불평등' 시리즈의 마지막, 다음 책도 기대된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2021.02.02)
출판사 제공 북트레일러
기본정보
파일 형식 : ePub(28.38 MB)
TTS 여부 : 지원
종이책 페이지수 : 384쪽, 약 21.4만자, 약 5.3만 단어
가능 기기 : 크레마 그랑데, 크레마 사운드, 크레마 카르타, PC,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폰/탭, 크레마 샤인
ISBN : 9788932038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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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국 사회에 세대론과 불평등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으며 언론과 학계, 정계, 일반 대중에게까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불평등의 세대』의 저자 이철승의 신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쌀, 재난, 국가―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가 그것.
저자 이철승은 전작 『불평등의 세대』에서 ‘세대’라는 키워드를 통해 한국 사회의 위계 구조가 어떻게 세대와 맞물리며 불평등을 야기해왔는지를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펼쳐 보였다. 그의 전작이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여전히 위계와 불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가”에 대한 동시대적인 분석이라면, 이 책은 제목이 나타내듯 ‘쌀’ ‘재난’ ‘국가’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러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와 경쟁/비교의 문화는 어디서 왔고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역사적 분석을 시도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드리운 불평등의 ‘깊은 구조’를 이해하려면, 동아시아 사회와 국가가 반복되는 재난에 맞서 싸우며 먹거리(쌀)를 생산하고 유지하기 위해 만든 사회제도와 습속―협업과 위계, 경쟁―을 먼저 규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 것이다.
목차
들어가며
프롤로그
이 책의 퍼즐들 | 이 책의 주요 주장들 | 벼농사 체제의 일곱 가지 유산
1장 동아시아 국가의 기원―벼농사 체제의 출현과 재난의 정치
우리는 누구인가―쌀 이론의 수립
쌀에 갇힌 동아시아, 벼농사에 집착한 한국인
쌀과 밀의 대비
한반도 정주민의 쌀 사랑
쌀밥과 빵의 정치경제학
고대국가의 재난 정치
홍수, 물벼락의 정치
가뭄, 물 확보의 정치
고대 및 전근대 국가 최악의 재난―가뭄
조선왕조의 가뭄 대비책
복합재난―정치 변동의 촉매제
나가며―쌀, 재난, 동아시아의 국가
2장 벼농사 생산체제와 협업-관계 자본의 탄생
벼농사와 평등한 협업 시스템의 출현
벼농사의 공동노동 시스템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벼농사 문화의 지속
벼농사 마을의 비교, 질시, 행복
협업과 불신이 공존하는 벼농사 마을의 신뢰 구조
표준화와 평준화―벼농사 마을의 보이지 않는 손
벼농사 체제의 현대로의 이식―연공에 따른 숙련 상승 가설과 표준화 가설
동아시아 마을, 협업의 장인들
나가며―오리엔탈리즘을 넘어
3장 코로나 팬데믹과 벼농사 체제
동아시아인들의 문화적 디엔에이―사회적 조율 시스템
동아시아 농촌의 성공 함수―협업-관계 자본
코로나 팬데믹의 국가별 양상
벼농사 체제와 코로나 팬데믹
밀농사의 개인주의와 벼농사의 집단주의
나가며―팬데믹과 불평등의 확대
4장 벼농사 체제와 불평등의 정치심리학―왜 한국인들은 불평등에 민감한가
벼농사 사회와 밀농사 사회의 불평등 구조
쌀 경작 사회의 불평등 기제―국가로의 접속
벼농사 체제와 과거제도는 어떻게 얽혔나
벼슬과 벼농사의 상호작용
평등화와 차별화를 향한 욕망의 공존
한반도 남단 정주민의 심리 구조―평등화와 차별화의 공존
밀 문화권과 쌀 문화권의 불평등 치유 노력
불평등 치유 노력의 역사적 기원
벼농사 체제의 유산―복지국가의 저발전
현대 한국인의 복지 태도―부동산과 복지국가
나가며―국가를 통한 불평등의 생산
5장 연공제와 공정성의 위기
청년 실업과 노동시장 이중화의 원인은 무엇인가
제도(연공)-주체(세대)-구조(인구)의 착종
연공 문화의 제도화―연공제
세대 네트워크와 한국형 패턴 교섭
인구구조의 변동에 따른 기업의 인구 구성 변화
연공-세대-인구 착종과 기업의 비용 위기
연공-세대-인구 착종과 청년 고용 위기 연공제와 노동운동
연공제와 여성
나가며―불평등, 현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6장 벼농사 체제의 극복
재난 대비 구휼국가에서 보편적 사회안전망 국가로
표준화를 위한 조율에서 다양성의 조율로
벼농사 체제와 청년 세대의 충돌
동료로서의 여성
직무평가 시스템의 도입―시험에서 숙련으로
연공급 대 직무급―어느 불평등을 택할 것인가
한국형 위계 구조의 개혁―연공제를 넘어서
나가며
참고문헌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동아시아인의, 한국인의 연결망은 효율적이다. 동아시아의 빠른 발전의 결과가 그 효율성을 실증한다.
P. 23 한국인에게 이 위계란 일상 자체다. 한국인만큼 협업을 잘하는 종족도 드물지만, 한국인만큼 위계를 따지는 종족도 드물다. 그 위계의 구조는 엄격할뿐더러 세밀하고 촘촘하다. 인간관계마다,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이 위계의 구조는 깊이 드리워져 있고, 우리의 아이들은 이 위계에 적응하고 순응하는 법부터 배운다. 〔……〕 우리는 왜 이 위계 구조를 그토록 오래 강고히 지속시켜왔고, 얼마나 더 오래 이 위계 구조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가? 우리는 왜 그토록 ‘평등과 정의와 형평’을 갈망하면서, 동시에 위계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가? 왜 평등과 정의를 외치는 사람이 뒤로는 학벌과 직업, 연공서열 위계에 집착하는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책이 모든 질문에 다 답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건드릴 것이다, 때로는 다소 도발적으로. (「프롤로그」) 접기
P. 35 이 연공 문화는 동아시아 기업 조직의 뼈대―연공제―로 재탄생한다. 동아시아 기업들은 입직에서부터 퇴직에 이르는 개인의 생애를, 동일한 임금 상승 테이블을 공유하는 세대들로 쪼개어 위계 구조를 만드는 동시에 세대 단위 협업 시스템을 창출했다. 동아시아 마을 공동체의 수직-수평 기술 튜닝 시스템은 동아시아 기업 조직에서 연공제를 매개로 재탄생하게 된다. ‘가족 같은 기업’ 안에서 부장님은 부모의 역할을, 선배는 이웃 어른들과 같은 역할을 했다. 입사 동기는 동년배 사촌들 및 동네 친구들과 다름없었다. 그들은 동아시아 마을 기업처럼 긴밀하게 엮인 공식?비공식 네트워크 안에서 협력과 경쟁의 쳇바퀴를 탔으며, 동아시아 마을 공동체의 협력 기제인 ‘표준화’를 생산공정과 관료제에 도입하여 ‘기민’하고 ‘긴밀’하게 작동하는 동아시아 기업 조직을 만들어냈다. (「프롤로그」) 접기
P. 68~9* 벼(과 식물들), 기후와 지형이라는 주어진 환경, 벼농사 경작의 주체와 제도라는 세 가지 요소는 이렇게 (진화적) 상호작용을 거치며 동아시아의 초기 농경국가 체제를 주조했다. ‘왜 하필이면 동아시아인들은 쌀을 먹게 되었는가’라는 질문과 ‘도대체 왜 동아시아의 국가는 다른 지역에서 발견할 수 없는 강력한 관료제(서비스)를 그토록 일찍부터 만들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질문은 사실상 같은 ‘연쇄 고리’의 답을 가진, 같은 질문인 것이다. 벼와 동아시아인 그리고 그들의 강한 국가는, 다윈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진화’한 것이다. 쌀밥과 강하고 효율적인 국가는 서로 다른 두 차원의 것이지만 상호 친화적이다. 단순화해 이야기하면 우리는 쌀밥을 먹으며 더 크고 강한 국가를 건설했고, 그러한 국가를 만들었기에 쌀밥을 계속 먹을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다소 어색하더라도 동아시아 국가는 쌀 국가rice state라고 불릴 만하다. (「1장 동아시아 국가의 기원」) 접기
P. 149~150 동아시아 기업의 연공제는, 두 가지 가정을 농촌 공동체로부터 이식했다. 〔……〕 이 두 가정은 현장에서 실제로 실현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개인에 대한 직무평가를 건너뛰는 것을 가능케 했다. 개인 간의 숙련도가 평준화될 것이라는 가정과 개인들의 숙련도가 동일한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가정이 결합하면, 같은 연차의 인력에게 동일한 보상을 주는 것이 가능해진다(정당화된다). 함께 일하며 조직의 목표를 함께 이루었으니 연차 그룹에 따라 보상을―불평등하게―나눈 후, 같은 연차 내에서는―평등하게―n분의 1 하는 것이다(고로 밥과 술은 연차 높은 사람이 산다). 따라서 연공제는 연차를 공유하는 노동자들 간에 연대 의식을 고양시켰고, 생산성이 집합적으로 향상되는 데 디딤돌이 되었다. ‘왜 같이 일 해놓고 나이 많다고 더 가져가’라는 불만은, ‘너도 기다리면 나처럼 보상받아’라는 미래에 대한 약속으로 덮였다. 이렇게 ‘지연된 보상’은 나이 많은 ‘충분히 기다린 세대’로부터 ‘아직 기다릴 날이 20년, 30년 남은 세대’에게 강제되었다. 연공제는 어찌 보면 기다리고자 하는 자, 혹은 기다릴 수 있는 자들(정규직)끼리의 ‘공모’다. (「2장 벼농사 체제의 협업-관계 자본의 탄생」) 접기
P. 173~174 결국 동아시아인들이 발전시킨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축은 서로 간섭하고 싫은 소리를 해야 서로가 사는, 협업과 조율 시스템이다. 우리는, 동아시아인은 오랜 세월 동안 이 협업 시스템을 발전시켜왔고, 근대화 과정에서 이 시스템을 공장으로, 사무실로 이식시켰다. 부장님이 사사건건 일과 삶에 간섭하는 것에 숨이 막히는가. 집 안에서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간섭 권력’이 작동하는 곳이 동아시아 사회다. 추석에 집안 어른들로부터 듣는 싫은 소리에 넌덜머리가 나는가. 추석이란 무엇이냐고? 바로 씨족사회의 간섭 권력의 위계가 당신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집안 전체에 드러내고 평가하는 자리다. 동아시아는 개인주의자가 남 신경 안 쓰고 하고 싶은 일 하며 자유롭게 살기에 이상적인 곳이 아니다. 서로가 촘촘하게 엮여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지켜보고 감시하며 베끼고 잔소리하고 보폭을 맞춰가면서 서로 엇비슷해져가는 사회인 것이다. (「3장 코로나 팬데믹과 벼농사 체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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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이철승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복지국가, 노동시장 및 자산 불평등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복지국가와 불평등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2005). 유타 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 시카고 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를 거쳐 시카고 대학교 종신교수로 2017년까지 근무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부편집장으로 일했다. 2011년과 2012년 전미사회학협회 불평등과 사회이동, 정치사회학, 발전사회학, 노동사회학 분야에서 최우수 및 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Social Forces, Sociological Theory, World Politics, Comparative political Studies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고, 『한국사회학』 『경제와사회』 『동향과전망』 『한국정치학회보』 『비판사회정책』 등에 「세대 간 자산 이전과 세대 내 불평등의 증대」 「한국 복지국가의 사회경제적 기초」 「한국 노동운동과 복지국가의 미래 전략」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2019년 번역?출간된 When Solidarity Work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6(『노동-시민 연대는 언제 작동하는가』, 박광호 옮김, 후마니타스)으로 한국정치학회 학술상(저술 부문)을 수상했고, 같은 해 『한국사회학』에 발표한 「세대, 계급, 위계―386세대의 집권과 불평등의 확대」로 2020년 한국사회학회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접기
최근작 :
<[큰글자도서] 쌀 재난 국가>,
<쌀 재난 국가>,
<불평등의 세대> … 총 8종
(모두보기)출판사 제공 책소개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학벌주의,
연공서열과 여성 배제의 구조, 부동산 문제까지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이해하는 세 가지 키워드
쌀 / 재난 / 국가
2019년 한국 사회에 세대론과 불평등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으며 언론과 학계, 정계, 일반 대중에게까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불평등의 세대』의 저자 이철승의 신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쌀, 재난, 국가―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가 그것.
저자 이철승은 전작 『불평등의 세대』에서 ‘세대’라는 키워드를 통해 한국 사회의 위계 구조가 어떻게 세대와 맞물리며 불평등을 야기해왔는지를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펼쳐 보였다. 그의 전작이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여전히 위계와 불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가”에 대한 동시대적인 분석이라면, 이 책은 제목이 나타내듯 ‘쌀’ ‘재난’ ‘국가’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러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와 경쟁/비교의 문화는 어디서 왔고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역사적 분석을 시도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드리운 불평등의 ‘깊은 구조’를 이해하려면, 동아시아 사회와 국가가 반복되는 재난에 맞서 싸우며 먹거리(쌀)를 생산하고 유지하기 위해 만든 사회제도와 습속―협업과 위계, 경쟁―을 먼저 규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불평등 구조의 진화 과정을 한반도에서 고대국가가 형성되는 시기부터 현재의 코로나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훑어 내려오며 ‘벼농사 체제’라는, 동아시아 쌀 경작 문화권에서 발전한 제도들이 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제도들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위계와 불평등 구조를 어떻게 형성했는지를 수많은 자료 수집과 데이터 분석에 근거하여 흥미진진하게 써내려간다. 무엇보다 저자는 특유의 통찰과 독창적인 분석 틀로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학벌주의, 연공서열과 여성 배제의 구조, 부동산 문제 등 현대 한국 사회에 심각한 분열과 구조적 위기를 일으키는 많은 문제들이 벼농사 체제의 유산들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음을 밝혀내며 독자들에게 특별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현대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제도에 걸맞은 새로운 제도를 통해 오래된 구조가 재구조화하도록 유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책은, 따라서 벼농사 체제의 구조 개혁 플랜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고대국가가 형성되는 시기부터
코로나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한국 사회는 불평등해졌는가
『쌀, 재난, 국가』는 저자 이철승의 학문적 기획인 ‘불평등 프로젝트’의 두번째 책으로, ‘쌀’ ‘재난’ ‘국가’가 서로 조응하며 만들어낸 벼농사 체제의 유산들이 어떤 제도들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삶에서 발현되고 또 우리 자신을 규정하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하는 책이다. 그렇다면 수백, 수천 년을 지속해오며 한국인들의 삶의 양태를 결정짓고 현대자본주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그 체제의 유산을 드리워온 어떤 제도와 문화가 오늘날 우리 삶을 규정하는가?
저자 이철승은 이 책에서 이러한 벼농사 체제의 긍정적・부정적 유산들을 일곱 가지로 정리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재난 대비 구휼국가의 발전,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시스템인 공동노동 조직, 그리고 표준화와 평준화의 기술 튜닝 시스템이 벼농사 체제의 긍정적 유산들이라면, 나이에 따른 연공서열 문화와 그것이 기업 조직에서 발현된 연공급 위주의 노동시장, 여성 배제의 사회구조, 시험(과거제)을 통한 선발 및 신분 유지와 숙련의 무시, 마지막으로 땅과 자산에 대한 집착 및 씨족 계보로의 상속이 이루어지는 사적 복지체제의 구조가 벼농사 체제의 부정적 유산들이다.
‘쌀’ ‘재난’ ‘국가’의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진 벼농사 체제의 유산들은 산업자본주의 사회에 이르러서도 공장과 회사로 이식되어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룩하며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세계적 성공을 이끄는가 하면, 코로나 사태에 각 문명권이 어떻게 맞서고 있는지를 데이터로 분석해 보여주는 책의 3장에서 확인하듯 재난에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사회적 조율 시스템을 작동하며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을 글로벌 모범국가로 등극시켰다. 코로나 팬데믹에 효율적으로, 기민하게 대처하는 국가는, 동아시아인들의 오래된 미래인 것이다. 이러한 벼농사 체제의 유산들은 수백, 수천 년 동안 진화하여 오늘날 현대자본주의하의 ‘동아시아적’ 혹은 ‘한국적’ 제도로서 그 명맥을 유지 혹은 강화하고 있지만, 벼농사 체제의 강고한 지속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들은 위기에 처해 있고 또 어떤 것들은 이미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 유산들 가운데 어떤 것들을 약화시키고 또 어떤 것들을 강화시켜야 할까?
“나이 많은 자가 세상을 리드하고 지배하는 룰이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은 세상이 도래했다“
청년 세대를 위한 벼농사 체제의 구조 개혁 플랜
이 책은 ‘쌀’ ‘재난’ ‘국가’의 상호작용을 통해 한반도의 고대국가에서부터 현대 지구촌 사회의 코로나 팬데믹과 복지국가의 역할까지, 오늘날 한국 사회에 드리운 벼농사 체제의 현존을 분석해 보여준다. 동아시아인들이, 한반도 정주민들이 삶의 준거로 삼는 여러 가지 원리가 있지만, 그중 가장 특이한 점을 꼽으라면 그것은 바로 ‘연공 문화’다. 경험 많고 나이 든 농부에게 중요한 의사 결정을 맡기는 벼농사 체제의 위계 구조가 현대 기업 조직의 연공 문화와 임금제도로 정착한 것이다.
저자 이철승은 전작 『불평등의 세대』에 이어 이 책에서도 연공서열의 위계에 대한 비판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연공제가 ‘세대 네트워크’와 ‘인구구조’와 착종・조응하여 오늘날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여성 배제의 구조를 초래하는지를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이 책은, 연공제 문제가 핵심적인 구체제의 유산임을 밝히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 불평등 문제의 핵심에는 바로 이 연공제가 자리하고 있고, 저자 이철승은 이 책의 긴 여정을 통해 연공제 철폐가 구조 개혁 과제들 중 가장 우선순위에 놓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프롤로그」를 비롯해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동아시아 국가의 기원」은 한반도의 고대 및 전근대 국가 2천 년 동안 벼농사 체제하에서 재난 극복 및 구휼 시스템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나름의 통계자료를 통해 분석한다. 2장 「벼농사 생산체제와 협업-관계 자본의 탄생」은 벼농사 체제의 협업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심리(경쟁과 질시) 구조가 탄생하는지를 다룬다. 3장 「코로나 팬데믹과 벼농사 체제」는 재난 시기 이 협업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여 재난을 극복하는지에 관한 사례 연구로, 현재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국가별 대응 시스템을 분석한다. 4장 「벼농사 체제와 불평등의 정치심리학」은 벼농사와 밀농사 체제하에서 불평등은 어떻게 형성되고, 불평등에 대한 인식 구조는 어떻게 다른지, 그에 따른 불평등의 결과가 서로 어떤 차이를 빚어내는지를 비교・분석한다. 5장 「연공제와 공정성의 위기」는 벼농사 체제의 가장 중요한 제도적 유산인 ‘연공제’를 분석하되, 이것이 어떻게 ‘세대 네트워크’ 및 ‘인구구조’와 착종・조응하여 오늘날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여성 배제의 구조를 초래하는지를 이야기한다. 6장 「벼농사 체제의 극복」 연공제를 통해 청년 일자리 위기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에 대한 진단과 대안으로 마무리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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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었다. 전작을 능가한다.
두둥실 2021-01-30 공감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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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휘리릭 읽힌다. 이게 정말 다 쌀 중독 역사의 결과인지는 동의를 유보한다해도, 필자가 되짚는 19세기말 20세기초 한반도에서 출발해 만주까지 잇대어가는 한인 유랑과 정주를 위한 개척의 신고에 대한 부분, 평등에 대한 우리의 이중적 태도에 대해 보이는 꼼꼼하고 정연한 내용은 설득력 갑!
참한꽁딱심 2021-02-25 공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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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이 꼭 읽어봐야 할 책. 불행의 교착상태에 빠진 이 사회에 모두가 한번쯤 깊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를 데이터에 기반해서 흥미롭게 잘 풀어낸 책입니다.
카일 2021-03-14 공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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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쉬움. 쌀농사 사회의 부모자식간 정보 계승, 같은세대간 정보 튜닝 과정. 재난에 대비한 국가와 서구식 자유주의의 맹목적 도입 실패 등 신선하고 흥미로운 주장이 다수 있음. 단지 가끔씩 몇몇 부분에 좌파정권을 은근히 칭찬하는 내용을 써놓은 것이 이상했음. 소장 가치 있음.
Heeyong 2022-01-28 공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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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을 가지고 이런 사회학적 접근을 할 수 있구나 싶은 책. 한국적 불평등의 구조뿐만 아니라 불평등에 대한 인식에 대한 분석이 돋보인다. 특히 재난에 대비한 국가 개념이 재밌었다.
불휘 2023-01-25 공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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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러운 농촌
평점
4점 ★★★★ A-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다. 남 잘되는 상황을 볼 수 없다는 욕심, 한발 나아가 경쟁심과 시기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 속담에 벼농사 문화의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우리나라 벼농사 문화는 농촌 특유의 연대 의식으로 똘똘 뭉친 공동체가 구심점이 되어 발전해왔다. 서로 협력하여 함께 농사일하는 풍습으로 ‘두레’라는 조직이 있었다. 벼농사는 많은 노동력을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웃이나 친족이 새로운 땅을 산다면 마을 주민으로 구성된 두레가 그 땅에 농사짓는 일을 도울 것이다. 두레 구성원에 친족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 사람은 사촌의 밭일을 돕는 일손이 된다. 이때부터 친족은 배가 살살 아파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땅 넓이와 벼 수확량을 사촌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이철승의 책 《쌀 재난 국가》를 다 읽고 나면 상부상조 정신의 벼농사 문화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쌀 재난 국가》는 벼농사 문화가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자라게 만든 오래된 씨앗임을 증명한 책이다. 책 제목은 불평등의 기원과 그 구조를 함축한 핵심 단어다. 두레는 ‘협업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공동체다. 농촌은 비단 한국인의 주식 쌀만 생산하는 곳이 아니다. 이곳에서 태어난 사회구성원에게 농사일과 협동 정신을 가르치는 교육적 장소이기도 했다. 농촌에 오래 살면서 농사일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은 아랫사람들을 가르쳤거나 그들에게 과업을 부여했다. 농촌의 위계적인 문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도시로 뻗어 나갔고, 연공제로 발전했다.
저자는 협업과 공동 노동을 중시한 벼농사 체제를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두레 일손이 친척, 친구, 이웃의 밭일을 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수확량에 관심을 가진다. 내 수확량이 남보다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경쟁심이 생기면서, 농민들은 수확량 경쟁에 돌입했다.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문화는 기업이나 공장에 이식되었다. 도시의 노동자들은 가족 같은 동료와 함께 일하면서도, 동료보다 잘살고 싶어서(동료보다 높은 직급에 오르고 싶어서) 쉬지도 않고 일했다.
벼농사는 농촌 사람들의 운명이 걸린 거대한 ‘인생 프로젝트’이다. 흉년이 들면 식량이 줄어든다. 허약해진 농민들은 굶어 죽는다. 그래서 농민들은 재난에 민감하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불안하고, 비가 많이 오지 않아도 불안하다. 쌀 맛에 익숙한 선조들은 벼농사가 불리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협업의 기술’과 ‘사회적 조율’을 통해 재난을 극복했고 벼농사를 고집했다. 농촌 주민들은 재난이 닥치면 개인의 권리를 기꺼이 포기했고, 공동체 규약을 지키면서 각종 생활 문제를 함께 해결했다. 따라서 ‘협업의 네트워크’ 속의 농촌 주민은 태어나면서부터 위계적인 협업의 네트워크와 규약에 따라 움직이는 마을 공동체 조직의 부속품이다.
저자는 여러 가지 자료들을 동원해서 연공 문화와 다양한 불평등 문제의 기원을 추적한다. 협업과 위계 중심의 벼농사 문화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악화시키는 구체제 유산이다. 이 오래된 유산은 자본주의 체제와 만나면서 도시에 정착한다. 저자는 전작 《불평등의 세대》(문학과지성사, 2019)에 이어 《쌀 재난 국가》에서도 연공제를 비판한다. 연공제에 기반을 둔 위계적 질서가 지속할수록 비정규직 노동자의 한숨은 깊어지고, 청년 실업률은 높아지고,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막는 ‘유리 장벽’은 두꺼워진다.
저자가 지적한 불평등의 기원에 만족스럽지 못한 독자들이 있으리라. 그럴 수 있다. 나도 그렇고 대부분 사람은 농촌 사회의 상부상조 정신을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오던 미풍양속이라고 배우면서 자라왔다. 어떤 사람은 농촌 공동체 문화가 복원되면 농촌이 자본주의 체제에 지친 도시인들의 안식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농촌을 병든 자본주의 체제의 대안인 이상향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인데, 내가 보기에 순진한 발상이다. 불평등 문제를 양산하는 사회적 구조를 재구축하지 않는 이상 농촌은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시스템이 일상화된 위성 도시가 될 수 있다(그렇다면 이곳을 ‘유감스러운 도시’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유감스러운 농촌’이라고 해야 하나?). 농촌 주민들이 착하다는 생각은 농촌에 살아본 적 없는 사람의 착각이다. 친척이나 이웃이 잘 살면 배 아픈 사람들은 농촌에도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협업과 조율’의 문화를 벼농사 체제와 함께 공진화한 시민사회의 잠재력이라고 평가한다(170쪽). 공진화(coevolution)는 둘 이상의 종이 서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영향을 받으면서 진화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저자는 공진화라는 단어를 쓰면서도 진화의 기본적인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는 ‘원숭이 사회’가 경쟁을 조장하는 위계 구조로 형성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 위계 구조는 경쟁을 조장한다.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조직이나 그룹 내부에 위계에 따른 자리를 만들고, 높은 자리일수록 더 많은 보상과 노력을 보장하면 우리 인간들은 원숭이 사회로 돌아간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한쪽이 패배를 인정하거나 죽을 때까지 치고받고 싸운다. 자연히 이 위계가 보장하는 보상과 권력의 크기가 클수록, 원숭이들은 더 극렬하게, 더 잔인하게 싸울 것이다.
(23~24쪽)
점점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인간 사회가 원숭이 사회로 돌아간다고? 저자의 견해에 인간이 퇴화하면 원숭이로 돌아간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공진화’를 쓴 저자는 진화론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견해를 내세우면 안 된다. 왜냐하면 그의 견해는 진화론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자주 하는 오해에 가깝기 때문이다. 진화론을 좀 안다는 사람들도 원숭이를 인류의 조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대로라면 인류는 원숭이가 진화해서 생긴 존재이다. 그러나 원숭이를 인류의 조상이라고 보는 견해는 진화론에 부합하지 않는다. 원숭이, 즉 전문 용어로 표현하자면 유인원은 인류의 조상이 아니라 친척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하나의 공통 조상에서 독립적인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원숭이는 무조건 동족과 치고받고 싸우면서 살지 않는다. 이 편견을 뒤집은 책이 바로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의 《침팬지 폴리틱스》(바다출판사, 2018)다. 저자는 동물원에서 침팬지 무리와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이 정치적 권력 관계와 위계질서를 형성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갈등을 해결하는 침팬지들의 모습도 확인했다. 치고받고 싸운 침팬지들은 나중에 서로 껴안으면서 키스하거나 서로의 털을 매만졌다. 원숭이 사회는 이익을 위해서 싸울 줄 알고, 타협도 하는 인간 사회와 거의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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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2-13 공감(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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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공제가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만든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은 죽어나가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휘청거린다. 재난은 취약계층에게 더욱 잔인하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실업상태에 빠져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영끌해서 코인과 주식에 투자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이 늘어난다.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은 아직도 견고하고, 결혼과 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은 사다리를 부숴놓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아이를 낳는 일은 주저되고, 출산률은 최저를 경신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헬 조선'의 모습이다.
대한민국의 위태로움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베이비붐 세대와 청년세대, 남성과 여성 등등의 불평등의 격차가 커짐으로써 더욱 위험해졌고, 그 불평등은 불공정이라는 화두를 낳았다. 공정을 향한 열망이 불평등한 것으로부터의 탈출에 대한 열망과 맞닿아 있는지, 아니면 불평등함 속에서 최상위로 가는 길이 열려있기를 바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정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분노로 폭발하고 있다.
도대체 왜(?), 어쩌다 대한민국은 이렇게 불공정과 불평등으로 인해 화가 잔뜩 쌓여 비틀거리고 있는 것일까. 저자인 이철승 교수는 그것의 원인으로 연공제를 들고 있다. 물론 연공제 단독범은 아니다. 세대와 인구구조와 맞물리면서 이 연공제가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와 2차 베이비붐 세대는 연공제의 단 맛을 최상으로 즐기는 위치에 서 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연공제의 단 맛 이면에는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의 증가가 도사리고 있다. 직무와 직능제로의 변화를 통해, 그리고 직무와 직능간 평가의 차이의 제한을 통해 불공정과 불평등을 해결할 단초가 있음에도 우리는 연공제에 묶여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토록 연공제에 목을 매달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그 이유를 쌀 생산국가로서의 문화, 제도로 설명한다. 밀의 재배는 한 개인이나 가족이 거뜬하게 해낼 수 있지만, 쌀은 엄청난 규모의 물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수로 체계와 수자원의 확보를 위한 마을 전체를 넘어선 국가적 규모의 계획과 노동이 필요로 한다. 이는 자연스레 협력을 필요로 하며, 이 협력은 표준화와 평균화가 개입된다. 즉 내가 다른 이의 논에 딱 내가 받은만큼의 기술과 노동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쌀 농사에 있어서 기술이란 경험의 축적이 큰 영향을 미침으로써 나이를 먹은 농부들은 자연스레 대접을 받는 위치에 선다. 이 농부들은 또한 자신의 자식들에게 그 기술을 대물림하는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 한편 쌀 농사에 있어서 공동의 노동은 오히려 수확의 차이에서 개인의 노력 차를 반영함으로써 질시의 씨앗이 된다. 또한 이런 노동의 동원을 조정하는 권력에 얼마나 가깝게 있느냐에 따라 노동력의 조달이 손쉬워지면서 수확의 격차는 벌어지게 된다. 이런 문화적 전통은 아마도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런 벼 생산의 체계가 고스란히 공장으로 옮겨지면서 우리는 연공제라는 제도를 자연스레 이식했다. 이 연공제는 뛰어난 기술을 가진 이보다 오래 근무한 이에게 보다 많은 보상을 제공한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산업생태계를 바꿀 정도로 변모했다. 연공제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활약했던 전성기에 우리의 산업생산력을 이끌었던 제도였지만, 지금은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독이 되어버렸다.
<쌀 재난 국가>라는 책을 통해 대한민국의 위기의 근원은 연공제에 있다고 주장하는 이철승 교수의 진단은 곱씹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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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2021-08-09 공감(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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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재난 국가 : 한국인은 어떻게 성공하고 왜 불행해졌는가?
쌀 재난 국가 : 한국인은 어떻게 성공하고 왜 불행해졌는가?
* 본 리뷰는 문학과 지성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객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사실 크게 기대하며 읽었는데, 기대 이상이다 못해 내가 사회과학 도서에서 미덕으로 여기는 모든 것들이 다 들어있는 책이었다. 현실을 응시하는 날카로운 지성과 집요하고 꽉 짜인 논리적 구조, 그리고 사이사이에 감칠맛나게 끼워진 유머감각까지! 이보다 더 재밌으면서 정곡을 찌르는 책을 만날 수 있을까?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이 말을 조금 바꿔본다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라는 주장을 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최소한 <쌀 재난국가>가 다루는 케이스들에서 이 주장은 타당하다.
한국은/한국인은 대체 왜 이럴까, 하고 염증을 느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질문에 아주 적절하고 타당하며 반박할 수 없는 대답을 제시한다. 뒤쪽으로 가면 일부 남성들을 포함한 사회의 상대적 기득권층들이 인정하지 않으려 할 사실들이 통계 수치와 함께 제시된다.
이 책의 연구는 쌀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한국에 사는 한국인이라고 가정할 때, 당신은 오늘 하루 세 끼 중 최소한 한 끼는 쌀을 먹었을 것이다. 당신이 먹지 않았다면 최소한 당신 주변의 사람이 쌀을 먹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거의 모든 문제 혹은 강점은 여기서 시작된다.
아주 간단하고 납작하게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쌀을 먹기 위해서는 농사를 지어야 한다. 이건 밀도 마찬가지지만, 쌀의 경우에는 농사가 사회를 이끄는 주요 동력이 되어야 한다. 목축업 등이 끼어들 자리가 별로 없다. 마을의 모든 이들은 농사에 뛰어드는데, 마을의 사람들 전체가 한 단위가 되어 한 몸처럼 협업한다. 누군가가 평균보다 눈에 띄게 못하거나 게으름을 부려서는 안된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들은 끊임없이 이웃과 자신을 비교하고 처지지 않기 위해 자신과 자식과 자식의 자식을 채찍질한다. 그것이 한국의 원동력이자 지금 한국의 창의적 발전을 저해하는 개인 차원에서의 요인이다.
이를 국가의 차원에서 생각하면, 쌀을 기르는 것이 (끊임없이 돌아오는) 재난을 다스리는 것과 거의 같다는 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쌀은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의 작물이었고, 지배계층은 민초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기우제부터 구휼까지 많은 방법을 동원했다. 자연히 이를 관리해야 하는 국가의 힘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강한 지도자를 선호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쌀을 먹기 위해 한국인들은 평등화와 차별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쫓아왔다. 그 결과는 계층 내부에서의 평등과 계층의 고착화로 이어졌는데, 저자는 이것이 어떻게 사회 전체의 이익 감소와 극도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한 다음 이를 교정하기 위한 제도의 필요성을 말한 후 책을 마친다.
최근에 읽은 책들 중 가장 날카로운 통찰력과 대단한 흡인력을 지닌 책이었다. 이철승 교수님의 전작 <불평등의 세대>도 굉장히 잘 읽었는데, 이 책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쌀과 재난을 둘러싼, 집요하다고까지 느껴지는 논리의 꽉 짜인 전개에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다 보면 책이 끝나있다. 가볍지는 않지만 이해하기에 무리는 없고, 중간중간에 이철승 교수님의 뼈를 때리는 문장들이 조금씩 분위기를 환기해준다. (특히 괄호 속에 든 멘트들이 재미있음을 넘어서서 웃기기까지 했으며, 이철승 교수님을 실제로 뵙지는 못했으나 굉장히 유머 감각이 넘치는 분이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신간 중의 신간이다 보니 현재의 이 코로나 사태에 대한 이야기들도 조금씩 나오는데, 모두가 어렴풋이 느끼거나 혹은 궁금해했을 문제들에 대한 답이 시원하고 논리적인 풀이와 함께 보여진다.
적극 추천한다. 사실 오프라인에서도 만나는 모든 이에게 추천하고 있다. 얼굴 본 사람들에게도, 얼굴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한국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읽어야 한다. 한국에 짜증을 느낀 적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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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ile 2021-02-03 공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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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
✏️동아시아인들이 왜 이렇게 불평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답을 수천년 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내려오는 ‘벼농사 체제’ 에서 찾은 작가의 시각이 무척이나 흥미롭고 참신하게 다가왔다. 동아시아 시민들은왜 국가의 재난 방비 활동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 역시 동아시아 ‘벼농사 체제’ 와 함께 공진화한 시민사회의 잠재력 즉 동아시아 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협업의 기술’ 과 ‘사회적조율’ 의 문화적 DNA라는 작가의 이야기에 수긍할 수 있었다. 또한 “우리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기존서구의 역사가 아닌 ‘한반도 정주민’ 이라는 표현을 매개로 퍼즐의 조각을 맞춰가는 과정이 좋았다. 눈으로술술 읽어 내려가면 머리로 바로바로 입력이 되는 책은 아니어서 몇몇 페이지는 서너번 곱씹으며 읽어봐야했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작게나마 실마리를 찾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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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1-29 공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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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재난 국가
코로나19의 전지구적 확산으로 인한 팬데믹 상황과 ‘흑수저와 금수저’, ‘벼락부자와 벼락거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불평등과 차별이 사회의 기본값인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국가인가, 우리는 어떤 국가를 원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라는 부제를 단 책의 제목이 ‘쌀’로 시작되는 게 좀 의아하고 이상해서 책의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이 책은 밀농사 문화권과 벼농사 문화권을 구분하고, 각 문화권의 생산 양식과 그에 따른 정치 체제의 차이, 국가의 역할, 불평등에 대한 인식의 차이 등에 대해 설명한다.
벼농사 시스템이 한반도 정주민의 정체성을 이루는 토대가 되었고, 마을 단위의 공동노동 시스템 속에서 협력과 경쟁이라는 모순된 가치가 함께 발전했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때 국가는 재난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서 능력을 입증해야만 권력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이어서 이야기한다.
벼농사 시스템이 과거제, 유교와 결합하면서 가부장 중심의 가족 문화, 출세 지향 문화가 생겨났고, 산업화 이후에는 공장 내지는 기업에 이 시스템이 고스란히 이식되었다. 저자는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 벼농사 시스템이 이식된 결과 연공제가 생겨났고, 이 공고한 연공제 시스템으로 인하여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모든 설명 논리가 결국은 ‘쌀 환원주의’로 귀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낳기도 하지만 그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쨌든 묘하게 납득이 된다. 그리고 이 책의 장점은 현상을 분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저자 나름의 대안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평등과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회는 계속해서 재난 대비 구휼 국가로서의 국가 역할을 기대할 것이고, 그런 국가 속에서 우리는 재난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그것도 장담할 수 없지만) 그 외의 사회적 안전망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은 선택은 우리의 몫인 것 같다. 재난에 강하지만 보편적 복지에 취약한 국가에 살 것인가, 아니면 보편적 사회안전망이 충분하고 재난에도 강한 국가에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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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2021-02-09 공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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