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September 30, 2024

[명작을 권하다] 삶의 과거를 그냥 강물처럼 흘려 보낼 수 없다 < 명작을 권하다 < 종합 < 원대신문 < 기사본문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명작을 권하다] 삶의 과거를 그냥 강물처럼 흘려 보낼 수 없다 < 명작을 권하다 < 종합 < 원대신문 < 기사본문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명작을 권하다] 삶의 과거를 그냥 강물처럼 흘려 보낼 수 없다
라이트 밀즈,『사회학적 상상력』추천
사회학적 상상력과 질문으로 자신을 성찰할 것기자명원대신문
입력 2024.09.30





비판적 질문이란 무엇일까? 성공회대 석좌교수였던 신영복 선생은 책은 반드시 세 번 읽어야 한다고 하여, 이를 '서삼독(書三讀)'이라 하였다. 먼저 글을 읽고, 다음으로 그 필자를 읽고,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한다
고 한다. 

모든 필자와 독자는 당대의 시대와 사회·역사적 토대에 발딛고 살아가고 있다. 서로가 존재의 기원이 다른 주체이기에 때로는 갈등을 빚기도 하고 더 나아가 분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종국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끝맺음을 거치고 사회의 다음 계단을 이으는 발판으로 자리잡는다.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비판은 비교판단의 줄임말이다. 즉 비교판단은 글 자체를 이해하고, 필자의 숨겨진 시간적 공간적 맥락을 전체 파악하고, 독자의 숨겨진 시간적 공간적 맥락을 전체 파악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독자 자신의 과학적 성찰이다. 성찰은 '나' 라는 사람은 누구인가? 지금 발딛고 살아가는 시대와 사회는 무엇인가? 를 읽어내려는 노력이다.

 이러한 세 가지의 비교판단을 통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 올바른 비판적 질문이다. 더군다나 현시대를 향유하는 인간에게 있어 이 질문은 우리의 인격 자체에 대해 분석하는 궁극적 수단이라고 해도 과언이라고 아니라고 본다. 그렇기에 필자는 늘 강의 첫 시간에 이런 '서삼독'의 시선에서 비판의식과 비판적 질문으로 더불어 함께 하자 강조한다.

 사회과학은 사회의 구조와 인간의 행위에 대해 연구한다. 뿐만 아니라 역사와 사회라는 테두리에서 양자 간의 서로 어떠한 영향을 주고 받는지 그 관계를 파악하게 해준다. 이것이 사회과학의 과제와 약속이며, 이러한 과제와 약속을 인식하는 것이 사회과학자의 특색이다. 사회과학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마음속에 무엇을 간직하는지 탐구하고자 하며, 지적과제는 사회의 위기와 위험 등을 이루는 요소를 밝혀나가는 데 있다.

 필자는 이러한 맥락에서 개념사와 인문을 중요시한다.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 이라 하였다. 인간을 규정하는 것은 언어라는 의미이다. 이에 역사와 언어의 얽힘을 사유하여 공유하고 함께하며 더욱 확장해 가고자 한다.

 라이트 밀즈는 사회학적 상상력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거대한 역사적 국면이 다양한 개인들의 내면 생활과 외적 생애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개인이 일상적인 경험의 혼란 속에서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잘못 인식하는가를 고려할 줄 안다고 한다.

 사회학적 상상력을 쓰는 것은 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으며 사회 안에서 개인의 일생과 역사가 교차되는 조그마한 점인 자신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하고자 할 때 사용한다고 한다. 그게 종국에는 미궁으로 남을 진리를 해결하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그 중심이 되어서 말이다.

 이는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생과 역사, 사회 안에서의 교차지점을 찾아가는 여정을 하고자 한다면 사회학적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서삼독'의 시선처럼 필자와 독자의 입장에서 내가 지금 발딛고 살아가는 이 사회를 읽고 이해하고자 할 때 사회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혹자는 편하게 순리에 따라 흘러보내면 될 걸 굳이 힘을 소비하며 그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되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의 주인은 우리고 그 속에거 진리라는 유산을 상속받는 것도 우리다. 좋든 싫든 우리는 그 굴레의 한가운데에 있기에 도태되지 않으려면 결국 정면으로 직시해야 한다.

 필자는 숨겨진 관계, 사이, 공간 등의 개념적 이해와 사유 방식을 읽어내려 한다. 필자가 좋아하는 소설 중에 『냉정과 열정 사이』가 있다. '냉정'과 '열정' 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는 반면에 '사이' 라는 글귀는 단순히 남녀의 빈 자리를 채우는 무의미한 단어라 생각 할 수 있다. 하지만 독자에게 질문한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랑과 고독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소설을 통해서 제각기 감정 사이로 흘러가는 작지만 결코 끊임이 없는 강을 발견하기를 바라며, '사이'에 대한 사유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이 소설을 통해서도 숨겨진 관계, 사이, 공간에 대한 사회학적 상상력의 질문을 갖게 한다.

『사회학적 상상력』이 전하는 사회학적 상상력의 궁극적인 목적은 새로운 사고 방식을 체득하여 가치의 전환을 경험하는데 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의미처럼 새로운 생각, 새로운 아름다움, 새로운 인간다움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 사회학적 상상력이 가지는 깊은 성찰의 모습이다.

 라이트 밀즈는 알고 있는 것을 늘 행동으로 연결시킨 실천적 지식인이었다고 한다. 우리 시대의 고뇌와 쟁점들을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런 의미에서도 『사회학적 상상력』을 더욱 권하고 싶다. 필자는 늘 강의 시작에서 이 책을 소개하며 관심을 갖고 필요한 학생님들에게 선물로 주곤 하였다.

 대학(大學)의 공간에서 지적 생활을 새롭게 시작하고 비판적 질문을 품어야 하는 학생님들에게 분명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학적 상상력과 질문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과거를 그냥 강물처럼 흘려 보내지 않았으면 한다.

전철후 교수(교양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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