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September 29, 2023

[기고]이제는 ‘친일청산’ 강박증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 기고·시민기자 < 기사본문 - 펜앤드마이크

[기고]이제는 ‘친일청산’ 강박증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 기고·시민기자 < 기사본문 - 펜앤드마이크

[기고]이제는 ‘친일청산’ 강박증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펜앤
입력 2023.08.05 15:30 수정 2023.08.0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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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프리덤뉴스 발행인
1. 문제 제기

‘전환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라 함은 어떤 국가나 사회가 체제의 전환기를 맞이하여 ‘정의’를 세우는 일련의 과정이나 노력으로 이해될 수 있겠다. 대한민국은 건국 직후부터 ‘과거사 청산’이라는 진통을 겪었지만, 지금도 온갖 과거사위원회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거나 새로운 과거사위원회가 태동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를 위해 수많은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이토록 많은 과거사 청산 과제 중에서도 가장 근원적인 것은 바로 ‘친일청산’이 아닐까 싶다.

서울대학교 역사연구소 선임연구원을 지낸 이용우는 전환기 정의의 차원에서 프랑스에서 벌어진 ‘대독협력자 숙청’에 대한 연구를 담은 ‘프랑스의 과거사 청산’이라는 저서에서 “우리 역사는 1949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의 해체로 인한 친일 협력자 처벌 무산, 5.16쿠데타, 1979~1980년 신군부 권력 장악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과거청산의 기회가 무산된 역사”라고 하면서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과거청산 작업이 시작되었다”라고 주장했는데, 아마 이런 관점을 국민 대부분이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관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2. 해방과 체제 전환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제국주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승전국 미국은 포츠담회담에서 일본제국주의 해체와 미국의 패권 확립에 주안점을 두었다. 일본의 패망과 항복선언은 있었지만 항복선언 어디에도 한일병합조약의 무효를 언급한 것은 없었다. 1945년 9월 8일 남한에 진주한 미군은 같은 달 25일 군정법령 제2호(Concerning Property Transfers)로 같은 해 8월 9일(일본 정부가 연합국에 포츠담선언 수락 의사를 통보한 날) 현재 남한에 있던 일본인 소유의 모든 재산을 미군정청의 관리로 이관했다. 해방 후 국내 각종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때 귀속된 일본인 사유재산의 가치는 총 52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 금액은 당시 국내 총재산의 80~85%에 달했다.

그러나 군정법령 제2호는 일본인 사유재산의 소유권을 부정한 것은 아니었고, 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거래대금을 조선은행에 강제 예치하도록 했다. 적국의 재산이라도 사유재산의 경우에는 그 소유권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국제법이 엄연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38선 이북의 소련 군정이 일본 또는 일본인 소유 재산을 몰수하여 국유화하자 미군정청은 군정법령 제2호를 변경하여 관리하던 모든 재산 전부를 군정청에 귀속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그때부터 일제시기 일본인 소유의 사유재산과 조선총독부 소유의 공적재산으로 미군정청에 귀속된 재산은 ‘귀속재산’이라고 지칭되었다. 그러나 이 조치는 1907년 국제법으로 승인된 ‘헤이그 육전법규(Hague Regulation land warfare)’ 제46조 ‘적지 사유재산 불가침 원칙’에 명백히 위배된 것이었다.

일본이 패망한 시점부터 대한민국 건국 시점까지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체제 전환기였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전환기에 있어서의 ‘정의’를 세우는 일은 간과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해방공간에서 전환기의 정의를 세우는 1차 작업은 미군정청에 의해 국제법을 위반해 가면서까지 매우 과도하게 수행되었다.

한국에서 살던 일본인 민간인은 1944년 5월 1일 기준으로 71만 명에 달했는데, 그중 46만 명이 남한지역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이들은 미군정청에 의하여 모든 재산을 몰수당해 삶의 기반을 상실한 채 살벌한 반일 광풍을 피해 맨몸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당시 조선 거주 일본인 가운데 39.5%가 화이트칼라 및 지식인 계층이었고, 상업 및 공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각각 18%였다고 한다. 한편 해방 전 공업부문 기술자의 조선인과 일본인 비율은 대략 2:8로 일본인의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이렇게 일본에서 조선으로 건너온 일본인들은 조선 사회의 상층 지배구조를 장악하고 있었다. 일본 패망 직후 북한에서는 소련 군정이 일본인 기술자들을 강제로 억류한 후 수년간 기술이전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반면 남한에서는 일본 기술자들이 모두 피신하듯 일본으로 돌아감으로써 일본의 자본과 기술의 유입이 단절되었고, 북한의 단전 조치까지 겹치면서 남한의 산업은 일거에 마비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3. 제국주의의 잔재청산과 친일청산은 다른 문제이다.

한일병합조약을 전후하여 조선민사령이 시행되는 등 서구 문명이 본격적으로 조선에 유입되기 시작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참고로 조선민사령은 일본 민법을 베낀 것으로 현재의 민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근대화’라는 것은 사실 따지고 보면 한마디로 ‘서구문명의 유입’ 또는 ‘서구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식민지 시기에 조선의 모든 사람들이 격렬한 근대화를 경험했음이 분명하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으로 세계의 질서가 바뀌면서 제국주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는 질서의 변화가 먼저 일어났다. 따라서 제국주의 잔재는 새로운 질서와 다가올 대한민국의 건국을 위해서는 청산되어야 했다. 해방 직후 과거사 청산은 ‘제국주의 잔재청산’이어야 마땅했고, 이 전환기의 정의는 남한의 미군정청과 일본을 점령한 맥아더 사령부에 의해 의하여 철저히 수행되었다. 총독부의 정치적, 법적 지배의 종식과 함께 일본인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배의 근간을 이룬 물적, 인적 기반은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철저하게 상실되었다. 이렇게 철저하게 식민지 체제가 청산된 예는 세계사적으로도 가히 없다고 단언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 건국 직후에 대두된 친일파 청산의 문제는 전환기의 정의로서 다루기에는 다소 부적절해 보이기까지 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국주의 잔재를 청산하는 문제가 전환기의 정의를 세우는 것에 더 가깝다. 왜냐하면 식민지 시기 ‘친일’의 문제는 ‘생존’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국 직후의 친일파 청산작업은 ‘기억을 다루는 정치’로서의 과거사 청산으로 보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현재도 진행 중인 대부분의 과거사 청산을 명분으로 한 과거사위원회의 활동 역시 ‘기억을 다루는 정치’에 불과하다.

4. 대한민국의 건국은 성공적 식민지 청산의 직접적 증거다.

일본의 제국주의적 지배는 서구문명의 유입과 함께 조선에 인적, 물적, 문화적 부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제국주의 잔재와 근대화 요소를 정확히 분리해 낼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제국주의 잔재를 얼마나 정확히 청산해내고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는지에 따라 과거사 청산이 평가되어야 한다. 일본 패망 이후 대한제국이 부활하지 않고 대한민국이 건국된 것 자체가 해방 이후 식민지 청산이 완벽하게 되었다는 객관적이고 직접적인 증거이다. 흔히 대한민국을 기회주의자와 친일파가 득세한 나라로 폄훼하면서 미완의 ‘친일 청산’을 부르짖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기회주의자의 득세와 친일파 단죄를 외치는 것이 사실은 인적청산에 국한된 것임을 지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실 인적청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물적청산이다. 미완의 친일청산을 주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일본 민간인의 재산 몰수는 모르는 체 하면서 대한민국 정부의 귀속재산 불하의 공정성만 언급한다.

미군정청은 총독부가 보유하고 있던 대규모 토지를 농민들에게 불하했을 뿐 아니라, 일본인 지주들이 보유하던 2,780㎢의 토지를 1948년 초에 농민에게 매각하여 남한 전체 농가의 약 24%에 해당되는 약 58만여 가구가 토지를 소유한 자작농이 되었다. 이러한 미군정청의 일본인 농지몰수와 농지매각은 무상몰수, 유상배분이었고, 농지매각 대금에 대한 권리는 미군정청과의 귀속재산 양여협정에 따라 신생 대한민국 정부에 이관되어 정부재원의 바탕이 되었다. 미군정청의 이러한 조치는 조선반도 수 천 년의 역사에서 처음 있었던 혁명적 조치로서 많은 농민들의 지지를 받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수립의 토대가 되었다.

미군정청은 대한민국 건국 후 모든 귀속재산을 대한민국 정부에 양여했는데, 이 양여된 재산은 정부재산의 90%가 넘었다. 이로써 일본은 패망 후 신생 대한민국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 힘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식민지 과거사 청산이 이뤄진 것이다. 한편, 대한민국은 동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20세 이상의 남녀 평등선거에 따라 구성된 의회가 제정한 헌법에 의해 건국되었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서구화된 국민주권국가를 수립한 민주주의 혁명이자 제국주의의 종언을 상징하는 세계사적인 일대 사건이다.

5. 대한민국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 체결로 식민지 청산을 마무리했다.

1948. 8. 15.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1948. 12. 12. UN 총회는 결의안 제195(Ⅲ)호로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선언했다. 일본도 1952. 4. 28. 샌프란시스코조약이 발효되어 주권을 회복했다. 샌프란시스코조약 제2조(a)는 ‘일본국은 한국의 독립을 승인하며 제주도, 거문도 및 울릉도를 포함하는 한국에 대한 모든 권리, 권원 및 청구권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모든 권리, 권원 및 청구권에는 미군정청이 몰수하여 대한민국 정부에 양여한 민간인 적산재산을 포함된 것이다.

한편 한일기본조약에는 1910년 한일합방 조약을 무효화하고, UN총회 결의 제195(Ⅲ)호에서 명시된 ‘대한민국은 한반도에 있어서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 기본조약의 부속협정으로 ‘한일문화재및문화협력에관한협정’, ‘한일어업협정’, ‘재일교포법적지위와대우에관한협정’, ‘한일재산및청구권문제해결과경제협력에관한협정(청구권협정)’이 같은 날 동시에 체결되었다. 이 협정의 체결로 해방직후 무국적자로 전락한 일본 거주 한국인들의 영주권이 보장되었으며, 부속협정에서 독도문제에 대한 언급을 의도적으로 회피함으로써 독도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실효적 지배도 일본에 의해 사실상 승인되었다. 한일기본조약은 일본의 항복선언에도 없던 한일병합조약의 무효를 선언하고, 호혜평등한 외교관계를 수립함으로써 일본이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했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일본이 국제조약으로서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하였기 때문에 향후 일본은 북한과 수교하려면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 것은 대한민국에 의한 주도적 통일을 일본이 국제조약으로서 확약했다는 큰 의미가 있다. 이외에도 한일기본조약의 부속협정인 청구권협정에는 귀속재산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다는 내용이 삽입되었는데 이로써 귀속재산을 양여받은 대한민국이 일본인 민간인에 대한 법적책임이 면책되었다.

이 한일기본조약과 부속협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새로운 국제질서에 참가하여 평화와 번영을 공동으로 누리기로 한 독립된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이다. 한일기본조약 체결 이후 대한민국은 개방경제체제를 유지하며 고도성장을 달성하였고 기아와 질병의 대물림에서 벗어났다. 이러한 점에서 야당과 대학생들의 극심한 한일회담 반대 데모를 견디며 성사시킨 1965년 한일기본조약이야말로 제국주의 잔재 청산의 완결판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 제2조(정의)는 ‘민주화운동이란 1964년 3월 24일 이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헌법이 지향하는 이념 및 가치의 실현과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ㆍ신장시킨 활동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률에서 말하는 1964년 3월 24일은 한일회담 반대 데모가 대규모로 촉발된 날이고 보면 ‘민주화운동’의 사상적 바탕은 결국 한일회담 반대의 신념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래서 법률로 개념 정의까지 마친 ‘민주화운동’이라는 것은 사실은 ‘기억을 다루는 정치’의 결과물이거나 ‘만들어진 집단기억’에 불과하다.

6. 한일기본조약을 흔드는 징용공 배상문제

2018년 대법원이 구 일본제철의 조선인 노동자가 일본기업인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위자료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이 판결에 기해 강제집행이 개시되자 한일기본조약의 효력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일본법인 소유의 국내 자산에 대한 강제집행 개시는 한일청구권협정의 효력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문제 제기이자, 국가의 ‘국제조약 준수 의무의 회피’라는 중대한 국제법적 문제를 야기했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이 흔들린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전제가 흔들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사법부의 강제집행은 청구권협정의 효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국제법상 국가 성립요건은 첫째, 국제법을 준수할 의사나 능력이 있을 것, 둘째, 상대방 국가로부터 국가로서 승인받을 것, 이 두가지다. 국가가 독립을 유지하고 국가로서 유지되려면 국제조약을 기꺼이 체결하고 이를 준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일본과 수교함으로써 상호 독립국가로 승인하고 대등한 무역관계를 통해 번영을 누려 왔다. 이 번영의 비밀은 바로 국제조약을 준수하려는 한일 양국의 노력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였고, 국내의 일본기업 자산에 대한 강제집행 문제를 수수방관하여 일본으로부터 ‘국가도 아니다’라는 비난을 받았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국제법 준수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7. 인적청산에 집착하는 21세기 대한민국

해방후 70여 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식민지 청산이 계속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 정치권력을 지향하는 자들에게 친일파 청산이 최대 관심사인 이유는 뭘까? 정치인들에게 과거청산은 본질적으로 ‘기억 만들기’ 혹은 ‘기억을 만드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과거청산은 항상 균형감각을 잃은 독선, 그리고 피아식별, 선악이라는 이분법의 잣대가 적용될 뿐이다.

‘제국주의 국가’ 대 ‘피지배 국가’ 간의 식민지배 청산문제는 미군정청의 일본 민간인 사유재산 몰수와 이를 대한민국에 양여한 사건과 한일기본조약체결(한일합방조약 무효 선언,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 국교 수립)로 마무리가 되었다. 제국주의 일본 자체의 청산은 일본의 평화헌법과 미국과의 샌프란시스코조약으로 인한 일본의 독립으로 달성되었다.

식민 지배과정을 거쳐 민족국가로 탄생한 대한민국 내부의 청산문제는 해방 직후부터 인적청산에 주안점을 두고 다뤄졌고 한동안 잊혀졌다가 1987년 이후 친일인명사전이 등장하고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의국가귀속에관한특별법’(친일재산귀속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친일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경제성장의 불평등마저 초래했다는 인식이 586세대를 주류로 하는 장년층에 팽배해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제국주의 잔재를 청산하고 건국한 대한민국은 완벽한 친일청산의 결과물임에도 불구하고, ‘미완의 친일청산’이라는 세뇌작업은 성공한 셈이다. 대한민국에서 과거사 청산이나 친일청산은 대한민국 정부수립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제기로 귀착되는 기인한 현상을 목도하게 된다. 전환기의 정의를 세운다는 명분 하에 이뤄진 과거사 청산이 전환기를 거치면서 새로 수립된 정부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마치 면역체계가 자기 신체를 공격하는 것과 같은 현상에 다름이 아니다.

미군정청에 의한 조선총독부 재산과 일본인 기업 재산에 대한 몰수와 귀속, 그 귀속재산의 대한민국 정부로 양여된 조치, 그 귀속재산의 민간불하 등에 대해서는 친일청산의 문제로 다루려는 시도나 연구는 고사하고 지식인들에게 어떤 인식조차 된 바 없었다. 일본제국주의 잔재라고 해서 일본이 남겨주고 간 모든 것을 청산해야 한다면 그것은 120년 전으로 돌아가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국주의로 치닫기 이전의 일본과 대한제국 합방의 동시대적 의미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 조선은 대한제국의 외피를 쓰고 일본국과 합방됨으로써 봉건의 잔재를 그대로 남기게 되었고, 그 상태로 해방을 맞이하게 됨으로써 대한민국은 조선시대의 봉건사회 특질을 그대로 보유한 채 건국되었다. 이승만•박정희 두 대통령은 민족주의 외피를 쓴 사회주의자에 맞서 토지개혁과 ‘개인’의 창조에 앞장서면서 조선시대의 봉건잔재들을 성공적으로 청산해 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적청산에 집착한 나머지 친일파에 대한 청산작업은 21세기에도 계속되고 있는데, 이는 근대국가의 기본인 법치주의에 반한다. 현재 벌어지는 친일파 청산은 과거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정적에 대해 친일파의 후손으로 지목하기, 친일파의 후손에 대한 재산 박탈과 사실상의 공무담임권의 제약, 과거 역사에 대한 비평, 민족주의 정서에 반하는 정치인의 언동에 대한 징치 등의 모습으로 점차 광기를 띄어 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개인소유권의 절대적 보호와 소급입법 금지 및 법적안정성이 모두 파괴됨으로써 과거로 가는 블랙홀이 활짝 열린 국가가 되고 있다.

친일청산이 조선총독부 시절을 단죄하는 것이라면, 21세기 들어서 각종 과거사 위원회가 만들어내는 집단기억들은 대한민국을 단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집단기억의 밑그림에는 대한민국은 친일파와 같은 외세에 기생하는 기회주의자가 득세한 나라이고, 그 기회주의 기득권자들이 민중을 핍박하고 있기 때문에 민중들이 각성하여 외세와 압제의 쇠사슬을 끊어내야 한다는 당위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집단기억을 만들어 내기 딱 좋은 것이 인적청산 중심의 친일청산이고, 그 대표적인 것이 친일인명사전 작업으로 표출되었다.

전환기의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것은 바로 새로 건국될 국가의 정체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제국주의 청산과 관련된 전쟁범죄에 관여한 것이 아니라면 딱히 청산할 만한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구체제의 잔재를 청산하려면 일제하에서 존속하고 있던 봉건잔재부터 청산했어야 한다.

8. 과거사 청산이라는 강박증에서 벗어나자

‘강박증’이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특정한 사고나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대한민국은 건국된 지 75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친일청산’이라는 강박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사 바로세우기’라는 명분으로 ‘과거’를 정치적으로 해석해 ‘집단기억’으로 만드는 작업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소위 ‘민주화’ 시대와 발맞추어 발족된 각종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는 각종 특별법에 암묵적으로 담겨진 정치적 목적에 충실해야 했기 때문에 ‘있었던 그대로의 과거’보다는 ‘있어야 할 당위로서의 과거’에 치중하여 활동하였다. 그래서 역사적 진실보다는 ‘희생자’와 ‘가해자’를 구분하고 찾아내는 일에 더 매진했다. 또한 각종 과거사위원회의 활동은 대부분 금전적 보상과도 관련되었다. 그러나 그런 금전적 보상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사실상 의문이다. 지난 수 십년간 지속되어온 국가적 차원의 ‘과거사 바로세우기’도 바로 ‘미완의 친일청산’이라는 관념 위에 자리 잡고 있다.

미래 세대들에게 과거의 아픔을 현재에 재현하여 정신적 외상을 가하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 과거사청산은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이 되어야지 과거의 아픔을 재현하여 그 과거의 기억을 새로운 세대에게 주입함으로써 분노와 저주의 감정을 가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 최근 민노총 거제지부는 거제도에 징용동상을 설치한다고 선포했다. 전국에 걸쳐 세워지는 반일동상들은 반일프레임으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공격하려는 과거청산의 탈을 쓴 정치극으로 국민통합과 한일 안보협력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펜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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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정대화의 더 정치

친일·분단·군사독재의 역사적 기득권 체제 정리해야
입력 :2021-01-04


[정대화의 더 정치] 대한민국 미래 희망차게 여는 방법


▲ 코로나19 감염을 막고자 동해안의 해맞이 행사를 막았지만 새해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2021년에도 정치권은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과 경제적 안전, 불평등의 해소, 전쟁 없는 평화를 원하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더 노력해야 한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어떤 정치세력도 살아남을 수 없다.
뉴스12021년 새해가 시작됐다. 새해는 새로워야 참된 새해다. 희망을 주는 새해라면 더욱 좋고 함께하는 새해라면 더할 나위 없다. 불교 반야심경에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라는 주문이 있는데 고단한 현세를 넘어 미래의 피안에 도달하고픈 구도자의 염원이 잘 담겨 있다. 미래의 피안은 어디에 있을까? 아마도 미래는 각자의 가슴에 있는 것이겠지만 과거와 분리되고 과거의 뒷받침을 받지 않는 미래는 존재하기 어렵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시간적으로 연속선상에 있고 미래는 과거의 정직한 산물이기 때문이다.

별도의 조사를 해 보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민주주의, 경제발전, 평화와 통일의 세 가지로 요약되지 않을까 싶다. 말처럼 쉽지 않은 과제다. 루소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도처에서 불평등의 쇠사슬에 묶여 있다고 말했다. 이 불평등을 제거하기 위해서 프랑스혁명이 필요했는데 프랑스만의 상황은 아닐 것이다. 루소 이후 300년을 넘겨 한반도의 남쪽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우리는 어떤 쇠사슬에 묶여 있을까? 과거의 기억 세 편을 되돌려 보자.

●아직 친일·분단·독재의 그늘 아래 있어


여러분은 친일파를 보았는가? 영화 ‘암살’이나 ‘밀정’에서 보았는지 모르겠다. 이완용이 나라 팔아먹던 광경을 보았는가? 망국의 아들딸들이 동남아로 태평양으로 끌려가 총알밥이 되고 성노예가 되는 광경을 보았는가? 그 친일파들이 해방 후 판검사, 경찰, 공무원, 재벌로 부활해 다시 떵떵거리던 목불인견을 보았는가? 해방된 나라에서 대표적 친일 경찰 노덕술이가 독립운동가들을 잡아다 능멸하는 광경을 보았는가? 우리의 일그러진 해방은 이미 끝나버린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는 현실이어서 대한민국의 하늘은 여전히 친일의 그늘 아래 있다. 불평등하지 않은가?

여러분은 분단을 보았는가? 휴전선을 보면 분단이 보일 것이다. 그러나 분단은 휴전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마음속에 굵은 철조망으로 존재한다. 해방정국에서 남북을 이간질해 적대시하면서 분단으로 몰아간 것은 친일파들 아니었던가? 분단은 한반도의 허리만 동강 낸 것이 아니라 우리들 사이까지 동강 내 버렸다. 분단에서 한국전쟁과 남북 적대가 시작됐고 그 후 우리는 75년 동안 완전하고 철저하게 분단의 노예로 살았다. 불평등하지 않은가? 한반도가 분단으로 불구인데 대한민국이 정상국가가 되겠는가?



하나 더. 여러분은 군사독재를 보았는가? 최근의 일이라 많이들 보았겠지만 실상은 잘 보이지 않는다. 탱크가 시내로 몰려오거나, 신문에 대규모 조직사건이 보도되거나,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포승줄에 굴비처럼 엮여 갈 때에야 빙산의 일각처럼 약간 보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몽둥이가 횡행하는 개망나니 체제여서 민주주의는 개뿔 언론도, 정치도, 토론도 없는 거칠고 난폭한 시절이었고 저항 아니면 죽음이나 굴종뿐이었다. 얼마나 불평등한가? 다행히 군사독재는 끝났지만 그 흔적은 아직도 선연히 남아 있다.

친일독재, 세월이 지나도 죽지 않는 내성 강한 좀비 독재와 같다. 분단독재, 눈앞에서 엄연히 작동하는 강력한 현실 독재다. 군사독재, 30년 전에 죽었지만 그 후예들이 살아남아 독기를 내뿜는 그림자 독재다. 그러니 친일독재를 옛날이야기로 포장하거나 분단을 당연한 상태라고 강변하거나 군사독재를 지난 과거로 돌리는 행위는 현실을 은폐해 미래를 향한 전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한반도와 대한민국의 미래는 친일독재, 분단독재, 군사독재를 말끔하게 정리할 때에야 비로소 열리는 문이고 그 길로 민주주의, 경제발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전개될 것이다.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온갖 억압장치들을 해체해야 한다. 특히 모든 권력기관을 무장해제하고 일체의 특권을 폐지한 연후에 권력을 온전히 통째로 국민들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국민이 권력의 주인이 되는 그런 체제이기 때문이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불평등 발전의 불가피성을 강변하는 기득권층의 주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반도에서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는 분단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과 결별해야 한다.

●역사적 기득권 체제가 특권·부패의 주범

문제는 친일과 분단과 군사독재가 하나의 체제로 결합돼 있다는 사실이다. 친일 기득권이 분단 기득권으로, 분단 기득권이 군사독재로 변모하는 역사적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이것을 역사적 기득권 체제의 형성이라고 부르자. 이 기득권 체제가 특권의 시작이고 부패의 원조이며 혼란의 주범이다. 독재와 부패와 기득권은 한 몸의 동일체이다. 이것을 해체하자는 것이 6월항쟁과 촛불혁명이었고 상당히 성공했지만 아직 완성되지는 못했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추미애와 윤석열의 대립은 개인적 감정싸움이 아니라 기득권 체제의 해체를 둘러싼 대립인데 아무래도 명예혁명 같은 것이 한 번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런데 때때로 상황은 거꾸로 가기도 한다. 기득권의 해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는 국면에서 독재니 전체주의니 히틀러니 하는 생뚱맞은 언어가 등장했다. 조폭집단에서 나쁜 놈에게 나쁜 놈이라고 말하면 매 맞고 끝나지만 전체주의에서는 그런 용어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니 모든 국민이 독재와 전체주의라는 언어를 아무런 제약 없이 공공연하게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민주주의는 충분히 입증된다. 더구나 대통령을 빗대어 전체주의자라고 비판하는 기사를 보았다. 자기가 임명한 검찰총장에게 1년 내내 치이고 야당에 하루가 멀다 하고 공격받고 법원에서 연달아 무시당하는 대통령이 전체주의자라면 그것이 과연 칭찬인가 비판인가?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고 간첩이라고 조롱해도 무관심한 나라다.

우리가 지금의 상태에 도달하는 데 75년의 세월이 걸렸다. 동학혁명과 일제하 독립운동부터 기산하면 150년이 넘는 인고의 세월이다. 정말 고난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 온 세월이다. 그 결과이겠지만 비교국가의 관점에서 2차 대전 이후의 제3세계 상황을 살펴보면 우리는 상당히 성공한 나라에 속한다.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매우 드문 경우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빛만큼이나 어둠도 짙다. 우리는 불행하게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고 유일하게 동족상잔의 3년 전쟁을 치른 나라이며 지금도 피붙이 동족과 대립하는 나라이다. 미개한 나라나 후진국도 이렇지는 않다. 바로 그 밑바탕에 친일, 분단, 군사독재가 자리잡고서 우리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니 이 역사적 기득권 체제를 정리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운명적 과제다.

●민주주의·경제발전 위한 사회적 기반 구축

그렇다고 역사적 기득권 체제와 전면전을 벌이자는 말은 아니다. 좀비 친일독재는 국민 대다수가 증오하는 독재이므로 정부가 중심을 잡고 국민들의 상식에 맡겨도 된다. 군사독재의 흔적은 국정원을 개혁한 것처럼 검찰개혁과 사법개혁 등 권력기구 개혁으로도 충분하다. 분단은 상대방이 있는 문제여서 고려할 요소가 많지만 남북한 간에 평화를 확보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평화를 기반으로 상호이익을 교환하면 길이 열린다. 평화가 최고의 가치이고, 평화가 보장돼야 교류협력과 자유왕래가 가능해진다. 그 바탕 위에서 통일까지 이어지는 원대한 구상이 열리게 된다.

이 구상에 동의한다면 다음과 같은 선택을 권하고 싶다. 첫째, 역사적 기득권 체제를 구성하는 친일, 분단, 군사독재의 요소와 그 흔적들에 자발적인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자. 둘째, 정부와 국회를 포함해서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역사적 기득권 체제의 청산에 합의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자. 셋째, 해방 100년이 되는 2045년이 평화와 통일의 원년이 되도록,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추진하는 사회적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모든 정당과 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국민정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협의하자. 가능한 것부터 해도 좋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한 진지한 토론을 기대한다.

상지대 총장
2021-01-05

식민지 근대화론은 ‘불편한 진실’ 아닌 ‘불편한 허구’다 :2019 한겨레

식민지 근대화론은 ‘불편한 진실’ 아닌 ‘불편한 허구’다 : 책&생각 : 문화 : 뉴스 : 한겨레



식민지 근대화론은 ‘불편한 진실’ 아닌 ‘불편한 허구’다

등록 2019-08-28

[특별기고] ‘반일종족주의’에 반박한다 ①식민지근대화론

일제강점기 소득불평등 심화
개발이익 일본인에게 집중돼
조선인들은 여전히 굶주렸고
해방뒤 오랫동안 가난 시달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등이 쓴 <반일 종족주의>가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 책은 10만부 가까이 팔리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일제는 조선을 수탈하지 않았다” “강제징용은 없었다” “일본군 ‘위안부’들은 성노예가 아니었다”는 등의 극단적 주장들이 유포되어, 정부 고위공무원이 “친일하는 게 애국”이라고 말할 정도에 이르렀다. 이 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식민지 근대화론, 강제동원, ‘위안부’ 문제에 관해 각 분야 전문가의 기고를 3회에 걸쳐 싣는다.





허수열 충남대 명예교수글·허수열(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2005년 4월, 일본의 극우신문이라고 일컬어지는 산케이신문의 자매지 <세이론>(正論)이라는 잡지에 한승조 전 고려대 교수(정치학)가 ‘친일행위가 바로 반민족행위인가?’라는 기고문을 실으면서 한국이 떠들썩했던 적이 있다. 당시 제정된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이런 기고문을 쓴 직접적인 계기였다. 일부 신문에서는 ‘일본의 식민 지배는 축복’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함으로써 한 교수는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그의 주장 속에는 식민지 근대화론의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그래서 이영호 인하대 교수(사학과)는 이것을 ‘식민지 근대화론의 커밍아웃’이라고 하였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잊을 만하면 한번씩 튀어나와 염장을 지르는 것 같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쓴 <반일 종족주의>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을 읽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보수 우파들 기본 생각과도 어긋나는 내용”이라고 하였고,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책을 읽는 동안 심한 두통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정도로 이 책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대다수의 한국 국민들의 보편적 상식과는 동떨어져 있다.



일본 식민지 시기 조선 소년들이 만든 가마니를 파는 시장의 모습. 당시 학교에선 가난한 학생들한테 가마니를 짜 학비를 보충하도록 하는 아동 강제노역을 시켰다. 조선총독부는 쌀 수탈을 위해 가마니 짜기를 촘촘하게 계획, 관리했다. 출처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 <사진으로 보는 서울 2>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은 당당하다. 비록 그것이 ‘불편한 진실’이겠지만 ‘객관적 사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학자적 양심에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승조 교수는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학자 중 한 사람이었고,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들도 높은 학문적 수준을 가진 학자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논거를 가지고 주장하지, 감상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는 용어는 국사학계에서 들씌운 프레임 같은 것이라고 하여, 정작 식민지 근대화론자 본인들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용어를 사용하기가 조심스럽지만, 본인들이 자기들의 학문사조에 대해 달리 뭐라고 규정하지 않아 편의상 그 용어를 그냥 쓰도록 하겠다.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는 것은 어떤 한 사람의 견해가 아니라, 다양한 연구자들의 집합된 생각이다. 연구자들의 전공도 경제학뿐만 아니라 역사학, 정치학, 사회학 등 아주 다양하고, 연구 대상 시기도 조선 후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래서 공통분모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고, 자칫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는 있지만, 시기별로 식민지 근대화론의 핵심적인 주장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조선 후기 사회가 생산력의 붕괴와 더불어 자멸할 수밖에 없는 위기에 놓여 있었다.

②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으로부터 근대적인 여러 제도가 도입되고 선진적인 자본이 대거 투입됨으로써 조선이 빠른 속도로 개발되었으며, 그 결과 조선인들의 생활수준도 향상되었다.

③ 이러한 식민지적 개발의 경험과 유산이 해방 후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의 역사적 배경이 되었다.

철도·도로 확충에 경지·생산성 확대

식민지 근대화 근거 제시하지만

소득분배 독점·불평등 확대 재생산

일제강점기의 자료들을 들여다보면 그 당시 식민지 조선에서 괄목할 만한 개발이 이루어진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근대적인 일본의 법이 조선에 적용됐다. 시장제도가 발전했다. 철도·도로·통신·항만 등의 사회기반시설이 확충됐다. 선진적 기술을 가진 일본의 자본이 대거 투입되어 공장과 광산이 건설됐다. 하천이 개수됐다. 농지개량과 농업개량에 의해 경지면적이 확대됐고 농업생산성도 올라갔다. 도시계획과 상하수도 시설이 보급됐다. 이런 증거들은 이밖에도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차고 넘친다.

불편한 진실은 여기에서 생겨난다. ‘이런 근대적인 여러 변화가 식민지 조선을 개발시켰을 것이고, 그 개발 덕분에 조선인들도 좀 더 잘살게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십상이다. ‘일본인들이 개발의 이익의 많은 부분을 가져갔다고 하더라도 조선인에게도 떡고물이 좀 떨어졌을 것이고 그래서 조선인들도 조금은 더 잘살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이 개발되었다는 것으로부터 그것이 조선인에게도 이득이 되었을 것이라는 논리 전개 속에는 논리의 비약이라는 함정이 있다. 조선이라는 지역의 개발과 조선인의 개발을 구별하지 못하는 비약이다. 일본인들은 맹렬한 속도로 조선의 토지를 장악해 갔고, 광공업 자산은 90% 이상이 일본인들 소유였다. 소수의 일본인들이 토지나 자본과 같은 생산수단을 집중적으로 소유했기 때문에, 소득분배가 민족별로 불평등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불평등한 소득분배 구조는 일본인들한테 더 많은 생산수단을 소유할 수 있게 하고, 그것이 소득불평등을 확대시켰다. 이러한 민족별 불평등의 확대재생산 과정이 식민지시대 조선에서 벌어지고 있던 개발의 본모습이었다.

불평등한 개발은 민족 차별을 확대시켰다. 조선의 개발은 일본의, 일본인들에 의한, 일본인들을 위한 개발이었기 때문에 원래 이 땅의 주인이었던 조선인들은 그러한 개발의 국외자에 불과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점점 더 민족별 생산수단의 불평등이 확대되고 경제적 불평등이 확대되는 이른바 ‘식민지적 경제구조’에 갇히게 되었다. 따라서 식민지 체제가 청산되지 않는 한, 조선인들은 식민지적 경제구조로부터 벗어날 수 없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해방이 바로 이 식민지적 경제구조에서 탈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바로 그런 점에서 민족독립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고도 소중했다. 필자가 이전에 썼던 책에 <개발 없는 개발>이라는 일견 형용모순된 제목을 붙인 까닭도 거기에 있었다.

필자의 말이 반일종족주의의 도그마를 벗어나지 못한 극단적 주장으로 들리는가? 필자는 오랫동안 식민지 근대화론이 장기로 삼는 바로 그 실증이라는 것으로써 식민지 근대화론을 비판하는 논쟁을 무수히 벌여 왔다. 지면의 제약 때문에 여기서 그 많은 실증을 구체적으로 다룰 수는 없다. 많은 실증적 논쟁 중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지표를 들어 식민지 근대화론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해 보기로 한다.

‘강점기 조선일들 키 커졌다’ 는 주장

지난 100여 년 식품수급표 통계엔

1918~1945년 영양 공급량 감소세

소득 증가했다는 명제 성립 안돼

식민지 근대화론에서는 ‘일제강점기 동안 조선에서 이루어진 개발의 결과, 조선인의 삶의 질도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인들의 키가 커졌다’는 주장도 여기에서 파생된 것이다. 식민지 근대화론의 가장 핵심적인 주장의 하나이다. <반일 종족주의>의 필자 가운데 한 명인 주익종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의 연구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동안 조선인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0% 이상 증가했고, 1인당 소비도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동안 조선인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었다는 주장인데, 이는 낙성대경제연구소에서 펴낸 <한국의 경제성장 1910~1945>라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과연 이런 주장이 타당할까?

육소영 충남대 박사는 1910~2013년의 식품수급표를 이용하여 조선(한국)의 1인 1일당 영양 공급량의 변화를 분석하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식품수급표를 1962년 이래 현재까지 매년 공표한다. 육 박사는 식품수급표가 존재하지 않는 1910~1962년에 대한 식품수급표를 추가하여 그 시계열을 1910년까지 끌어올렸다. 이 식품수급표로부터 1인 1일당 에너지, 단백질, 지방질, 무기질(Ca, Fe), 비타민(A, B1, B2, Niacin, C) 등의 영양 공급량을 알 수 있다. 에너지, 단백질, 지방질 등의 주요 영양 공급량을 중심으로 그 분석 결과를 정리해 보면 다음 그래프와 같다.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1918년까지는 영양 공급량이 증가하다가, 그 후 1945년까지는 감소 경향을 보이며, 해방 뒤 반전하여 뚜렷한 증가 경향을 보이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에너지 공급량과 단백질 공급량이 거의 정체해 있는 것은, 이 시기가 되면 다이어트가 주요 관심사로 될 정도로 영양 공급이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일제강점기의 조선인들의 소득은 매우 낮은 상태였다. 이 기간에 조선인들의 소득이 증가했다고 가정해 보자. 낮은 소득 때문에 먹을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하던 시기, 즉 항상 배가 고프던 그런 시기에는 소득이 증가하면 당연히 무엇보다 먼저 먹을 것을 찾을 것이고, 음식물 소비량이 늘어날 것이다. 영양 공급량이 증가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래프를 보면 일제강점기 동안 영양 공급량은 감소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선인들의 소득이 증가했다는 명제는 성립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키는 길게는 스무살까지 커지다가 그 이후에는 성장을 멈춘다. 키와 성장기의 영양 공급량 사이에는 강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성장기에 잘 먹으면 그러지 못한 경우에 비해 평균 키가 더 커진다. 일제강점기에 영양 공급량이 감소했다는 것은 평균 키가 커졌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모든 연구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유의해야 할 점은 1918년까지의 증가 경향이다. 필자는 이 증가가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로 된 직후의 초기 통계가 갖는 문제점 때문이며 현실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동시에 이 기간의 경제성장을 둘러싸고 식민지 근대화론과 이미 수많은 논쟁을 벌여왔다. 결론적으로 말해 1910~1918년 동안에도 영양 공급량은 감소하거나 정체했다고 보아야 옳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필자의 주장을 못 믿겠다면, 쟁점이 되는 기간을 논외로 하거나,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보더라도 결론은 큰 차이가 없다.

어떤 한 나라의 생활조건을 물질적인 소비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예컨대 부탄과 같은 나라는 소득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지만 행복지수는 매우 높다고 한다. 그러나 가난하여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행복을 운운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일제강점기에 조선인들의 삶의 질이 좋아졌다든가, 생활수준이 향상되었다는 등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해방 후 한국은 소득수준이 매우 낮은 나라의 하나였다. 해방 후 오랫동안 보릿고개라는 말이 없어지지 않았을 정도로 늘 굶주림에 시달리던 나라이기도 하였다. 아득한 옛날의 이야기 같지만 필자가 살면서 경험하였던 일이었다. 일제강점기에 그렇게 많은 개발이 이루어졌다면, 해방 후 한국이 그렇게 가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경험들은 위의 그래프와도 정합적이다. 이것이 팩트 아닌가? 식민지 근대화론의 ‘불편한 진실’은 ‘불편한 허구’에 불과하다.

연재‘반일 종족주의’ 반박 기고

민족문제연구소 - “친일잔재가 부정부패 키웠다” - 경향신문 2006

“친일잔재가 부정부패 키웠다” - 경향신문



“친일잔재가 부정부패 키웠다”
2006.02.27 18:03




과거사 청산을 목표로 탄생한 민족문제연구소(이하 민문연)가 27일로 15돌을 맞았다. 15년 전 민문연이 태어난 2월27일은 조선이 일제와 불평등 강화도조약을 체결한 지 115년째 되던 해였다.


2003년 연구소 소장직을 3번째로 물려받은 임헌영 소장(64). 그는 “민문연이 15년간 건사할 수 있었던 것은 어려운 살림과 핍박 속에서도 꿋꿋하게 바른 역사인식을 지켜온 일꾼들과 이들을 지지해 준 국민들의 성원 덕분”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부정부패 낳은 연결고리-


1991년만 해도 ‘친일 잔재 청산’은 금기의 영역이었다. 그런 가운데 민문연은 시민운동, 학문, 국민여론이 삼위일체를 이뤄 탄생했다. 임소장은 “민문연이 과거사 청산이라는 큰 물결의 첫 물꼬를 텄다”고 발족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과거사의 뿌리는 식민지 시대의 잔재이고 그 잔재는 부정부패와 독재라는 속편을 낳았다”며 “그러니 일제 잔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자 미래”라고 민문연의 존속가치를 강조했다.


그렇다면 친일파 잔재 청산, 과연 끝을 볼 수 있을까. 임소장은 우리 국민의 역사의식을 믿는다. 민문연은 식민지 잔재의 청산이 이뤄지면 부당한 권력의 폐해를 알리고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 교육을 위한 영구적인 상설 전시관 및 자료관도 세울 계획이다. 더불어 “과거사 잔재가 이 땅에서 똑같은 비극을 잉태하지 않도록 계몽운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제의 녹을 먹고 뿌리를 내린 기득권 세력만이 장애는 아니었다”며 “재정의 열악함, 적은 연구진은 물론 자료와 증언, 증인을 찾기도 힘들었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시작한 역사적인 투쟁은 이제 많은 다윗들의 출현으로 힘을 얻고 있다. 한나라당이 2001년 친일인명사전 편찬사업 예산을 전액삭감하자 다윗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네티즌들의 성원으로 단 11일 만에 7억원을 모았고 이후 국민성금으로 전환돼 지금까지도 후원금이 이어지고 있다”며 “박정희기념관 건립과 친일파 기념사업을 저지했고 일제하 강제동원 진상규명, 한·일협정 개정, 한·일 교과서 바로잡기에 나섰다”며 그간의 성과를 열거했다.


민문연은 2008년 친일인명사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임소장은 “이 사전의 출간이 민문연 사업 중 가장 의미있는 작업”이라며 “지난해 말 1차 친일인사 명단(3,090명·국내인사)에 이어 올 연말에는 지방과 해외편 친일인사 명단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산땐 모든것 바로서”-


임소장은 지난 25일 민문연 15돌 창립 기념식에서 ‘2010년 경술국치 100년 민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일제에 의해 학살·투옥·사상당한 인적 피해, 수탈 및 헌납당한 재산, 식민지 악법의 실체, 미해결된 전후 보상문제 등을 실증적으로 조사 정리한 방대한 보고서를 만들 계획이다. 남북의 공동조사도 고려중이다.


그는 과거사 정리는 ‘국가적 낭비’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인 흑백논리는 일제 잔재와 그것이 낳은 독재와 편견에서 비롯됐다”며 “얼룩진 과거를 청산하고 바로 잡으면 모든 것이 바로 설 것임을 확신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김봉우 초대 소장을 비롯해 발기인 3명으로 출발한 연구소는 현재 상근자만 34명, 매달 1만원씩 후원하는 회원수만 5,000여명에 달한다.


〈글 심희정·사진 남호진기자〉

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 - 신광영 저| 2013

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 - 예스24




소득공제

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신광영 저 | 후마니타스 | 2013년 
정가 15,000원


책소개

이 책은 혼란스러운 세계화 시대 한국의 불평등을 다룬다. 특히 경제적 불평등인 임금 불평등과 소득 불평등을 중심으로 한국의 불평등을 해부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불평등 현상은 매우 뚜렷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불평등을 만들어 내는 원인과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에서는 주로 개인소득과 가구소득의 불평등 구조를 밝히고, 불평등 구조가 시간적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분석한다.

무엇보다도 불평등의 구조를 제대로 밝히는 것이 불평등 심화를 막을 수 있는 적절한 수간을 마련하는 데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다루어진 불평등 분석은 학술적인 차원에서 불평등 현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불평등을 약화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모색하는 이들에게도 정책적 함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서문

제1부__불평등과 사회 양극화
1장 불평등과 불평등 연구
1. 들어가는 말
2. 불평등에 관한 접근
3. 융합적인 연구의 필요성
4. 이 책의 구성

2장 현대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 변화: 한국의 민주화, 세계화와 불평등
1. 문제 제기
2.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불평등
3.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경제적 불평등
4. 사회 변화, 새로운 위험과 불평등
5. 맺음말

3장 한국 사회의 양극화와 노동계급의 현재
1. 머리말
2. 한국 사회의 양극화
3. 노동운동의 현재
4. 맺음말

제2부__불평등과 격차
4장 산업 간 임금 불평등과 임금 불평등 분해
1. 문제 제기
2. 기존 연구
3. 자료 및 연구 방법
4. 분석 결과
5. 맺음말

5장 세대, 계급과 불평등
1. 문제 제기
2. 경제 위기, 노동시장의 변화와 세대
3. 자료 및 분석
4. 맺음말

6장 성별 임금격차 구조: 차이와 차별
1. 문제 제기
2. 성별 임금격차에 관한 기존 연구
3. 자료 및 분석 방법
4. 분석 결과
5. 맺음말

7장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1. 문제 제기
2. 일, 가족, 불평등: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이 가족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3. 경제 위기 이후 유배우자 기혼 가구의 경제활동 변화
4. 가구소득 불평등의 소득 원천별 분해
5. 맺음말

8장 소득 불평등 연구의 함의
1. 인식론적 토대
2. 한국의 소득 불평등 구조
3. 정책적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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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신광영
관심작가 알림신청 작가 파일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한국 사회 불평등, 노동과 복지를 비교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비판사회학회 회장, 한국사회학회 회장, 스칸디니비아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계급과 노동운동의 사회학>, <동아시아의 산업화와 민주화>, <한국의 계급과 불평등>, <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 <스웨덴 사회민주주의: 노동, 복지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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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한국사회의 불평등과 공정성 석현호 1997

알라딘: 한국사회의 불평등과 공정성

한국사회의 불평등과 공정성 
한국사회과학연구협의회총서 4
석현호 (엮은이)   나남출판   1997-08-20
정가 12,000원

목차
1. 불평등과 공정성-이론들의 연계
2. 1995년 불평등 조사의 설계와 자료수집
3. 직업구조와 분배의 불평등
4. 소득분배 추이와 그 결정요인
5. 평등 및 공정성의 현실과 이상
6. 정치체제의 정당성과 공정성
7. 기업에서의 분배공정성과 절차공정성
8. 정부정책, 가족생활, 그리고 직장에서의 공정성
9. 부록/형평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

접기
저자 소개
엮은이: 석현호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사회학>,<해외 한국기업과 현지인 노동자>,<2004 한국종합사회조사> … 총 13종 (모두보기)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래 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해 왔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서베이리서치센터 소장직을 맡고 있다.

알라딘: 현대 한국사회 성격논쟁 식민지 계급 인격윤리 2001

알라딘: 현대 한국사회 성격논쟁 식민지 계급 인격윤리

현대 한국사회 성격논쟁 식민지 계급 인격윤리 
석현호,유석춘 (지은이)전통과현대2001-12-11
==

208쪽


목차
1부: 식미지

1장 식민지의 사회운동과 역사변동
2장 식민지 역사사회학의 시공간성에 대하여
3장 근현대 한국사회의 농촌적 기원: 새뢰운 발상, 오래된 전통

2부: 계급

4장 한국의 산업화와 계급연구에 대한 자전적 성찰
5장 한국의 사회변화: 산업화와 민주화
6장 구해근 사회학의 가증성과 한계

3부: 인격윤리

7장 인격윤리와 한국사회
8장 의리인가 계약인가
9장 한국의 사회자본: 연고집단

저자 및 역자소개
석현호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래 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해 왔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서베이리서치센터 소장직을 맡고 있다.
최근작 : <사회학>,<해외 한국기업과 현지인 노동자>,<2004 한국종합사회조사> … 총 13종 (모두보기)
유석춘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사회학회 총무 및 편집위원, '연세춘추' 주간, 한국동남아학회 총무를 역임했으며, 영국 옥스퍼드 대학, 일본 동지사 대학 등에서 교환교수로 있었다. 2007년 현재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이다. 지은책으로 <막스베버와 동양사회>, <발전과 저발전의 비교사회학>, <동남아시아의 사회계층> 등이 있다.
최근작 : <참여연대 보고서>,<필리핀>,<사회자본 이론과 쟁점> … 총 9종 (모두보기)
북플 bookple

알라딘: 쌀, 재난, 국가 이철승 2021

알라딘: [전자책] 쌀, 재난, 국가


[eBook] 쌀, 재난, 국가 
이철승 (지은이)문학과지성사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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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선택
"<불평등의 세대> 이철승, 불평등의 기원 추적"
불평등에 대한 수치, 르포, 고발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철승 교수는 이번 책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적 불평등을 분석한다. 그가 주요 분석틀로 택한 것은 '쌀'이다. 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연결이지만 그가 차근차근 이어내는 관계를 읽을수록 점점 몰입하게 된다.

그는 한국적 불평등의 구조와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벼농사 체제로부터 빚어진 것으로 파악한다. 이 긴 거리 사이에 그는 밀 농사와 벼농사의 근본적인 차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벼농사 체제에서의 인간관계, 재난을 대비하는 국가의 형태 등에 대한 설명을 채워 넣는다. 탄탄한 논리의 받침 위에서 그는 현재의 세상에 과거의 룰이 더 이상 맞지 않는다고 말하며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까지 나아간다.

전작 <불평등의 세대>로 불평등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 이철승 교수는 이번 책으로 더 넓고 입체적인 해석을 이어간다. 3부작 '불평등' 시리즈의 마지막, 다음 책도 기대된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2021.02.02)


출판사 제공 북트레일러





기본정보
파일 형식 : ePub(28.38 MB)
TTS 여부 : 지원

종이책 페이지수 : 384쪽, 약 21.4만자, 약 5.3만 단어
가능 기기 : 크레마 그랑데, 크레마 사운드, 크레마 카르타, PC,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폰/탭, 크레마 샤인
ISBN : 9788932038575

주제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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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빈곤/불평등문제
eBook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한국사회비평/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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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19년 한국 사회에 세대론과 불평등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으며 언론과 학계, 정계, 일반 대중에게까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불평등의 세대』의 저자 이철승의 신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쌀, 재난, 국가―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가 그것.

저자 이철승은 전작 『불평등의 세대』에서 ‘세대’라는 키워드를 통해 한국 사회의 위계 구조가 어떻게 세대와 맞물리며 불평등을 야기해왔는지를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펼쳐 보였다. 그의 전작이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여전히 위계와 불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가”에 대한 동시대적인 분석이라면, 이 책은 제목이 나타내듯 ‘쌀’ ‘재난’ ‘국가’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러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와 경쟁/비교의 문화는 어디서 왔고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역사적 분석을 시도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드리운 불평등의 ‘깊은 구조’를 이해하려면, 동아시아 사회와 국가가 반복되는 재난에 맞서 싸우며 먹거리(쌀)를 생산하고 유지하기 위해 만든 사회제도와 습속―협업과 위계, 경쟁―을 먼저 규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 것이다.


목차


들어가며

프롤로그
이 책의 퍼즐들 | 이 책의 주요 주장들 | 벼농사 체제의 일곱 가지 유산

1장 동아시아 국가의 기원―벼농사 체제의 출현과 재난의 정치
우리는 누구인가―쌀 이론의 수립
쌀에 갇힌 동아시아, 벼농사에 집착한 한국인
쌀과 밀의 대비
한반도 정주민의 쌀 사랑
쌀밥과 빵의 정치경제학
고대국가의 재난 정치
홍수, 물벼락의 정치
가뭄, 물 확보의 정치
고대 및 전근대 국가 최악의 재난―가뭄
조선왕조의 가뭄 대비책
복합재난―정치 변동의 촉매제
나가며―쌀, 재난, 동아시아의 국가

2장 벼농사 생산체제와 협업-관계 자본의 탄생
벼농사와 평등한 협업 시스템의 출현
벼농사의 공동노동 시스템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벼농사 문화의 지속
벼농사 마을의 비교, 질시, 행복
협업과 불신이 공존하는 벼농사 마을의 신뢰 구조
표준화와 평준화―벼농사 마을의 보이지 않는 손
벼농사 체제의 현대로의 이식―연공에 따른 숙련 상승 가설과 표준화 가설
동아시아 마을, 협업의 장인들
나가며―오리엔탈리즘을 넘어

3장 코로나 팬데믹과 벼농사 체제
동아시아인들의 문화적 디엔에이―사회적 조율 시스템
동아시아 농촌의 성공 함수―협업-관계 자본
코로나 팬데믹의 국가별 양상
벼농사 체제와 코로나 팬데믹
밀농사의 개인주의와 벼농사의 집단주의
나가며―팬데믹과 불평등의 확대

4장 벼농사 체제와 불평등의 정치심리학―왜 한국인들은 불평등에 민감한가
벼농사 사회와 밀농사 사회의 불평등 구조
쌀 경작 사회의 불평등 기제―국가로의 접속
벼농사 체제와 과거제도는 어떻게 얽혔나
벼슬과 벼농사의 상호작용
평등화와 차별화를 향한 욕망의 공존
한반도 남단 정주민의 심리 구조―평등화와 차별화의 공존
밀 문화권과 쌀 문화권의 불평등 치유 노력
불평등 치유 노력의 역사적 기원
벼농사 체제의 유산―복지국가의 저발전
현대 한국인의 복지 태도―부동산과 복지국가
나가며―국가를 통한 불평등의 생산

5장 연공제와 공정성의 위기
청년 실업과 노동시장 이중화의 원인은 무엇인가
제도(연공)-주체(세대)-구조(인구)의 착종
연공 문화의 제도화―연공제
세대 네트워크와 한국형 패턴 교섭
인구구조의 변동에 따른 기업의 인구 구성 변화
연공-세대-인구 착종과 기업의 비용 위기
연공-세대-인구 착종과 청년 고용 위기 연공제와 노동운동
연공제와 여성
나가며―불평등, 현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6장 벼농사 체제의 극복
재난 대비 구휼국가에서 보편적 사회안전망 국가로
표준화를 위한 조율에서 다양성의 조율로
벼농사 체제와 청년 세대의 충돌
동료로서의 여성
직무평가 시스템의 도입―시험에서 숙련으로
연공급 대 직무급―어느 불평등을 택할 것인가
한국형 위계 구조의 개혁―연공제를 넘어서

나가며
참고문헌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동아시아인의, 한국인의 연결망은 효율적이다. 동아시아의 빠른 발전의 결과가 그 효율성을 실증한다.



P. 23 한국인에게 이 위계란 일상 자체다. 한국인만큼 협업을 잘하는 종족도 드물지만, 한국인만큼 위계를 따지는 종족도 드물다. 그 위계의 구조는 엄격할뿐더러 세밀하고 촘촘하다. 인간관계마다,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이 위계의 구조는 깊이 드리워져 있고, 우리의 아이들은 이 위계에 적응하고 순응하는 법부터 배운다. 〔……〕 우리는 왜 이 위계 구조를 그토록 오래 강고히 지속시켜왔고, 얼마나 더 오래 이 위계 구조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가? 우리는 왜 그토록 ‘평등과 정의와 형평’을 갈망하면서, 동시에 위계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가? 왜 평등과 정의를 외치는 사람이 뒤로는 학벌과 직업, 연공서열 위계에 집착하는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책이 모든 질문에 다 답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건드릴 것이다, 때로는 다소 도발적으로. (「프롤로그」) 접기
P. 35 이 연공 문화는 동아시아 기업 조직의 뼈대―연공제―로 재탄생한다. 동아시아 기업들은 입직에서부터 퇴직에 이르는 개인의 생애를, 동일한 임금 상승 테이블을 공유하는 세대들로 쪼개어 위계 구조를 만드는 동시에 세대 단위 협업 시스템을 창출했다. 동아시아 마을 공동체의 수직-수평 기술 튜닝 시스템은 동아시아 기업 조직에서 연공제를 매개로 재탄생하게 된다. ‘가족 같은 기업’ 안에서 부장님은 부모의 역할을, 선배는 이웃 어른들과 같은 역할을 했다. 입사 동기는 동년배 사촌들 및 동네 친구들과 다름없었다. 그들은 동아시아 마을 기업처럼 긴밀하게 엮인 공식?비공식 네트워크 안에서 협력과 경쟁의 쳇바퀴를 탔으며, 동아시아 마을 공동체의 협력 기제인 ‘표준화’를 생산공정과 관료제에 도입하여 ‘기민’하고 ‘긴밀’하게 작동하는 동아시아 기업 조직을 만들어냈다. (「프롤로그」) 접기
P. 68~9* 벼(과 식물들), 기후와 지형이라는 주어진 환경, 벼농사 경작의 주체와 제도라는 세 가지 요소는 이렇게 (진화적) 상호작용을 거치며 동아시아의 초기 농경국가 체제를 주조했다. ‘왜 하필이면 동아시아인들은 쌀을 먹게 되었는가’라는 질문과 ‘도대체 왜 동아시아의 국가는 다른 지역에서 발견할 수 없는 강력한 관료제(서비스)를 그토록 일찍부터 만들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질문은 사실상 같은 ‘연쇄 고리’의 답을 가진, 같은 질문인 것이다. 벼와 동아시아인 그리고 그들의 강한 국가는, 다윈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진화’한 것이다. 쌀밥과 강하고 효율적인 국가는 서로 다른 두 차원의 것이지만 상호 친화적이다. 단순화해 이야기하면 우리는 쌀밥을 먹으며 더 크고 강한 국가를 건설했고, 그러한 국가를 만들었기에 쌀밥을 계속 먹을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다소 어색하더라도 동아시아 국가는 쌀 국가rice state라고 불릴 만하다. (「1장 동아시아 국가의 기원」) 접기
P. 149~150 동아시아 기업의 연공제는, 두 가지 가정을 농촌 공동체로부터 이식했다. 〔……〕 이 두 가정은 현장에서 실제로 실현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개인에 대한 직무평가를 건너뛰는 것을 가능케 했다. 개인 간의 숙련도가 평준화될 것이라는 가정과 개인들의 숙련도가 동일한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가정이 결합하면, 같은 연차의 인력에게 동일한 보상을 주는 것이 가능해진다(정당화된다). 함께 일하며 조직의 목표를 함께 이루었으니 연차 그룹에 따라 보상을―불평등하게―나눈 후, 같은 연차 내에서는―평등하게―n분의 1 하는 것이다(고로 밥과 술은 연차 높은 사람이 산다). 따라서 연공제는 연차를 공유하는 노동자들 간에 연대 의식을 고양시켰고, 생산성이 집합적으로 향상되는 데 디딤돌이 되었다. ‘왜 같이 일 해놓고 나이 많다고 더 가져가’라는 불만은, ‘너도 기다리면 나처럼 보상받아’라는 미래에 대한 약속으로 덮였다. 이렇게 ‘지연된 보상’은 나이 많은 ‘충분히 기다린 세대’로부터 ‘아직 기다릴 날이 20년, 30년 남은 세대’에게 강제되었다. 연공제는 어찌 보면 기다리고자 하는 자, 혹은 기다릴 수 있는 자들(정규직)끼리의 ‘공모’다. (「2장 벼농사 체제의 협업-관계 자본의 탄생」) 접기
P. 173~174 결국 동아시아인들이 발전시킨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축은 서로 간섭하고 싫은 소리를 해야 서로가 사는, 협업과 조율 시스템이다. 우리는, 동아시아인은 오랜 세월 동안 이 협업 시스템을 발전시켜왔고, 근대화 과정에서 이 시스템을 공장으로, 사무실로 이식시켰다. 부장님이 사사건건 일과 삶에 간섭하는 것에 숨이 막히는가. 집 안에서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간섭 권력’이 작동하는 곳이 동아시아 사회다. 추석에 집안 어른들로부터 듣는 싫은 소리에 넌덜머리가 나는가. 추석이란 무엇이냐고? 바로 씨족사회의 간섭 권력의 위계가 당신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집안 전체에 드러내고 평가하는 자리다. 동아시아는 개인주의자가 남 신경 안 쓰고 하고 싶은 일 하며 자유롭게 살기에 이상적인 곳이 아니다. 서로가 촘촘하게 엮여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지켜보고 감시하며 베끼고 잔소리하고 보폭을 맞춰가면서 서로 엇비슷해져가는 사회인 것이다. (「3장 코로나 팬데믹과 벼농사 체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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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이철승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복지국가, 노동시장 및 자산 불평등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복지국가와 불평등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2005). 유타 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 시카고 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를 거쳐 시카고 대학교 종신교수로 2017년까지 근무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부편집장으로 일했다. 2011년과 2012년 전미사회학협회 불평등과 사회이동, 정치사회학, 발전사회학, 노동사회학 분야에서 최우수 및 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Social Forces, Sociological Theory, World Politics, Comparative political Studies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고, 『한국사회학』 『경제와사회』 『동향과전망』 『한국정치학회보』 『비판사회정책』 등에 「세대 간 자산 이전과 세대 내 불평등의 증대」 「한국 복지국가의 사회경제적 기초」 「한국 노동운동과 복지국가의 미래 전략」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2019년 번역?출간된 When Solidarity Work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6(『노동-시민 연대는 언제 작동하는가』, 박광호 옮김, 후마니타스)으로 한국정치학회 학술상(저술 부문)을 수상했고, 같은 해 『한국사회학』에 발표한 「세대, 계급, 위계―386세대의 집권과 불평등의 확대」로 2020년 한국사회학회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접기

최근작 : <[큰글자도서] 쌀 재난 국가>,<쌀 재난 국가>,<불평등의 세대> … 총 8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학벌주의,
연공서열과 여성 배제의 구조, 부동산 문제까지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이해하는 세 가지 키워드
쌀 / 재난 / 국가

2019년 한국 사회에 세대론과 불평등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으며 언론과 학계, 정계, 일반 대중에게까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불평등의 세대』의 저자 이철승의 신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쌀, 재난, 국가―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가 그것.
저자 이철승은 전작 『불평등의 세대』에서 ‘세대’라는 키워드를 통해 한국 사회의 위계 구조가 어떻게 세대와 맞물리며 불평등을 야기해왔는지를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펼쳐 보였다. 그의 전작이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여전히 위계와 불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가”에 대한 동시대적인 분석이라면, 이 책은 제목이 나타내듯 ‘쌀’ ‘재난’ ‘국가’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러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와 경쟁/비교의 문화는 어디서 왔고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역사적 분석을 시도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드리운 불평등의 ‘깊은 구조’를 이해하려면, 동아시아 사회와 국가가 반복되는 재난에 맞서 싸우며 먹거리(쌀)를 생산하고 유지하기 위해 만든 사회제도와 습속―협업과 위계, 경쟁―을 먼저 규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불평등 구조의 진화 과정을 한반도에서 고대국가가 형성되는 시기부터 현재의 코로나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훑어 내려오며 ‘벼농사 체제’라는, 동아시아 쌀 경작 문화권에서 발전한 제도들이 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제도들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위계와 불평등 구조를 어떻게 형성했는지를 수많은 자료 수집과 데이터 분석에 근거하여 흥미진진하게 써내려간다. 무엇보다 저자는 특유의 통찰과 독창적인 분석 틀로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학벌주의, 연공서열과 여성 배제의 구조, 부동산 문제 등 현대 한국 사회에 심각한 분열과 구조적 위기를 일으키는 많은 문제들이 벼농사 체제의 유산들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음을 밝혀내며 독자들에게 특별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현대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제도에 걸맞은 새로운 제도를 통해 오래된 구조가 재구조화하도록 유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책은, 따라서 벼농사 체제의 구조 개혁 플랜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고대국가가 형성되는 시기부터
코로나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한국 사회는 불평등해졌는가

『쌀, 재난, 국가』는 저자 이철승의 학문적 기획인 ‘불평등 프로젝트’의 두번째 책으로, ‘쌀’ ‘재난’ ‘국가’가 서로 조응하며 만들어낸 벼농사 체제의 유산들이 어떤 제도들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삶에서 발현되고 또 우리 자신을 규정하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하는 책이다. 그렇다면 수백, 수천 년을 지속해오며 한국인들의 삶의 양태를 결정짓고 현대자본주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그 체제의 유산을 드리워온 어떤 제도와 문화가 오늘날 우리 삶을 규정하는가?
저자 이철승은 이 책에서 이러한 벼농사 체제의 긍정적・부정적 유산들을 일곱 가지로 정리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재난 대비 구휼국가의 발전,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시스템인 공동노동 조직, 그리고 표준화와 평준화의 기술 튜닝 시스템이 벼농사 체제의 긍정적 유산들이라면, 나이에 따른 연공서열 문화와 그것이 기업 조직에서 발현된 연공급 위주의 노동시장, 여성 배제의 사회구조, 시험(과거제)을 통한 선발 및 신분 유지와 숙련의 무시, 마지막으로 땅과 자산에 대한 집착 및 씨족 계보로의 상속이 이루어지는 사적 복지체제의 구조가 벼농사 체제의 부정적 유산들이다.
‘쌀’ ‘재난’ ‘국가’의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진 벼농사 체제의 유산들은 산업자본주의 사회에 이르러서도 공장과 회사로 이식되어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룩하며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세계적 성공을 이끄는가 하면, 코로나 사태에 각 문명권이 어떻게 맞서고 있는지를 데이터로 분석해 보여주는 책의 3장에서 확인하듯 재난에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사회적 조율 시스템을 작동하며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을 글로벌 모범국가로 등극시켰다. 코로나 팬데믹에 효율적으로, 기민하게 대처하는 국가는, 동아시아인들의 오래된 미래인 것이다. 이러한 벼농사 체제의 유산들은 수백, 수천 년 동안 진화하여 오늘날 현대자본주의하의 ‘동아시아적’ 혹은 ‘한국적’ 제도로서 그 명맥을 유지 혹은 강화하고 있지만, 벼농사 체제의 강고한 지속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들은 위기에 처해 있고 또 어떤 것들은 이미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 유산들 가운데 어떤 것들을 약화시키고 또 어떤 것들을 강화시켜야 할까?


“나이 많은 자가 세상을 리드하고 지배하는 룰이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은 세상이 도래했다“
청년 세대를 위한 벼농사 체제의 구조 개혁 플랜

이 책은 ‘쌀’ ‘재난’ ‘국가’의 상호작용을 통해 한반도의 고대국가에서부터 현대 지구촌 사회의 코로나 팬데믹과 복지국가의 역할까지, 오늘날 한국 사회에 드리운 벼농사 체제의 현존을 분석해 보여준다. 동아시아인들이, 한반도 정주민들이 삶의 준거로 삼는 여러 가지 원리가 있지만, 그중 가장 특이한 점을 꼽으라면 그것은 바로 ‘연공 문화’다. 경험 많고 나이 든 농부에게 중요한 의사 결정을 맡기는 벼농사 체제의 위계 구조가 현대 기업 조직의 연공 문화와 임금제도로 정착한 것이다.
저자 이철승은 전작 『불평등의 세대』에 이어 이 책에서도 연공서열의 위계에 대한 비판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연공제가 ‘세대 네트워크’와 ‘인구구조’와 착종・조응하여 오늘날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여성 배제의 구조를 초래하는지를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이 책은, 연공제 문제가 핵심적인 구체제의 유산임을 밝히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 불평등 문제의 핵심에는 바로 이 연공제가 자리하고 있고, 저자 이철승은 이 책의 긴 여정을 통해 연공제 철폐가 구조 개혁 과제들 중 가장 우선순위에 놓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프롤로그」를 비롯해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동아시아 국가의 기원」은 한반도의 고대 및 전근대 국가 2천 년 동안 벼농사 체제하에서 재난 극복 및 구휼 시스템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나름의 통계자료를 통해 분석한다. 2장 「벼농사 생산체제와 협업-관계 자본의 탄생」은 벼농사 체제의 협업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심리(경쟁과 질시) 구조가 탄생하는지를 다룬다. 3장 「코로나 팬데믹과 벼농사 체제」는 재난 시기 이 협업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여 재난을 극복하는지에 관한 사례 연구로, 현재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국가별 대응 시스템을 분석한다. 4장 「벼농사 체제와 불평등의 정치심리학」은 벼농사와 밀농사 체제하에서 불평등은 어떻게 형성되고, 불평등에 대한 인식 구조는 어떻게 다른지, 그에 따른 불평등의 결과가 서로 어떤 차이를 빚어내는지를 비교・분석한다. 5장 「연공제와 공정성의 위기」는 벼농사 체제의 가장 중요한 제도적 유산인 ‘연공제’를 분석하되, 이것이 어떻게 ‘세대 네트워크’ 및 ‘인구구조’와 착종・조응하여 오늘날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여성 배제의 구조를 초래하는지를 이야기한다. 6장 「벼농사 체제의 극복」 연공제를 통해 청년 일자리 위기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에 대한 진단과 대안으로 마무리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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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었다. 전작을 능가한다.
두둥실 2021-01-30 공감 (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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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휘리릭 읽힌다. 이게 정말 다 쌀 중독 역사의 결과인지는 동의를 유보한다해도, 필자가 되짚는 19세기말 20세기초 한반도에서 출발해 만주까지 잇대어가는 한인 유랑과 정주를 위한 개척의 신고에 대한 부분, 평등에 대한 우리의 이중적 태도에 대해 보이는 꼼꼼하고 정연한 내용은 설득력 갑!
참한꽁딱심 2021-02-25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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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이 꼭 읽어봐야 할 책. 불행의 교착상태에 빠진 이 사회에 모두가 한번쯤 깊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를 데이터에 기반해서 흥미롭게 잘 풀어낸 책입니다.
카일 2021-03-14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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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쉬움. 쌀농사 사회의 부모자식간 정보 계승, 같은세대간 정보 튜닝 과정. 재난에 대비한 국가와 서구식 자유주의의 맹목적 도입 실패 등 신선하고 흥미로운 주장이 다수 있음. 단지 가끔씩 몇몇 부분에 좌파정권을 은근히 칭찬하는 내용을 써놓은 것이 이상했음. 소장 가치 있음.
Heeyong 2022-01-28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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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을 가지고 이런 사회학적 접근을 할 수 있구나 싶은 책. 한국적 불평등의 구조뿐만 아니라 불평등에 대한 인식에 대한 분석이 돋보인다. 특히 재난에 대비한 국가 개념이 재밌었다.
불휘 2023-01-25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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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러운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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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다. 남 잘되는 상황을 볼 수 없다는 욕심, 한발 나아가 경쟁심과 시기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 속담에 벼농사 문화의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우리나라 벼농사 문화는 농촌 특유의 연대 의식으로 똘똘 뭉친 공동체가 구심점이 되어 발전해왔다. 서로 협력하여 함께 농사일하는 풍습으로 ‘두레’라는 조직이 있었다. 벼농사는 많은 노동력을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웃이나 친족이 새로운 땅을 산다면 마을 주민으로 구성된 두레가 그 땅에 농사짓는 일을 도울 것이다. 두레 구성원에 친족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 사람은 사촌의 밭일을 돕는 일손이 된다. 이때부터 친족은 배가 살살 아파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땅 넓이와 벼 수확량을 사촌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이철승의 책 《쌀 재난 국가》를 다 읽고 나면 상부상조 정신의 벼농사 문화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쌀 재난 국가》는 벼농사 문화가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자라게 만든 오래된 씨앗임을 증명한 책이다. 책 제목은 불평등의 기원과 그 구조를 함축한 핵심 단어다. 두레는 ‘협업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공동체다. 농촌은 비단 한국인의 주식 쌀만 생산하는 곳이 아니다. 이곳에서 태어난 사회구성원에게 농사일과 협동 정신을 가르치는 교육적 장소이기도 했다. 농촌에 오래 살면서 농사일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은 아랫사람들을 가르쳤거나 그들에게 과업을 부여했다. 농촌의 위계적인 문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도시로 뻗어 나갔고, 연공제로 발전했다.






저자는 협업과 공동 노동을 중시한 벼농사 체제를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두레 일손이 친척, 친구, 이웃의 밭일을 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수확량에 관심을 가진다. 내 수확량이 남보다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경쟁심이 생기면서, 농민들은 수확량 경쟁에 돌입했다.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문화는 기업이나 공장에 이식되었다. 도시의 노동자들은 가족 같은 동료와 함께 일하면서도, 동료보다 잘살고 싶어서(동료보다 높은 직급에 오르고 싶어서) 쉬지도 않고 일했다.






벼농사는 농촌 사람들의 운명이 걸린 거대한 ‘인생 프로젝트’이다. 흉년이 들면 식량이 줄어든다. 허약해진 농민들은 굶어 죽는다. 그래서 농민들은 재난에 민감하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불안하고, 비가 많이 오지 않아도 불안하다. 쌀 맛에 익숙한 선조들은 벼농사가 불리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협업의 기술’과 ‘사회적 조율’을 통해 재난을 극복했고 벼농사를 고집했다. 농촌 주민들은 재난이 닥치면 개인의 권리를 기꺼이 포기했고, 공동체 규약을 지키면서 각종 생활 문제를 함께 해결했다. 따라서 ‘협업의 네트워크’ 속의 농촌 주민은 태어나면서부터 위계적인 협업의 네트워크와 규약에 따라 움직이는 마을 공동체 조직의 부속품이다.






저자는 여러 가지 자료들을 동원해서 연공 문화와 다양한 불평등 문제의 기원을 추적한다. 협업과 위계 중심의 벼농사 문화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악화시키는 구체제 유산이다. 이 오래된 유산은 자본주의 체제와 만나면서 도시에 정착한다. 저자는 전작 《불평등의 세대》(문학과지성사, 2019)에 이어 《쌀 재난 국가》에서도 연공제를 비판한다. 연공제에 기반을 둔 위계적 질서가 지속할수록 비정규직 노동자의 한숨은 깊어지고, 청년 실업률은 높아지고,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막는 ‘유리 장벽’은 두꺼워진다.






저자가 지적한 불평등의 기원에 만족스럽지 못한 독자들이 있으리라. 그럴 수 있다. 나도 그렇고 대부분 사람은 농촌 사회의 상부상조 정신을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오던 미풍양속이라고 배우면서 자라왔다. 어떤 사람은 농촌 공동체 문화가 복원되면 농촌이 자본주의 체제에 지친 도시인들의 안식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농촌을 병든 자본주의 체제의 대안인 이상향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인데, 내가 보기에 순진한 발상이다. 불평등 문제를 양산하는 사회적 구조를 재구축하지 않는 이상 농촌은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시스템이 일상화된 위성 도시가 될 수 있다(그렇다면 이곳을 ‘유감스러운 도시’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유감스러운 농촌’이라고 해야 하나?). 농촌 주민들이 착하다는 생각은 농촌에 살아본 적 없는 사람의 착각이다. 친척이나 이웃이 잘 살면 배 아픈 사람들은 농촌에도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협업과 조율’의 문화를 벼농사 체제와 함께 공진화한 시민사회의 잠재력이라고 평가한다(170쪽). 공진화(coevolution)는 둘 이상의 종이 서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영향을 받으면서 진화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저자는 공진화라는 단어를 쓰면서도 진화의 기본적인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는 ‘원숭이 사회’가 경쟁을 조장하는 위계 구조로 형성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 위계 구조는 경쟁을 조장한다.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조직이나 그룹 내부에 위계에 따른 자리를 만들고, 높은 자리일수록 더 많은 보상과 노력을 보장하면 우리 인간들은 원숭이 사회로 돌아간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한쪽이 패배를 인정하거나 죽을 때까지 치고받고 싸운다. 자연히 이 위계가 보장하는 보상과 권력의 크기가 클수록, 원숭이들은 더 극렬하게, 더 잔인하게 싸울 것이다.




(23~24쪽)







점점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인간 사회가 원숭이 사회로 돌아간다고? 저자의 견해에 인간이 퇴화하면 원숭이로 돌아간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공진화’를 쓴 저자는 진화론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견해를 내세우면 안 된다. 왜냐하면 그의 견해는 진화론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자주 하는 오해에 가깝기 때문이다. 진화론을 좀 안다는 사람들도 원숭이를 인류의 조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대로라면 인류는 원숭이가 진화해서 생긴 존재이다. 그러나 원숭이를 인류의 조상이라고 보는 견해는 진화론에 부합하지 않는다. 원숭이, 즉 전문 용어로 표현하자면 유인원은 인류의 조상이 아니라 친척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하나의 공통 조상에서 독립적인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원숭이는 무조건 동족과 치고받고 싸우면서 살지 않는다. 이 편견을 뒤집은 책이 바로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의 《침팬지 폴리틱스》(바다출판사, 2018)다. 저자는 동물원에서 침팬지 무리와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이 정치적 권력 관계와 위계질서를 형성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갈등을 해결하는 침팬지들의 모습도 확인했다. 치고받고 싸운 침팬지들은 나중에 서로 껴안으면서 키스하거나 서로의 털을 매만졌다. 원숭이 사회는 이익을 위해서 싸울 줄 알고, 타협도 하는 인간 사회와 거의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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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2-13 공감(25)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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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공제가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만든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은 죽어나가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휘청거린다. 재난은 취약계층에게 더욱 잔인하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실업상태에 빠져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영끌해서 코인과 주식에 투자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이 늘어난다.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은 아직도 견고하고, 결혼과 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은 사다리를 부숴놓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아이를 낳는 일은 주저되고, 출산률은 최저를 경신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헬 조선'의 모습이다.




대한민국의 위태로움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베이비붐 세대와 청년세대, 남성과 여성 등등의 불평등의 격차가 커짐으로써 더욱 위험해졌고, 그 불평등은 불공정이라는 화두를 낳았다. 공정을 향한 열망이 불평등한 것으로부터의 탈출에 대한 열망과 맞닿아 있는지, 아니면 불평등함 속에서 최상위로 가는 길이 열려있기를 바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정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분노로 폭발하고 있다.




도대체 왜(?), 어쩌다 대한민국은 이렇게 불공정과 불평등으로 인해 화가 잔뜩 쌓여 비틀거리고 있는 것일까. 저자인 이철승 교수는 그것의 원인으로 연공제를 들고 있다. 물론 연공제 단독범은 아니다. 세대와 인구구조와 맞물리면서 이 연공제가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와 2차 베이비붐 세대는 연공제의 단 맛을 최상으로 즐기는 위치에 서 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연공제의 단 맛 이면에는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의 증가가 도사리고 있다. 직무와 직능제로의 변화를 통해, 그리고 직무와 직능간 평가의 차이의 제한을 통해 불공정과 불평등을 해결할 단초가 있음에도 우리는 연공제에 묶여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토록 연공제에 목을 매달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그 이유를 쌀 생산국가로서의 문화, 제도로 설명한다. 밀의 재배는 한 개인이나 가족이 거뜬하게 해낼 수 있지만, 쌀은 엄청난 규모의 물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수로 체계와 수자원의 확보를 위한 마을 전체를 넘어선 국가적 규모의 계획과 노동이 필요로 한다. 이는 자연스레 협력을 필요로 하며, 이 협력은 표준화와 평균화가 개입된다. 즉 내가 다른 이의 논에 딱 내가 받은만큼의 기술과 노동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쌀 농사에 있어서 기술이란 경험의 축적이 큰 영향을 미침으로써 나이를 먹은 농부들은 자연스레 대접을 받는 위치에 선다. 이 농부들은 또한 자신의 자식들에게 그 기술을 대물림하는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 한편 쌀 농사에 있어서 공동의 노동은 오히려 수확의 차이에서 개인의 노력 차를 반영함으로써 질시의 씨앗이 된다. 또한 이런 노동의 동원을 조정하는 권력에 얼마나 가깝게 있느냐에 따라 노동력의 조달이 손쉬워지면서 수확의 격차는 벌어지게 된다. 이런 문화적 전통은 아마도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런 벼 생산의 체계가 고스란히 공장으로 옮겨지면서 우리는 연공제라는 제도를 자연스레 이식했다. 이 연공제는 뛰어난 기술을 가진 이보다 오래 근무한 이에게 보다 많은 보상을 제공한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산업생태계를 바꿀 정도로 변모했다. 연공제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활약했던 전성기에 우리의 산업생산력을 이끌었던 제도였지만, 지금은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독이 되어버렸다.




<쌀 재난 국가>라는 책을 통해 대한민국의 위기의 근원은 연공제에 있다고 주장하는 이철승 교수의 진단은 곱씹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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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2021-08-09 공감(7)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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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재난 국가 : 한국인은 어떻게 성공하고 왜 불행해졌는가?

쌀 재난 국가 : 한국인은 어떻게 성공하고 왜 불행해졌는가?

* 본 리뷰는 문학과 지성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객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사실 크게 기대하며 읽었는데, 기대 이상이다 못해 내가 사회과학 도서에서 미덕으로 여기는 모든 것들이 다 들어있는 책이었다. 현실을 응시하는 날카로운 지성과 집요하고 꽉 짜인 논리적 구조, 그리고 사이사이에 감칠맛나게 끼워진 유머감각까지! 이보다 더 재밌으면서 정곡을 찌르는 책을 만날 수 있을까?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이 말을 조금 바꿔본다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라는 주장을 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최소한 <쌀 재난국가>가 다루는 케이스들에서 이 주장은 타당하다.

한국은/한국인은 대체 왜 이럴까, 하고 염증을 느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질문에 아주 적절하고 타당하며 반박할 수 없는 대답을 제시한다. 뒤쪽으로 가면 일부 남성들을 포함한 사회의 상대적 기득권층들이 인정하지 않으려 할 사실들이 통계 수치와 함께 제시된다.

이 책의 연구는 쌀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한국에 사는 한국인이라고 가정할 때, 당신은 오늘 하루 세 끼 중 최소한 한 끼는 쌀을 먹었을 것이다. 당신이 먹지 않았다면 최소한 당신 주변의 사람이 쌀을 먹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거의 모든 문제 혹은 강점은 여기서 시작된다.

아주 간단하고 납작하게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쌀을 먹기 위해서는 농사를 지어야 한다. 이건 밀도 마찬가지지만, 쌀의 경우에는 농사가 사회를 이끄는 주요 동력이 되어야 한다. 목축업 등이 끼어들 자리가 별로 없다. 마을의 모든 이들은 농사에 뛰어드는데, 마을의 사람들 전체가 한 단위가 되어 한 몸처럼 협업한다. 누군가가 평균보다 눈에 띄게 못하거나 게으름을 부려서는 안된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들은 끊임없이 이웃과 자신을 비교하고 처지지 않기 위해 자신과 자식과 자식의 자식을 채찍질한다. 그것이 한국의 원동력이자 지금 한국의 창의적 발전을 저해하는 개인 차원에서의 요인이다.
이를 국가의 차원에서 생각하면, 쌀을 기르는 것이 (끊임없이 돌아오는) 재난을 다스리는 것과 거의 같다는 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쌀은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의 작물이었고, 지배계층은 민초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기우제부터 구휼까지 많은 방법을 동원했다. 자연히 이를 관리해야 하는 국가의 힘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강한 지도자를 선호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쌀을 먹기 위해 한국인들은 평등화와 차별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쫓아왔다. 그 결과는 계층 내부에서의 평등과 계층의 고착화로 이어졌는데, 저자는 이것이 어떻게 사회 전체의 이익 감소와 극도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한 다음 이를 교정하기 위한 제도의 필요성을 말한 후 책을 마친다.

최근에 읽은 책들 중 가장 날카로운 통찰력과 대단한 흡인력을 지닌 책이었다. 이철승 교수님의 전작 <불평등의 세대>도 굉장히 잘 읽었는데, 이 책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쌀과 재난을 둘러싼, 집요하다고까지 느껴지는 논리의 꽉 짜인 전개에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다 보면 책이 끝나있다. 가볍지는 않지만 이해하기에 무리는 없고, 중간중간에 이철승 교수님의 뼈를 때리는 문장들이 조금씩 분위기를 환기해준다. (특히 괄호 속에 든 멘트들이 재미있음을 넘어서서 웃기기까지 했으며, 이철승 교수님을 실제로 뵙지는 못했으나 굉장히 유머 감각이 넘치는 분이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신간 중의 신간이다 보니 현재의 이 코로나 사태에 대한 이야기들도 조금씩 나오는데, 모두가 어렴풋이 느끼거나 혹은 궁금해했을 문제들에 대한 답이 시원하고 논리적인 풀이와 함께 보여진다.

적극 추천한다. 사실 오프라인에서도 만나는 모든 이에게 추천하고 있다. 얼굴 본 사람들에게도, 얼굴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한국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읽어야 한다. 한국에 짜증을 느낀 적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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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ile 2021-02-03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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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



✏️동아시아인들이 왜 이렇게 불평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답을 수천년 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내려오는 ‘벼농사 체제’ 에서 찾은 작가의 시각이 무척이나 흥미롭고 참신하게 다가왔다. 동아시아 시민들은왜 국가의 재난 방비 활동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 역시 동아시아 ‘벼농사 체제’ 와 함께 공진화한 시민사회의 잠재력 즉 동아시아 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협업의 기술’ 과 ‘사회적조율’ 의 문화적 DNA라는 작가의 이야기에 수긍할 수 있었다. 또한 “우리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기존서구의 역사가 아닌 ‘한반도 정주민’ 이라는 표현을 매개로 퍼즐의 조각을 맞춰가는 과정이 좋았다. 눈으로술술 읽어 내려가면 머리로 바로바로 입력이 되는 책은 아니어서 몇몇 페이지는 서너번 곱씹으며 읽어봐야했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작게나마 실마리를 찾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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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1-29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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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재난 국가



코로나19의 전지구적 확산으로 인한 팬데믹 상황과 ‘흑수저와 금수저’, ‘벼락부자와 벼락거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불평등과 차별이 사회의 기본값인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국가인가, 우리는 어떤 국가를 원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라는 부제를 단 책의 제목이 ‘쌀’로 시작되는 게 좀 의아하고 이상해서 책의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이 책은 밀농사 문화권과 벼농사 문화권을 구분하고, 각 문화권의 생산 양식과 그에 따른 정치 체제의 차이, 국가의 역할, 불평등에 대한 인식의 차이 등에 대해 설명한다.



벼농사 시스템이 한반도 정주민의 정체성을 이루는 토대가 되었고, 마을 단위의 공동노동 시스템 속에서 협력과 경쟁이라는 모순된 가치가 함께 발전했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때 국가는 재난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서 능력을 입증해야만 권력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이어서 이야기한다.



벼농사 시스템이 과거제, 유교와 결합하면서 가부장 중심의 가족 문화, 출세 지향 문화가 생겨났고, 산업화 이후에는 공장 내지는 기업에 이 시스템이 고스란히 이식되었다. 저자는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 벼농사 시스템이 이식된 결과 연공제가 생겨났고, 이 공고한 연공제 시스템으로 인하여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모든 설명 논리가 결국은 ‘쌀 환원주의’로 귀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낳기도 하지만 그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쨌든 묘하게 납득이 된다. 그리고 이 책의 장점은 현상을 분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저자 나름의 대안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평등과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회는 계속해서 재난 대비 구휼 국가로서의 국가 역할을 기대할 것이고, 그런 국가 속에서 우리는 재난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그것도 장담할 수 없지만) 그 외의 사회적 안전망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은 선택은 우리의 몫인 것 같다. 재난에 강하지만 보편적 복지에 취약한 국가에 살 것인가, 아니면 보편적 사회안전망이 충분하고 재난에도 강한 국가에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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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2021-02-09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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