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피즘, 자본주의를 넘어 삶으로> 김누리교수, 한겨레 20.07.06.
오뚝이
2020. 7. 6.
자유롭게, 행복하게
<라이피즘, 자본주의를 넘어 삶으로>
김누리교수, 한겨레 20.07.06.
동구 사회주의가 붕괴한 지 30년이 지났다. 자본주의의 '유일 지배'는 무엇을 남겼는가. 지금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에게 결산서를 냄리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휩쓸고 간 자리에 야수 자본주의의 폐허가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레이건과 대처가 키운야수가 이리도 깊고 처연한 상처를 남길 줄은 몰랐다. 자본의 횡포가 자심한 곳일수록 코로나의 피해는 막심하다. 이제야 사람들
은 자본주의의 실체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견고해 보이던 하나의 세계, 하나의 우주가 무너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미국의 세기가 저물고 있다. 물질주의와 소비주의, 경쟁지상주의의 세계에 빨간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거대한 전환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
- 시장중심사회에 서 인간중심사회로,
- 경쟁사회에서 연대사회로,
- 신자유주의 국가에서 복지국가로,
- 인간의 자연 지배에서 인간과 자연의 공생으로,
- 메리토크라시(능력주의)에서 디그노크라시(존엄주의)로
전환해야 한다.
하나는 분명하다. 지금까지 세계를 지배하던 체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이다. 자본주의와 인간에 대한 성찰은 자본주의가 과연 지속가능한 체제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자본주의는 인간 존엄의 조건인 인간성을 파괴하고, 인간 생존의 조건인 사회를 파괴하며, 인간 생명의 조건인 자연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이제 '자본주의 이후'를 생각할 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질적으로 새로운 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재안은 무엇인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제3세대를 대표하는 악셀 호네트는 '사회적 자유'에 기반한 '사회주의의 재발명'을 주창한다. 최근 슬라보이 지제크는 코로나에 대응하는 국가의 역할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공산주의'를 꿈꾼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시대착
오적이거나 임시방편적이다. 무엇보다도 생태주의적 관점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라이피즘(lifism)을 제안한다.
라이피즘은 자본주의가 근본적으로 안티라이프 (anti-life)체제라는 데 주목한다.
즉, 라이피즘이란 자본주의가
- 개인적 차원에서는 인간의 삶(life)을 파괴하고,
- 사회적 차원에 서는 인간의 생존(life)을 파괴하며,
- 생태적 차원에서는 인간의 생명(life)을 파괴하는
체제라는 사실에 착안하여 인간을 소외하고 사회를 와해시키며 자연을 파괴하는 자본주의를 극복하려는 일련의 사상적 실천적 활동을 뜻한다. 이런 맥락에서 인간의 삶과 생존과 생명을 존중하고, 그 바탕이자 전제인 생태를 중시하는 사람을 라이피스트(lifist)라고 할 수 있다. 라이피스트는 인간, 사회, 자연을 파괴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강력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사람이다.
라이피즘은 전통적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여겨져온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보다 훨씬 더 시의적이고, 강력한 호소력을 지닌 개념이다.
그 이유는 다섯가지다.
- 첫째, 라이피즘은 자본주의의 '안티라이프' 성격을 직격한다. 자본주의가 인간의 삶과 생존과 생명에 적대적인 체제임을 가장 확실하게 폭로한다.
- 둘째, 라이피즘은 이데올로기적 유산에서 자유롭다. 20세기를 각인해온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넘어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정파는 아우를 수 있다. 자본주의의 인간 소외에 맞서는 자율주의자든, 자본주의의 사회적 착취를 비판하는 사회주의자든, 자본주의의 자연 파괴에 저항하는 생태주의잗느 모두 라이피스트의 우산 아래 모일 수 있다.
- 셋째, 라이피즘은 현대사회의 최대 현안이자 인류의 미래가 걸려 있는 생태 문제의 중요성을 효고적으로 강조할 수 있다.
- 넷째, 라이피즘은 인간과 사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근대 휴머니즘 전통의 현대적 적자임을 주장할 수 있다.
- 다섯째, 라이피즘은 자본주의가 파괴하는 삶, 생존, 생명의 영역을 총체적으로 겨눈다는 점에서 주로 사회적 착취와 불평등을 문제 삼는 사회주의보다 포괄적이고 진취적인 개념이다.
이상의 이유로 나는 자본주의를 극복할 새로운 이념으로 라이피즘을 제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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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을 말하다 2회(김누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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