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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국사회와 노동계급의 보수화

한국사회와 노동계급의 보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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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와 노동계급의 보수화
편집국 0 5,452 2013.05.24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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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9회 비판사회학대회(2006년)에서 필자가 발표한 논문을 축약,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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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문제의 제기

맑스는 착취관계로 인하여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계급에 의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발발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필연적 귀결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선진자본주의 사회들에서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발발하지 않았다. 자본주의 발달과 함께 노동계급은 계급의식이 고양되며 ‘즉자적 계급’에서 ‘대자적 계급’으로 이행한다는 맑스의 전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고,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계급의식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노동계급 계급의식에 대한 연구가 다시 활성화된 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계급이 노동계급정당 대신 보수정당들에 투표하는 현상이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노동계급 계급투표의 기대가 어긋나면서 발전하게 된 계급의식 연구는 자연스럽게 노동계급의 보수화에 대한 설명을 목표로 삼게 되었다.

맑스가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노동계급 계급의식을 논의하던 19세기 후반부터 노동계급 계급의식에 대한 다양한 이론적 논의들이 있어 왔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요인들과 인과적 메커니즘들이 제시되었다. 이러한 이론적 논의들의 중심을 이루어 온 분석틀들은 대체로 세 가지 대별될 수 있다. 즉, 경제·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계급 계급구성의 변화로 계급의식의 변화를 설명하는 계급구성접근법, 노동계급의 물적 조건 변화를 중심으로 노동계급 계급의식의 변화를 설명하는 물적조건접근법, 자본계급 이데올로기에 의한 지배와 포섭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이데올로기접근법이 그것들이다.

본 연구는 노동계급 보수화 현상이 실제로 전개되고 있는지를 먼저 검토한 다음, 이러한 보수화 추세가 전개되고 있다면 어떤 양상을 띠며 전개되고 있는지,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세 이론적 접근법을 중심으로 1991년과 2003년 설문조사 자료를 비교분석하고자 한다.



II. 이론적 배경과 자료 분석 소개

1. 노동계급 계급의식과 보수화의 이론과 쟁점

노동계급 보수화와 계급의식 변화를 설명하는 세 이론적 접근법들은 다양한 이론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때로는 동일 접근법 내에서도 이론들 사이에 경험적 사실진단과 분석에서 이견을 보인다. 노동계급 보수화를 둘러싼 이론적 쟁점들은 [표1]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이론적 논의들에서 부각되는 다양한 이론적 쟁점들 가운데 세 이론적 접근법의 핵심을 이루며 통계적 검증이 가능한 쟁점들을 중심으로 1991년 조사 자료와 2003년 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검증하고자 한다. 먼저 전체 계급들의 계급적대의식이 1991년과 2003년 사이에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를 검토한 뒤 사회전반의 계급의식 변화 추세의 맥락 속에서 노동계급의 의식변화를 검토한다.

계급구성접근법의 검토를 위해서는 1991년과 2003년 사이 노동계급이 전반적으로 보수화를 겪었는지, 성장부문과 전통부문 등 노동계급을 구성하는 각 부문들의 계급의식은 변화하지 않았는지, 변화했다면 유사한 추세를 보이는지 아닌지를 분석한다. 계급구성접근법이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는 노동계급 계급구성 변화는 확인되고 있다. 서비스부문은 전체 취업자들 가운데 1990년 54.5%에서 2003년 현재 72.1%로 급격하게 팽창했고, 비정규직은 전체 임금근로자들 가운데 임시직과 일용직을 합하여 45.8%에서 2003년 현재 49.5%로 증가했으며, 취업인구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1990년 46.2%에서 2003년 현재 47.4%로 경미한 증가에 그쳤다.

물적조건접근법의 검토를 위해서는 노동계급의 특전적 부문 중심으로 보수화가 진행되었는지, 특전적 부문과 주변적 부문 사이에 계급의식의 양극화가 전개되었는지를 분석한다. 실질임금은 1990년에서 2003년 사이 1998년을 제외하면 플러스 상승률을 기록하며 연평균 5.5%의 상승률을 보여 전반적인 생활수준 향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니계수는 1990년 0.295에서 2003년 0.306으로 증가하여 불평등이 심화되었음을 보여주며, 사회적 상승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사람들은 1994년 45.8%에서 2003년 33.1%로 낮아져서 전반적으로 불평등문제의 심각성이 증대했음을 보여준다.

이데올로기접근법은 세 접근법들 가운데 통계적 분석을 통해 경험적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의 영향력과 대항기구들의 효율성을 측정하고 개별 노동자들에 미치는 영향을 설문조사를 통하여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의 경우 민주화 진전으로 인해 정권의 정당성이 크게 향상되었고 자본계급의 물적기반과 이데올로기적 자원이 강화되었다는 점에서 이데올로기적 포섭에 따른 노동계급의 보수화가 예측되는 반면, 민주노조운동이 성장하고 민주노동당이라는 노동계급 정당이 창당되어 의회에 진출하는 등 대항기구들 또한 강화되어 노동계급의 급진화가 예측된다. 이러한 상반된 경향성 속에서 지배계급 이데올로기와 대항이데올로기의 상대적 영향력은 전반적 노동계급 의식 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2. 자료 및 변수 형성

본 연구의 분석에 사용된 자료는 1991년 3~4월 실시된 “경제활동 및 생활실태 조사”와 2003년 6~7월 실시된 “사회구조의 변화와 일자리” 조사로 수집되었다. 설문조사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했으며 1991년 조사에서는 2,039개의 표집대상 가운데 1,982개의 유효 응답지가 회수되었고, 2003년 조사에서는 2,200개의 표집대상 가운데 1,820개의 유효 응답지가 회수되어 분석에 사용되었다. 본 연구는 유효응답지들 가운데 취업자로서 계급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들만 분석 대상으로 하고 있다.

계급위치는 라이트(Wright 1985, 1997)의 계급모델에 근거하여 자본재, 조직재, 기술재 보유 여부에 따라 12개의 계급위치들로 분류한 다음, 다시 자본계급, 쁘띠부르주아, 중간계급, 노동계급 등 4대 계급으로 범주화한다. 먼저 생산수단 소유 여부에 따라 소유계급과 비소유계급으로 나누고, 다시 소유계급은 본인과 가족종사자를 제외하고 아무도 고용하지 않으면 쁘띠부르주아, 1인 이상을 고용하면 자본계급으로 분류한다.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은 비소유계급은 조직 내 실질적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하거나 타인의 노동을 감시·감독하는 조직재를 보유하거나 생산과정의 필요에 따라 전문적 기술과 지식을 투입하는 기술재를 보유한 경우 중간계급으로 분류하고, 조직재와 기술재 가운데 아무것도 보유하지 않은 경우 노동계급으로 분류한다.

특전적부문과 주변적부문은 숙련-비숙련, 임금수준, 고용형태로 조작화한다. 노동계급 가운데 정규직으로 고용된 숙련노동자로서 근로소득과 가계소득 수준이 각각 상위 1/3 수준에 속하는 노동자들을 특전적 부문으로 분류하고,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비숙련노동자로서 근로소득과 가계소득 수준이 각각 하위 1/3 수준에 속하는 경우 주변적 부문으로 분류한다.

종속변수로 사용되는 계급적대의식 변수는 “파업 중 기업이 다른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기업체란 노동자와 소비자를 희생해서 돈을 번다”, “정부가 노사관계에서 기업의 편만을 든다”라는 의견에 동의하면 +1, 반대하면 -1, 중립적 응답은 0으로 하여 평균값을 취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계급적대의식 변수는 최저치 -1과 최고치 +1 사이의 값을 가지며 값이 커질수록 높은 계급의식을 나타낸다. 계급적대의식 변수 형성에 사용된 세 문항들은 1991년 조사와 2003년 조사에 동일한 설문과 응답지로 포함되어 있어 1991년과 2003년 사이의 계급구성원들의 계급의식 변화를 직접 비교할 수 있다.

III. 노동계급 보수화의 경험적 검증

1. 계급들의 전반적 보수화와 이데올로기적 양극화

1991년과 2003년 사이 노동계급은 보수화를 겪었으며, 이러한 보수화 추세는 노동계급뿐만 아니라 모든 계급들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표2]에서 보듯이 계급의식의 전체 평균은 .2601만큼 하락하였으며 이러한 보수화 정도는 .01 수준에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급을 포함한 각 계급의 보수화 정도도 마찬가지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화 추세에 있어 노동계급의 보수화 정도는 여타 계급들에 비해 가장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급은 여타 계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계급의식이 높기 때문에 보수화 정도의 계급 간 차이는 노동계급과 여타계급들 사이의 이데올로기적 양극화를 심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표3]처럼 노동계급과 여타 계급들과의 계급의식 차이는 1991년과 2003년 모두 자본계급이나 쁘띠부르주아와는 .05수준에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고, 중간계급과의 차이는 1991년에는 유의미하지 않으나 2003년에는 커져서 .10 수준에서는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급과 여타계급 합계와의 계급의식 차이는 1991년에 비해 2003년에는 .0905만큼 커졌으며, 이러한 차이의 변화는 .05수준에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노동계급이 중간계급을 포함한 여타 계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계급의식을 보이는 것은 임금 등 노동조건과 생산현장의 감시감독 등에 있어 자본계급 지배관계의 적대성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계급위치의 특성을 감안하면 자연스런 현상이라 하겠다. 하지만 노동계급도 여타 계급들과 마찬가지로 보수화를 겪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노동계급의 보수화 추세가 여타계급들에 비해 약하게 전개되고 있어 노동계급과 여타계급들 사이의 이데올로기적 양극화 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2. 노동계급 부문간 계급의식 차이와 증감.

노동계급 내 부문들 사이의 계급의식 차이는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4]에서 보듯이, 1991년과 2003년 노동계급 내 부문들 사이의 계급의식 차이들은 거의 모든 경우 .05 수준에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유일하게 .05 수준에서 유의미하게 나타난 차이는 노동조합 조직화와 관련된 부문들에 한정되었다. 1991년 조사에서 노동조합 조직부문은 미조직부문에 비해 계급의식이 .1325만큼 높으며 이 차이는 .05수준에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고, 2003년에는 차이가 .10수준에서만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러한 통계검증 결과는 표준오차 크기로 인해 생긴 결과이며 조직부문과 미조직부문 사이의 차이는 .1521로 1991년에 비해 더 커졌다. 또한, 민주노총 부문과 미조직부문 사이의 차이도 마찬가지로 1991년에는 .05수준에서 유의미한 반면 2003년에는 .10 수준에서만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차이는 도리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조직노동 부문과 미조직 부문 사이의 차이는 주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높은 계급의식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노동계급 내 모든 부문들에서 1991년과 2003년 사이 계급의식의 보수화가 전개되었으며 계급의식 증감 규모는 거의 모두 .05수준에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일하게 .05 수준에서 유의미한 보수화가 전개되지 않은 부문은 민주노총 부문이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1991년과 2003년 사이 .1624만큼 계급의식이 보수화되었으나 이러한 증감 규모는 전체 노동계급 보수화 정도 .2115에 크게 못 미치며 .10 수준에서도 유의미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처럼 민주노총 조합원들조차 유의미하지는 않으나 경미하나마 보수화 현상을 보일만큼 노동계급 내 모든 부문들에 걸쳐 보수화가 전개되었다. 하지만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보수화가 여타부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게 전개됨으로써 민주노총 부문과 한국노총 부문 사이, 민주노총 부문과 미조직부문 사이의 차이는 소폭이나마 커지게 되어 가벼운 수준의 양극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노동계급 내 부문 간 차이 규모는 어떤 기준으로 나누어 보더라도 1991년과 2003년 사이 유의미하게 증가하거나 감소한 경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차이의 증감 검증에서 단 한 부분에서도 유의미하게 나타난 경우가 없다는 데서 확인될 수 있다.

이와 같이 노동계급 내 부문 간 계급의식 차이와 증감의 검증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노동계급 내 계급구성상 이질성은 증가했다고 하더라도 부문들 사이의 이데올로기적 차별성은 거의 없음을 의미한다. 노동계급은 여전히 이데올로기적 동질성을 유지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노동계급 내 모든 부문들이 보수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노조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수화 추세가 약하게 나타난 것은 노동조합, 특히 민주노조들이 이데올로기적 대항기구로서 지배계급 이데올로기의 확산에 일정정도 방어막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3. 이론적 접근법들의 경험적 검증.

노동계급 보수화의 구조적, 물적, 이데올로기적 조건이 존재하는 가운데 노동계급 보수화가 현실로 확인됨으로써 노동계급 보수화를 전망한 세 접근법 모두 경험적 근거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급 내 부문들의 계급의식 차이와 각 부문들의 계급의식 변화를 보면 세 접근법들과 구성 이론들의 설명력에 편차가 있음이 확인된다.

계급구성접근법은 노동계급 내 부문들 사이의 계급의식 차이가 전제되어 있고, 각 부문들은 보수화를 겪지 않지만 계급구성이 변화됨으로써 전체 노동계급 보수화로 나타난다고 해석한다. 노동계급 계급구성 변화는 확인되고 있지만, 이러한 계급구성접근법의 계급의식 관련 이론적 설명은 경험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급구성접근법의 계급형상이론, 개인주의노동자론, 도구주의노동자론, 특히 신노동계급론은 전통산업에 비해 성장산업의 노동자들이, 비숙련노동자들에 비해 숙련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보수적이라고 전제하고 있으나, 전통산업 노동자들과 서비스산업 노동자들 사이에도, 숙련노동자들과 비숙련노동자들 사이 계급의식 차이는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성별과 고용형태같이 최근 노동계급 내 계급구성 변화를 반영하는 부문들 사이에도 계급의식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낮은 계급의식을 보이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제는 더 높은 계급의식을 보이고 있어, 아직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계급의식 차이가 유의미하지 않지만 향후 유의미한 수준으로 발전하며 노동계급 내 주요한 균열구조를 형성하게 될 가능성이 높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물적조건접근법의 핵심 논리는 물적조건 향상이 노동계급의 계급의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1991년과 2003년 사이 노동계급의 물적조건이 전 부문에 걸쳐서 개선되었다는 점에서 노동계급 전체의 보수화 현상은 물적조건접근법의 경험적 타당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러한 물적조건 향상 정도가 부문별로 편차를 보일 수 있고, 개선의 효과가 특히 노동계급 내 특전적 부문이 물적조건 개선의 혜택을 가장 많이 향유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물적조건 개선에 따른 보수화는 특전적 부문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으로 예측될 수 있으며, 특히 고전적 맑스주의와 부르주아화이론의 시각에서는 그러하다. 반면, 풍요노동자론은 특전적 부문의 노동자들이 여타부문 노동자들에 비해 보수화 성향이 더 높다거나 보수화 추세가 더 강하다는 예측을 거부한다. 실제 특전적 부문 노동자들도 여타 부문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유의미한 보수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특전적 부문이 여타 부문에 비해 더 보수적이라거나 보수화 추세가 더 강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특전적 부문과 주변적 부문 사이의 계급의식 차이는 1991년과 2003년 모두 유의미하지 않았으며 계급의식 차이도 두 시점 사이에 .0547로 경미하게 증가하여 .10수준에서도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물적조건 개선으로 노동계급이 전반적으로 보수화 추세를 겪고 있다는 물적조건접근법의 일반적 주장은 경험적 타당성을 지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물적조건의 차이에 따른 노동계급 내 의식편차와 보수화 추세편차에 대한 경험적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특전적 부문의 강한 보수성 및 보수화 추세를 부정하는 풍요노동자론이 상대적으로 설명력을 더 지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올로기접근법은 지배계급 이데올로기의 확산 및 포섭으로 인해 노동계급이 전반적으로 보수화를 겪게 되지만, 이러한 보수화 추세 속에서도 노동계급의 노동계급정당과 노동조합 같은 이데올로기적 대항기구들의 역할과 결속력에 따라 보수화 추세가 다소나마 저지될 수 있다고 본다. 노동계급의 전반적 보수화 추세가 확인됨으로써 지배이데올로기론은 경험적 근거를 지니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노동계급의 거의 모든 부문들이 보수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경우 경미한 이데올로기적 보수화를 보이고 있으나 1991년과 2003년 사이 보수화 정도가 .1624로서 .10수준에서도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미조직 노동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계급의식을 보이고 있어 대항이데올로기론과 사회운동노조주의론의 경험적 타당성을 입증해 주고 있으며, 지배이데올로기론의 설명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계급정당딜레마론과 대항기구보수화론은 일부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에서 경험적으로 검증된 바 있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설득력을 지니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V. 토론 및 맺음말

노동계급 보수화 현상은 경험적으로 확인되었다. 이데올로기적 보수화는 모든 계급에 보편적으로 발견되고 있어 사회 전반적으로 보수화 추세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동계급은 여타 계급들에 비해 진보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데올로기적 보수화 추세에 있어서도 노동계급의 보수화 추세가 상대적으로 약하게 전개되어 있어 경미하게나마 노동계급과 여타 계급들 사이의 이념적 괴리가 확대되는 이데올로기적 양극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노동계급의 보수화 추세는 계급구성접근법, 물적조건접근법, 이데올로기접근법 모두 경험적 타당성을 지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노동계급의 보수화 내용을 좀 더 분석적으로 검토하면 세 접근법들은 경험적 타당성에서 편차를 보인다. 먼저, 노동계급 내 부문 간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노동계급의 내적 이질성은 유의미하지 않으며, 노동계급은 이데올로기적으로 동질적인 집합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노동계급의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보수화가 전개되고 있다. 결국, 노동계급 내 부문 간 차별성은 존재하되 각 부문의 보수화는 전개되지 않는다고 보는 계급구성접근법은 설득력을 지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노동계급 내 각 부문들의 보수화를 예측하는 물적조건접근법과 이데올로기접근법은 경험적 타당성이 입증됨으로써 노동계급의 보수화가 물적조건의 향상 혹은 지배계급 이데올로기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자본계급의 헤게모니가 강화됨을 의미하며, 계급지배관계가 물리적 강제력에 기초한 억압적 지배양식에서 벗어나 노동자 동의에 기초한 헤게모니적 지배양식으로 이행하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가장 설명력이 높은 접근법은 이데올로기접근법으로 나타났다. 노동계급 내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보수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예외적으로 보수화가 유의미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부문들도 발견되었다. 조직노동 부문, 특히 민주노총 부문의 경우 미조직부문에 비해 높은 계급의식을 보이고 있고, 민주노총 부문의 보수화 추세는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총 노동조합의 차별성이 유의미하지 않게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노총이 이익집단으로서 노조경제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반면 민주노총은 계급조직으로서 변혁지향성을 지니고 있으며, 민주노총과 소속 노동조합들이 노동자들의 구심점으로서 이데올로기적 대항기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지배이데올로기론이 예측하는 보수화현상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대항이데올로기론이 주장하는 대항기구 역할의 중요성도 입증되고 있어, 지배이데올로기와 대항이데올로기가 각축을 벌이고 있으며 일방적인 이데올로기적 포섭 현상이 전개되는 것은 아님을 확인해 준다.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을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는 노동조합 양보와 계급정당 딜레마에서 비롯된 대항기구 보수화와 그에 따른 대항기구와 노동자들 사이의 괴리 현상은 한국사회에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노동계급정당은 아직 미약하지만 의회진출 등 일정한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민주노조운동 또한 꾸준히 성장하며 조직생존과 계급적 쟁점들을 둘러싸고 반자본-반정부 투쟁을 전개하고 있고 사회변혁세력의 구심점으로서 여타 사회운동세력들과 능동적 연대를 주도하고 있어 사회운동노조주의를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항기구들이 지배이데올로기에 맞서 이데올로기적 각축을 벌이는 한편, 지배이데올로기의 침투에 대해 일정정도 방호벽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제작년도 :
통권 : 제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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