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없는' 이낙연 발언으로 다시 촉발된 ‘연금사회주의’ 소동 < 최재식의 신 꼰대론 < 정치·사회·경제 < 기사본문 - 최보식 의 언론
'자격없는' 이낙연 발언으로 다시 촉발된 ‘연금사회주의’ 소동
기자명 최재식 객원논설위원
입력 2021.03.09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정치적 목적에 악용
위험 부담은 가입자에게 돌아가
기금운용은 공단에 맡기고
하마는 몸이 통 모양이고 다리가 짧다. 몸무게는 무려 3~4.5톤이다. 눈과 콧구멍은 튀어나와 있으며 잠수할 때 물 밖에 내놓는다. 입은 거대하며, 윗입술은 두껍고 불룩하고, 앞니와 송곳니는 아주 크다. 피부를 보호하는 기름 성분의 분홍색 분비액을 방출하는데, 이것 때문에 하마가 피땀을 흘린다고도 한다. 꿀꿀거리는 아주 큰 소리나 '부우 부우'하는 소리를 낸다.
이런 험상궂은 하마 한 마리가 불쑥 나타나서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2018년 거대한 국민연금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수탁자 책임원칙을 도입하면서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자들이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지침으로, 의결권 행사의 대원칙은 장기적인 주주가치 증대다. 하지만, 제도 도입 때부터 우려했던 한 가지 문제는 거대 연금기금의 광범위한 기업지배가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연금사회주의’다.
거대 국민연금이 자기 이익만을 위해 휘두르는 의결권은 기업생태계를 어지럽힐 수 있고, 더구나 그 의결권을 정부여당이 좌지우지한다면 국내 대부분 대기업의 사장과 임원 자리도 이들이 농단할 수 있다. 연금기금 운용의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집사’가 아닌 ‘정권의 집사’ 노릇이 될 수 있고, 정치권력의 ‘기업 때리기’나 ‘기업 길들이기’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걱정스러운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 상장 대기업들의 2대 주주는 국민연금이다. 포스코는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다. 지금은 주총의 계절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5일 포스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포스코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대로 시행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포스코건설, 포스코 포항제철, 광양제철 세 곳에서 5년 동안 42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며,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감정적인 발언도 내놓았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산재가 많은 포스코와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를 방치한 CJ대한통운 등을 ‘문제 기업’으로 규정하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대표의 한마디가 신호탄이 돼서 사외이사 파견 건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여당 대표는 여기에 이래라 저래라 관여할 자격이 없지만, 국민연금이 알아서 기었던 셈이다. 보건복지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해서 20명으로 구성된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영위원회가 열려 포스코, CJ,대한통운 및 삼성물산과 채용비리 문제가 불거졌던 4대 금융지주(신한, KB, 우리, 하나)에 국민연금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파견하는 안을 밀어붙이려고 했다.
기금운영위원인 참여연대 활동가인 이찬진 변호사 등이 이 안건을 발의했지만 정족수 미달로 통과되지 못했다. 그래서 수탁자전문위원회에 넘겨 ‘이중 두 개의 대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지난달 수탁자전문위원회에서 네 차례 회의를 했다. 서로 팽팽하게 찬반이 맞붙었지만, 다행히 이번 사외이사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언제든지 또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인가? 집권여당이 기업을 때려서 노동자들의 표를 얻겠다는 심사 아닌가. 설사 그런 불순한 의도가 아니라 해도 도구가 잘못됐다. 국민연금기금은 연금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내서 조성한 연금지급 책임준비금이지 국가 재산이 아니다. 연금기금이 정치권의 요구로 특정 기업을 겨냥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하게 된다면 이것이 우리가 우려하던 ‘연금사회주의’ 부작용이 아니고 무엇인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본래 목적을 벗어나 정치적 이용이 시도된 것은 비록 이번만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1월말 공정경제추진전략회의에서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 탈법과 위법 행위에 대해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한진그룹 회장 일가’와 같은 기업주를 경영에서 배제해야 공정경제도 이루어지고 국민들이 속 시원해 할 것 같으니까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가 무슨 범죄 처벌 수단이라도 된다는 건가.
참고로 국민연금은 기금의 보유지분율과 보유비중 이외에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을 중점관리 기업으로 선정해서 주주권을 행사한다. 경영 사안이 아닌 사회문제로 기업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이른 바 ‘착하지 않은 기업’에도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을 ‘기업가치 하락’이 아닌 ‘선악의 기준’으로 중점관리 기업으로 선정해서 의결권을 행사한다면 장기적인 주주가치 증대라는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의 목적에 배치된다.
본래 연금기금은 기업경영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재무적 투자자다. 국민연금이 선도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야 할 무슨 절박한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기업의 경영권에 적극 개입하는 전략적 투자자로서의 역할이 기금수익률에 얼마나 긍정적인 역할을 했을지도 의문이다. 지극히 복잡한 경영환경과 기업사정을 모두 정확하게 파악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의결권의 적절한 행사에도 한계가 있다. 이것이 공적연금기금을 운영해본 나의 솔직한 생각이다.
정치적으로 잘못 이용된 의결권 행사에 따른 위험은 결국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아마도 국민연금가입자들은 국민연금이 개별기업의 경영에 관여하기 보다는 안전하고 중립적이며 전문적인 기금 투자를 원할 것이다. 기금운용은 공단에 맡기고 정부와 정치권은 감독만 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이 정치도구화 되어서는 안 된다.
최재식 객원논설위원 gold20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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