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올린 라이트가 2018년 백혈병과 투병하는 과정에서 저술한 마지막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제목이 ‘21세기에 반(反)자본주의자로 사는 법 How to Be an Anticapitalist in the Twenty-First Century’인데, 내 생각 같으면 그가 서문에서 이야기한 다른 제목, 즉 ‘21세기에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사는 법 How to Be a Democratic Socialist in the Twenty-First Century’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反;Anti)이라는 말이 주는 이미지는 다른 편에서 또 다른 반(反;Anti)의 정서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내가 ‘리얼 유토피아’를 읽어본 소감으로는
그의 민주적(Democratic)이라는 말 속에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들이나 시장경제를 품고 있고,
이것들이 가지는 미비점이나 한계들을 넘어서려는 노력이 사회주의자(Socialist)라는 말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다.
단절적 변혁의 부분적 적용을 인정하지만, 전체적으로는
- 틈새적 변혁(새로운 문명의 직접적 창출)과
- 공생적 변혁(사회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공생적 연대 내지는 경쟁)을 위주로
현실적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지성의 낙관주의가 그의 특징으로 보인다.
소책자여서 읽기가 수월하다.
오늘 읽은 부분이다.
“평등/공정, 민주주의/자유, 공동체/연대 같은 가치는 모든 사회 제도나 사회구조를 평가하는데 의미가 있다. 경제 체제만이 아니라 가족, 공동체, 종교, 학교, 국가등도 이런 가치의 실현을 어떻게 촉진하거나 가로막는지에 따라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물론 대안을 찾기 위한 제안도 이런 가치에 근거해 판단해야 한다”
내가 에릭 라이트와 코드가 맞는 것은 그가 동시대인(그는 1947년생, 나는 1945년생)이면서, 현실과 유리된 낡은 이데올로기를 벗어나 실사구시하면서도
이상을 잊거나 포기하지 않는 지성적 낙관주의자라는 점인 것 같다.
실사구시하는 과학적 태도는 있는데,
이상을 잊거나 포기한 사람들과는
코드가 맞지 않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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