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ne 12, 2023

박정미 - 하룻밤 사이의 깨달음,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 리더캠프. 우리 협동조합은 나만큼이나 개별적이고 동시에... | Facebook

박정미 - 하룻밤 사이의 깨달음,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 리더캠프. 우리 협동조합은 나만큼이나 개별적이고 동시에... | Facebook

하룻밤 사이의 깨달음,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 리더캠프.
우리 협동조합은 나만큼이나 개별적이고 동시에 보편적이다. 그걸 인정해야 하고 그럴 때만이 협동조합이 건강해질 수 있다.
우리 라온제나협동조합은 세상 어느 협동조합과 같지 않으며 같을 필요도 없다. 그리고 우리가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 연합회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다름 때문이다. 우리는 같은 협동정신으로 협동조합운동에 합류할 것이며 다른 욕구와 필요로서 협동조합운동을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깨달음은 역설적이지만 이번 주말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 리더캠프>를 통해 왔다. 같이 모인 그 자리에서 다를 수 있음을, 달라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룻밤을 같이 한 협동조합 리더캠프의 특징은 동그랬다는 것이다. 동그랗게 둘러 모아 진행된 캠프는 철저하게 위계가 없고 수평적이었으며 참여인원 모두에게 골고루 발언의 기회가 나누어졌고 그 기회가 아낌없이 행사되었다.
아이스브레이킹에는 60에 가까운 조합원부터 20대조합원까지 그 누구도 열외로 비껴나가지 않고 몸을 부딪혀가며 함께 낄낄대었다.
회원조합 소개시간에는 조합원수 5명인 가치나눔협동조합연구소부터 조합원수 100여명인 해피브릿지, 거기에 이 모두를 포괄하고 있는 워커쿱연합회까지 평등한 시간배정과 관심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솔직하게 자신을 내보였으며 술자리가 새벽까지 이어졌음에도 ‘아무도 깽판 놓지 않는’ 도란도란함을 유지했다.
거기에 노동자협동조합운동의 역사를 강연해주신 김홍일신부님조차도 형식과 격식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동료로서 자신의 경험과 얽힌 역사를 들려주시는 모습이었다.
기라성같은 협동조합계의 거인들과 조합의 풋내기들이 함께 자리에 모여 게임을 하고 실수를 해서 벌주를 마시고, 도란도란 둘러앉은 자리에서 속내를 이야기하는 모습.
때로 사회경제적 분야의 뉴스의 초점이 되는 그들, 강연자로서 연단에 설 때는 까마득한 별처럼 보였던 그들이지만, 웃고 어울리는 마당에서는 별다를 것 없는 우리 풋내기들의 동료였다.
지금까지의 성취는 결코 무엇 하나 완결된 것이 없었고 누구나 주어진 조건하에서 협동조합의 가치실현과 존속을 위해 하루하루 힘겹게 헤쳐나가는 생활인들이었다.
그렇게 동그랗게 어울리는 모습 속에서 협동조합인들은 누구나 자기의 이해와 욕구, 필요를 정확히 직면하고 당당하게 주장하고 부끄럼없이 이를 실현내가는 과정 속의 존재라는 것을 느꼈다.
협동담론 기자로서 그들을 취재할 때와는 달리, 라온제나협동조합 조합원으로 설 때는 왠지 주눅들고 제대로 어깨를 펼 수 없었던 내가 비로소 보였다. 정규노동자로 살아갈 지향을 갖지 못하는 우리 라온제나협동조합, 협동조합으로 생계를 해결할 목표의식이 없이 모임 그 자체만으로 행복하고 만족하는 우리 조합원들이 친목모임인지, 협동조합인지 고민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노동자협동조합의 깃발을 들고 살아가는 모습이 폼만 거창한건 아닌가, 자괴감(!)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협동조합이 있고 난 후 우리가 있었던 게 아니다.
우리가 원해서 모였고, 그 모임에 법적인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협동조합의 옷을 빌려 입었고, 가장 가까운 기성복인 노동자협동조합을 빌려 쓴 것이다. 그리고 함께 하기 위해 워커쿱연합회에 가입해서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 때 나는 노동자계급의 대표성, 선도성에 주눅들고 존재가 그렇지 못해 방황하던 젊은 시절의 흔적이 협동조합을 하는 지금도 의식 깊은 곳에 짙게 그늘을 드리우고 있음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
우리가 먼저다. 우리 라온제나조합원들의 욕구와 필요가 먼저다.
경력단절여성이건 경력전무여성이건 대부분 전업주부로서 부끄럽지 않게 인생의 전반전을 훌륭하게 살아온 여성들이 이제 아이들이 성큼 자라나 한 숨 돌리는 후반기에 평소에 동경해왔던 사회참여,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협동조합에서 보고 조합을 결성하여 뛰어온 것이 우리의 역사다.
우리는 젊은 시절, 전문직업여성으로서의 미래를 선택하지 않고 전업주부를 선택했다. 그것으로 후회없는 인생을 살아왔고 가정주부로서의 자기성장을 통해 삶의 가치를 실현하면서 아이들을 키워왔고 가정을 지켜왔다. 그 삶이 남편과 같이 아침에 출근해서 직장에서 경쟁하여 월급을 타고 승진하고 밤이면 남편과 같이 퇴근하는 삶보다 결코 덜 떳떳하지 않았다.
그 삶의 과정에서 자연친화적인 삶, 이웃과 더불어 같이 사는 삶을 고민하고 살아왔다. 그 삶의 이력이 우리 라온제나협동조합에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제 와서 전업적 생계형 협동조합을 만들고 싶은 것도 만들 필요도 없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인정하고 그 삶의 방식에 기반한 협동조합을 만들고 그 삶의 방식에서 우러나온 삶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기반으로 사회에 참여하며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을 꾸려나갈 것이다.
라온제나협동조합은 라온제나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운동은 위계가 없다. 계급성도 없다. 거대기획도 없다. 각자의 사회적문화적경제적 욕구와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모인 우리가 그 결핍된 현실문제를 진실하게 바라보고 헤쳐나가는 그 자리에서 사회적 가치가 실현되는 것이다. 더 나은 미래가 실현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진짜 꿈을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 내보이며 실현해나가야 한다.
그것이 진짜 협동조합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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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애순
    가장 라온제나다운것이
    가장 당당한것이다~~~
    이것을 확실히 알고온 리더캠프
    미애최 replied
     
    2 replies
  • 미애최
    저기 무릎 꿇고 경건하게 경청중인 저 여인 진짜 아름답지 않나요?ㅎㅎ
    미애최 replied
     
    2 replies
  • 미애최
    너무나 좋았답니다~!
  • Jung Eun Song
    멋지네요. 응원해요!!
    박정미 replied
     
    1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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