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석 한국의 자본시장의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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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변했을까?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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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Favourites · 30 1N9ov12te3Smberpl n32o01187e ·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산업에서 최고 사령이 자본의 속성인 것은 봉건시대에 전쟁과 재판에서의 최고 사령이 토지소유의 속성인 것과 마찬가지”(자본론 1권 제11장 협업장 참고)라며, 기업가 집단을 산업의 사령관이라 칭했다. 물론 마르크스는 이 사령관들의 행태가 지극히 전제적專制的이라 맹렬하게 비판하기는 했으나, 그들의 사령관으로서 노동자를 지휘하고 산업을 조직하는 능력은 매우 높게 평가하였다. 그러나 한국 자본주의의 전개 과정 속에서 이 사령관들의 행태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그들은 산업을 조직하는 사령관이 아니라 국가라는 사령관의 명령을 받는 졸병에 지나지 않았으며, 박정희의 죽음 이후 국가의 감시가 느슨해지자 그 밑에서 온갖 욕구를 충족시키기 바빴던 조잡한 무리들이었다.
한국의 경제개발기간동안의 투자율 추계를 보면 60~70년대에는 20, 30%라는 놀라운 수치를 보여주는 수준이었다. 당연하게도 이런 높은 투자율은 국내의 저축률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수많은 해외자금들이 유입될 수밖에 없었다. 박정희기에 있었던 수많은 외채위기는 바로 이런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었는데,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저축률이 투자율을 앞지르면서 해외로의 자본수출이 이뤄지게 된다. 자본의 유입에서 수출로의 전환이 이뤄지는 기간동안의 금융시장의 성장이란 놀라운 것이었다. 예컨대 금융관련비율(=금융자산스톡/명목국민소득)은 1960년대 1 전후에서 1993년에 4.9로 엄청나게 증가하여 금융자산이 꽤나 많이 축적되었고, 80년대 경제정책의 기조가 안정화로 바뀌면서 물가 안정에 힘쓴 결과 물가가 안정되어감에 따라 실질금리가 상승해 저축률은 1980년 23%에서 1987년 38%로 상승할 수 있었다. 그에 따라 금융시장 또한 크게 발전하였다.
금융시장이 발달한 결과 앞서 말했던
기업들의 높은 투자에서 정부의 자금공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 36.8%에서 1993년 4.4%로 크게 감소한데 반해
은행 등의 금융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동기간에 30.4%에서 77.2%로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외국자본의 비중도 동기간동안 21.6%에서 5.0%로 크게 감소하였다.
은행자본의 상당 부분이 정부의 정책적 수단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70년대의 금융시장이란 사실상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것이 90년대에 이르면 나름대로 기능하게 되지만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자본시장이라 할 수 있는 증권시장을 통한 자금공급은 1970년 11.2%에서 1993년 13.4%로 사실상 거의 불변에 가까웠으며, 대부분 국공채의 거래나 주관하는 수준이었다. 은행 등을 포함한 금융시장의 전체적인 기조는 역시나 국가의 정책금융이었으며, 총여신에서 정책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논자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중화학공업화와 함께 급증하기 시작하여 1975~1985년의 10년동안 50.8%에서 70.5%로 한다. 이런 상황에서 1987년 이후부터는 대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을 줄이는 기조가 나타나 중소기업을 주요 대상으로 삼는 방향으로 옮겨가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 비중은 1990년 당시 67%로 높았다. 기업가들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분배해주는 금융지대를 안전한 지지대로 여기고 천지분간 못하는 망아지처럼 날뛰었다. 금융시장은 1987년 이후에 개방되어 대외채무의 급증(1992년 450억에서 1997년 1197억 달러)하게 되는데 기업들은 정부를 믿고 대출을 남발하고 있었다. 30대 재벌의 부채 비율은 1994년 355%에서 1997년 518%로 계속해서 상승하는데 주식의 수익률은 3저호황의 해소와 반도체, 철강 등의 주요제품의 국제시세 하락으로 이윤이 낮아지면서 계속 하락해서 1994년 7.28%에서 1996년 1.69%로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었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원화가 고평가되는 게 경제에도 좋고 민심에도 좋다는 식으로 계속해서 고평가 정책을 사용하고 있었다. 기업들은 그런 정부를 믿고 투자를 무턱대고 늘려나갔다. 한보그룹에서 볼 수 있듯이 자본금 900억짜리의 기업이 3조원짜리 사업을 위해 무려 5조 7천억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은행대출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도 몰랐다. 몰랐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런 상황에서 대체 무슨 기업운용이 가능한가. 국가는 세계화니 선진화니 하면서 기업들을 관리감독하려 하지 않고 그들의 무분별한 투자와 대출을 경기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조장하였다. 자본시장이 질낮아서 금융시장의 자연스러운 생리대로 이것을 감독할 수도 없었고 기업들도 딱히 금융시장으로부터의 견제를 고려하지 않았다. 투자와 대출을 안 하면 되려 손해라는 생각으로 공격적으로 자금을 충당했다. 국가는 5년짜리 정권이었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경제와 사회를 조망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고 노동자들 또한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노조는 기업의 경영권을 통해 자신의 기득권이나 챙기려 하거나 기업에 적대적인 입장만 보이고 있었을 뿐이다. 국민도 국가도 자본을 견제하지 않고 되려 자본이 함부로 움직일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으니 97년 외환위기의 도래는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금융시장이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고 보기는 여전히 어렵다. 2010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 은행들(국책은행 및 14개의 일반은행을 기준으로 삼는다)의 대출 유형을 살펴보면 총대출 중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48.8%에서 2013년 49.5%로 증가했다가 하락세로 돌아서서 2017년 말 46.7%로 주저앉았다. 2018년 현재는 그나마 다소 2017년에 비해서는 늘었다. 그러나 이러한 증가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개인대출을 제외한 법인 기업대출의 비중을 따져보면 2010년 말 34.3%에서 2017년 말 26.3%까지 하락하면서 하락폭은 2010년 대비 8.0%로 크게 증가한다. 게다가 대출의 내용도 여전히 담보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게다가 그 비중이 점점 더 커지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대출 중 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48.3%에서 2017년 65.2%로 16.9%나 증가한다. 이런 담보대출 편중은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보이는 추세이다. 2010년 말 20.6%의 비중을 보여주던 대기업에 대한 담보대출은 2017년 말 30.1%로 10%정도 올랐다.
생산자금의 생산유발 효과를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2010년 말 45.4%에서 2017년 말 37.1%로 8.3%나 줄어들었으며, 생산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부동산업의 대출 비중이 증가하고 전자, 철강 등의 생산유발 효과가 큰 분야의 대출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생산자금의 일자리창출 효과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신용대출 자체도 감소세를 보이면서 2010년 신용대출 잔액은 208.9조원에서 2017년 198.1조로 10.8조나 줄어들었다. 은행의 기업부문에 대한 자금공급 능력이 약화되었고 부동산 등에 대출되는 비중은 늘어났으며 담보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함에 따라 금융시장의 질이 높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금융이 리스크를 환산하고 생산적인 부문에 대출을 해줘서 투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아니라 담보를 잡아놓고 대출해주는 전당포 수준을 벗어나고 있지 못한 것이다. 국가는 이런 상황을 해결할 의지도 없고 능력도 갖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본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도 않으니 기업들의 투자도 예전 같지 않다. 국가의 거시적인 정책 방향에 맞춰 산업정책, 금융정책 등이 유기적으로 통합되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를 못하고 있다. 어느모로 보아도 한국의 기업가들은 제대로 기능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최장집이 한국형 부르주아를 외치며 기업가들에게 국가로부터 독립하라고 외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기업가들이 산업을 조직하고 노동자들을 지휘하는 능력을 전혀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다. 당연하게도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이끄는 기업가들이 이런 상태이니 사회가 제대로 운영될 수가 없다. 사회를 보다 높은 수준에 이를 수 있도록 조직할 정치집단이 정말 절실하게 필요하다. 어느모로 보아도 한국사회는 질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유산으로 인해 너무나 크게 고통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에 대한 비판은 사실 별다른 유의미한 효과를 가져올 수가 없다. 되려 사태만 악화시킨다. 어디서 그런 정치집단을 찾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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